''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97,858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서울염경초는 교과목과 교과서를 넘나드는 수업을 하는 학교로 이름나 있다. 교과서를 활용한 과목별 수업 대신 다문화 이해, 인권, 세계 평화, 지속 가능한 발전 등 세계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가르친다. 가령 평화와 인권을 배울 때는 사회·국어·도덕 교과를 연계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알아본 후 직접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한 걸음 나아가 학생들의 주도로 베트남 전쟁 당시 같은 피해를 당한 여성을 돕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월드비전이 주최하고 교육부가 후원하는 ‘제4회 세계시민교육 사례 공모전’에서 정용주 서울염경초 교사의 ‘더불어 살며 서로 존중하는 세계시민, 부엔 비비르(Buen vivir)’ 프로그램이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정 교사는 “이제는 국가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세계를 하나의 사회로 인식해야 할 때”라며 “교육과정에 세계시민교육의 옷을 입힌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염경초는 지난해부터 세계시민교육을 시작했다. 평소 이 분야에 관심 있는 교사들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동료들과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학생 동아리를 운영하는 한편 교사 연수, 창의적 체험활동 연계 수업도 진행했다. 정 교사는 “세계시민교육이라고 하면 우리와 동떨어져 있다, 진도 나가기에도 벅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교과를 넘나들면서 가장 효과적인 수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특정 문제에 관심을 갖고 토론, 논쟁, 실천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것이다.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정 교사는 “세계시민교육의 목적은 우리보다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동정하고 연민하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옥진 경기 보정고 교사는 ‘착한 기념일 여행(세계기념일 프로젝트)’으로 월드비전회장상을 수상했다. ‘착한 기념일 여행’은 UN 등 국제기구가 정한 세계기념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살피고 평화, 인권, 환경, 다문화, 지속 가능한 발전 등에 관심을 갖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한 달에 1~2번 세계기념일을 정해 세미나, 캠페인, 봉사활동 등을 진행한다. 장 교사는 “대학 입시 준비로 타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국제사회가 직면한 각종 문제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프로그램을 고안했다”며 “지난 1년간의 활동을 통해 평소 흘려들었던 국제 이슈와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는 학생이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세계 식량의 날’을 주제로 삼아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이밖에도 이화은 인천대화초 교사가 KOICA 이사장상을, 김경미 경기 송림고 교사와 오은솔 서울율현초 교사가 세계시민상을 받았다.
대구교총, 걷기 행사 개최 대구교총(회장 이종목)은 11일 회원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경새재길 걷기 행사’를 진행했다. 문경새재길은 과거 모습 그대로 흙길이 조성돼 있어 옛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코스다. 대구교총 관계자는 “문경새재길 걷기 행사는 무료 영화 관람 행사와 함께 회원들의 호응이 높은 사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학교바로세우기경기연합 대의원회 학교바로세우기경기연합은 15일 경기교총에서 대의원회를 개최했다. 학교바로세우기경기연합은 경기 지역 시·군교총 회장 경험이 있는 퇴직 교원들의 모임으로, 학교 바로 세우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날 대의원들은 최근 쟁점이 된 전남 신안군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이와 관련해 교권 침해 사건 재발 방지 대책으로 △도서벽지 지원 대책 마련 △학교 관사 및 교원 주택에 대한 안전대책 수립 △도서벽지 남자 교원 유인책 마련 △성범죄 대응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교원연수 시행을 시·도교육청 및 교육부에 건의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배연국 세계일보 수석논설위원은 최근 ‘거인의 어깨를 빌려라’를 출간했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황금 광산을 채굴하다 중도에 포기한 청년 이야기를 통해 성공의 법칙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는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꿈, 행복, 열정, 희망, 신념, 재능과 같은 정신적 자산이야말로 ‘황금 광맥’이라고 말한다. 또 영화배우 짐 캐리, 탐험가 콜럼버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CEO 빌 게이츠 등 우리 주변 거인들의 삶을 본받아 자신만의 광산을 채굴하고 성공과 행복을 가꾸라고 주문한다. ‘수저론’을 운운하는 요즘 우리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지상사 펴냄, 1만 5000원.
영국의 일부 학교가 교원 부족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 보도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애버딘시의 경우, 교원이 정원보다 134명이나 부족해 시의회가 일부 학교 폐쇄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젤라 태일러 애버딘시 교육위원회 의장은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여름 방학 이후에 교원 부족 사태가 심각한 학교들의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애버딘시의 높은 물가와 정유·가스 산업의 위기가 교원 부족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애버딘시의 교원 부족 현상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정유·가스 산업이 호황일 때는 수학·과학·기술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이 수익이 높은 에너지 관련 업종으로 몰려 교직 정원을 채우기 어려웠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정유·가스 산업 불황에는 대량 실업으로 인구 이탈이 발생하면서 교사 부족 현상이 가속화된 것이다. 에너지 관련 업종에서 지난해 8만 4000명이 직장을 잃었고 올해 말까지 추가로 4만 명이 정리해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산업계 종사자의 배우자나 가족인 교원도 함께 이 지역을 떠나면서 교원 부족 사태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 8개월 사이에 부족 교원은 두 배가 늘어 134명에 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스코틀랜드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정리 해고된 에너지 업종의 우수 인력을 교사로 이직할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직 훈련 기금을 활용해 이들이 과학이나 기술, 수학 등의 교과에서 교사가 될 수 있도록 교원 양성 훈련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예비 교사 수를 늘리고 교직 정원을 유지하기 위해 5100만 파운드(약 847억원)를 투입했다”며 “교직으로 이직을 유도하는 것도 효과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원 부족 사태는 애버딘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덤프리스갤러웨이 주 등 스코틀랜드 북동부 지역도 교원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태다. 의회에서 교직으로 진입할 경우 집값을 낮춰주거나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웨일스 지역에서도 중등 교원 실습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정부 목표는 880명이었지만 단지 553명이 교육 실습을 시작했다. 웨일스 지역 교원 노조 관계자는 “중등학교 교육 실습생 자리의 40%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과중한 업무로 교직에 들어서려는 학생들이 점점 줄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웨일스 지역의 교원 수급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영국의회가 교원부족 사태를 점검하기 위해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4년 연속으로 교육 실습생 확보 목표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도 정부가 교원 부족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2010년 이후로 1만 3100명의 교원이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상당수 임시 교사나 비전공 교사로 채워지고 있는 학교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학교 관리자협회가 지난 3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등학교의 3/4이 해당 교과를 전공하지 않은 교사에게 수업을 요청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위원회는 “학교 현장의 관리자들이 겪고 있는 교원 부족 실태를 파악해서 향후 3년간의 교원 양성과 수급 정책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교총 종합연수원‧원격교육연수원이 16일 교육컨설팅‧전문연수 기업 ‘나우러닝’과 업무협약을 맺고 교원의 전문성 신장 등에 공조하기로 했다. 주요 내용은 △학교 및 교원을 위한 전문적 교육연수프로그램과 콘텐츠 개발‧운영 △교원의 전문성 향상과 교육 발전, 문화 향유 등을 위한 자문 및 협의 △상호 신의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홍보 및 협력연수 등이다. 한국교총 원격교육연수원에서 진행된 협약식에는 이종각 종합교육연수원‧원격교육연수원장과 문정수 나우러닝 대표이사를 비롯해 양측 관계자 10여 명이 참석했다.
15일 서울구일초 4학년 5반 교실. 촌락의 형성과 주민 생활을 알아보는 사회 수업시간. 모둠으로 앉은 학생들이 레고 조립에 열중이다. 모내기 후 새참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가축을 기르는 목장의 모습까지 농촌, 어촌, 산지촌 등 촌락의 자연환경과 생활 모습이 그대로 표현됐다. 블록놀이같은 수업의 주인공은 이인지 교사. 그는 레고 활용 스토리텔링 수업을 연구하며 교실 수업에 적극 적용하고 있다. 학생들의 집중도 향상은 물론 남녀학생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상상했던 것을 구현해낼 수 있어 생각지도 못했던 창의력과 디테일을 발휘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촌사람들의 일상을 표현했다는 전하윤 양은 레고로 배를 조립하고 낚시를 하는 어부, 항구에서 조개를 캐는 해녀의 모습을 만들었다. 조그만 원 블록은 조개라며 갯벌 같은 회색 판에 흩어놓고 바구니에 해녀가 캔 조개를 담아놓은 모습까지 상세히 표현했다. 이태환 군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 상상력을 더해 레고로 표현하니까 정말 재밌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며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수업 내용이 더 오래 기억된다”고 말했다. 특히 평소 그림 그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거나 글씨를 예쁘게 못 쓰는 등 ‘꾸미기’에 자신 없었던 학생들을 끌어들이는데 특효다. 이 교사는 “미술에 자신 없어 했던 남학생들의 집중도가 눈에 띄게 좋아한다”며 “만들기나 조작 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울을 만들어보는 과학 수업시간에 한 남학생이 레고를 가져와서 참여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이 교사는 현재 레고 수업에 관심이 있는 10여 명의 교사들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수업에 활용되는 레고는 한국 레고에듀케이션의 협찬을 받았다. 교사들은 올해 각각 15차시의 레고 스토리텔링 수업 안을 구상해 인디스쿨 등 교사커뮤니티에서 공유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레고 스토리텔링 수업은 사회과 외에도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수학의 경우 일정한 길이의 브릭을 활용해 넓이나 높이 구하기를 할 수 있고 평면도를 활용해 미래 자신의 집을 설계해보는 활동도 할 수 있다. 국어에서는 문학작품을 읽고 난 후 뒤에 이어질 내용을 상상해 표현하기, 역사의 경우 6‧25와 같은 역사적 사건을 순차적으로 나타내는 수업도 가능하다. 좀 더 심도 있는 활동으로는 창체 시간에 일정 주제를 주고 6컷짜리 만화를 그리게 한 후 이를 레고로 표현해 사진을 찍고 간단한 동영상을 제작해 볼 수도 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활동에만 몰입해 자칫 학습목표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것. 이 교사는 “퀴즈 등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며 “협동하지 못하고 싸우는 모둠은 과감히 제외시키는 등 기본적 태도를 먼저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트 당 20만원이 넘는 고가의 레고 세트가 교사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크게 걱정할 것 없다는 것이 이 교사의 설명이다. 그는 “학생들이 갖고 있는 레고, 안 쓰는 레고들을 가져오게 하면 꼭 비싼 세트를 구입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면 커뮤니티에서 자료를 다운 받아 간단한 활동부터 시작해 점차 빈도를 높여나가는 것이 좋다”며 “더 많은 교사들이 레고 활용 교육을 적용해 즐겁고 효과적인 수업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3일 국회 개원식 후 열린 삼임위원장 선거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에 당선된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이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유 의원은 "공교육을 살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을 통해 전통문화 계승과 한류 문화 확산을 이뤄 경제발전에도 힘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구의 한 고교생과 서울의 모 여대생이 투신 자살했다. 이달 13일에는 경기의 한 여중생이 투신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지난해 교육부 조사결과,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무려 3만4000여명에 달했다. 청소년 자살, 학교폭력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월간 새교육이 ‘생명존중 교육의 필요성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7월호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청소년 정서행동 전문가들이 문제의 원인과 예방 차원의 존엄‧생명교육 방향 등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명성진 세상을 품은 아이들 대표는 ‘가혹한’ 성장환경에서 두 아이가 괴물로 변해간 사례를 소개했다. 승민(가명)이는 어려서부터 엄격했던 아버지의 반복되는 숙제 부과와 검사, 갈비뼈와 턱뼈가 부러질 정도의 매질을 견디다 못해 6학년 때 가출했고 분노에 찬 학교폭력의 주범이 됐다. 현태(가명) 역시 아버지의 무차별적인 폭력에 엄마에 이어 초등생 때부터 가출을 했다. 남의 집 옥상에서 자다가 너무 추워서 빨랫줄에 걸린 옷을 태워 쬔 일로 방화범의 주홍글씨를 새겼다. 소년원에서 나온 현태는 부모에 대한 원망, 어른들에 대한 적개심에 잔인한 폭력을 휘둘렀다. 명 대표는 “학대 받은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태어날 때부터 원래 ‘그런’ 아이는 없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처해질 뿐, 선택하거나 바꿀 힘이 없었던 아이들을 탓하고 낙인찍기보다는 오랜 상처를 다독이고 본성을 회복하도록 어른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쁜 아이라기보다 ‘아픈’ 아이, 포기할 아이라기보다 끝까지 믿고 손잡아 줘야 할 아이라고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시작”이라며 인식 전환을 당부했다. 오승근 명지전문대 교수는 성적, 입시에 매몰된 현실이 ‘인간’, ‘생명’ 교육을 소홀하게 만들고, 그 부작용이 폭력, 자살 등을 초래한다고 진단하면서 예방 차원의 학교교육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오 교수는 먼저 정규 교과에서 생명존중, 자살예방 교육이 단계적으로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12년 ‘생명 존중 및 자살 예방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학교에서도 특별교육 실시가 법제화됐고, 교육부는 올해 연간 4시간 이상 생명존중, 자살예방 교육을 하도록 지침을 내렸다”면서 “하지만 많은 학교가 학기초에 수업을 몰고 1회성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학년, 학교급 등 발달단계에 따른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이 학생들의 공감과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내용, 방식이어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는 “많은 학교가 외부 강사의 주입식 강의나 방송 강의에 의존하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측면이 있다”며 “그 보다는 청소년들의 실제 삶과 관계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을 위해 ‘죽음교육’의 도입도 주문했다. 오 교수는 “독일과 일본은 학교 정규교과 형태로 죽음대비교육을 진행한다”며 “죽음과 자살을 금기시하기보다 명확히 성찰함으로써 삶의 가치에 대해 바른 태도를 갖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현명호 중앙대 의대교수는 자살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뇌 발달, 왜곡된 인지구조를 파헤치고, 강윤형 한림대 정신과 교수는 학생 정신건강 관리 주체인 학교의 역할을 제언했다.
생활관 촛불의식 본교 2학년 학생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특색교육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생활관 교육이다. 처음보다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지만, 생활관 교육은 개교 이래 학교의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생활관 교육은 숙박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이틀 동안 실시된다. 기간 내 한복을 입고 생활해야 한다는 생각에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었으나 평소 입어볼 기회가 없는 한복을 입어본다는 사실에 사뭇 기대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특히 태어나 처음으로 한복을 입어 본다는 한 여학생은 부자연스러운지 옷매무새를 계속해서 고치곤 하였다. 한복을 입은 아이들의 모습이 다소 어색해 보였지만, 그 자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이틀 동안 아이들은 여성이 꼭 갖춰야 할 부덕(婦德)뿐만 아니라 사임당과 율곡 선생의 얼과 생애를 배운다. 그리고 평소 자주 접하지 못하는 제례법, 사군자, 매듭 공예 등을 직접 해봄으로써 우리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생활관 교육의 하이라이트는 촛불의식이다. 교감 선생님의 점화사가 이어진 뒤, 각 조의 조장은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점화된 촛불을 양도받아 각 조원에게 촛불을 점화시켜 줌으로써 촛불의식이 시작된다. 아이들은 평소 미안하거나 고마운 사람에게 하지 못했던 미안함과 감사함을 촛불 앞에서 허심탄회하게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그간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모습에 분위기가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교육과정에서 배운 큰절을 담임 선생님께 올리며 스승에 대한 감사함을 표한다. 아이들의 절하는 모습이 너무나 성숙해 보여 이틀간의 생활관 교육이 주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되새겨 본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생활관 교육을 마친 아이들은 그 어떤 해방감보다 이틀간의 교육을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교실에서 배우는 교과 수업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생활관 교육도 학교 교육과정에 꼭 필요하다며 생활관 수료 소감을 밝혔다.
대변항을 나와 기장읍과 장안읍을 지나다보면 오른쪽으로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보인다. 이곳까지는 부산광역시이고 뒤편 봉대산 너머의 신고리원자력발전소로 가며 울산광역시가 시작된다. 31번 국도로 서생면소재지와 나사해수욕장을 지나면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에 동해안에서 제일 먼저 해가 떠오르는 간절곶이 있다. 간절곶은 지형 때문에 생긴 지명으로 간절은 어부들의 눈에 간짓대(대나무 장대)처럼 보인다고 해서 간절끝으로 부르던 말이고, 곶은 육지가 뾰족하게 바다 속으로 돌출한 부분을 가리키는 우리말이다.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온다.'는 말처럼 이곳의 해돋이는 영일만의 호미곶보다 1분, 강릉의 정동진보다 5분 빠르다. 해돋이만큼이나 유명한 게 언덕위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간절곶 등대와 바닷가에 우뚝 서있는 빨간 우체통이다. 간절곶등대에 바다를 바라보며 우뚝 서있는 높이 17m의 흰색 등대, 예전에 사용하던 등탑, 등대와 관련한 자료, 울산항을 소개하는 밀레니엄 전시실이 있다. 잔디밭과 등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남기기에 좋고, 꼬불꼬불 솔숲으로 연결되는 주변의 풍경도 정겹다. 하얀 포말이 물결치는 바닷가에 새천년기념비, 소망우체통, 모녀상 등 조형물들이 바다풍경과 어우러진 조각공원이 있다. 전화나 메시지로 소식을 빠르게 전하는 편한 세상이지만 마음을 주고받는 데는 편지가 최고다. 간절히 기원하면 다 이루어질 듯 엽서가 비치된 소망우체통 앞에서 정성들여 편지를 쓰는 사람들도 있다. 간절곶, 서생포왜성과 함께 서생면을 대표하는 명승지 진하해수욕장이 간절곶에서 북쪽으로 4㎞ 거리에 있다. 진하해수욕장은 제법 규모가 큰 백사장, 고운 모래, 맑은 바닷물, 얕은 수심, 백사장 뒤편의 송림이 조화를 이뤄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썰물 때는 해수욕장 바로 앞에서 바다풍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명선도까지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명선도는 사진동호회원들에게 유명한 일출촬영지로이다. 외황강의 개운교와 태화강의 울산대교를 건너며 1시간여 차를 몰아 방어진항 앞에 있는 슬도로 갔다. 방어가 많이 잡힌 게 지명이 된 방어진항 앞 작은 섬 슬도가 방파제를 다리로 연결한 해양공원이 되었다. 입구의 표석에서 슬도의 유래를 읽어보고 방파제를 걸어 고래조형물과 슬도교를 지난다. 나무계단을 통해 1950년대 말에 세운 무인등대에 오르면 방어진항과 대왕암공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국적인 풍광이 아름답다. 바다낚시터로도 유명해 방파제에 낚시꾼들이 늘어서있고 등대 주변에 먼 바다를 바라보며 낭만을 누릴 수 있는 벤치가 놓여있다. '슬도'라는 지명은 이곳이 섬 전체에 구멍이 뚫려있는 특이한 지형이고, 구멍 뚫린 돌 사이로 바닷물이 드나들 때 거문고 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다는 시루섬과 거북이 모양 같다는 구룡도라는 이름도 있다. 성끝마을 바닷가의 전망 좋은 곳에 소리박물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울산광역시 동구의 방어진항, 슬도, 일산해수욕장, 대왕암공원은 이웃처럼 가까이에 있다. 일산해수욕장 앞에 숙소를 정하고 흐린 날씨가 사람들을 감춘 해변을 둘러봤다. 옛날 임금들이 신하들과 궁녀들을 거느리고 와서 경관을 즐겼다는 일산해수욕장은 수심이 낮고 경사가 적어 가족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고 대왕암공원의 송림에서 솔잎 향이 불어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해수욕장과 연결된 대왕암공원의 산책로에서 바라보면 반달형의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동해바다가 그림처럼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저녁을 먹으러 숙소 앞 상가로 나갔더니 그사이 불야성을 이뤘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사람들로 넘쳐난다.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은 사람들이 많아야 생기가 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대왕암공원에서 일출을 보려했으나 간간이 비를 뿌리는 흐린 날씨다. 숙소에서 나와 울산고래축제가 열리고 있는 장생포로 갔다. 장생포는 남구의 서남쪽 해안에 위치한 고래관광 1번지다. 국내 유일의 고래문화특구인 장생포항은 장생포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장생포고래문화마을, 고래바다여행선 등 포경업 위주의 고래산업을 관광업으로 전환하고 쇠락의 길을 걷던 장생포를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한 고래바다여행선(http://www.whalecity.kr/whale/index.php)이 10시에 출항했다. 올 들어 울산 고래관광선의 고래 발견율이 최근 3년 평균치를 웃돌고, 장생포항 동남쪽 해상에서 각각 2000여마리, 1000여마리의 참돌고래가 발견되기도 했다는데 슬도와 대왕암공원이 실루엣처럼 보이는 흐린 날씨가 고래구경을 훼방 놨고 차가운 바닷바람이 갑판에 있던 사람들마저 선내로 숨게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갑판에서 망원렌즈를 부여잡고 버틴 3시간이 다시 고래여행선을 타게 하는 원동력이다. 고래는 고기와 기름, 생활용품, 장식품 등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장생포항에서 고래박물관까지의 장생포고래로에 고래 고기를 파는 식당들이 여러 곳 있다. 고래잡이를 금지하고 있는데 고래고기는 어디서 구할까. 가끔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가 발견되면 항구로 운반해 경매에 넘겨지고, 고래 한 마리에 수천만 원이나 하다 보니 죽은 고래를 발견하면 로또 당첨된 것에 비유한단다. 고래잡이의 전진기지였던 장생포항 옆에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이 있다. 고래모양의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후 귀신고래의 실물모형이 천정에 걸려 있는 장생포고래박물관에 들어서면 고래뼈, 고래수염, 고래잡이 과정, 고래 해체작업하는 사진 등 다양한 포경유물을 만나 장생포의 과거와 고래문화, 고래에 관한 정보를 속속들이 알아볼 수 있다. 박물관을 나오면 수족관에 살고 있는 돌고래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고래생태체험관도 있다. ‘우리함께(We Together)’를 주제, ‘희망 가득 장생포, 행복 가득 울산 고래!’를 슬로건으로 5월 26일부터 나흘간 열렸던 울산고래축제도 어언 22회째를 맞이했다.
대마도는 조선통신사의 첫 도착지로 조선 세종 때의 이종무 장군까지 3차에 걸친 원정이 있었지만 흐지부지 일본 땅이 되었다. 그에 비해 '독도는 우리 땅, 대마도는 한국 땅'을 주장하는 대마도연구 문학박사 황백현 극일운동시민연합 이사장은 후쿠오카와 하카다를 거치느라 무려 21시간이나 배를 타며 어렵사리 대마도 여행길을 개척했다. 대마도라는 지명은 마한 즉 한반도를 바라본다거나 공중에서 보면 말 두 마리가 마주보는 형상이라서 생겼다고 한다. 대마도를 여행하다보면 ‘논밭이 적다, 산이 많다, 호수가 없다, 어업이 발달했다, 조림이 잘 되었다, 길이 좁다, 차가 작다, 신사가 많다, 집이 소박하다, 환경이 깨끗하다, 디젤차가 없다, 질서를 잘 지킨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대마도는 시골동네에 가깝다. 그래서 호텔방이 작거나 욕실이 없는 것도 대마도니까 그렇다고 편하게 생각해야 한다. 일본은 다른 나라의 종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만큼 신이 많은 나라다. 8만여 개의 신에 8만여 개에 달하는 신사가 있다. 물론 천황숭배와 군국주의를 고무시켜 이웃 나라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는 도쿄의 야스쿠니신사가 가장 규모가 크다. 일본의 주택문화는 목조건물의 다다미로 화재가 발생하면 이웃집으로 쉽게 옮겨 붙어 방화벽을 구축하여 화재를 예방하였는데 이 방화벽 돌담이 이즈하라의 골목길을 인상적으로 만들었다. 요즘 우리나라도 소형의 아파트를 선호한다. 크기나 멋보다 실리를 택한 주택에서 일본의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양철로 지은 집들을 구경하며 빨리 갈아치우기보다는 오래된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자원을 절약하는 것도 배운다. 일본은 일반적으로 집이 높고, 지붕의 경사가 급하고, 목조 주택이 많다. 일본의 처마는 밋밋한 직선인데 용마루 양쪽 끝에 불을 막는다는 의미로 물고기를 장식했다. 골목이 만나는 곳에 자판기가 놓여있고, 해양성기후라 날씨가 맑은 날은 건조대에 빨래가 걸려있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만관교(만제키바시)에 도착했다. 만관교는 대마도를 관통하는 아소만과 미우라만 사이의 만제키세토 운하에 놓여있는 다리이다. 만제키세토는 대마도를 상대마도와 하대마도로 나누는 경계로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의 해군이 동지나해(대한해협)의 제해권을 확보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굴착했다. 만관교를 북쪽으로 건너며 상대마도에 들어섰다. 360도 회전하며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에보시타케 전망대에 서면 대마도판 하롱베이로 불리는 서쪽의 아소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아쉽게도 우리가 머문 시간은 해가 지는 일몰 때가 아니었고 맑은 날씨였지만 해무가 조망을 가려 아쉬웠다. 한국 관광객들 때문에 주차장 옆에서 찹쌀로 만든 붕어빵과 커피를 판매하는 시골아줌마 수입이 짭짤하다. ‘신사’는 일본 고유의 토착 신앙과도 같은 신도의 신을 제사 지내는 곳으로 ‘신도’는 선조나 자연 등을 숭배하는데서 자연스럽게 출발했다. 아소만 입구에 위치한 와타즈미 신사는 바다의 신인 용왕의 딸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를 모신 해궁이다. 바다에서 신사의 본전까지 이어진 다섯 개의 도리이 중 바다위에 서있는 두 개의 도리이는 밀물 때 2m나 바닷물에 잠기며 잔잔한 아소만과 어우러진다. 일본 천황가의 전설이 시작된 이 신사는 바다를 통해 신이 들어온 것으로 묘사되고, 바다의 신인 용왕이 수중 도리이와 육지의 도리이를 통과하여 신전으로 들어 왔다는데서 시작되었다. 또한 도리이가 김해를 향해 세워져 과거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코마이누는 신사 앞에서 악귀를 막는 수호자로 고려 개를 뜻한다. 삽살개를 닮은 두 문지기의 입모양이 다르다. 오른쪽 수놈이 입을 벌린 것은 사람이 태어나 말을 할 때, 왼쪽 암놈이 입을 다문 것은 죽어서 말을 못할 때를 상징한다. 또한 암수가 그것을 달고 있는 코마이누는 이곳뿐이란다. 일본은 한반도나 대륙으로부터 자의 또는 타의로 일본 열도에 와서 살게 된 도래인 문화다. 하늘의 형제 신들이 용왕의 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출산장면을 들여다봐 용궁으로 도망간 공주의 이모가 키운 아이가 훗날 이모와 결혼하여 낳은 아들이 일본 초대의 신무천황이란다. 신전 옆 용 모양으로 길게 뻗은 소나무의 뿌리가 전설을 실감나게 한다. 일본 국가 기원의 발원지가 본토가 아닌 대마도라는 것이 흥미롭다. 고려 최초의 대장경으로 현종 때 판각한 초조대장경을 관리했다는 장송사에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 1500여년의 백제 은행나무가 있다. 번개를 맞아 아랫부분은 비어있지만 웅장한 모습으로 경이로운 생명력을 자랑한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더 아름다운 가을철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관광버스가 좁은 고갯길을 힘들게 올라 쓰시마시 최북단에 자리한 한국전망대(韓國展望臺)에 도착한다. 한국전망대는 탑골공원 팔각정을 모델로 모든 자재를 한국에서 가져와 건축한 관광명소로 맑은 날 부산과 거제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대마도에 잡혀온 선조들이 명절 때가 되면 고향땅을 향해 설움을 달래던 고려산에 세운 전망대 안에 광안리 불꽃축제의 화려한 야경사진이 있다. 전망대 앞으로 보이는 섬이 해상자위대의 레이더기지다. 전망대 옆 조선역관사순난비는 1703년 풍랑으로 배가 뒤집혀 타국에서 숨진 108명 역관사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1991년에 세운 추모비다. 비석에는 108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러시아함대를 격파한 도노자키와 일본 100선 해수욕장 중 하나인 미우다하마가 가까운 곳에 있다. 러일전쟁 때 러시아 군이 몰살당한 곳에 러시아군 위령비와 일본군의 전승기념비가 있다. 러일전쟁 때 격침된 군함에서 빠져나와 보트를 타고 상륙한 러시아 군인들을 현지인들이 잘 보살핀 역사의 현장에 은해의교(恩海義嶠), 생명의 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때 일본 제독 도고 헤이하찌로에게 전쟁에 이긴 소감을 묻자 “오늘의 승전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의 전술을 그대로 운용한 것 뿐이다”라고 했다던가. 미우다하마는 대마도에서 보기드믄 에메랄드빛 바다와 입자가 고운 천연모래 해변 때문에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시설이 완비된 캠프장이 있고, 캠프장 입구에 나기사노유 온천이 있다. 외면할 수 없는 게 역사다. 또한 역사를 잘 품어야 미래가 있다. 매년 8월 대마도에서 조선통신사를 소재로 아리랑 축제를 열고, 해마다 한·일 학생들이 주변국에서 대마도 해안으로 떠밀려온 쓰레기를 함께 수거하며 우의를 다지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백문이불여일견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커피 한잔 하시고 가세요♬ 무료입니다.’ 출국하기 위해 다시 돌아온 히타카츠항 앞 ‘공중전화’라는 작은 선물가게에서 우리네 인정을 닮은 커피를 맛있게 마시고 흐뭇한 마음으로 대마도를 떠날 수 있었다.
비만 오면 상선약수가 생각난다. 물보다 좋은 게 없다. 물이 없으면 죽음이다. 물이 없으면 삶이 삭막해진다. 물은 부드럽다. 부드럽지만 딱딱한 땅을 녹일 만큼 힘은 강하다. 外柔內剛이다. 선생님들이 부드러우면서 마음이 굳은 학생들을 설득할 만한 힘이 있으니 얼마나 좋으랴! 물은 언제나 먼지를 없애버린다. 요즘 미세먼지 때문에 온 국민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모른다. 미세먼지와 같은 더러운 것을 청결하는 이가 우리 선생님들이다. 물은 언제나 농작물을 풍성하게 만든다. 시들시들하다가 비를 만나면 농작물은 생기가 돈다. 너무 잘 자란다. 학교에서 비실비실거리면서 적응을 못하는 이들을 힘나게 하는 이가 우리 선생님이다. 물은 언제나 아래로 흘러간다. 높은 곳 좋아하지 않는다. 낮아지는 것을 좋아한다. 낮아지는 것도 가장 낮은 곳을 찾는다. 선생님은 아는 것이 많은 지식인이고 지성인이다. 그래도 늘 부족함을 느끼면서 연구에 몰두를 한다. 물은 언제나 쉬지 않고 흘러간다. 쉼없이 흘러간다. 선생님은 조금도 쉴 틈이 없다. 열정적인 모습을 찾아보려면 선생님을 보면 된다. 물은 언제나 깨끗하다. 깨끗한 물은 사람이 찾는다. 우리 선생님들은 도덕적으로 청렴하기에 학생들이 선생님을 찾는다. 순수하고 믿고 따른다. 물은 한없이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결국 물은 바다를 이룬다. 온갖 더러운 것을 다 품는다. 조금도 짜증내지 않는다. 감수한다. 우리 선생님들은 마음이 넓기가 바다와 같다. 아무리 선생님을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애들이 있어도 바다와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어 잘 견디고 잘 이겨낸다. 물은 온도를 낮춘다. 여름 더위에 온도를 낮추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학생들은 열이 올라 어찌 할 줄 몰라 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하는 분이 우리 선생님이다. 물은 갈증을 느끼는 이에게 시원함을 준다. 갈증이 날 때 물이 없으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갈증을 시원케 한다. 이성교제 문제, 친구 문제, 성적 문제, 가정 문제, 진학 문제 등의 만족을 얻지 못해 갈등을 느끼는 이에게 청량음료처럼 시원하게 상담을 해주고 길을 열어준다.
순천동산초등학교(교장 서병춘)는 상록수림으로 둘러싸인 학교로 1925년 동산공립 보통학교로 개교한 이래 1만여 명이상 졸업생을 배출한 역사 깊은 학교이다.전 교직원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미래를 이끄는 창의적이고 능력있는 세계속의 동산인으로 자라도록 꿈과 희망이 영그는 배움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는 1일교육활동을 잘 게시하여 어떤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오늘 주요 사항은 사제동행 아침 독서지도와 4학년 대상의나라사랑교육(시청각실)과 미세먼지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운동장 등, 실외 수업 자제를 추진하고 있다. 4학년을 대상으로 필자가 문답식으로수업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반응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몸을 튼튼히 하는 것도 나라사랑의 한 가지 방법이라면서 아침 밥을 안 먹고 온 학생들이 얼마나 되는가를 알아보니 상당수의 학생들이 있었다. 그런데 한 학생은 엄마가 아침밥을 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학생은인간에게 큰 피해를 주는'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하였다. 필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개인의 욕심이나 국가의 욕심이 전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 학생은 앞으로 공부를열심히 하여 전쟁사 연구를 하면 좋겠다는 격려를 하였다. 이 수업을 종결부분에서 수업 소감을 묻자 정수현(4학년) 학생은 "국방을 튼튼히 하여 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발표하였다. 필자가 5월부터 나라 사랑 수업을 하면서 전남 동부지역의 여러 각급학교를 방문하는 기회를 갖고 있다. 학교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일상생활 모습은 물론 교사 및 관리자들의 모습까지도 눈에 다 들어온다. 때로는 학교문화가 아직도 다른 공적기관과는 달리 냉랭한 모습일 때는 내 자신이 반성을 하게 된다. 우리의 후배들이 이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때 교육계를 잘 모르는 분들이 학교를 방문하면서 느끼는 소감은 어떨까이다. 학교의 교육목표 제1항은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마음이 따뜻한 어린이다. 무엇보다도 인성교육은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습득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특별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도 외부 공공기관에서 강의차 내방한 손님에 대한 예의를 전혀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느끼는 것은 이같은 문화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외부인에 대한 배려하는 인성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지금 우리사회에서는 많은 성들이 무너져 가고 있다. 있다. 그러나 최후의 보루인인성(城)을 가르치는 학교만은 무너지지 않기를 기원하여 본다
5월 26일 오후 4시경 히타카츠항을 출항한 비틀호가 5시 20분경 부산항에 도착했다. 달맞이언덕의 야간 풍경과 해운대모래축제를 보기 위해 해운대해수욕장 앞에 숙소를 정했다. 저녁을 먹고 식당 밖으로 나오니 어둠으로 물든 세상을 인공불빛들이 밝힌다. 아내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달맞이길로 향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동쪽으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길가에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해운대해수욕장과 광안대교 주변의 야경이 아름답다. 그동안 여러 번 들렀던 곳이지만 야간 풍경은 처음이라 새롭게 다가온다. 달맞이길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와우산(높이 109.3m) 중턱의 고갯길로 ‘달맞이고개, 문탠로드’라고도 부른다. 도로변에는 젊은 사람들이 찾는 멋진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영화촬영 장소도 몇 곳 있다. 고갯길 꼭대기 달맞이동산에 해월정이 있고, 달맞이길의 아름다운 월출은 대한팔경 중 하나로 꼽힌다. 달빛꽃잠길, 달빛가온길, 달빛바투길, 달빛함께길, 달빛만남길 등 한적한 오솔길을 밤에도 산책할 수 있도록 조명등이 설치되어 있다. 하늘에 달이 없는 날이었지만 아내와 솔 향을 맡고 운치를 느끼며 추억 쌓기를 했다. 날씨가 흐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일출을 맞이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숙소 앞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해운대모래축제장을 둘러봤다. 해운대모래축제는 2005년 APEC 성공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시작된 모래를 소재로 하는 친환경 테마축제다. 백사장을 캔버스 삼아 풀어놓은 모래조각품들이 어울림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하나되고, 어른과 아이가 소통하고, 꿈과 희망을 키우고, 추억과 낭만을 즐기게 한다. 달맞이길은 벚나무와 소나무가 늘어선 해안도로가 8km에 이르고, 굽잇길이 15번 나온다하여 15곡도로 불릴 만큼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전날 밤에 걸은 길을 차로 넘어 전망대와 해월정에 들르며 청사포로 갔다. 미포, 청사포, 구덕포가 해운대의 삼포다. 청사포는 달맞이길 너머의 바다마을로 터널을 뚫기 전에는 해운대에서 송정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수령 300여년의 망부송, 해변철길, 아름다운 일출, 갯바위 낚시, 질 좋은 미역이 유명하다. 멋지게 생긴 용비늘 와송나무에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이 마을에 모두 부러워할 만큼 금슬이 좋은 정씨 부부가 고기잡이를 하며 살았는데 바다에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부인이 소나무 두 그루를 심고 나무에 올라가 수년을 기다리다 죽어 망부송이 되었고, 부인을 가엽게 여긴 용왕이 푸른 뱀을 보내 남편을 만나게 해 청사포가 되었단다. 방파제 끝 등대까지 나가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곳에서 육지방향을 바라보면 해안선이 길게 뻗어 있고 그림 같은 집들이 언덕위에서 포구를 내려다보고 있어 유럽의 바닷가에 있는 것처럼 운치가 느껴진다. 송정해수욕장은 물이 맑고 모래가 고운데다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하여 가족이나 연인들의 피서지로 좋다. 해운대와 송정을 연결하는 도로와 송정터널이 개통되고 관광객도 많아졌다. 작은 포구마을(구덕포)에서 죽도공원까지 이어지는 해안선이 아름답고 해안을 따라 자연산 회를 취급하는 횟집들이 많다. 송정해수욕장 끄트머리에서 만나는 죽도공원은 울창한 소나무 숲에 휴식공간이 조성되어 그늘에서 편히 쉬기에 좋다. 이곳 바닷가 바위 위의 팔각정자 송일정은 일몰이 아름다운 장소로 유명하다. 송정해수욕장은 해운대나 광안리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남아있어 정이 간다. 기장해안로에서 연화리 방향 해안으로 들어서면 등대길이 시작되고 서암마을 앞바다에서 개성이 넘치는 이색등대들을 만난다. 연화리를 1구는 서암, 2구는 신암으로 구분하는데 서암마을에서 바다방향을 바라보면 4개의 등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의 오른쪽과 왼쪽에 흰색의 젖병등대와 빨간색의 차전놀이등대, 멀리 대변항의 출입문인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장승등대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념하는 월드컵등대까지 바다위에 등대박물관을 만들었다. 등대에도 각각의 사연이 담겨있다. 뱃머리를 닮은 차전놀이등대는 힘과 권력을 상징하는 닭의 벼슬처럼 보여 닭벼슬등대로도 불린다. 젖병등대는 당시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았던 부산시에서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방파제를 따라가면 젖병등대를 축소한 사랑의 편지함이 있다. '젖병등대, 부산의 미래를 밝히다.' 젖병등대의 동판에 있는 문구처럼 부산의 미래를 밝힐 144명 영유아의 손과 발을 하나하나 양각한 타일이 이색적이다.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들이 학창시절을 보낸 대변항은 해마다 5월초에 멸치축제를 여는 항구다. 미역도 이곳 기장의 자랑거리다. 해안을 따라 멸치회와 장어구이를 파는 횟집들이 즐비하고 멸치를 말리거나 크기별로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연화리와 대변리는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운 이웃이다. 옛 이름이 용암인 대변항은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어촌 100곳 중 하나로 천혜의 조건을 가진 어항이다. 죽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들이 참 많다. 연화리 2구 신암선박출입항신고소 앞에 있는 섬이 대변항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죽도다. 올해 완공된 너비 2미터, 길이 65미터의 연죽교가 대변항과 죽도를 연결한다. 다리위에서 바라보면 대변항과 뒤편의 봉대산이 멋진 풍경을 만든다.
5월에 들어서며 말경에는 아내와 오붓하게 남쪽을 다녀오기로 했다. 여행을 앞두고 우연히 해양성기후라 궂은 날이 많은 대마도가 우기에 이틀간 맑다는 것을 알았다. 늘 그렇듯 여행은 날씨가 한몫한다. 그래서 날씨에 맞춰 25일은 대마도, 26일은 부산, 27일은 울산에서 숙박하는 3박 4일짜리 여행을 떠났다. 사방을 연결한 고속도로 덕분에 청주에서 부산이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다. 여행이 생활의 일부분이 되며 몸도 장거리 운전을 즐긴다. 교통량이 적은 평일이라 청주상주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대구부산고속도로를 3시간여 달리면 부산역과 가까운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한다. 여객터미널의 1층은 주차장, 2층은 입국장, 3층은 출국장이다. 3층에서 출국수속을 하고 부산항과 부산항대교가 만든 바다풍경을 감상한다. 12시 30분이 되자 일본인 승무원들이 맞이한 비틀호가 1시간 10분 거리에 있는 대마도의 히타카츠를 향해 출항한다. 부산항대교 밑을 통과하면 북동쪽의 신선대와 남서쪽의 국제크루즈터미널을 지난다. 3년 전, 부산 여행길에 너무나도 날씨가 맑아 혹시나 하고 신선대에 올랐었다. 그때 수평선 위로 기다랗게 모습을 드러냈던 대마도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날씨가 화창한 날 쾌속선 안에 갇혀 수평선만 바라보고 있으려니 크루즈에서 자유를 누리며 일본을 여행했던 기억도 새롭다. 대마도는 일본에서 부르는 쓰시마(つしま)보다 대마도라는 명칭이 더 익숙한 섬으로 부산까지 49.5km, 후쿠오카까지 142km 거리에 위치해 일본 본토보다 한반도가 훨씬 가깝다. 또한 조선통신사들이 외교를 펼치며 오가던 징검다리로 일제강점기의 한과 조선 마지막 황녀의 흔적이 남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대마도는 히타카츠항이 위치한 북쪽의 상대마도와 이즈하라항이 위치한 남쪽의 하대마도로 나뉜다.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의 남쪽과 대마도의 북쪽이 가까워 부산항에서 히타카츠는 1시간 10분, 이즈하라는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대마도 안에서는 버스투어가 이뤄져 부산항에서 대마도에 입출항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히타카츠항·이즈하라항 중 한곳에서 입출항하거나 히타카츠항·이즈하라항 중 한곳으로 입항해 다른 곳으로 출항할 수 있다. 내가 이용한 발해투어의 비틀호는 첫날 히타카츠항으로 입항해 다음날 다시 히타카츠항에서 출항했다. 대마도(對馬島)는 나가사키현에 딸린 섬으로 전체가 쓰시마시에 속한다. 쓰시마시청은 면적이 작지만 본토와 가까운 하대마도의 이즈하라에 있다. 당연히 상대마도의 히타카츠는 이즈하라보다 작은 도시이다. 그래서 일본의 화려한 도시를 상상하고 여행 온 사람들은 히타카츠항이나 여객선터미널의 모습에 실망한다. 어쩌면 작은 터미널의 입국심사장에서 양쪽 검지 지문과 얼굴 사진을 찍으며 역시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것을 실감한다. 히타카츠에서 이즈하라까지는 관광버스로 2시간 거리다. 거제도보다 작은 섬이지만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협소한 길이 이어지고, 상대마도의 위쪽에서 하대마도의 아래쪽까지 83㎞ 거리에 터널이 65개나 있는데다 가끔 일방통행 도로를 만나 이동시간이 길다. 그래도 멋진 바다풍경과 밀림을 지나듯 좌우로 늘어선 편백나무들이 여행을 즐겁게 하고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도 배운다. 차창 밖으로 흑전복과 적전복을 비롯하여 김·톳·가리비 양식장, 벌통과 버섯, 다랭이 논밭, 꾸미지 않은 집들이 스쳐 지나간다. 대마도는 국립공원에 준하는 명승지인 국정공원지역으로 길가에 휴게소도 없다. 하대마도의 이즈하라에 대마도의 전체인구 32000여명의 반에 해당하는 15000여명이 거주한다. 시계탑이 보이는 쓰시마시청 주변이 이곳에서는 가장 화려하다는 번화가로 가장 큰 건물인 교류문화센터와 가장 높은 건물인 대마호텔(6층)이 이곳에 있다. 우리의 역사 유적들도 길 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난다. 금석성은 도주 자리를 노린 친척이 대마호텔 부근의 도주관아에 불을 지른 대마도판 왕자의 난 때 불을 뚫고 도망친 장소에 3번째 성을 쌓은 관아로 소실되었다. 금석성의 대문격인 야쿠라몬(樓門)은 1990년 복원한 대마도에서 일본색이 가장 짙은 건축물이다. 1811년 제12회 조선통신사 366명은 에도까지 가지 못하고 대마도에서 국서를 전달했다. 이때 조선통신사의 국서를 접수하기 위해 일본 본토에서 대마도로 건너온 ‘통신사 접반사’가 13군데 임시거처를 마련했던 곳에 세운 비가 조선통신사막부접우노지로 금석성 안에 있다. 덕혜옹주결혼봉축비(李王家宗家伯爵御結婚奉祝記念碑)는 결혼을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1912년 고종의 고명딸로 태어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덕혜옹주가 1925년 일본으로 끌려가 대마도주의 입양아 후예인 다케유키와 정략결혼을 할 수밖에 없던 우리의 아픈 근대사라 가슴이 쓰리다. 한말 비운의 역사 희생양인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는 결혼 후 조발성치매증 악화·이혼·딸의 자살 등 비극을 겪다 1962년 귀국해 낙선재에서 지내다 1989년 한과 애달픔이 많은 삶을 마감하였다. 십시일반으로 비를 세운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아랫단 위에 그 당시를 상징하듯 동전들이 놓여있다. 야쿠라몬 안쪽에 역관사와 상인들의 교역장소로서의 기능이 컸던 조선통신사의 영빈관이 지금의 체육관 자리에 있었다. 체육관을 건축할 때 땅에서 고려기와, 조선기와, 조선토기가 출토되었다. 쓰시마시청 옆 언덕 위에 고대부터 현대까지 대마도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자료를 전시해 놓은 대마역사민속자료관이 있다. 조선통신사 행렬을 그린 두루마리 그림, 덕혜옹주 남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 내부촬영은 할 수 없다. 자료관 앞마당에 조선국통신사지비, 주환조난자위령탑, 성신지교린 표석, 고려문이 있다.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이후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회에 걸쳐 조선에서 일본으로 파견하던 사절단으로 정사와 부사, 종사관 등 500여명의 대규모 인원이 한양에서 출발해 부산과 일본의 대마도, 시모노세키 등을 거쳐 에도까지 가는 데 반년 이상 걸렸다. 통신사행렬의 일본 첫 기착지였던 대마도의 이즈하라에 1992년 조선국통신사지비를 세웠다. 성신지교린(誠信之交隣)은 아메노모리 호슈의 외교 정신으로 조선통신사를 통해 조선과 일본이 교류하였듯이 '진정으로 믿음을 갖고 이웃끼리 교류한다'는 뜻이다. 1990년 당시의 노태우대통령이 일본 궁중만찬에서 이 말을 인용했다. 주환조난자위령탑은 2차 세계대전 때 조난된 사람들을 기리는 위령탑이고 고려문은 대마도 번주의 관사로 들어가는 출입문이다. 신사의 입구에는 커다란 문으로 글자 '天'을 닮은 도리이(鳥居)가 있다. 신도에서는 새를 사람의 뜻을 신에게 전달해 주는 신의 사신이라고 믿어 새가 쉬어 가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도리이(とりい)라고 부른다. 신사에서 만나는 도리이의 수나 재료가 다양하다. 이즈하라를 여행하며 일본의 날조된 역사를 만난다. 시내의 하치만궁 신사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일본 사가들이 삼한을 정벌하였다는 신화속의 인물 신공황후를 모시는 신사다. 마리아 신사는 고니시 유키나가의 딸 고니시 마리아와 그녀의 아들이 모셔진 신사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우리나라를 침략하기 위해 대마도주 소요시토시와 그의 부하였던 유키나가의 딸 마리아를 정략결혼 시킨 슬픈 이야기도 전해온다. 히치만궁신사에서 사무라이 거리로 가는 길에 종의지공지상을 만난다. 조선과 대마도의 관계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야욕이 발동한 임진왜란으로 단절되었다. 조선과의 교류는 대마도의 생사가 걸린 일이라 대마도주 종의지(宗義智)는 7년간의 임진왜란이 끝나고 조선과의 교역을 재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성씨를 가지고, 칼을 2자루씩 차고 다니며, 칼로 사람을 죽여도 처벌받지 않는 3대 특권을 주며 강한 것을 아름답다고 잘못 미화시킨 게 사무라이다. 막부시대의 사지키바라성 아랫마을 무가저택들이 있던 거리를 정비하여 사무라이 거리를 만들었다. 돌담이 아름다운 이곳의 나카라이 토슈이 기념관은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부산에서 소년기를 보낸 토슈이의 생가다. 기념관은 자료전시와 지역주민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토슈이는 한국을 존경하던 도쿄 아사히신문의 기자로 춘향전을 최초로 번역하여 일본에 소개한 문인이었다. 토슈이의 제자로 그를 연모했던 히구찌이치요는 일본의 유명한 시인이며 소설가로 5000엔 지폐에 등장하는 훌륭한 여성이다. 이즈하라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의 수선사는 골목으로 들어서야 만난다. 수선사는 656년 비구니 법명이 건립한 백제의 사찰로 단식 끝에 대마도에서 순국한 최익현선생의 시신이 이틀 동안 안치되었던 곳이다. 수선사에 들어가면 오른쪽 맨 앞에 '대한인최익현선생순국지비'가 서있다. 면암 최익현 선생은 병자수호조약을 반대하는 지부소(도끼를 가지고 상소를 올리며 답을 기다리는 것)를 올렸다가 흑산도로 유배당할 만큼 강직한 분으로 1906년 의병을 일으켰으나 동포끼리 싸울 수 없다며 의병을 해산하고 일군에게 잡혀 대마도에 감금당했다. 대마도 경비대장이 내가 주는 음식을 먹고 내 말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자 노구에도 감옥에서 단식으로 버티다가 3개월 만에 돌아가신 애국지사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서산새마을금고(이사장 김정한)는 6월 15일(수) 서산 서령고를 찾아 학생 여섯 명에게 각각 50만원씩 장학금 300만원을 기탁했다. 김정한 이사장님은 장학금을 전달하며 “서령고는 서산지역뿐만 아니라 충남에서도 알아주는 명문고로, 이런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고자 장학금을 기탁하게 됐다.”며 “아무쪼록 명문고에 걸맞는 실력과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동민 교장선생님께서는 “어려운 경제 환경 하에서도 미래의 인재양성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본교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김정한 이사장님과 서산새마을금고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지역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화답했다.
오래 전 전교조 선생님이 한국전쟁을 가르치는 수업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동영상에는 한국전쟁(6.25)은 미군이 유발시켜 발생했으며 미군 개입에 의한 우리 국민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라고 가르쳐 잘못하면 북침 전쟁이라는 인식까지 심어줄까 염려되어 잊혀져가는 6.25에 대해 이 글을 쓴다. 먼저 6.25가 발생했을 당시 한국에는 미군이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대답은 우리 땅에 미군이 한명도 없었다. 미군이 없는 한국 땅에는 좌와 우로 나눠 혼란이 극에 달했다. 우리 땅에는 이전에 없던 38선이라는 경계선이 생겨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국경의식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은 남북분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북진통일까지 주장하여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2차 세계대전의 산물로 얻어진 주권은 자주성을 침해받으며 남북을 하나의 나라로 만드는 주권 선택 문제도 모스크바 삼상회담, 미소공동위원회 등 대립각만 세워 정치적 혼란과 군사적이 충돌은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주권 문제는 남과 북이 갈린 채 미국과 소련이 개입하여 별개의 정부를 세우는 형국이 되었다. 유엔군이 주둔한 남한 땅은 미군정 하에 1948년 3월 31일 이전 유엔 감시 아래 총선거를 실시하며, 이를 위해 유엔임시위원단이 선거 및 정부수립을 감독하고, 통일정부가 수립되면 모든 외국군을 철수시킨다는 계획을 마련했으나 중국대륙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국민당의 쇠퇴와 공산화 가속 등 예상하지 못한 사태 야기로 미국의 한반도정책은 주한미군 철수로 귀착되었다. 당시 미국은 중국 내전으로 국민당 정부(장개석)를 지원했지만 공산당(모택동)에게 몰락의 길을 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의 빌미를 만들었다. 이는 미국의 적이 전범국가 일본과 독일에서 전쟁을 함께 수행했던 소련과 중국이 잠재적 적국으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미국과 정치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스탈린과 모택동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동북아시아 군사적 영향력 확대와 힘의 균형 유지를 위해 오키나와 미군 주둔을 결정하고 극동지역 방어라인을 구성하였는데 당시 국무장관 이름을 딴 애치슨라인이다. 애치슨라인은 한반도를 포함시키지 않은 동해 동쪽으로 설정했다. 그것은 한반도가 미국의 잠재적 적극 중국과 소련 턱밑에 위치하여 충돌 위험이 높으며 한반도 충돌 시 핵무기 사용 등 세계대전까지 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한반도(한국)는 충돌위험의 완충지대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를 대비하여 감군과 국방예산의 감축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며 오키나와에 미군주둔을 결정했다. 1947년 10월 미 육군부는 우리 땅에 미군철수를 염두에 두고 맥아더와 하지에게 한국군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하지는 그 달 남한에 사령부와 지원부대로 구성된 6개의 사단을 편성하고, 그 무기와 장비는 1년간 미군에 의해서 지원되고 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맥아더는 한국에 국방군을 설치하는 것은 유엔 총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는 연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4부조정위원회 실무단의 검토로 넘겨져 사실상 육군부와 공군 관련기관 사이를 선회하며 미국의 정치·군사 지도자들 간에 남한의 국방군 건설과 관련하여 논의만 계속하는 동안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는 1948년 2월 8일 ‘조선인민군’의 창설을 전격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48년 4월 미 국무부는 하지 중장에게 동년말까지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도록 한국 측과 협정 체결을 지시했다. 같은 해 우리 정부 수립을 앞두고 5만 명 수준으로 경비대 병력을 증원하고, 미군 철수를 결정하고 무기와 장비는 이양시킨다는 조선경비대 증강계획을 추진했다. 이렇게 하여 주한미군은 1948년 9월 15일부터 철수를 시작하여 1949년 6월 30일부로 철수를 완료했다. 미군이 한명도 없는 남한 땅에 무기와 장비 이양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북의 김일성에게 전쟁 발발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템플스테이, 절집에 드는 것은 바쁜 일상에 쫓기는 나를 내려놓고 나를 채우는 일이다. 적막을 깨는 예불소리, 풀벌레소리, 숲속 나뭇잎에 스치는 바람소리만으로도 마음의 찌꺼기를 씻어내는 힐링 그 자체다. 교총회원과 가족 27명은 지난 11~12일 경기 남양주 운악산 자락에 있는 봉선사에서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에 흠뻑 빠졌다. 앞선 8일 교총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업무협약을 맺고 템플스테이 활성화를 위해 매달 무료 체험을 진행하는데 따른 첫 일정이다. 저마다 부모님, 배우자, 자녀의 손을 잡고 참여한 이들은 달빛이 머문 자리, 휴월당에 여장을 풀고 모처럼 여유와 평온이 깃든 쉼을 누렸다. 1박2일 동안 이어진 참선, 새벽 예불과 백팔배, 숲길 걷기 명상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를 찾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혜련 서울 상명사대부속여고 교사는 “30분의 짧은 참선이지만 살면서 단 5분도 멈춰본 적 없는 내 삶을 오직 호흡에 집중하며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둘째 날 새벽 4시, 설법당에서의 백팔배는 모든 이에게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무릎 꿇고 번뇌를 지우며 마음이 멈춘 곳에 진짜 마음이 말을 건네 왔다. 욕심이 눈을 흐려 보이지 않던 만물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김태영 강원 철원여고 교사는 “나로 인해 상처받았던 아이들과 더 사랑해주지 못했던 아이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아이들로 행복했던 지난 5년을 떠올리며 감사했다”며 “학교로 돌아가 더 많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는 다짐을 수없이 되새기며 백팔배를 마쳤다”고 말했다. 다음 참가자에게 공양할 연잎밥 만들기를 끝으로 속세로 돌아오는 길, 맛보기 템플스테이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표정이다. 길준선 경기 풍양초 교사는 “잊을 수 없는 행복과 자유로움을 느꼈다”며 “최소 2박3일 일정으로 다시 봉선사를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템플스테이가 오랜 버킷리스트였다는 김유진 세종 고운유치원 교사는 “부처님 얼굴이 우리 아이들 얼굴이구나 깨달았다”며 “더 사랑하고 존중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교총 회원은 전국 29개 사찰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에 참가할 경우 본인과 동반 2인(총 3인)에 대해 20% 할인 혜택을 받는다. 또 올해 11월까지 매달 20명에게 무료 체험 기회도 이어간다. 7월 체험처는 강원 백담사다. 참가 신청은 교총 복지플러스 홈페이지(www.kftaplus.com)에서 하면 된다.
자신의 롤 모델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이서 찾도록 노력하라! 학기 초. 아이들의 영어 어휘력 향상을 위해 좋은 방법을 고민하던 중 생각해낸 것이 일주일에 한 번 단어 시험을 보는 것이었다. 내 결정에 아이들은 불만을 토로하였으나 영어 공부를 하는데 어휘력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난 뒤, 단어 시험을 시행하였다. 하루에 30개 이상의 단어를 제시하고 난 뒤, 매주 금요일에 100단어 시험을 보는 것으로 하였다. 그리고 합격점을 80점으로 정하고 합격한 아이들에겐 거기에 상응하는 상을 주기로 하였고 80점 미만인 아이들에겐 소량의 과제가 주어졌다. 아이들 대부분은 과제를 하지 않기 위해서 매일 부여된 단어를 열심히 외우는 것 같았다. 물론 시험 하루를 남겨놓고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학급마다 이런 식으로 단어를 외우는 아이들 중 단어 시험을 통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매번 단어 시험을 볼 때마다 100점을 맞아 다른 아이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2학년 ○반 ○○○이었다. 순간, 그 아이의 단어 외우는 방법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수업에 앞서, 그 아이에게 단어 암기 KNOW HOW를 친구들에게 공개해 볼 것을 주문하였다. 내 요구에 ○○이는 자신의 공부 방법에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다며 말하기를 꺼렸다. “얘들아! ○○이의 공부 방법이 궁금하지 않니?” “네∼, 선생님.” 내 질문에 아이들은 환호하였고, 그 소리에 ○○이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교단 쪽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자신만의 공부 비법을 털어놓기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이의 공부 비법에 귀를 기울였고 중간 중간 질문을 던지기도 하였다. ○○이의 공부 비법은 다름 아닌 자투리 시간의 활용이었다. 자투리 시간만 잘 활용하면 단어를 외우기 위해 별도의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의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가끔 복도나 교정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이의 손에는 늘 단어장이 쥐어져 있었다. 매일 아침 아버지의 차로 등교하는 ○○이는 그 시간도 단어를 외우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단어를 외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학교생활 중 자투리 시간(쉬는 시간, 점심시간, 저녁시간 등)을 최대한 활용해 볼 것을 조언하였다. 특히 벼락치기는 공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가능한 하루하루 계획을 세워 실천할 것을 주문하였다. 지금까지 고3 담임을 역임하면서 느낀바, 상위 5%에 해당하는 대부분 우수한 학생들의 공부 비법이 자투리 시간의 최대 활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수업 시간 집중력은 내신 성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대학에서의 모든 전형이 학교생활을 충실한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그들은 이것을 실천해 온 것이었다.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롤 모델을 멀리서 찾으려고만 한다. 2학년 ○반의 ○○이야말로 아이들의 롤 모델로 부족함이 없는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이는 내신 성적이 최상위권이면서 수업시간 집중력 또한 나무랄 데가 없는 아이이다. 사실 가장 훌륭한 롤 모델은 항상 가까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학급에는 공부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분야에 뛰어난 아이들이 많이 있으리라 본다. 우선 롤 모델이 친구라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어쩌면 그 친구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는 훌륭한 스승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롤 모델을 통해서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가져보라. 그러면 분명 어제와 다른 오늘을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이의 공부 비법 발표 이후, 2학년 ○반의 학생들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다. 단어 시험을 보면 늘 합격자가 10명도 채 되지 않았던 합격자 수가 무려 20명 이상이 넘어 나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그리고 자투리 시간 우연히 마주치는 아이들의 손에는 늘 단어장이 쥐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실상 2017 대선 출마를 시사해 관심이 집중됐다. 그 과정에서 그는 분열을 얘기했다.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내부에서 여러 가지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고 이런 것이 해외에 가끔 보도되는 걸 보면서 약간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다”고 대답한 것. 그런 분열을 통합할 지도자가 나와야 하고, 자신이 그 적임자임을 에둘러 밝힌 것이든 아니든 그런 보도를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지난 2월 새 학기를 앞두고 극명하게 분열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는 ‘친일인명사전’이 그것이다. ‘친일인명사전’은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발간한 3권짜리 책으로 4389명의 친일행적을 기록해놓고 있다. 프랑스의 나치청산처럼 친일에 대해 혹독한 단죄를 하지 못한 나라이니 애오라지 역사적 의미에 빛나는 ‘친일인명사전’이라 할만하다. 서울시의회가 그런 역사적 의미를 먼저 깨달았다. 2014년 12월 ‘친일인명사전’을 각급 학교에 배포하기 위한 구매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 “독일에서 나치의 잘못을 가감없이 가르치는 것처럼 우리도 친일에 대해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서울시 관내 중⋅고교 583곳에 구입 예산을 내려보낸 것은, 그러나 2016년 2월이다. 교육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이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된 친일인명사전을 학교 도서관에 비치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반발, 1년 남짓 예산 집행이 미뤄진 것이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던 ‘친일인명사전’ 배포는 서울 디지텍고가 예산반납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후 예산 반납 학교는 30여 곳으로 늘어났다. 서울 사립 중⋅고교 교장회는 항의 성명을 내기까지 했다. 보수성향 학부모 단체는 지방재정 위반과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서울시 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교육부도 나섰다. ‘친일인명사전’ 일괄 구매요구가 학교의 자율적인 도서구입 권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확인에 나선 것이다.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해 학교의 선택권을 아예 없애려는 정부가 학교의 자율성 운운하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지만, 분명한 건 있다. 정부가 ‘친일인명사전’ 배포의 방해꾼이란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친일인명사전’ 필사본 제작 범국민운동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민국 국민 4389명이 모여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4389명 친일인사들의 이름과 행적을 1명씩 베껴쓰는 운동을 펼치기로 한 것. 8월 15일 광복절 이전 발간할 계획도 밝혔다. 한편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도 ‘친일인명사전’의 각급 학교 적극 비치를 제안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제안을 즉각 받아들여 전체 769개 교중 아직 없는 478개교의 ‘친일인명사전’ 구입 예산을 1차 추경에 편성한다고 밝혔다. 서울에서처럼 학부모 단체 등의 반발은 없었다. ‘친일인명사전’의 두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다. 내용은 한가지인데, 그걸 해석하는 시선이 그렇듯 분열적이란 사실이 진짜로 두렵다. 특히 사립학교 교장들의 예산반납은 지금껏 본 적 없는 낯선 풍경이라 놀랍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이란 주장이다. 그들 모두가 친일파 후손들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부끄럽지만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거부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 설사 친일파 후손들이라해도 그래선 안된다. 더 이상 과오의 역사를 후손에게 남겨줘선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