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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십여 년 전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다. 삼우제를 끝내고 돌아와 아이들 앞에 서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이들도 내 가슴에 달려 있는 상장(喪章)을 보고 무슨 영문인지를 눈치 챘다. 나는 아이들에게 연습장을 한 장 찢으라고 말했다. 칠판에 ‘나의 슬픈 이야기’라고 적으며, “오늘 너희가 쓸 글의 주제”라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글을 쓰기 전에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며, 나의 오래된 이야기를 꺼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나의 부모님은 몇 달 동안을 별거하셨다. 엄마와 떨어져 사는 동안 제일 슬펐던 것은 생일을 혼자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미역국을 끓여주고 잡채를 해줄 엄마가 내 옆에 없다는 것이 몹시 서러웠다. 엄마와 다시 같이 살게 된 것은 엄마의 자궁암 발병 때문이었다. 엄마는 자궁을 들어내는 대수술을 하셨다. 죽음이 임박했다고 생각했는지, 나에게 살갑게 대해주지 않으셨다. 나는 빨리 나아야 한다고 엄마의 손을 꽉 그러쥐었다. 그런데 엄마는 내 손을 세차게 뿌리쳤다. 이럴 수가!? 창가로 달려가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엄마가 정신이 없으셔서 나를 몰라본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내가 귀찮아서 나를 뿌리쳤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하염없이 울었다. 이야기를 마친 후 아이들에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가슴에 묵혀둔 서러운 이야기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연습장에 마음대로 써보는 거다. 묵힌 이야기를 털어 내버리는 거다.” 나의 이야기를 먼저 해주고 난 다음에 아이들이 쓴 글은 다른 때와 달리 매우 진솔했다. 아이들은 부모님의 별거, 실직, 이혼, 죽음 등 자신의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꾸밈없이 꺼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빠와 엄마는 자주 싸웠다. 어느날 아빠와 엄마가 싸우고 난 뒤, 엄마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휴대전화도 없었던 때라 엄마에게 연락도 할 수 없었다. 엄마가 집을 나간 지 사흘째 되는 날, 아빠와 나는 잠실 지하상가 커피숍에서 엄마와 만났다. 아빠는 엄마와 조용히 상의할 것이 있으니 너는 롯데월드에서 놀다 오라며 나에게 이만 원을 주셨다. 나는 놀러 갈 기분이 나지 않았지만, 혼자서 롯데월드로 갔다. 놀이공원에서 부모님과 같이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왠지 나만 세상에 버려진 것 같아 자꾸 눈물이 났다. 두 시간이 지나 나는 잠실 지하에 있는 커피숍으로 갔다. 아빠와 엄마는 여전히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빠의 목소리가 화난 목소리였다. 엄마의 목소리도 그랬다. 나는 대체 무슨 말인가 그 목소리의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당신이 엄마니까 아이를 책임지라고. 아빠 혼자 어떻게 아이를 길러.” “내가 당신의 아이를 왜 길러. 아이는 아빠가 책임져.” 아빠와 엄마는 서로 나를 책임질 수 없다며 싸웠다. 내가 그렇게 쓸모없는 존재란 말인가. 그렇다면 무엇하러 자식을 낳았단 말인가.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와 엄마를 향한 나쁜 말이 내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나는 울면서 지하 커피숍을 뛰어나왔다. 이 글을 쓴 학생은 선생님에게 태도가 늘 불손했고, 눈빛도 늘 반항적이어서 소위 ‘눈 밖에 난 학생’이었다. 그러나 이해는 곧 사랑이라던가. 그가 쓴 글을 읽고 나자 그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고, 그의 반항적인 눈빛도 이제는 거슬리지 않았다. 그 학생의 글을 만나게 된 후, 나는 내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학생들도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학기 초가 되면 ‘나의 슬픈 이야기’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그의 슬픔을 확인하게 되면 그는 더 이상 예전의 그로 보이지 않는다. 그의 슬픔이 그의 존재를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이번 봄에도 ‘나의 슬픈 이야기’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연들을 썼다. 타인의 진정(眞情)을 불러내는 것은 나의 진정이다. 선생은 가르치려는 자이기보다 자신의 진정을 먼저 드러내는 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월은 가도 진정한 이야기는 남는다. 가슴에 남는 이야기, 그것이 시와 소설과 노래의 싹이다. 아이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의 싹이 싱그럽게 자라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 싹을 품고 키워줄 이 땅의 선생님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교사는 웬만해선 “힘들다”는 말을 학교 밖에서 하지 않는다.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들도 힘들다. 아니, 요즘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만나는 건 ‘감정노동자’ 못지않다. 가장 분통 터지는 것은 일방적으로 당해도 ‘교사라서’, ‘교사니까’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서 교원에 대한 사회적 예우, 경제적 우대, 교육활동보호를 법률로 정했다고는 하지만 ‘법’이라기보다는 ‘도덕’에 기댄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속편하다. 교사에게 ‘책임’과 ‘의무’만을 강조하는 시대, 개인적 욕구는 숨긴 채 ‘교사’라는 가면을 쓰고 하루하루 힘겨운 학교생활을 버티고 있다. 가르치는 것이 가장 쉬웠어요 교사들이 학교에서 겪는 고충은 생각보다 심하다.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 관리자, 교직원 등 상대하는 인적 구조도 복잡하고,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에서부터 ‘지킴이’와 같이 퇴직 후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보조 인력까지 만나는 연령대도 폭이 넓다. 게다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생활하다 보니 예기치 못한 스트레스 요인이 곳곳에서 지뢰처럼 터진다. 몸과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지만 ‘교사이기때문에’ 차마 병원이나 상담소를 찾지 못한 채 병을 키운다. 그러는 사이 상황은 악화되고,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서 본질은 왜곡되고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가르치는 것이 가장 쉬웠어요”라고.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 서비스 요구와 학생인권에 밀려 ‘교사의 예우’는 명문화에 그치고 있는 지금, 동료교사들이 겪었던 가슴 아픈 사연을 통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일방적인 학부모의 막말, 욕설…. 담임 교체까지 당해야 했던 A 교사 A 교사는 지각한 철수(가명)를 지도하다가 튄 침 때문에 병가까지 내는 봉변을 당했다. 미안한 마음에 사과했지만, 철수는 A 교사가 침을 뱉었다고 주장했고, 철수 부모님은 A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생전 들어본 적이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일방적으로 욕을 하고 전화를 끊는 학부모의 태도에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교사라는 신분 때문에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비참하고 참담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와 얘기하기에는 부끄러웠다. 괴로운 마음에 병가를 냈다. 그런데 이번엔 일부 학부모들이 담임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철수는 학급 임원이었고, 그의 부모 역시 학부모 임원을 맡고 있었다. 결국 이 일이 발단이 되어 A 교사는 담임에서 교체되고 말았다. 교사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학생지도가 너무 어려운 B 교사 교직경력 2년 차인 B 교사에게 용희(가명)는 교장·교감보다 훨씬 크고 무서운 존재이다. 용희는 학기 초부터 다른 아이들과 무리 지어 B 교사를 비웃기 일쑤였다. 수업을 방해하고, 아이들을 선동해서 B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도 그냥 두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사소한 트집을 잡고 욕설과 비난을 일삼았다. 그래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주먹을 썼다. 용희 부모님께 협조를 구했지만, 부모 역시 B 교사를 무능하다고 비하하며 생활지도에 협조하지 않았다. 학생의 성희롱에도 그저 참아야만 했던 C 교사 20대의 C 여교사는 지난해 학생들에게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남학생 몇 명이 스마트폰으로 C 교사의 치마 속을 찍은 후, 영상을 유포했다. C 교사는 학생선도위원회를 열어 잘못을 추궁했지만, 학생들은 “장난한 것 가지고 뭘 그러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학부모는 한술 더 떴다. 학생선도위원회에서 결정된 처분이 너무 심하다며 항의했다. 너무 억울해 학교 측에 도움을 호소했다. 그런데 ‘그만한 일로 뭘 그리 수선을 떠느냐’라는 핀잔만 돌아왔다. [PART VIEW]나이 많은 실무원의 월권행위로 스트레스 받는 D 교사 특수학급 담임을 6년째 맡고 있는 D 교사는 자신보다 경력이 많은 특수교육실무원(이하 실무원)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실무원은 학교 이동을 하는 일반학교 특수교사와는 달리 같은 학교에서 계속 근무를 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D 교사보다 다양한 정보를 갖고 생활하고 있었다. 걸핏하면 나이를 핑계로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정규수업시간에 수시로 참견하는 등 월권행위를 일삼았다. 교감에게 하소연했지만 ‘알아서 잘하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행복한 선생님, 행복한 학생 학생과의 관계에서 시작된 사건이 학부모와 관리자에게까지 확산된 A 교사,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누적된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로 괴로운 B 교사,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혼자 감내해야 했던 C 교사,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교직원과의 갈등으로 스트레스받는 D 교사.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대상과 내용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해결점이 있다. 해결점에서 스스로 ‘교사’라는 신분 때문에 자괴감에 빠지거나 자존감이 낮아져서는 안 된다. 몸을 단련하여 근육이 생기면 튼튼해지는 것처럼 마음의 근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문상담가를 만나지 않더라도 평상시 마음의 근육을 키워, 마음의 상처를 덜 받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 1단계 _ ‘사실’만을 본다. 사안에 대하여 사실과 감정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을 빼내면 사람은 이성적으로 된다. 그래서 사실 중심으로 대화하면 일의 해결이 훨씬 수월하다. ● 2단계 _ ‘나’를 관찰한다. 자신이 사안의 어느 지점에서 걸리는지 찾는다. 경험은 구조적이다. 따라서 같은 사안이라도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학생이 비속어를 쓸 때 아무렇지도 않은 교사가 있고, 수치심을 느끼는 교사가 있고, 같이 비속어로 대꾸하는 교사도 있다. 교사가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여 어느 지점에서 무의식이 올라오는지 알 수 있다면 마음의 고통을 훨씬 줄일 수 있다. D 교사의 경우 실무원의 언어습관에서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인식하여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 3단계 _ ‘긍정적 의도’를 파악한다. 사안의 당사자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의도(잠재적인 욕구, 원하는 것)가 무엇인지 생각한다. 사건은 순간적인 감정 폭발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을 위한 긍정적인 의도가 있다. 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관련자의 핵심감정을 파악하고, 언어습관을 인지한다. ● 4단계 _ ‘지지자’를 찾아라. 혼자서 해결하기보다는 동료나 선배, 가족, 상담가 등과 함께 문제해결을 한다. B 교사의 경우 동료교사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5단계 _ ‘상담·의료·법률’적 도움을 요청한다. A 교사나 C 교사의 경우 교권침해사례이다. ‘교사’이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 몸과 마음의 상처가 더 깊어졌다. 어디다 도움을 요청할지 막막하고, 외부에 알리기도 부끄럽다. 따라서 교원심리상담을 바탕으로 사안 처리 로드맵을 갖고 종합 지원을 할 수 있는 교사들의 힐링센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교원이 법적·제도적·심리적인 보호 안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올해부터 확대·운영될 예정인 교원치유지원센터가 교원의 몸과 마음을 ‘토닥’여 줄 수 있는 종합지원센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리과정 예산 부담은 누구? … 20대 국회 초반 여야 격돌할 듯 여소야대 정국으로 교육계 지형은 상당 부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총선 전 잠시 봉합됐던 누리과정은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여야 간 대결구도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4월에 경기·경남·제주의 어린이집, 광주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바닥나고, 5월에는 경기의 유치원, 광주·인천·세종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떨어지게 된다. 시·도교육청은 결산 세계잉여금으로 버틴다 해도 8월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20대 국회는 초반부터 누리과정 예산 부담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를 놓고 치열한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함에 따라 누리과정의 균형추는 일단 정부쪽에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야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회에서 교육부에게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참에 누리과정 예산 국가 부담을 법으로 명시해 버릴 계획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총선 직후 새교육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누리과정은 여당이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며 “이 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각종 교육개혁법안도 진통이 예상된다.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은 방과후학교에서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예습하는 이른바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4년 현행 공교육정상화법 시행으로 학교 정규수업과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이 전면 금지된 이후 선행학습 수요가 오히려 학원·과외 등 사교육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법 시행 1년만인 지난해 8월 정부가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야당은 공교육 범위에서 이뤄지는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학구조개혁법은 학생 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은 대학 정원 감축과 통·폐합 등 대학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법안이다. 이 역시 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을 재단에 돌려주는 것이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야당의 반대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교육부는 “이르면 5월쯤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새누리당이 참패하는 바람에 상당 기간 미뤄질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총선 이후 논의 진전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도 당분간은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교육감 직선제를 개혁하여 교육의 자주성을 세우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공약 전면에 내걸었지만 총선 패배로 거론조차 어려운 실정이 됐다. 이근우 교육 수석전문위원은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보여준 비교육적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정치개혁 차원에서 교육감 직선제 문제에 접근했으나 분위기가 여의치 않게 됐다”고 털어놨다. 총선에서 승리한 야권은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을 새누리당의 정치 공세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이범 전문위원은 “(교육감 직선제) 대안을 내놓는다는 것은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굉장히 머리 아픈 일이 될 것”이라며 “만에 하나 시·도지사 임명제식으로 바뀐다 해도 여당에 결코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이흥재 정책실장은 “교육자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당의 공식 입장”이라며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직선제 폐지 논의에 신중한 반응이다.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 관건이라는 시각이 많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민 정서상 과거와 같은 임명제 방식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여권이 밀어붙인다 해도 야당의 반대와 위헌성 시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전교조 법외노조 공방 ‘뜨거운 감자’ 올 하반기 교육계를 강타할 최대 이슈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꼽힌다. 교육부는 오는 12월까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 내용이 공개되면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교조가 장악한 역사학계의 잘못된 사관을 바로잡고 우리 아이들에게 긍정적 사관을 교육시켜서 자긍심을 키우겠다며 야권에 날을 세웠다. 반면 국정교과서 저지 법안인 ‘역사교과용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안’을 당론으로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일전불퇴를 선언한 상태다. 교육전문가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폭발력과 인화성이 강해 내년 12월 대선까지 불길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역사교과서 시국선언 및 전교조 미복귀 전임자에 대한 징계는 속도 조절에 들어갈 전망이다. 교육부는 5월부터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 및 미복귀 전임자 징계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종전처럼 강하게 시·도교육청을 압박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총선 결과와 징계는 별개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내심 야권의 반응이 신경 쓰이는 눈치다. 현재 징계대상 교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1차 시국선언 2만 1천여 명과 2차 시국선언 1만 6천여 명 등 모두 3만 7천여 명이다. 이와 함께 야권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해결을 위해 교원노조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을 요구할 수 있겠지만 당장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시각이다. [PART VIEW]교육공약 대동소이 … 전국적 이슈 없고 포퓰리즘 여전 20대 총선에서 보여준 주요 정당의 교육공약은 대체로 밋밋했다. 전국적인 이슈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사교육비 경감 연장선상에서 저소득층을 겨냥한 학습기회 제공에 방점을 둔 새누리당에서부터 정부정책과 대립각을 세우며 교육복지를 강조한 더불어민주당, 수시모집 축소 등 대입제도 간소화 방안을 포괄적으로 내놓은 국민의당까지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두드러지지 않았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포퓰리즘 공약은 각 당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전문성 없는 정치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새누리당의 교육 관련 공약들은 사교육비 문제와 아동학대라는 시급한 현안을 반영했다. 초등돌봄교실 확대, EBS-2TV 조기 방송, 저소득층 영재교육 지원, K-MOOC 확대, 아동학대 전담 경찰관 신설, 아동치료병원 지정, 피해아동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이 대표적이다. 대학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학부모참여 휴(공)가 제도 도입 등도 공약집에 이름을 올렸다. 새누리당은 총선 10대 공약에 사교육비 경감을 포함시킴으로써 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아동보호 대책은 교육적 타당성과 적합성을 갖춘 공약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공교육정상화나 교육 불평등 해소와 같은 핵심 현안을 비켜갔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안 제시가 빈약한 데다 중장기 계획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교육비 대책의 경우 ‘대폭 경감’이라는 막연한 표현으로 공약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재탕 논란을 빚은 고교 무상교육은 실현 가능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새누리, 저소득층 아동보호에 방점 … 야권은 고교 체제 개혁 강조 더불어민주당은 ‘복지’와 ‘안전’을 공약 키워드로 잡았다. 0~5세 보육·교육 100% 국가 책임실시, 친환경급식 고교까지 확대, 청소년 사회안전망 강화 등이 첫손에 꼽힌다. 주목할 부분은 그동안 야권이 주장해온 보편적 복지 대신 ‘선택적 보편주의’를 표방했다는 점이다. 보편주의가 갖는 과중한 재원부담을 피하기 위해 공약에 일부 선택적 복지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누리과정 국가부담, 고교 무상교육 실현, 초등 학습준비물·체험학습비 전액 지원, 교복값 30% 인하 등이 보편적 복지 공약에 속한다. 반면 소득에 따라 대학 수업료를 책정하는 소득연계형 등록금 방안은 선택적 복지 성격을 띠고 있다. 외고 및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고교 수강신청제 도입 등 고교 체제 개혁 방안도 해결과제로 내놨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과 경제문제를 부각시킨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교육공약을 후순위에 배치함으로써 ‘교육경시’ 논란에 휩싸였다. 또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실질적 무상교육 실현과 고등교육재정 GDP 1% 확보는 대표적 포퓰리즘 공약으로 비판을 받았다. 국립대 기회균형 선발 확대, 고입 및 대입제도 개선 공약은 정책수단이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아 한계를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총선공약은 정부의 교육 실정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야성적(野性的) 이슈를 제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당 공약은 참신하고 문제의식이 분명했지만 거칠었다는 게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대입 수시모집 및 입학사정관 전형 축소와 기회균형선발제 확대 등 사교육비 경감과 양극화 해소에 공약의 포커스를 맞췄다. 초·중등 분야의 경우 학교장 소환제 실시, 남녀 교사 성비 불균형 해소, 미래형 창의학교 도입 등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교육감 직선제, 누리과정, 교원노조법 개정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당론을 정하지 못해 침묵하거나 원론적인 입장을 발표하는 데 그쳐 신생정당으로서 한계를 드러냈다. 또 공약의 구체성과 실현성을 담보할 정책수단이 매우 빈약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수시 축소는 자칫 입시 현장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에 제기돼 비현실적 공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 실정(失政)에 국민들 피로감 … 초·중등교육 대변할 정치세력 없어 4·13 총선에 대해 교육계는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데 노력해 줄 것을 정치권에 주문했다. 또 참패한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경쟁주의 교육정책 노선의 전면 수정을, 승리한 야당에게는 인기만을 의식한 무분별한 무상복지정책 자제를 촉구했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는 “이번 선거가 정책선거가 아닌 정치선거로 전락하는 바람에 각 당의 교육공약은 공약집에만 남아있는 ‘유령공약’이 되고 말았다”며 “교육문제를 큰 틀에서 고민했다기보다는 표를 의식한 공약들만 많아 보였다”고 총평했다. 최병갑 서울삼성고 교장은 “잦은 교육정책 변경으로 교육이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는 존재로 인식되다 보니 흡입력이 떨어져 버렸다”며 “이 때문에 각 당이 교육공약을 만들어 놓고도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교육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교육계는 더 이상 교육에서 이니셔티브를 잡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야정치권이 초·중등 교육을 홀대한 데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의견도 많았다. 박덕수 한국초등교장회장은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문성 있는 인사들의 국회 진출이 적어 아쉬움이 크다”면서 “20대 국회에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교육여건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일본 교과서 독도 기술,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3월 18일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되었다. 2014년 초등학교, 2015년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이 그대로 기술되었다. 일본에서 교과서 기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학습지도요령과 이를 상세하게 설명한 학습지도요령해설서(이하 해설서)이다. 해설서는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학습지도요령에 대한 정부의 공인된 해설이며, 해설서에 들어간 내용은 반드시 교과서에 기술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 구속력을 지닌다. 일본 정부는 2014년 1월 28일 해설서를 개정하여 중학교 지리, 공민, 역사, 고등학교 지리(A/B), 정치경제, 현대사회, 일본사(A/B)에 일본이 독도를 ‘국제법상 정당한 근거에 따라 편입한 경위’와 ‘일본 고유의 영토인데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하도록 했다. 지난 3월 18일 하세 히로시(馳浩) 일본 문부과학성 장관은 “검정 제도에 행정도 정치도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독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부당한 주장이 교과서에 그대로 기술된 것은 일본 정부가 해설서를 개정하여 일본 정부의 주장을 교과서에 기술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설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경우에는 검정 과정에 관련 내용을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즉, 일본 교과서 독도 기술은 전적으로 일본 정부 주도하에 이뤄진 것이다. 일본 교과서 독도 기술 현황 일본의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5/6학년)와 중학교 지리, 공민, 역사 교과서에는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이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금년 3월 검정 결과가 발표된 고등학교도 세계사를 포함하면 독도를 기술한 사회과 교과서는 77%다. 하지만 세계사의 경우 독도교육과는 명시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에 세계사를 제외하면 독도가 100% 기술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일본 초·중·고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100% 기술되어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일본 정부가 독도 관련 교육을 요구하는 과목에서는 빠짐없이 반영된 것이다. 일본 교과서 독도 기술 특징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중학교와 고등학교보다 매우 간략하게 기술하고 있는데,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점령) 6종(5학년 3종, 6학년 3종),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5학년 3종) 혹은 일본 영토 (6학년 3종), △일본이 (한국 점거에) 항의(5학년 2종, 6학년 3종), △국제무대에서 논의하여 해결(5학년 1종, 6학년 1종)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표기하고 일본의 영토와 배타적 경제수역에 포함된 것으로 표시한 지도가 들어가 있다.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의 독도 기술은 과목과 출판사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17세기 초반 독도에서 어업활동·17세기 중반 영유권 확립 → 어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1905년 국제법에 따라 시마네현에 편입 →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일본 영토로 인정 → 미국이 한국 요구 거부 → 1952년 이후 한국이 ‘이승만 라인’ 설정하고 불법점거 → 한국이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한 해결 거부’라는 내용이 기본 틀을 이루고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 중 독도 기술이 들어간 과목은 지리 A/B, 일본사 A/B, 정치경제, 현대사회다. 세계사에도 독도 관련 내용을 다루도록 돼 있으나 의무화된 것은 아니다. 현재 사용 중인 교과서와 올해 3월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기술과의 차이는 불법 점거라는 용어, 1905년 시마네현 편입,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일본 영토로 인정 등 일본이 주장하는 영유권 주장의 근거와 국제사법재판소 등을 통한 해결 노력, 일본의 항의 사실이 대폭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반면 한일 간에 독도를 둘러싼 분쟁이 있다는 내용은 대폭 축소되었다. 예컨대 ‘한일 간에 독도를 둘러싼 분쟁이 있다’고 간략하게 기술한 교과서에 대해 일본 정부는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어 일본이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로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PART VIEW]도쿄(東京)서적 중학교 공민교과서 독도 기술(p.196) 다케시마(竹島)는 시마네현 오키 섬에 속해 있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17세기 초부터 어민이 돗토리번의 허가를 받고 이 섬과 주변 바다에서 어업을 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일본은 1900년대 초에 다케시마에서 강치잡이가 번성했다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1905년(메이지 38년)의 각의결정에서 다케시마를 시마네현에 편입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을 점령한 연합군은 일본의 정치 권한을 정지하는 지역과 어업과 고래잡이를 해서는 안 되는 지역을 지령했는데, 여기에는 다케시마가 포함되었다. 하지만 1951년(쇼와 26)에 서명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는 일본이 포기한 영토에 다케시마가 포함되어있지 않다. 1952년 4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이 발표되고 연합군 지령도 해제되었다. 하지만 같은 해 1월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은 공해상에 자국의 해양자원 권익 범위, 이른바 ‘이승만 라인’을 설정하고 일본 어선의 출입을 금지하였다. 다케시마가 포함된 ‘이승만 라인’은 국제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후 한국은 현재까지 계속해서 다케시마를 불법 점거하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다케시마 불법점거에 대해 항의하는 한편 1954년, 1962년, 2008년 3번에 걸쳐 ‘다케시마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위임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시마네현의 독도 교육 실태 시마네현에서는 교사들의 영토 교육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학교 수업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독도 관련 내용을 담은 핸드북을 제작, 보급했다. 이 핸드북에서는 초·중·고별 학습사례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수업내용까지 담겨있다. 각급 학교에서는 이를 이용하여 교과시간뿐만 아니라 학급활동, 조례시간, 다케시마의 날 기간을 활용한 계기수업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공민, 도덕, 사회, 역사, 세계사 등 교과시간은 물론 아침조회시간부터 특별활동과 전교회의, 학급회의 등 학생들의 교육활동 모든 분야에서 독도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초등학교에서는 특별활동을 통해 일본이 에도시대부터 독도를 이용해 왔음을 설명하고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한국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회수업에서는 수산업을 설명할 때 독도를 거론하며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인해 일본이 부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도덕수업에서는 애향심을 자극하면서 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중학교에서도 학습 포인트는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점에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 해당하는 학교 시험 때 반드시 독도에 관한 문제를 출제하여 학생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표 2 참조). 또한 국어시간에는 학생들에게 독도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도록 한 뒤 프레젠테이션 경연을 실시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독도문제에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인형극을 보여주면서 관심을 고조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고등학교는 대학입시 때문인지 초·중학교에 비해 횟수나 시간은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학교마다 독도 특설코너를 설치, 학생들이 언제든 독도에 관한 내용을 접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독도 관련 신문기사를 읽고 감상문 쓰기, 독서학습, 리플렛 읽기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제 모든 일본 학생들이 초·중·고등학교에서 사회과 교과서를 통해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배우게 되었다. 특히 중학교에서는 일본 영유권 주장의 근거들을 역사, 지리, 공민 교과서 등 모든 사회과 교과서를 통해 배우게 된다. 이러한 교과서로 배운 일본 학생들이 우리 학생들을 만나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했을 때, 우리 학생들이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다면 일본 학생들은 자신들이 배운 것이 사실이라고 확신하게 될 것이다. 과연 우리 학생들은 일본 학생들의 주장 하나하나에 얼마나 명확하게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비판할 수 있을까? 일본 교과서에 기술된 부당한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해결하는 길은 이러한 부당한 기술을 삭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일 간의 총체적인 국력과 일본의 전반적인 보수화 경향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일본 교과서의 독도 기술 하나하나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광복 이후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가 한국전쟁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을 때부터였다. 이웃인 우리나라가 전쟁으로 존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그들은 독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에 착수했던 것이다. 그런 일본의 공세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강력히 항의하며 대외적으로 적절하게 대응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점점 노골화해 왔고, 이제는 어린 학생들의 교과서에까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공공연하게 가르치고 있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하였다. 독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정면 대응 시작 사실 일본의 도발 수위가 낮았을 때는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우리 영토가 분명한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집을 산 후, 관련 서류를 갖춰 등기를 하고, 등기부에 등재가 되면 내 소유로 인정받는다. 이 집에 대한 처분권은 내게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함부로 내 집에 와서 살 수도 없고, 내 집을 함부로 매매할 수도 없다. 그런 내 집을 누군가 자기 집이라고 자꾸 우긴다고 해서 내가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런 이치로 그동안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접근했었다. 그러던 우리 정부가 최근 수년 새 독도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왜일까? 독도 영유권을 쟁점화해 영토 분쟁지역으로 만들고, 이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여 어느 나라 영토인지 판단을 구하겠다는 일본의 전략을 간파한 때문이다.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한다는 것은 이미 영토 분쟁지역이라는 것을 만방에 선포하는 것이다. 따라서 독도에 대한 주권을 행사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국제사법재판소 판단에 일본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은밀하게 행사한다면 우리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우려한다면 일본의 의도를 원천 봉쇄할 전방위적이고 치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우선 국내와 해외로 구분해 투 트랙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 해외의 경우 적극적인 외교와 홍보, 독도 관련 자료 배포 등의 노력을 활성화해야 하고, 국내의 경우에는 전 국민에게 일본의 의도를 소상하게 알리고, 영토 주권 수호 차원에서 독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치밀하게 준비한 일본 VS서둘러 개정한 한국 이런 시급성에도 불구,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의 독도 교육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교육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독도 교육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독도 교육을 담당하는 정부기관 및 연구기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독도 교육은 기본적으로 교육부 소관이다. 그러나 해당 부서 공무원들은 이동이 잦아서 전문성을 함양하기 어렵고, 독도 교육에 대한 애착을 갖기도 곤란하다. 자신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동안, 큰 사건이 터지지 않기만 바라는 복지부동의 경향마저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독도 교육 관련 교육과정 개정이나 교과서 집필, 교사 양성 및 연수, 교수·학습방법 개발, 현장에 보급할 교수·학습자료 개발 등을 종합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본이 학교 교육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해 온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 교육 당국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일본은 2002년부터 10년 이상 교육기본법 개정, 학습지도요령 및 해설서 개정, 교과서 집필 및 검정 등을 단계적으로 치밀하게 추진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어느 날 갑자기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단시간 내에 독도 관련 내용을 집필하도록 하였다. 서둘러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서둘러 교과서를 집필하게 되면 교과서 내용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PART VIEW]독도 관련 연구기관들의 전문성 부족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뢰할만한 국책연구기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독도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 연구자 중 ‘독도 교육’ 전공자를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독도 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리교육, 역사교육, 국제법교육 전공자는 물론 지리학, 역사학 등의 연구자마저 희소하다. 오히려 정치학, 외교학, 법학 등의 전공자가 훨씬 많다. 독도 교육을 담당할 교사를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와 경상북도교육청 등에서 매년 수백 명씩 독도 교육을 담당할 교사들에게 연수를 실시하고 있지만, 전국 모든 학교에 독도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교사를 한 명씩 배치하는 것은 요원한 상황이다. 독도 교육을 담당할 훌륭한 교사가 있어야 비로소 교재 집필, 교수·학습방법 및 자료 개발이 원활해진다. 또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독도 교육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아직 교사 연수는 시작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현재 독도 교육은 정규수업시간과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이용해서 이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비록 서두르다 보니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그 덕에 기존 지리 과목에 이어 역사 과목에서도 독도 교육 분량이 많이 증가하였고, 학교급별로 적어도 1시간 이상씩 정규수업시간에 독도를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독도 전문가는 아닐지라도 해당 교과의 교사들이라면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 정도는 학생들에게 잘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과목에서 분산하여 독도 교육을 실시하면 해당 학문 분야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통합적·체계적 독도 교육은 곤란해진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일본의 도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새롭게 찾은 해결책이 계기교육과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당일 또는 단시간에 이루어지기는 계기교육은 독도를 체계적·종합적으로 학습하기에 곤란하기 때문에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하지만 이 시간을 활용하려는 범교과학습 주제들이 너무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10~15시간을 독도 교육에 배당하는 것 자체가 곤란하다. 설령 시간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담당할 교사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서로 미루는 일이 벌어진다. 결국 적극적으로 나서서 독도 교육을 담당할 교사를 양성해야 하며, 독도 교육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독도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현장 답사 독도 교육 교재는 이미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에서 학교급별로 제작하여 대대적으로 배포하고 있으므로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었다. 중요한 것은 학교 보급 이후 교재 활용률 제고이다. 이를 위해 최근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을 독도 교육에 접목하여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독도 교재 활용 성공 사례를 각급 학교에 전파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독도 관련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는 교육이 아닌 학생들의 체험을 통해 독도의 가치를 깨닫고 독도를 사랑하는 마음을 함양하는 접근법은 더욱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교재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교수·학습방법 및 자료 개발이다. 현재 대부분의 교재가 탐구중심으로 제작되어 있다. 따라서 독도 교육 담당자가 일천한 현 상황에서 교재 활용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교육부와 동북아역사재단은 교사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입시와 무관한 수업은 뒷전으로 밀리는 우리 교육현장의 특성상 평가와 연계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주객이 전도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고 제한적으로만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독도 교육 활성화를 위해 여러 차례 독도 현장을 답사하였고, 학교급별 교재를 집필하였으며, 관련 연구도 수행해 왔고, 독도 교육 담당교사 연수도 담당해 왔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크게, 그리고 가장 절실하게 느낀 점은 더 많은 교사와 학생들이 독도를 직접 방문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독도 교육 못지않게 현장 답사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한 관계 당국 및 한국교총 등 유관 단체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기대한다.
한국 교육은 이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인공지능 시대가 성큼 다가온 지금, 우리 사회의 관심은 온통 교육에 쏠리고 있다. 교육만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계 원로이자 석학인 권숙일 학술원 회장은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교육을 강조했다. 바른 인성과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권 회장은 이어 잇따른 교권 실추 사건은 가슴 아프지만, 이럴 때일수록 교사들이 자긍심과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학생이 교사를 조롱하고, 폭행하는 망측스런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엄격한 규율을 적용, 교육의 권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회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장, 한국물리학회장, 과학기술처장관 등을 역임했다. 김선영 교사(이하 김)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컴퓨터가 교육을 대신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권숙일 회장(이하 권)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에 머문다면 결코 컴퓨터를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창의력과 감성이라는 게 있습니다. 기계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죠. 그런 점에서 저는 영원히 기계가 인간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따라서 교육은 인간의 창의력을 얼마나 계발시키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을 암기하는 기계식 교육이 아니라, 토론과 질문이 있는 교실을 통해 학생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내야 하는 것이죠. 서술식 교육을 확대하고 엉뚱한 질문을 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예술과 체육이 학교 교육에서 중시돼야 할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전인적 교육, 기본으로 돌아가는 인간교육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 교사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도 창의성 교육입니다.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권 이제는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전공했느냐를 중시하는 시대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 교육도 지식 위주 획일성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적성에 맞는 교육 즉, 맞춤형 교육이 필요합니다. 저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찾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교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컨대 이세돌 9단에게 화학 주기율표를 외우게 하고, 박지성 선수한테 바둑을 가르치는 교육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김 맞는 말씀입니다만 학생들의 특성에 맞춘 개별화 교육을 시키려면 지금의 학교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권 그래서 교육여건 개선이 중요합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나 학급당 학생 수를 더 줄여야 해요. 학생 수가 감소한다고 해서 교육예산을 삭감하거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이럴 때일수록 교사와 학생이 좀 더 나은 여건에서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게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잠재된 역량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교육은 특히 초등학교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바른 인성과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이야말로 조기교육이 필요한 법입니다. 초·중·고 단계에서 입시용 주입식 교육을 해놓고 이 학생들이 대학에 가서 창의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난센스죠. 저는 개인적으로 초등학교나 중학교 교사들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학생들의 인성과 창의성 교육의 바탕을 만드는 이분들의 역량이 우리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정부가 추구하는 교육방향과 교육 현실이 서로 겉도는 것 같습니다. 우리 교육의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권 한국 교육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대학입시는 모든 교육정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습니다. 백약이 무효인 셈이죠. 여기에 선행학습과 지나친 경쟁주의 교육으로 공교육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고요. 초등학생이 학원에서 중학교 수학을 풀고, 중학생이 고등학교 영어를 공부하는 현실인데 이게 학생의 장래의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요. 물론 어쩌다 한두 명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선행학습을 추종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공교육을 망치는 주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뿐입니까? 학생들 간 점수 따기 경쟁도 너무 치열해요. 대치동 엄마니, 헬리콥터 맘, 타이거 맘 등등 신조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세요. 엄마들의 경쟁심이 자녀들을 점수 따는 기계로 만들고 있어요. 기계는 인간을 따라잡겠다고 나서는데 인간은 갈수록 기계적인 삶을 추구하니…. 이런 환경에서 무슨 창의성이 길러지고 노벨상을 바라볼 수 있겠어요. [PART VIEW] 김 여담입니다만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은 언제쯤 나올까요? 권 우선 학계의 연구 풍토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는 연구기획서를 제출하고 성과가 나오면 정부에서 연구비를 계속 지원받습니다. 그러나 활용도가 떨어지거나 실적이 없으면 중단되기 일쑤죠. 반면 일본은 연구주제가 결정되면 결과가 좋든 나쁘든 30~40년간 연구비를 계속 투자합니다. 그러니 뿌리가 튼튼합니다. 과학 분야만 20여 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이 우연이 아닙니다. 만시지탄이지만 최근 들어 정부가 국내 과학자들에게 막대한 예산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한 10년쯤 지나면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데 그때쯤 되지 않을까요. 김 5월엔 스승의 날이 있습니다.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날입니다만, 교사로서는 착잡한 날이기도 합니다. 권 교사가 권위가 많이 떨어졌다고들 하는데 걱정입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은 이제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돼 가슴이 아픕니다. 교사의 권위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교사들 스스로의 노력이 우선 중요합니다. 단순한 직장인이 아닌 교사로서 다양한 소양과 함께 소명의식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가정교육이죠. 자녀에게 한글과 숫자를 가르치기보다 교사를 존경하고 규칙을 잘 지키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합니다. 가정에서부터 스승의 권위를 존중해 줘야 아이들이 따르지요. 학생인권도 좋고, 자유로운 교육도 좋습니다만 학생이 스승을 조롱하고 폭행하는 이런 망측한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PART VIEW]김 저는 학생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회장님은 어떤 은사님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지요? 권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가장 보고 싶습니다. 그분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임시교사이셨는데 종례시간마다 ‘일사일언(一事一言)’이라고 해서 명언이나 삶에 좌표가 되는 좋은 글귀를 매일 칠판에 써놓고 설명을 해주셨지요. 저는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노트 필기를 했습니다. 너무나 가슴에 와 닿은 말이 많아 그 영향으로 책을 참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참으로 과분한 선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김 학계원로로서 교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권 학생들에게 감명을 주는 교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비록 스승의 권위가 예전만 못하지만, 자긍심과 자부심을 잃지 말고 학생들에게 인생의 성취감을 안겨주는 선생님이 되셨으면 합니다. 학생 개개인 모두가 자신의 적성을 살려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선생님들의 분발을 기대합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오늘날을 가리켜 ‘손가락 끝의 세기(finger tips century)’라고 말했다. 손가락 한 번 클릭하면 세계가 한눈에 보이는 시대인 것이다. 시대가 변한 만큼 교육에 대한 인식과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 따라서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의 학습 패러다임은 물론 교육 전체의 패러다임이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부모들과 교육 당국의 인식 전환과 교육 문화 재정립도 절실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혁명적 변화 필요하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다. 많은 미래학자는 2020년 전통적인 IT(정보기술 : Information Technology) 중심 사회가 BT(생명공학 : Bio Technology) 시대로 전환하면서 AI(인공지능 : Artificial Intelligence)가 가미되어 직업 구조의 대혁명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 교육은 무엇을 향해 가고 있으며, 어떤 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특정 대학, 특정 학과를 졸업하고 일생 동안 기득권을 누릴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 시대의 교육은 전통적인 사고로 미래 인재를 기르는 경직된 교육의 툴도 아니요, 학위와 자격증이 능력의 판단 기준도 아니다. 학력은 학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학습의 틀도 진정한 학력을 키우는 틀로 변해야 하고, 정해진 교과과정과 기간만 지나면 무조건 학위를 주는 틀 역시 바꿀 때가 되었다. 학원과 사교육에 매여 있는 학습이 아니라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떤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가지고 있는가? 어떤 경험이 있는가? 어떤 영역에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가?’를 중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직업 구조 또한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법대, 의대에 매달려 20세기형 인재상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제는 교육을 바로 세우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때이다. 작년만 해도 초·중·고 332개교가 문을 닫았다. 대학생 수도 2015년에만 1만 6천여 명이나 감소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교육인구 특성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저출산 고령화의 파고와 높은 청년실업의 아픔을 의미한다. 이처럼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인구 구조 변화는 학습체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교육현장에서도 학습자의 특성과 변화된 직업 구조에 부응하는 틀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력 파괴와 탈학교의 시대, 교육 병폐 벗어나자 이제 학습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시대는 아니다. 학력은 학위만으로 증명되는 시대도 아니다. 학습과 학력은 21세기에 필요한 능력·태도·가치를 진정으로 갖추고 있느냐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학력 파괴’의 시대이고, ‘탈학교’의 시대이다. 이미 세계는 캠퍼스 없는 학교(campusless school), 책 없는 도서관(bookless library), 교사 없는 강의실(teacherless classroom)이 확대되어 ‘3無학교’ 패러다임 시대를 맞고 있다. 누구든, 어디서든, 언제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체제가 도래했으며, 학교 교육 중심의 사고에서 평생학습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학위 중심과 학교 위주의 사고에서 능력 중심과 학위 초월 사회로 대전환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교수 위주에서 학습자 위주로 바뀌는 경향이다. 그러므로 학력의 개념과 학력에 대한 가치, 태도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일류 지상주의, 성적 지상주의, 학교 교육 우선주의, 사교육 의존주의 등의 교육 병폐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2015년 서울·경기지역 1,400명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학부모 자녀교육과 학교 참여 실태조사’에 의하면 48.3%의 부모가 자녀의 해외유학을 원했고, 초등학교 시절에 유학을 보내고자 하는 부모도 12.5%나 되었다. 응답자의 73%는 학원수강 등 보충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학교 운영 참여도는 21%에 불과하다. 이것은 우리 교육 문화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학부모의 ‘사교육이 공교육보다 우선’이라는 사고도 버릴 때가 되었다. 조기유학이 자녀의 성공을 담보한다고 하는 착각에서도 깨어나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인성, 시대가 요구하는 특기, 시대가 요구하는 세계시민의식을 배양시켜 주는 일임을 인식해야 한다. [PART VIEW]보이지 않는 교육의 시대, 학위는 학력이 아니다 학력도 대학 간판이 아닌 자녀가 흥미를 가지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을 키워주는 능력 위주의 사고로 바뀔 때가 되었다. 그리하여 학교 교육은 ‘삶이 있는 학교 교육’, ‘다름을 인정하는 교육’, ‘학위보다 진정한 학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삶이 있는 학교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가정·학교·사회가 함께 학습공동체가 되는 틀로 바뀌어야 하고, 삶 속에서 드러나는 잠재 가능성·창의성·흥미를 통해 진정한 체험 위주의 능력중심 학력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학습의 틀 또한 성적을 올리기 위한 편법적 학습이 아니라, 일생을 두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체제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앞서 설명했듯 21세기는 오프라인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는 시대이다. 사이버 공간 속에서의 학습 틀과 AI가 일반화되고 있는 환경 속에서 학습 모형과 학습 과정, 학습 콘텐츠 등은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획일화된 학습 모형에서 개별화되고 다양화된 학습 모형으로, 이론 위주의 학습 틀에서 응용과 실습 등 프로젝트 중심의 학습 형태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습은 융합 학습과 통합적인 학습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학과와 학과, 학문과 학문 간의 연계가 자유로워지는 학습 체제를 위해서는 학사 운영 틀과, 교과과정, 교육방법, 교사 교육 전반에 걸친 획기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첫째는 교과 중심의 틀에서 학습자 중심의 틀로 바뀌어야 한다. 학년 위주의 교과과정 틀에 얽매이는 교육이 아니라, 학습자의 학습 능력·흥미·특기 등을 고려한 유연성 있는 학습자 중심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둘째, 취업 구조 역시 도전정신과 능력, 경험, 그리고 흥미중심 취업 구조로 새롭게 재편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취업 구조는 일류 대학, 특정 전공, 특정 기업, 특정 직종과 연계된 입시 위주 교육의 정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취업자 위주의 평생교육체제를 대폭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고졸 취업할당제’를과감히 도입하여 취업 후 대학 진학을 원할 경우 대학에 자유로이 진학하여 교육을 계속 받을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학위가 학력이 아니라는 개념이 정립될 수 있도록 사회·문화·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학력 중심의 관행을 과감히 바꿔서, 경험과 진정한 능력 위주의 사회로 전환하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것이다. 울면서 2등 하는 나라, 반성이 필요하다 21세기는 ‘보이지 않는 교육(Invisible Education)’의 시대이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무슨 내용이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지식 콘텐츠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교육이 진정 어떤 모습인지 다시 되돌아보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이 무엇이며, 미래 시대에 필요한 직업이 무엇인지를 내다보는 교육이 필요한 때이다. PISA의 학력평가 결과를 본 어떤 외국 학자는 “핀란드와 한국은 세계적인 학력 경쟁에서 최우수 국가들이지만, 핀란드 아동들은 웃으면서 1등을 했고, 한국 학생들은 울면서 2등을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우리는 교육 투자도 세계 1위요, 교육열도 세계 1위요, 학부모들의 사교육에 대한 투자도 1위요, 학업 시간도 세계 1위이지만 세계 2위에 불과했고, 이에 비해 핀란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모습 없이 1위를 했다는 것이다. 외국인에게 비친 우리 한국 교육의 모습은 ‘울면서 2등을 하는 나라’인 것이다. 이제는 웃으면서 1등을 하는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한 학력과 진정한 학습이 무엇인지를 되새겨볼 때이다. 영국 수상을 지낸 토니 블레어는 “교육은 최상의 경제이고, 최상의 투자”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우리에게 가장 값진 자산은 교육이다. 교육이 시대를 읽는 교육, 과거의 지혜를 얻는 교육, 세계에 도전하는 교육,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이 될 때 대한민국 교육은 진정한 세계 1등 교육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학력과 학습의 틀 또한 시대에 부응하는 틀이 될 것이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한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떠오른 화두 중 하나이다. 단지 육체노동직과 기능직만이 아니라 고도의 전문 일자리마저 잠식할 것이라는 예측이 들려오고,그 일자리 중 가장 위험한 직업은 의사라는 말이 떠돈다. 한국 대법원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이 되면 제일 먼저 사라질 직업이 판사다”라고 말했고, 유엔미래보고서는 교사 같은 직업도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날로 발달하면서 단지 바둑판만이 아니라 직업세계의 판 자체에 지각변동이 생기게 된 것이다. 알파고 출신에게 패배한 암기력과 연산력의 달인 명문고 출신 우등생들의 터전을 알파고 출신 로봇들이 빼앗는다는 소식은 학부모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을 것이다. ‘의대 가라’, ‘법대 가야지’, ‘교직이 최고야’ 등 자녀 진로에 대한 학부모의 조언은 늘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이 보증수표로 여겼던 의사, 법조인, 교사의 미래마저 위협한다고 하니 이제부터 아이들의 진로·진학 지도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답답하기는 교육자도 마찬가지이다. 사라질지도 모르는 직업에 목숨 걸고 죽으라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기가 민망하고, 취업난에 허덕이는 졸업생들을 마주하기가 미안하다. 이제는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평생교육시대가 왔건만, 그리고 분명 새로운 직종들이 마구 쏟아져 나올 텐데, 우리는 아직도 입시라는 병목현상에 가로막혀 국·영·수·사·과에 ‘올인’하고 있다. 무언가 다르게 해야 하겠지만 경직된 교육제도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갑갑하기만 하다.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러려면 명문고 출신이 알파고 출신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게 되는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한국의 우등생은 암기력과 연산력의 달인이다. 초·중·고 12년 동안 시험 문제에 정답을 찾기 위해 책에 있는 지식을 달달 외우고, 논리적으로 연결시키고, 주어진 방식대로 계산하는 연습을 평균 백만 번 한다. 달인이 되기 위한 만 시간의 법칙을 초등학생일 때, 중학생일 때, 고등학생일 때 각각 달성했으니, 이들은 문제풀이의 ‘달인’ 정도가 아니라 ‘도사’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그러나 메모리(암기력)와 [PART VIEW]CPU(연산력)를 무한정 추가할 수 있는 신의 경지에 도달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그러니 기존 데이터(지식만이 아니고 경험으로 축적되는 사례를 포함)를 지니고, 정해진 알고리즘을 통해 논리적으로 계산해서 처리하는 일거리들은 기계가 싹쓸이해버리게 되어 있다. 학생들은 졸지에 달인에서 걸인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불행한 학생 · 교사 · 학부모 …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세기의 대결에서 인간이 기계에게 확실히 패했음에도 한국 학생들은 여전히 입시에 매여 이미 정답이 있는 문제풀이 기계가 되고 있다. 즉, 계단이 설치된 뒷동산에 오르는 연습만 무진장 많이 하는 셈이다. 이마저도 앞에 안내원이 지도하고, 뒤에서 후견인이 밀어주고, 옆에서 매니저가 부축해주는 형국이다. 이 짓을 백날 해봤자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홀로 오르지 못할 것이 뻔하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달인을 준비하는 과정에 세계 최고의 스트레스와 불행감에 시달리며 폐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온종일 학교에서, 학원에서 죽은 듯이 꼼짝 말고 공부하는 것도 모자라 남은 시간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그리고는 틈틈이 ‘공부해라’, ‘의대 가라’, ‘법대 가라’고 잔소리를 듣는다. 꿈은 꿀 수 없고, 그저 시키는 공부를 시키는 대로 한다. 이 스트레스는 결국 아이들의 문제행동과 학습부진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학업중단청소년 수가 급증하고,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는 교사의 비율이 OECD 국가 중 최고가 되었다.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교사들도 학교를 떠나는 것이다. 부모 역시 불행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교육비에 허덕이고 밤낮 주말 없이 일한다. 그 스트레스를 부부가 서로에게 퍼붓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이혼율이 보여주듯이 가정 파괴가 장기화되어 간다. 이제는 아이 낳는 것마저 회피해서 저출산율이 세계 최고이고, 결국 세계 최고속 고령화 사회가 되었다. 삶을 포기하는 자살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지속된다면 2750년도에 민족이 폐기될 거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지혜 · 입지 · 동기 · 경험 … 알파고가 보여준 신의 한 수 알파고 현상은 단지 과학기술이나 진로·취업 이슈로만 넘길 문제는 아니다. 이보다 훨씬 더 크고 다양한 교육학적 이슈들이 서로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진로지도나 SW 교육 강화도 도움이 되겠지만,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문제를 하나 풀 때 다른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풍선효과를 피하려면 여러 문제를 동시에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 가지 확실한 지혜는 ‘우리가 여태껏 해오던 것을 더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무언가 다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알파고가 보여준 신의 한 수이다. 첫째, 창조화 시대에 걸맞은 입지(立志) 위주 교육을 해야 한다. 기계와 더불어 일해야 했던 산업화 시대에는 입시 위주 교육 덕분에 우리가 이만큼 잘살게 되었다. 하지만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사람과 더불어 일하면서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하는 창조화 시대에는 입지 위주 교육을 필요로 한다. 입지란 뜻을 세운다는 말이고, 꿈과 비전을 지니는 것이다. 자유학기제가 이 방향으로 움직이는 좋은 사례이다. 실패할 확률이 높은 시도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성공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둘째, 교과과정과 더불어 교육경험 디자인에 신경을 써야 한다. 교과과정 디자인이 어떤 내용을 얼마만큼, 언제, 어떤 순서로 가르칠 것인가 등 인지적이고 하드웨어적 고려라면, 교육경험 디자인은 정의적이고 소프트웨어적 착안이다. 학생이 수업을 받으면서 어떤 즐거움을 맛보고, 어떤 감동을 느끼고, 어떤 관심사를 발견하고, 호기심이 발동되어 질문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다. 교사가 이미 수업마다 준비하는 교안에 학생을 자기주도적 학습자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교육경험 방안을 포함하면 될 것이다. 셋째, 교육철학이 행동주의에서 정서기반으로 발전해야 한다. 학생을 상과 벌로 움직이는 타율적인 인간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내적 동기를 유발하여 진정한 자율인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극단적으로 본다면 상은 뇌물이고 벌은 협박이다. 상과 벌 때문에 시키는 것을 시키는 대로만 하는 학생은 이미 자기 인생의 주인이 아니다. 주인의식을 지닌 자의 ‘열정’과 ‘열심’은 모두 심정의 발현이다. 동기는 정서와 감정과 욕정이며 정의적 영역이다. 교육의 밸런스가 인지적 영역에서 정의적 영역으로 많이 이동해야 한다. 넷째, 교육의 중심을 지식기반에서 지혜기반으로 이동해야 한다. 지식은 온라인 교육, 스마트 교육 등 기계를 통해서 전달된다. 그러나 지혜는 오로지 사람을 통해서 유통되고 전수된다. 그래서 지식중간도매상 역할의 교사는 사라지지만, 멘토 역할은 각광받게 될 것이다. 이제 교대와 사대의 교과과정에 인간관계 기술에 관한 내용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갈등관리와 상담기술, 학생지도와 감정코칭기술 등 멘토가 지녀야 하는 기술을 교사 임용 전에 터득해야 한다. 즉, 교사가 아이에게 냉철한 전문가보다는 따스한 스승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기계와의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교사’가 변해야 한다 알파고가 준 시사점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이 모두 교사가 해야 할 일들이라는 점이다. 듣기 거북하고 부담스럽지만 당연한 말이다. 아이는 어른이 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학생을 변화시키려면 먼저 교육자가 변해야 한다. 둘째, 이 모두 학생을 지혜롭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점이다. 이 역시 당연하다. 기계와 이기기 위해서 기계가 감히 넘보지 못하는 영역에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영역이 바로 인성이다. 셋째, 이 모두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실천하려면 타성적 규제와 시대착오적 정책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교육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수능시험은 이미 의미를 많이 상실했지만, 어른들의 집단 트라우마와 집단 착각 때문에 여전히 아이들을 수능시험에 붙들어 놓고 있다. 우리 모두 현실은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경험했던 사라지는 현실이 아니라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다가오는 현실에 맞추어야 한다. 대학의 학위 독점 체제를 없애고 진학의 병목현상을 완화해야 한다. 우리는 반쪽나라를 꾸려왔지만, 우리 아이들은 더 큰 나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외국 원조를 받고 시작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해외 원조를 줄 수 있는 홍익인간이 되어야 한다. 한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민주화·정보화를 세계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해냈듯이 이제는 ‘창조화’와 ‘재세이화(在世理化)’를 이루어내야 한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다 행복해질 수 있다. 다시 한 번 교육을 통해 국가를 재건한다는 전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고 실천해야 한다. 실천을 시작하는 날이 오늘이기를 바란다.
지금의 교육은 과거의 교육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왜일까?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영·수 중심의 암기 교육, 대학입시를 위한 주입교육, 점수로 서열화된 경쟁교육, 특성이나 자질을 외면하는 획일교육, 수동적·의존적인 타율교육, 돈 많이 드는 고비용교육, 쓸모없는 것들을 배우는 비효율교육, 시험이 끝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맹탕교육은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시대를 회귀하듯 승자독식의 경쟁 체제가 더 강화되고 있지는 않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공감 생존의 시대 2009년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적자생존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공감 생존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뿐인가? 2007년 제롬 글렌(Jerome Glenn) 유엔미래포럼 회장은 미래예측 보고서에서 “입시 열병은 무지의 소산이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학습자가 자발적이고 감독받지 않고 학습하는 방법을 배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한국 세계은행 교육개혁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 교육 개혁의 방향을 논의하면서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비인지적 능력 즉, 공감능력·의사소통능력·위기극복능력·문제해결능력 등을 갖춘 미래 창의적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결국 자기 생각을 말할 줄 알고, 남의 말을 경청할 줄 알며,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깨달아가고, 학습을 통해 자각과 터득의 능력을 갖추어 가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의미 있고 자기주도적 능력을 키워나가도록 하는 것이 ‘12년’의 학교 교육이 해야 할 몫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은 아직 우리 교육공동체의 반성과 고민, 대안 모색의 주된 논의 대상은 아닌 듯하다. 기계는 기계다워야 하고, 인간은 인간다워야 한다 2008년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미래 마인드에서 다섯 가지 미래 마인드를 제시했다. 훈련된 마음, 종합하는 마음, 창조하는 마음, 존중하는 마음, 윤리적인 마음이 그것이다. 전문 분야의 지식을 통달하고, 방대한 양의 정보에서 결정적인 정보를 선택해 배열하고, 기존의 지식과 이를 종합한 단계에서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고, 사람의 차이를 받아들여 함께 일하면서 좋은 의식을 갖고 옳은 길을 따라 실천하는 마인드, 이것이 가드너 교수가 강조하는 ‘미래 마인드’이다. 그가 특별히 강조하는 미래 마인드는 ‘윤리적인 마음’이다. 윤리적인 마음이 없다면 네 가지 미래 마인드도 부정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바야흐로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다시 말해서 모든 것이 연결되고, 더욱 지능적인 사회로 진화되었다. 사회 변화의 규모는 더 크고 넓어졌으며, 그 범위는 더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이런 시대에 인공지능 알파고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는 분명하다. 그것은 ‘개방적(open mind)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과 딥 마인드의 협업이 알파고 성공의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간이 자동차보다 잘 달릴 수 없고, 비행기보다 높이 날 수 없고, 컴퓨터보다 빨리 계산할 수 없다면 해답은 분명하다. 기계는 기계다워야 하고, 인간은 인간다워야 한다. 그래서 교육은 미래 세대에게 인간답게 사고하고 처신하는 ‘인간다움’을 가르치고 이를 극대화해야 한다. 인간다움의 중심에는 인성이 있다. 인성이란 ‘사람이 여러 가지 환경에 대해 반응하는 일관된 행동’을 말하고, 인성교육이란 ‘정서를 포함한 바람직한 인간으로서의 성품을 가지도록 하는 교육 즉, 인간성을 기르고 인격을 함양하는 교육’이다. [PART VIEW]인성과 창의, 미래의 성장 동력 과거의 성장 동력은 모방형 인적자본이 주도했다. 하지만 미래의 성장 동력은 창조적 인적자본이 주도할 것이다. 이제는 ‘집어넣는 교육’이 아니라 ‘끄집어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잠재력·가치관·창조력을 키워주는 교육의 중심에는 인성교육이 있어야 한다. 인성교육은 마음의 바탕, 사람의 됨됨이, 자존감 형성, 자아정체성 확립을 독려하는 교육이다. 감정·충동·본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인간 개개인의 특성에 관심을 가지며 그 특성들이 자유롭게 개발되어 사회적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동시에 사회 적응력, 문제해결능력, 대인관계 등에 긍정적인 인성을 길러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타인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면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능력도 요구된다. 이웃·국가·세계를 더 생각할 줄 아는 이타적 정신, 기본생활습관, 민주시민의식, 세계시민의식 등 건전한 가치관을 가지고 성장하도록 인성을 중시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예절과 질서를 지키며, 서로 돕고 더불어 행복을 찾는 교육은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만드는 기본이다. 창의 역시 중요하다. 창의는 탁월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나 독점물이 아니다. 지레 겁먹거나 포기해버리는 천부적 능력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가능한 영역이다. 창의란 ‘일상생활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방법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이를 해결하려는 헌신적인 마음’이고, 창의 교육이란 ‘불편함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잠재의식 속에 있는 경험과 생각들을 폭풍처럼 끄집어내고 실행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만이 창의의 원천’이 되는 관계를 찾아내는 것, 평범한 생각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다르게 보는 것,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제시된 서로의 의견을 비판하지 않고 결합하고 조합해서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바로 창의다. 그리고 창의적 발상법이란 거꾸로 생각하기, 보이지 않는 면까지 생각하기, 상식에서 벗어나기, 처음으로 되돌아가기, 전혀 다른 것들을 조합하기, 작고 구체적인 아이디어 발상하기 등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 언제까지 아이들을 절벽으로 내몰 것인가 그런데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경쟁’을 강조하면서, 결국 오로지 홀로 존재하는 사람으로 남도록 교육하고 있는 건 아닐까? 연대하고 협력하며 공감하는 교육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지는 않은가? 적어도 미래 세대들이 살아갈 미래의 시대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들에게 ‘자기에 갇히는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를 알아가는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들을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낙오자가 되도록 절벽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그들을 무방비 상태로 학교 문을 나서게 할 수는 없다. 그것이 교육공동체의 의무이자 책임이고, 100년을 내다보는 교육이며, 학교는 그런 것들을 찾아내어 가르쳐야 한다. 2015년 유엔 지속가능위원회가 조사하는 ‘세계행복지수’ 가운데 ‘생애 선택의 자유’라는 항목이 있다. 진로나 인생의 방향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느냐를 판단하는 지표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조사 대상 158개국 가운데 116위를 기록했다. 일본, 중국, 인도, 베트남보다 우리나라의 자유 지수는 낮았다. 유엔 행복지수가 낮게 나오는 원인은 무엇일까? 미래 세대들이 가진 가능성과 창의력을 교육이 제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위기와 급변의 상황을 맞을 때마다 인류는 자연을 다스리는 지혜를 터득하고 인간답게 사는 이치를 깨우치며 ‘극복’했다. 옳은 것, 바른 것, 아름다운 것, 보편타당한 것, 지속 가능한 것 등 많은 진리와 진실을 축적해 두었고, 이런 것들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으로부터 검증받으며,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아 우리에게 전수되었다. 바로 ‘문명’이라는 인문학적 자산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미래 세대에게 학교가 가르쳐야 할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 문명이라는 인류의 자산들을 다양하고 폭넓게 많이 읽히고, 느끼게 하고, 토론하게 하고, 경험하게 하고, 체득하게 해서, 생각의 폭과 깊이를 더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인간의 존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이에 맞는 가치관을 가지며, 행동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결국 무엇인가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하고, 행동해야 할 때 책임질 수 있는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준거와 기준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윤리적인 마음을 가져서 모든 능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하여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의 시대가 인류에게 재앙이나 위협이 아니라, 유익하고 평화로운 시대를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100년을 내다본 교육이고, 학교가 가르쳐야 할 내용일 것이다.
‘교권보호’ 구체적 논의 없는 일본 ‘몬스터 페어런츠’ 등장 이후 교원 정신적 질환 병가 늘어 우리나라의 ‘교권보호 종합대책’과 같은 교권보호 논의는 일본에서 아직 생소하다. 다만 학생의 교사폭행은 ‘교권’보다는 이지메 등과 함께 ‘학생의 문제행동’으로 분류하여 문제행동을 일으킨 학생을 처벌 또는 지도하고, 범죄행위수준에 해당할 경우 경찰과 적극적으로 연대하여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교권은 일반적으로 ‘교사의 교육권’을 의미한다. 이는 교사가 교육할 수 있는 권리 즉, 교사가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외부 간섭(특히 국가) 없이 교육할 수 있는 권리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논쟁 중에 있으며, 특히 의무교육 단계의 교육내용 결정에 있어서는 ‘국가의 권리’와 ‘교사(또는 학부형)의 권리’라는 두 입장이 대치하고 있다. ● 교권보호 지원 제도 및 정책 _ 교원은 지방공무원이므로 「지방공무원법」 제24조 제6항의 규정에 따라 급여, 근무시간, 그 외 근무조건에 관한 내용은 조례로 정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정치나 교육행정의 간섭으로부터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거나 후생복지, 의사결정과정 등에 교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업무 과중, 교원평가, 이지메나 학교폭력 등 교원을 둘러싼 환경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특히 교원평가나 지도력 부족교원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CEART(The Committee of Experts on the Application of the Recommendation concerning Teachers)*가 일본에 조사단을 파견하여 상황을 파악하기도 하였다. 조사단은 문부과학성과 도도부현 교육위원회에 ‘전문직으로서 교원의 자유, 창조성, 책임감의 의의’를 강조하고, 적절한 기준을 제시할 것과 교원단체 교섭 협의, 장시간 과밀 노동 문제 등을 몇 차례에 걸쳐 권고하였다. 즉, 일본 교원은 권리를 충분히 보장 또는 보호받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최근 교권보호 관련 사례 _ 1990년대 후반부터 교육현장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른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가 있다. ‘몬스터 페어런츠’란 교사에게 지나친 자기중심적 요구를 반복하는 보호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러한 보호자의 행동은 교사의 인권과 교육권을 침해한다. 실제로 1996년도에 4,171명이었던 병가휴직자는 2006년 7,655명으로 3,500여명 증가하였으며, 병가를 낸 이유는 거의 100% 정신질환이었다. 교원평가와 같은 제도와 함께 몬스터 페어런츠의 등장으로 교원의 업무 환경이 열악해졌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핀란드 PISA 2012 하락 원인, 교권추락? 2014년 ‘문제 상황 시 체벌, 소지품 검사 허용’ 법 개정 핀란드에서 교직은 현재도 그렇지만 전통적으로도 상당히 존경받는 직업이다. 교사는 모두 석사 학위 이상의 자격을 갖춰야 하며, 교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상당히 경쟁이 치열하다. 또한 핀란드의 강력한 교원단체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과 함께 교사의 교권을 보호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존재다. 교원단체의 역사는 120년을 자랑하고 있으며, 전국 단일 교원조직으로 회원은 12만 2,000명 정도로 전체 교원 중 95%가 속해있다. [PART VIEW]● 교권침해 현황 _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PISA 2012 결과에 따르면, 핀란드는 이전보다 저조한 순위를 기록해 핀란드 교육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핀란드 교육계는 갑작스러운 성적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교실에서 교사의 권위 하락을 지목하였다. 최근 몇 년간 핀란드 학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2년 발표된 한 기사는 ‘전체 핀란드 학교 중 약 1/4에서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설문 조사 결과를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이 이전에 비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요구 사항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교사와 학교의 영역이나 능력을 훨씬 벗어난 것도 많다. ● 교권보호 지원 제도 및 정책 _ 2013년 한 교사의 해고 사건으로 불붙은 핀란드의 교권회복 논쟁은 관련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법은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이번 개정을 통해 교사는 문제학생과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더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개정된 법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사는 다른 학생을 위협하거나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다급한 상황에서는 학생에게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또한 교사는 학생으로부터 위험한 물건을 강제적으로 압수할 수 있으며 위험한 물건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 단, 이러한 상황에서는 2명의 교사가 동시에 필요하며 교사 1명이 결정할 수 없다. 또한 학생은 자신이 훼손하거나 더럽힌 학교 기물이나 환경을 스스로 복구해야 한다” 학생 생활지도와 통제를 보다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신설된 새로운 조항은 교장 이하 교사에게 현재 크게 환영을 받고 있다. 이전에는 학생의 인권침해로 금지되었던 몇 가지 사항이 교사의 권한 강화로 가능해졌으며 문제학생 통제가 법적으로도 훨씬 쉬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력해 보이는 새로운 개정안의 핵심은 ‘교육적 대화’이다. 모든 문제 상황에서 가장 처음 사용해야 하는 방법으로 규정된 것은 ‘대화’다. 교사는 대화 없이 강제적인 방법을 먼저 사용할 수 없다. ● 최근 교권보호 관련 사례 _ 2013년 헬싱키시 한 중학교의 학교 식당에서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던 학생 한 명을 강제적으로 식당에서 끌어낸 교사가 시교육위원회 결정에 따라 해고되었다. 이 사건은 핀란드에서 한동안 논란이 됐다. 학생권리만 강조되고 존중되는 사회, 신뢰 잃은 교권은 실추되고 있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것이 논란의 주요 이유였다. 시교육위원회는 교사 행동이 정당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지만, 교사는 ‘교육법’에 저촉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3년 당시 ‘교육법’에 의하면 “교사는 학생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드는 행동을 할 때 학생의 몸에 손을 접촉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교사의 해고는 사회의 많은 반향을 일으켰으며, 교권 회복과 해직 번복 청원에 모두 15만 명이나 서명하였다. 서명자들은 교권 회복을 통해 학교에 다시 학생을 잘 통솔할 수 있는 권위가 살아나기를 바랐다. 해직 교사 복귀를 위해 교사들은 인터넷뿐만 아니라 거리로 나와 피켓을 들고 적극적으로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부당하게 해고당했던 교사는 수많은 교사와 일반 시민의 청원에 힘입어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다른 학교에 결국 복직이 되었다. 핀란드는 이런 굵직한 교권 파동을 겪으면서 교사의 권위가 학교와 사회에서 보호되고 존중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핀란드 대통령은 최근 교육박람회에서 ‘교사를 도와주라’는 주제로 연설하는 등 교사의 교권 회복을 위해 모두가 앞장서고 있으며, 특히 교원단체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을 들면 챙겨주던 전국 지도책은 우리나라를 품은 듯 늘 든든했다. 그러던 ‘지도책’이 없어졌다. 내비게이션에 밀린 탓이다. 학생들도 당당히 되묻는다. “검색하면 다 나와요. 굳이 지리 공부해야하나요?”라고. 하지만 지리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세계가 보인다. 올바른 지역 이해는 올바른 지리교육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려 애쓰는 지리교사모임 ‘지평’을 만났다. 지리공부는 고등학교가 끝? … “마지막 수업 안타깝죠” “고등학교 졸업 이후 지리 공부 해 본 적 있으세요?” 지리교사모임 ‘지평(地平)’ 인터뷰는 역질문으로부터 시작됐다. 지평은 ‘지리로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는 의미를 지닌 지리교사들의 모임이다. 지난 1996년 출범,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글쎄요, 관광지도 들여다 본 것 외에는…. 기억이 없습니다.” 조금 민망했다. ‘지평’을 만나기 전까지 지리라는 과목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저희는 학생들한테 지리를 마지막으로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수업을 합니다. 국·영·수는 물론 역사나 과학 등 다른 과목들은 대학이나 사회에서 종종 접할 기회가 있지만, 지리는 대부분 고등학교 수업이 마지막이죠.” 지리교사 경력 17년의 이준구(서울이화여고) 교사는 고교 지리교육을 ‘마지막 수업’에 비유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어렴풋이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지리는 딱딱한 과목이었다. 기후와 지형, 자원의 생산량과 분포 등 외울 것도 많았다. 지리는 인간의 삶에 초점을 두고 지역적 특성과 역사적 사실을 융합한 학문이다. 그래서 자연환경과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호기심이 전제돼야 한다. 당장 대학 진학과 취업에 도움이 되느냐 여부만 따진다면, ‘한가한 소리’하고 있다고 할 테지만, 지리야 말로 ‘사람 사는 모습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공부’이다. ‘지평’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지리의 매력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내비게이션 있는데, 굳이 지리 공부해야 하나요?” 지리 교사들을 당혹하게 만드는 질문은 두 개다. “이게 수능에 나오나요? 어렵나요?”라는 질문과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굳이 지리 공부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이다. 어쩔 수 없는 세태라고 애써 마음을 달래 보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는 없다. 이 교사는 “요즘 회자되는 일명 ‘인구론’이란 말처럼 인문계 나와서 먹고살기 힘든데 지리공부가 취업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부정적 인식이 가장 안타깝다”며 “학생 선택에 의해 교과목 서열이 정해지는 교육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사회탐구과목의 정체성은 수능으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는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학생들은 수능에서 점수 따기 쉬운 과목으로 몰렸고, 지리는 뒷자리로 밀려났다. 더욱이 인터넷 발달과 내비게이션의 등장은 지리 교과를 학생들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고스란히 교육현장에 투영되고 있다. 고교는 물론 중학교 일반사회에서도 지리가 차지하는 실질적 비중은 크지 않다. 지리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가득 심어주는 게 ‘꿈’ 멀어져 간 학생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배낭 하나 메고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돌고 온 한비야처럼 학생들이 지리의 매력에 푹 빠질 수는 없을까. 지리교사모임 ‘지평’은 바로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지난 1996년 봄날, 이순용(서울이화여고) 교사를 비롯해 서울 시내 지리교사 7명은 ‘함께 공부하고 연구해서 가장 좋은 지리 수업을 한번 만들어 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우선 교사들은 지리 교과에 대한 학생들의 선입견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학생들이 지리에 대한 호기심을 갖도록 ‘지리적 마인드’를 심어주는데 힘을 쏟았다. [PART VIEW]지난 20년간 ‘어떻게 하면 좀 더 실감 나는 수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자료를 공유하고 소통했다. 이렇게 축적한 방대한 양의 학습 자료는 국내 어느 기관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이들이 지닌 자료들은 지리학회지 발표 논문과 어깨를 겨눌 정도의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평’의 전문성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 역시 1999년에 발표한 저서 지리로 보는 세상에서부터. 지리가 우리 생활에 왜 필요하고,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생활에 필요한 지리의 개념을 단편적으로 뽑아 그래프, 그림 등의 풍부한 자료와 함께 풀어놓은 학습 보조교재다. 최근에는 대학생과 지리 교육을 전공한 전문가를 위한 번역서를 발표하는 등 이들의 치열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리를 알면 세상이 아름답게, 그리고 새롭게 보인다 지평 회원들은 방학 때면 사비를 털어서 해외 장기 답사를 떠난다. 지금까지 남미와 인도, 네팔, 지중해 국가들을 섭렵했다. 다음 행선지는 ‘인류의 고향’ 아프리카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학생들에게 가보지도 않고 아는 척해야 하는 눈속임이 싫어서다. 또 하나 학생들에게 좀 더 생생한 학습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2002년 펴낸 지리교사들, 남미와 만나다는 학생들에게 낯선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르치겠다는 일념으로 1년여에 걸친 현장답사를 통해 만들어진 교사들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노작(勞作)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안 교과서를 만들고 싶어요. 정말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들어 학생들한테 지리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가득 심어주는 게 꿈입니다.” 초대 회장을 지낸 이순용(서울이화여고) 교사는 “현행 교과서가 담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새로는 시각을 담아내는 대안 교과서를 만들어 깊이 있는 수업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지리를 알면 세상이 아름답게, 그리고 새롭게 보인다’는 말처럼 지리교육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지평(地平)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지리교사모임 지평(地平). 그들은 오늘도 우리 아이들에게 ‘지도 밖으로 행군’할 수 있는 용기와 호기심을 품어주기 위해 ‘치명적 매력 발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수행평가도 그렇다. ‘배움의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수행평가 확대의 교육목표, 필요성, 시대적 요구 등은 공감한다. 하지만 수행평가가 학교 현장에 도입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평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중등교원 절반은 ‘수행평가 확대’ 우려 수행평가 확대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국교총이 지난 3월 9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원 9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산출하는 것에 대하여 초등학교에서는 55.3%가 찬성한 반면, 중학교 교원은 54.8%가 반대했고, 고등학교 교원은 66.3%가 반대했다([표-1]참조). 입시와 내신 성적에 민감해질수록 평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중·고교 교원의 절반 정도는 수행평가 확대가 가져올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공정한 기준 마련이 어려워 내신 갈등 확산(중 46.3%, 고 44.7%)’을 꼽았다. 이는 ‘좋은교사운동’이 2016년 4월 4일 전국 초·중·고 교사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필 평가와 수행평가에 대한 현장교사 설문조사’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30.3%가 ‘수행평가 실시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공정한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대입제도 개선 없이 피할 수 없는 ‘공정성 시비’ 아직까지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수행평가는 필기시험만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믿는다. 이런 상황에서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매긴다면 학부모와 교사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지역의 학교에서는 시행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수행평가는 부모평가’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극성스런 학부모들은 학교 수행평가에 더욱더 깊이 관여하려 들것이고, 이는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결국 대학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공정성 시비’는 피할 수 없다. 더 나아가 명확한 기준 없이 수행평가로 내신이 결정된다면 학부모들의 민원과 불만이 이어질 것이고, 이는 교권침해로까지 번질 수 있을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항의성 민원이 부담스럽다(18.6%)*는 현장교사의 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능 불변에 따른 이중적 학습부담 가중(중 24.3%, 고 30.3%)** 역시 우려 대상이다. 초등교원 역시 이중 학습 부담(38.7%)에 공감했다([표-2] 참조).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시·정시·논술·학생부종합전형·포트폴리오 등 이중삼중사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행평가를 더 얹어주는 것은 고통을 더 가중시키는 일이며, 좋은 수행평가 점수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를 일이다. [PART VIEW] 조장(助長)은 돕는 것이 아니라 망치는 것 ‘수행평가 확대 정책’은 바람직한 정책임에는 틀림없다. 원칙과 목적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교육 당국은 유념해야 한다. 제도 실행이 먼저가 아니라 수행평가에 대한 불신을 말끔하게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공정성을 둘러싼 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지침이나 규정 등의 제도 정비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학부모들의 항의나 개입, 대입혼란을 불러올 것은 명약관화이다. 물론 획일적인 주입식 수업방법, 필기시험에 의존한 평가 방식 등 우리의 교육 패러다임을 시대에 맞게 고칠 때가 되었다. 그렇다고 서둘러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방법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조장(助長)은 자라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망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려 섞인 의견도 교육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교육 당국은 교사들의 걱정에 귀를 기울여 제도 개선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철저한 계획으로 새로운 제도 준비 교사 역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교육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한다. ‘과제수행 과정을 교사가 관찰하여 평가한다’는 당초 취지에 맞도록 정규수업시간에서 수행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계획해야 한다. 만일 방과후과제 형태로 부과된다면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둘러싼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교수·학습과정과 무관한 별도의 과제를 부여하여 학생 부담을 가중시키거나, 공정성을 해치는 과다한 기본점수·태도 점수 부여도 지양해야 한다. 더불어 학교의 교과협의회,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운영 내실화 및 과목별 평가 세부계획 공개를 통해 학부모와 학생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키는 과정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혼란으로 인한 몸살도 겪을 것이다. 하지만 힘들다고 안 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수행평가에 따른 제도적 지원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표-3] 참조). 교육부의 “과정중심의 질적 평가 내실화로 수업 방법의 변화를 촉진하고, 과정중심의 수행평가로 학생의 진로·적성을 계발하고, 학생의 성취수준 파악으로 학습에 도움이 되는 평가를 실시”하기 위해서 교육 당국, 교사, 학부모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4월 7일 전남 순천에 위치한 한국바둑고등학교 특별 대국실. ‘따~악’ 정적을 가르고 하얀 돌이 반상에 내리꽂히자 어린 제자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날은 프로기사 박영훈 9단과 바둑고 학생들 간 다면기가 이뤄진 날. 박 9단은 174수 만에 불계승했다. 상대는 바둑고 1학년 이진석 군 등 4명. 아마 5단의 실력이지만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른 박 9단에겐 적수가 되지 못했다. 바둑고는 일 년에 한두 차례 국내 유명 프로기사들을 초청해 학생들과 실전 다면기를 둔다. 지난 2014년에는 알파고 대국으로 명성을 날린 이세돌 9단이 학생들과 실전 대국을 치렀다. 사제간 대국이지만 프로기사들은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가르친다. 어린 학생들이라고 해서 조금도 봐주는 법이 없다고 한다. 특히 이세돌 9단의 경우 학생들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 학교 배택근 교사는 “이 9단의 바둑을 보고 있노라면 학생들에게 저토록 냉정할 수 있을까 혀를 내두르게 된다”며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보여준 초인적인 집중력과 승부욕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3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대국을 벌였을 때 학생들은 스승의 승리를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했다. 5번기가 치러지는 동안 바둑고에는 아쉬운 탄성과 환호, 감동이 교차했다. 국내 유일 바둑특성화고 … 전국서 바둑 수재들 몰려 이 학교는 국내 유일 바둑 특성화고등학교다. 조그만 시골, 잘 알려지지 않았던 주암종합고등학교는 지난 2013년 특성화고로 전환하면서 바둑 전문교육기관으로 진로를 고쳐 잡았다. 당시 주암종고는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전년도 졸업생이 14명에 불과했다. 50년 전통의 학교가 문 닫을 위기에 직면하자 지역교육계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전남도교육청과 순천시교육청, 그리고 학교 측이 머리를 맞댄 결과 바둑 특성화고 전환을 선택했다. 조훈현 9단과 이세돌 9단이 모두 호남 출신이란 점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바둑고의 등장은 사교육에만 의존하던 바둑교육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원이나 학원에 의존했던 학생들이 정규교육과정 틀 속에서 바둑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전교생은 105명, 이중 여류기사를 꿈꾸는 여학생이 19명이다. 지역 우선 선발을 통해 입학한 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이 전국에서 모인 바둑 수재들이다. 바둑고에 입학하려면 바둑 실력은 기본. 한국기원 연구생이거나 전국대회 또는 시·도대회에서 적어도 4강에는 들어야 입학자격이 주어진다. 입상 실적이 없는 학생들은 바둑고에서 실시하는 대국에 참여,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실전 대국이나 사활 문제를 푸는 실기 테스트가 입학시험인 셈이다. 바둑 급수로 치면 아마추어 초단 정도는 돼야 입학할 수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세계 무대 진출 꿈꾸는 ‘바둑 한류’ 전사들 어렸을 때 바둑 공부를 했으나 프로에 입단하지 못한 학생들이 다시 한 번 도전하기 위해 모인 곳도 이곳이다. 바둑은 조기교육이 매우 중요한 분야여서 한 번 시기를 놓치면 재기가 어려운 영역이다. 바둑고의 등장은 패자부활전을 노리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된 셈이다. 학교 수업은 일반고등학교처럼 국·영·수 등 교과 위주 수업 50%와 바둑이론 등 바둑전문교과 50%로 구성된다. 바둑 교과서는 학교 측이 명지대 바둑학과의 도움을 얻어 자체 제작한 것을 사용한다. 바둑 기술뿐만 아니라 이론 및 바둑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실무까지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바둑학개론, 바둑문화론, 현대바둑이론, 바둑기술Ⅰ, 바둑기술Ⅱ, 바둑영어, 바둑콘텐츠, 바둑지도사 실무’ 교과들이 눈길을 끈다. 실전 대국이나 기보연구와 같은 본격적인 바둑수업은 주로 방과후교육활동과 야간자율학습을 통해 이뤄진다. 평일에는 보통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기보연구와 대국 등 치열한 바둑 수련이 실시된다. 바둑 특성화고답게 교사진 구성이 색다르다. 4명의 정규 바둑 교사를 두고 있으며 프로기사 출신의 김민희 3단, 강훈 3단, 김남훈 초단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반 교사 중에도 바둑 고수들이 제법 많다. 개교 멤버인 배 교사는 영어교사 출신이지만 바둑 실력은 아마추어 공인 5단이다. 그는 바둑영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바둑이 이미 세계적 스포츠로 자리 잡은 만큼 학생들의 해외 진출에 도움을 주는 게 목표다. 학교 측은 중국 시장을 겨냥, 바둑 중국어 과목도 편성할 예정이다. 바둑의 본고장 중국에 한국바둑을 심는 ‘바둑 한류’의 첨병을 양성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바둑고 학생들은 지역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주말을 이용해 초등학생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지역주민들과 수담(手談)을 나누면서 어른을 공경하는 자세를 배운다. 학교 바둑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남훈 초단은 “바둑은 예도(禮道)라는 말처럼 참을성과 배려심, 타인에 대한 공경을 기반으로 하는 가장 좋은 인성교육 교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엄격한 예절 교육을 받아서인지 학생들 간 다툼이 거의 없어 교사들이 생활지도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 학생들의 진로는 대학 바둑학과에 진학하거나 바둑 선수, 바둑교실 사범을 비롯해 해외 바둑 보급자, 바둑 교사, 바둑 기자, 바둑 방송 해설자, 바둑 평론가, 바둑 소설가, 바둑 만화가, 바둑 게임 개발자, 바둑 용품 제작자, 바둑 행정사, 바둑 이벤트 운영자 등 매우 다양하다. 대학의 경우 바둑과라는 동일 계열의 전문교과 선이수를 고려한 수시 전형 특례를 인정받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기 졸업생 39명 중 4년제 대학에 들어간 학생은 21명, 전문대 15명까지 포함하면 진학률은 92%에 이른다. 바둑고는 최근 알파고의 영향으로 입학문의가 전국에서 쇄도하고 있다. 학교 측은 바둑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면서 내년도 입학 경쟁률이 2~3대 1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최대 고민은 ‘취업’이다. 취업을 먼저 한 후 관련 분야의 학습을 더 하기 위해 진학을 하든, 대학에서 전공과목을 학습한 후 관련 분야로 취업을 하든 결국은 ‘취업’이다. 어떤 것이 옳은지 정답은 없다. 다만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인지, 자신의 꿈을 미래지향적으로 실현할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는지 충분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의 진로상담교사, 부모님, 먼저 취업한 선배의 조언, 다양한 전문인들이 주는 정보 등을 통해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며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후진학 제도, 인문계고의 직업과정위탁생도 동일 적용 현재 특성화고등학교와 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 중 절반은 선취업(일·학습 병행제 포함) 후진학을 선택하고 있다. 이와 달리 진학중심의 고등학교인 일반고, 외국어고, 과학고 등의 학생은 대다수 대학 졸업 후 취업하는 경로를 취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졸 청년층 취업난의 여파로 인문계고 직업과정위탁생이 증가하면서 인문계고 학생의 선취업후진학 경로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후진학 제도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생은 물론 인문계고의 직업과정위탁생도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배운 직업과정의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관련 분야로 선취업하게 되면, 아래의 [표-1]과 같이 후진학 제도를 통해 자신의 경력을 개발할 수 있다. 후진학의 최대 걸림돌, 시간부족 정부의 선취업후진학 지원 정책은 과도한 입시 경쟁과 경제적 이유로 대학 진학이 어려웠던 고졸 재직근로자들에게 다시금 학위 취득이 가능한 고등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직업진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는 청년층 고용률 제고와 중소기업 우수 인력 확보의 중요한 촉매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선취업후진학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후진학 계속교육에 참여하는 재직근로자가 느끼는 애로 사항은 크다. 고졸 후진학자들이 직장과 대학교육을 병행하며 겪는 어려움은 [표 2]와 같다.* 절반 정도의 후진학생들이 학습시간 부족(48.4%)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다음으로는 교육비 부담(37.8%), 인근 지역 희망학과 부족(36.8%), 상사의 눈치(32.9%)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처럼 직장과 대학교육을 병행하고 있는 고졸 재직근로자들은 육체적 피곤은 물론 학습을 위한 물리적 시간 부족 및 재정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졸 후진학자가 느끼는 이러한 인식의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의 기업이 소속 재직근로자가 학위 취득을 위해 대학에 다니는 것을 사적인 영역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배려한 업무 경감이나 근무 시간 조절, 재정적 지원 등 정서적인 지원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후진학자에게 우호적인 기업 문화 조성이 아쉬운 대목이다. [PART VIEW]후진학자에게 ‘눈치’ 아닌 ‘격려’를 고졸 취업자가 직장생활과 대학교육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표 3]을 보면 후진학자들은 필요한 제도적 개선으로 재직자 재정 지원 확대(54.0%)를 가장 많이 요구했다. 고졸 출신으로 선취업한 후진학자들의 상당수가 교육비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층 취업률 제고 및 중소기업 장기근속을 위해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재정지원 확대 노력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국가장학금에서 재직근로자를 위한 기금을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 고용보험에서 재직자의 교육훈련비 지원을 학위 취득과정까지 확대 지원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에서도 우수 인력 확보 및 숙련 제고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후진학자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하며, 학위과정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기업과 대학의 산학협력교육 강화도 필요하다. 또한 일·학습 병행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 강화(49.4%) 요구도 높았다. 이는 재정지원뿐만 아니라, 후진학자에게 우호적인 기업문화 조성도 시급함을 의미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청년 취업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꾸준한 자기계발뿐이다. 기업은 소속 직원의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기업 성장 및 발전의 원동력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대학·대학원의 학위과정에 참여하여 성실하게 학습하는 직원을 부정적으로 ‘눈치 주기’보다는 ‘용기·격려·칭찬하는’ 성숙한 기업문화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선취업후진학을 지원하는 우수 기업 사례를 발굴·홍보하여 모든 기업이 재직자의 후진학을 지원하고, 일·학습 병행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아이들은 성장해 간다. 하지만 커가는 ‘키’처럼 ‘마음’도 자라고 있을까? 겉모습의 변화와는 달리 마음 안자락은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미술 시간만큼이라도 여유 있게 아이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기다려주고 싶었다.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되돌아보며 새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자신의 숨겨진 잠재력을 발휘하여 더욱더 창조적으로 발전해 가기를, 자신들의 꿈을 찾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더욱더 노력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랐다. 미술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 모두 그리기를 좋아했고, 색종이 접기를 즐겼으며, 만들기에 열광했다. 그때는 잘 그리고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가면서 친구들보다 못 그려서, 미술전공을 하지 않을 거니까, 다른 과목 공부하기도 바쁘니까 등의 이유로 미술을 멀리하게 된다. 미술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고, 무엇인가를 만드는 기술적인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술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욕구 등을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세계를 객관화시키면서 자아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적 기능도 있다. 또한 만다라처럼 공동으로 완성시키는 작품활동을 통해서 건강한 대인관계 형성과 사회성 발달, 협동심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인성교육의 목적은 ‘사람 됨됨이’ 교육이다. 사람 됨됨이가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서적 안정이 필요하다. 자신이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야 타인을 끌어안을 수 있다. 따라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긍정적 자기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면 타인과의 소통도 가능해지고, 타인의 입장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술 교과와 연계한 인성교육중심수업의 주요 테마를 긍정적 자기이해, 공감, 소통으로 설정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다. 첫 번째 테마 _ 긍정적 자기이해 긍정적 자기이해를 위해서는 나와 솔직하게 마주 서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진실한 나와 만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열등감, 정서적 불안, 욕구불만, 불건전한 습관과 태도 등 심리적 불편감과 부딪칠 수 있다. 미술 작품을 제작할 때도 이러한 감정들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이런 불편감을 피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떠오르는 생각이나 욕구를 그대로 관찰하면서 자신을 객관화시켜보도록 지도한다. 그래야 자신의 참모습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다. [PART VIEW]‘긍정적 자기이해’ 수업은 ‘나에게 그리는 그림’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표현을 시각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하였다. 개인의 긍정적 자기표현 수단으로서 미술을 활용하고, 나아가 친구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도록 하였다. 또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적 흐름에서 자신의 모습을 생각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특히 변화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학생들을 격려하였다. 두 번째 테마 _ 공감하는 마음 본 단원은 미술 교과의 인성 역량 중 공감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미술 교과에서 공감이란 타인의 정서와 생각, 의견과 입장에 비록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상대방 입장을 수용하는 마음가짐이다. 가면무도회는 ‘공감’을 중심으로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 타문화 이해, 자기 발견의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더불어 조형요소와 원리를 이해하고 자신의 이야기 주제와 특징, 의도, 목적에 맞게 이미지를 재구성하여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세 번째 테마 - 소통하는 마음 진정한 소통은 우리들의 삶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일어난다. 소통은 더욱 적극적이고 의지적으로 타인의 삶과 나의 삶, 타인의 이해와 나의 이해를 연결 지어 생각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통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되어, 그 관계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과정으로 전개되어 간다. 동시에 사회적 관계로 확장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받아들이는 과정 즉,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다른 입장을 수용하게 한다. ‘소통’을 주제로 한 ‘인성계몽포스터’ 수업은 사회문화적 이슈를 주어진 인성덕목(표 참조) 중 하나와 결부시켜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수업이다. 포스터 제작을 위해 수집한 정보를 분석·평가하고, 이를 종합하여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창조적·구성적 태도가 길러질 수 있으며, 분석·종합·평가 등과 같은 고차원적 사고능력까지 증진시킬 수 있다.
세계화의 대표적 현상 중 하나는 ‘국경을 넘나드는 이주(migration)의 빈번함’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주민 비율은 3.4%(170만여 명)이며, 외국인 주민의 자녀수도 2015년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중도입국 청소년의 가장 힘든 점, 언어장벽 ‘중도입국 청소년’이란 타국에서 태어나서 성장하다가 한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온 청소년들을 일컫는다. 자신들이 태어나고 성장한 곳에서 언어 습득과 사회화 과정을 거친 후 한국으로 이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부모의 국제결혼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일반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과는 확연히 다른 가치관과 환경적 특성을 갖고 있다. 국내 거주하는 중도입국 청소년의 정확한 수치는 현실적으로 파악이 어렵지만, 2012년 출입국관리소에 귀화를 신청한 부모 동반 입국 19세 이하 청소년은 총 7,500여 명으로 조사되었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한국 사회에서 정착하고 생활하는 데 있어 언어, 문화, 경제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 무지개청소년센터(2015)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한국 입국 후 가장 힘든 점으로 언어장벽을 압도적인 1위로 꼽았다. 10대 중후반인 중도입국 청소년들에게 언어 문제는 학업 및 진로 등과 함께 한국 사회에 터전을 잡고 살아나가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요소 중 하나인 것이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비교적 낮은 가정 출신이 많은 데다 상당수의 경우 제한된 언어능력 및 교육수준 그리고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들은 빈곤의 악순환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의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60%가 넘는 중도입국 청소년의 심각한 학업중단률 이들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교육전문가들은 체류 신분 등 법적인 문제가 한국 사회 정착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 중도입국 청소년들에게 최대 현안은 진로와 취업이다. 하지만 국적취득 과정이 최소한 1년 이상 소요될 뿐 아니라 이들 중 상당수는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부가 지원하는 직업훈련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비자발적 프리터족*이 되거나 니트족(NEET)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도입국 청소년의 니트 비율은 37.7%로 일반 청소년 집단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이규용 외, 2014).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양계민, 조혜영, 2012)에 따르면, 중도입국 청소년의 국적 취득 여부가 학교 재학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저연령일수록 재학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초등학교 연령인 9세부터 13세 집단의 경우 대부분이 공교육의 혜택을 받고 있었으나, 중학교 연령인 14세부터 16세 집단과 고등학교 연령인 17세부터 19세 집단은 각각 60.5%와 36.7%만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또한 20세 이상 집단의 재학률은 18.3%에 머물렀다. 2012년과 2013년의 국내 학업중단 청소년의 수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중도입국 및 외국인 학생의 학업중단 사례는 6,764명에서 9,720명으로 급증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학령기 중도입국 청소년의 학교생활 부적응과 학업중단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윤철경, 최인재, 유성렬, 김강호, 2015). [PART VIEW]‘나 돌아갈래’,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절규 치열한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도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공교육에 적응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들의 절반 이상(57.4%)이 학교 공부가 너무 어렵다고 응답했다(양계민, 조혜영, 2012). 가정의 열악한 경제상황 또한 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원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중도입국 청소년 중 15.8%가 돈을 벌기 위해서 학업을 중단한 상태라고 응답하였으며, 학교 다니는 것이 힘든 이유로 어려운 가정형편(18.5%)을 꼽았다. 취학 허가를 받지 못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3%를 차지했다. 국내 정착 초기에 서류 미비나 체류 신분 해결 과정 등으로 발생하는 1~2년가량의 교육적 공백기는 중도입국 청소년 개인에게는 크나큰 손실이며, 학교 부적응 및 니트족 양산이란 사회 비용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더 이상 의미 없는 ‘우리’와 ‘그들’이란 이분법적 구분 따라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 요구된다. 앞서 살펴본 대로 국경을 넘나드는 이주와 초국가적(transnational) 노력이 요구되는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자국민(우리)과 외국인이라는 이분법에 따른 지원정책은 부적절하다. 외국인이란 신분 탓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다가 국민이란 지위를 얻게 됨과 동시에 교육 및 취업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정책의 실효성을 발휘하는 골든타임을 놓쳐 버리고 만다. 빈곤의 악순환에 그들을 방치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한국에 정착해 국적을 취득한 이민자들에게만 선별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는 논리는 세계적 흐름과도 맞지 않다.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 선진국의 예를 살펴보면, 교육 및 취업지원에 있어 ‘우리’와 ‘그들’이란 이분법적 구분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중도입국 청소년의 진학, 진로, 사회자본 강화 등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량을 개발토록 환경을 조성하고 세계시민으로서 당당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적 자원으로 성장토록 지원하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쓸데없이 보통 이상으로 많이 자라 연약하게 된 것을 ‘웃자랐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도 웃자랄 수 있다. 웃자란 아이들을 심리학에서는 ‘부모화 된 아이(parental children)’라고 부른다. 부모의 역할을 대신 하는 아이들이다. 맡겨진 역할이 자기 나이에 맞지 않는 어른스러운 일이다 보니 말투나 행동은 또래보다 조숙하다. 어른들 관점에서 ‘착한 아이’, ‘키우기 쉬운 아이’, ‘손이 별로 안 가는 아이’의 이미지에 딱 맞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주변에서 ‘철이 일찍 들었다’, ‘어른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실에서도 별문제 일으키지 않고, 자기 일을 스스로 척척 해내며, 학교 규칙이나 교사의 지시를 어기는 일도 없다. 그런데 왜 이게 문제가 될까? 오히려 철이 빨리 들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것이니 좋은 것 아닐까? 어른 되기를 강요 당하는 아이들 또래보다 ‘웃자란 것’을 다 안타깝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눈치도 빠르고, 예의 바르며, 타인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어린 시절을 아이답게 지내지 못하면 ‘결핍’이 생긴다. 부모의 사랑을 잃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결핍을 채우기 위해 ‘부모를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가 되기로 결심한다. 부모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혼이 나거나, 버려지는 운명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눈치가 발달한다. 집안일을 거들고, 동생을 잘 챙기며, 엄마·아빠가 좋아할 만한 행동을 알아서 척척 해낸다. 부모에게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부모화’가 높은 아이일수록 ‘효’ 및 ‘책임감’, ‘도덕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얄궂게도 부모의 기분은 수시로 바뀐다. 때문에 안정된 마음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늘 불안하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부모의 마음을 살피며 불안함을 감춰보고자 ‘밝은 척’, ‘행복한 척’을 한다. 부모화 된 아이들은 항상 타인을 배려하는 입장일 뿐, 정작 자신은 그러한 배려를 받지 못한다. 속상하고, 짜증나고, 억울하고, 힘들어도 내색하지는 않는다.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속으로 삭이다가 깊은 우울감과 함께 자해, 자살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한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려 삶의 무게가 너무 버거워진 부모화 된 아이들. 이 아이들은 어쩌다 어른 되기를 강요당했을까? 어른스러워야 했던 아이들은 보통 ‘부모가 부모 역할을 제대로 못 할 때’ 생겨난다. 배우자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자식에게 하소연하는 부모, 우울증이 심하고 무기력하여 어린 자식이 부모의 안색과 기분을 항상 살피는 경우, 배우자와 대화가 안 되다 보니 자녀를 대화상대로 삼는 경우 등 부모가 자녀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할 때 자녀는 부모의 부모로, 부모의 배우자로 자리 잡는다. ‘부모화(perentification)’가 되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가혹한 책임감, ‘부모화’ 아직까지도 ‘효녀’로 칭송받고 ‘착한 아이’라고 평가받는 심청이는 전형적인 ‘부모화 된 아이’이다. 아버지의 눈이 되어주어야 했고, 아버지의 눈을 고치기 위해 돈을 마련해야 했으며, 선원들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했다.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가혹한 책임감이다. 이렇게 큰 짐을 지고 가야 하는 인생길이 얼마나 버겁고 힘들었을까? 얼마나 많은 눈물을 남몰래 흘리며 가슴 아파했을까? 안타까움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일 년이면 한두 차례 ‘심청이’ 같은 아이를 만난다. “아이고 힘들었겠다. 애썼다.” 툭 던진 말에 눈물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아이의 마음과 마주하게 되면 착하고 어른스럽고 철든 모습으로 보인 아이들의 마음이 사실은 어떤 마음이었는지, 이들이 왜 자신의 욕구를 너무 어린 시기부터 누르며 살게 되었는지, 이런 ‘어른스런’ 모습이 어떤 방식으로 강화되고 유지 되었는지, 그리고 이런 경향이 지나칠 경우 어떤 마음의 병이 자리 잡게 되는지 구구절절한 스토리가 나온다. 밀린 월세 마련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아이 부모화는 경제적, 정서적 부모화가 있다. 예전에는 경제적 부모화가 많았고, 요즘은 정서적 부모화가 더 많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 어린 나이에 한 푼이라도 벌어서 동생들 학비를 보태주던 형, 누나, 언니, 오빠들이 경제적으로 부모화 된 아이들이었다. 지금도 조금만 주위를 살펴보면 경제적 부모화로 힘겨워하는 아이들이 여전히 있다. ● 상담사례 1학년 때 만나 3학년이 된 지금까지 지속적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현정(가명)이는 경제적 부모화가 된 아이였다. 평일에는 학교가 끝난 후 곧바로 고깃집에서, 주말에는 온종일 고깃집과 결혼식 피로연장을 돌며 생계형 아르바이트한다. 번 돈으로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내고, 아버지 용돈과 오토바이 기름값을 대드린다. 학교 급식비와 교통비, 핸드폰 요금 역시 본인이 해결하고 있다. 현정이를 처음 만난 건 1학년 2학기, 이유는 ‘자퇴’ 때문이었다. [PART VIEW]학생 : “저 학교 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요. 학교 다니느라 아르바이트할 시간이 없어요.” 교사 : “네가 돈을 꼭 벌어야만 하는 상황이니? 부모님은?” 학생 : “사정이 있어서 제가 벌어야 해요.” 교사 : “돈이 많이 필요해? 지금 당장? 학교를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할 만큼?” 학생 : “네. 아빠 벌금도 마련해야 하고, 월세도 8개월이나 밀렸고…. 액수가 너무 커서….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하는 걸로 안 될 것 같아요. 학교를 그만두는 수밖에는 없어요.” 교사 : “아빠 벌금?” 학생 : “네. 아빠가 술 먹고 사고를 내서 벌금이 500만 원인데, 다음 달까지 내지 않으면 구치소에 간대요. 아빠는 고모한테 가서 돈을 마련해보라고 하시는데, 고모는 싫으시데요. 자식이 아버지를 구치소에 가게 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직접 마련해보려고요.” ● 상담방법 이 학생은 자신이 부모화가 되었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자식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책임감을 공고히 할 뿐,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아빠가 너무 가엾어서, 얼마나 힘들면 저러실까 싶어서….”라는 것이 이 학생의 마음속을 지배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상담 전략을 세웠다. ‘아버지의 상황을 이해하되, 잘못된 행동까지 이해하지 않기.’ 지금은 벌금이지만, 더 큰 사고가 발생한다면 네가 도와드릴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며 설득했다. 결국 아버지는 두 달 남짓 구치소에서 벌금을 채우고 나오셨고, 지금은 간간히 일을 하시면서 생활비를 보태고 계신다. 현정이가 ‘아버지 정신 좀 차리라’는 호소가 마음을 조금 움직인 모양이었다. 여전히 생활비 대부분을 현정이가 내고 있지만, 지금은 졸업 후 간호조무사 학원에 다닐 계획도 세웠다. 밤샘 아르바이트로 가끔 학교를 빼먹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엄마의 넋두리를 들으며 ‘죽음’을 생각하는 아이 최근에 증가하고 있는 정서적 부모화는 부모가 배우자나 주변 사람에게 해야 할 고민 상담이나 넋두리를 아이에게 습관적으로 하며 정신적으로 의지할 때 발생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기분을 맞춰주는 정서적 위로자 역할을 담당한다. 정서적으로 부모화된 아이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든든하고 의젓해 보이겠지만, 아이의 입장에선 응석 부리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 테니 행복해질 권리 중 상당 부분을 포기하게 된다. ● 상담사례 2학년 1학기에 만나 지금은 3학년이 된 한선(가명)이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살았다. 아버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성장하면서 한선이는 엄마의 남편 역할, 친구 역할, 딸 역할을 완벽히 해내야 했다. 엄마는 한선이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했고, 한선이는 그런 엄마를 이해하고 품었다. 본인이 힘든 일을 말하려고 할 때마다 엄마가 먼저 ‘힘들다’고 넋두리를 늘어놓았고, 한선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대신 엄마의 하소연을 듣기만 했다. 어느 날 한선이가 말했다.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학생 : “엄마는 제가 숨 쉬는 것도 싫은가 봐요. 온갖 트집을 잡아서 짜증을 내세요. 엄마도 힘들어서 그런 거겠죠. 여자 혼자 저 먹여 살리려고 새벽까지 일 하시니까요. 이해해요. 하지만 저도 힘들어요. 그런데 힘들다고 못 하겠어요. 그럼 엄마가 더 힘들어질 테니까. 그냥 제가 없어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럼 편안해지지 않을까요? 엄마도 나도.” 교사 : “엄마도 네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 알고 계시니?” 학생 : “모르실 걸요.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 없어요. 엄마는 저 힘든 거에는 별로 관심 없어요. 엄마는 저보다 더 힘드니까…. 이해해요. 이해해야죠. 제가. 엄마는 더 힘드니까.” ● 상담방법 학생과 헤어지고 난 후 급하게 학부모 상담이 진행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는 깊은 우울증을 겪고 계셨다. 한선이의 상황을 어머니께 알리며 병원 치료와 상담을 권해드렸다. 상담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부모는 부모 나름대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또한 ‘그들 역시 그들의 부모에게 상처받은 자녀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부모에게 문제를 지적하며 들이대는 것은 전혀 효과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골만 깊어지게 만든다. 따라서 부모상담을 진행할 때는 현재 학생이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상황을 전달하면서, ‘자녀를 마치 친구처럼 대하며 자기 생활이나 갈등에 대해 모조리 털어놓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런 역할은 성인 친구와 해결해야 하며, 부모와 자녀 사이에 상호교류가 잘 이루어지는 것은 필요하지만, 자녀가 필요 이상으로 부모의 감정을 책임지도록 부담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부모가 놔주지 않는 한, 부모가 자식에게 그렇게 대했음을 깨닫기 전에는 아이 스스로 그 역할을 거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답게’가 바로 서야 안정감을 느낀다. 마음의 건강 지표에서 중요한 한 가지는 ‘~답게’라는 생각을 한다. 아이는 아이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선생님은 선생님답게. 이런 ‘답게’가 바로 서야 우리는 안정감을 느낀다. 혹시 학급에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런 모습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부모를 너무 걱정한 나머지 부모로부터 돌봄 받기보다는 부모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다면,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손이 안 간다고 관심을 안 주게 되면, 그 아이는 스스로를 돌보는 능력에 손상을 입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더 절박한 상황일 때조차 다른 사람 마음을 살피느라 자신의 삶을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다.
01 나는 대학에서 ‘산문문학론’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 내러티브를 짤막한 소설로 써 보도록 한다. 나의 학생들은 장차 교사가 될 사람들이다.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 세 가지 즉, ‘내 인생의 삼대 고통’에 대해서 기억해 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전소설의 한 대목을 써 보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거론하는 고통 중에는 ‘학교 다닐 때 선생님에게서 부당하게 꾸중 들었던 기억’이 의외로 많았다. 주로 그 꾸중이 타당하지 않은 경우, 그러니까 좀 억울하게 꾸중을 들었던 경우가 고통으로 각인되는가 보다. 또한 꾸중의 양과 질이 지나치게 가혹한 경우, 평가의 원리로 말한다면 ‘꾸중의 신뢰도’가 무너지면 고통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았다. 꾸중을 구사하는 선생님의 심리적 맥락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선생님이 공연히 나만 미워한다’는 느낌이 강박적 불안 심리가 되어 고통으로 옮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이들이 학교 다닐 때 견디기 어려웠던 고통 중에는 꾸중 못지않게 ‘칭찬’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자신에게 주는 칭찬이 고통스러울 사람은 없다. 선생님이 다른 아이를 부당하게 칭찬하는 것이 견디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 역시 칭찬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칭찬의 타당도와 그 칭찬의 신뢰도에 불만을 가지는 것이다. 이런 칭찬은 곧 그 칭찬을 받지 못하는 자신에게는 차별과 소외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런 칭찬 역시 칭찬을 구사하는 선생님의 심리적 맥락을 눈치 채는 데서 마음의 고통이 생긴다. 즉, 선생님 속마음을 알아차리면서 마음의 상처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대체로 편애의 상황과 연결되고, 편애 밖에 놓였던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고통으로 기억되는 것 같았다. 학생들이 쓴 소설 가운데는 부모나 교사의 칭찬에 대해서 예민한 감수성을 드러낸다. 그중에는 부정적인 기억도 많다. 이를테면 ‘영혼 없는 칭찬’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본능적 후각을 발동하여 알아차린다. 일상의 일과를 늘 같이하는 부모나 교사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 칭찬에 진정성이 없음을 알아차리면 즉, 칭찬이 상투화된다면 칭찬의 효력은 없어진다. 더구나 그것을 엄마나 교사는 모르고 아이들은 알고 있다면, 그런 칭찬은 칭찬하지 아니함만 같지 못하다. 칭찬의 인플레는 화폐의 인플레 못지않게 무섭다. 멀쩡한 아이가 말도 안 되는 응석을 부리거나 떼를 쓰는 데에는 진정성 없는 칭찬에 대해서 그것을 저항적으로 이용하려는 무의식이 작동하는지도 모른다. 꾸중도 마찬가지이다. 영혼이 없는 꾸중은 독(毒)처럼 유해하다. 꾸중한답시고 인격 살인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계없는 사람의 꾸중이야 독한들 무슨 상관이랴. 독이 되는 꾸중은 가까운 사람에게서 생긴다. 부모의 상습적인 꾸중은 꾸중으로서의 효력은 거의 없다. 잔소리와 꾸중의 경계선에는 ‘누구를 위한 꾸중인지를 분별하는 마음’이 있다.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는 상위인지(meta cognition)가 작동하면 진정한 꾸중이고, 그저 내 감정을 해소하고 내 불안을 처리하는 데에 머물러 있으면 그것은 잔소리이다. 꾸중이야말로 진정 가득한 배려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칭찬과는 달리, 꾸중을 하다 보면 점점 더 늘어나고 점점 더 강해져서, 마치 브레이크가 없는 상태가 되기 쉽다. 꾸중은 도를 넘어서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 꾸중이 도를 넘어선다는 것은 꾸중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도가 심하면 일종의 감정장애 특히 분노조절장애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자녀를 야단치다 상해를 입히는 부모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은 ‘꾸중의 교육학’을 배우지 못한 부모들이 많다는 증거이리라. [PART VIEW]02 작가 이문열의 소설 금시조(金翅鳥)에는 참으로 준열(峻烈)한 꾸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준열한 꾸중’이란 꾸중하는 이의 감정이 가파르게 일어나고, 그 분위기가 높고 험한 산을 오르는 듯 견디기가 힘들고, 내용이 맵기 그지없는 꾸중이다. 스승 석담과 제자 고죽의 사이는 평생 동안 이런 준열한 꾸중이 차갑게 놓여 있다. 서예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서 고죽은 도(道)가 모자라고 기(技)로 치우친다는 것이 스승 석담의 꾸중이었다. 고죽은 스승의 도(道)를 이해는 하지만 자신의 예술관은 기예(技藝)에 있음을 견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석담의 문하에 있는 동안 고죽은 스승 석담에게서 무시에 가까운 차가운 냉대를 받는다. 수십 년 문하에 있는 동안 고죽은 스승에게 반항하여 말없이 스승의 집을 떠나기도 하고, 일부러 스승이 싫어하는 작품활동을 세상에 나가 자기 마음대로 한다. 뒤에 각성하고 다시 스승의 집으로 돌아오지만, 스승의 무시와 냉담은 더욱 심해진다. 고죽은 자신이 죽을 무렵에야 자신에게 행해진 선생의 냉담한 꾸중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재주를 아끼는 데서 온 것임을 깨닫는다. 고죽은 이름을 얻고 팔았던 작품들을 일일이 몸소 찾아가 다시 높은 가격을 주고 사들인다. 모두 스승 석담이 마땅치 않게 여겼던, 스승에 반발하여 혼자 세상에 나아가 기예를 자랑하며 유통시켰던 작품들이다. 고죽은 이렇게 거두어들인 작품을 모아서 불태운다.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고죽은 ‘바다를 큰 도끼로 갈라낼 때 바다 속으로부터 날아오르는’ 상상의 새, 금시조를 본다. 이 소설에서 금시조는 ‘도의 기상이 넘치는 예술혼의 궁극적 이상’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고죽 자신의 예술이 마침내 스승이 그렇게 준열하게 꾸짖던 가르침의 경지로 합일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금시조가 고죽의 눈앞에 현현하는 마지막 장면은 마침내 스승의 꾸중 본질에 도달한 제자 고죽에게도 하나의 황홀경을 체험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소설 금시조를 꾸중의 미학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꾸중의 진정성이 세대를 관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꾸중하는 쪽의 진정성 또한 자기 스스로 엄격함으로써 흔들림 없이 정직하였다는 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동시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품성과 도야가 있어야 꾸중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꾸중의 메시지가 그토록 오래 남아서 긴 울림으로 생애와 나란히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꾸중의 말이 아름답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인생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석담도 대단하지만 고죽도 못지않게 훌륭하다. 03 밤중에 골목에서 담배 피우는 불량 청소년들을 지나치던 취객 어른이 취중의 언어로 꾸중하고 야단치다가 오히려 그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는 일은 충동적 꾸중이 얼마나 낭패에 이르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꾸중의 맥락을 놓치면 이렇게 된다. 철학자이며 문화사회학자이기도 한 앤드류 포터(Andrew Potter)는 진정성 비판을 하면서, 진정성은 대부분 그것을 구사하는 과정에서 왜곡되기 쉬움을 지적한다. 진정한 진정성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리라. 진정성은 동기(motivation)로 잠복되어 있을 때만 진정하다. 지나친 진정성은 조롱당하기 쉽다. 진정성이라고 다 진정성 대접을 받을 수 없다. 진정한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고민을 요한다. 칭찬과 꾸중은 함께 연결되어 있으면서 서로 도와야 한다. 한 자리에서 부류를 나누어 칭찬하고 꾸중하는 것은 위험하다. 섣부른 진정성으로 칭찬과 꾸중을 과장하지 말아야 한다. 그만큼 칭찬과 꾸중에는 엄정함이 중요하다는 뜻이리라. 그런 점에서 칭찬과 꾸중은 깊은 사려가 필요하다. 모든 소통이 그러하지만 칭찬과 꾸중만큼 소통의 맥락이 중요한 것도 없다. 칭찬과 꾸중이 쉽지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칭찬과 꾸중은 그냥 교육적 기술로 습득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곳에 있다. 그것은 교육하는 사람의 총체적 지혜의 영토에 자라고 있는 인격의 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해체라는 영어 단어 Deconstruction은 De+con+structure로 구성되어 있다. ‘함께(con) 엮여있어 튼튼한 구조물(structure)을 부숴(De) 버린다’는 것이다. 한자로 풀이해 보자면 우리에게 있어 ‘가장 본질이고 근본인 몸(體)을 풀어(解) 놓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것을 모두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소외되어온 것을 창조적으로 ‘전복(顚覆)’ 시키자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출현인 것이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놨던 노래 한 곡 모더니즘적 진리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답을 강요하는 획일적 진리이다. 그래서 통분된 삶이 정도(正道)이고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여겨왔다. ‘수상한 사람을 보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오로지 ‘112에 신고해야 한다’만이 정답인 것이다. ‘이웃집 어른에게 알린다’도 맞는 답이지만 이는 정답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우리의 교육은 공통성(Common)과 획일성의 강조, 주입식 교육만이 만능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다가 ‘112’와 ‘이웃집 어른’ 모두가 정답이라고 외치는, 세상이 발칵 뒤집힐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문화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서태지의 등장이었다. 이들은 일정한 틀(4/4박자, 3/4박자)에 맞추어진 노래의 전형(典型) 대신 빠른 리듬에 랩(rap)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제시했다. 이제껏 들어 보지 못했던 반복적인 가사, 강렬하고 빠른 리듬은 아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읊조리듯 부르는 노래는 젊은 세대들만이 따라 할 수 있는 전유물이 됐다. 기성세대에 대한 도전이었다. 도덕적 중압감에서 벗어나 유희적 행복감을 추구하겠다는 선언을 노래로 전달한 것이다. ‘변화’를 예고하는 저항문화 청소년의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문화는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윌리스(P. Willis)는 저항이론에서 ‘청소년의 저항문화는 반학교 문화를 형성하는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라고 설명한다. 수동적 존재에서 벗어나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개혁하는 변화의 서막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제 모더니즘적 기성세대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사유를 하는 젊은 세대들 관점에서 이해를 해야 한다. 물론 젊은 세대 역시 기성세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이라크 다음으로 갈등지수가 높다. 이념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 공공갈등 등으로 인해 사회적 손실이 너무 크다. 갈등 해결의 가장 좋은 방법은 ‘역지사지’이다. 영어로 역지사지를 ‘put oneself into a person's shoes’로 표현한다. 자신을 다른 사람의 신발 속으로 넣어 보라는 뜻이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을 때 상대방이 얼마나 불편했던가를 이해할 수 있다.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은 ‘반복적 노출은 사회적 애착’이라고 말했다. 세상이 달라졌다. 이제 모더니즘적 사고에서 벗어나 포스트모더니즘 사고에 반복적으로 노출할 때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익숙해지고 ‘애착’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의사소통을 통해 갈등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자는 남자와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한 플라톤, ‘여성교육의 목적은 남성을 행복하게 해주는데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한 루소의 생각은 19세기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9세기 중반 여성들이 보통교육을 받기 시작하고, 남성들과 같은 장소에서 공부할 기회가 주어진 것은 여성들의 천부인권, 남녀평등 실현이라는 대의가 아니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필요한 단순 공장노동자와 유순한 상품 소비자의 필요성, 여성을 위한 별도의 교육시설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비용 절감 등 경제적 필요성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결과였을 뿐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지력과 체력이 모두 열등하다는 생각, 여성이 가정이나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수행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지식은 남성보다 낮을 것이라는 생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공학을 실현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남녀공학을 반대하는 일곱 가지 이유 우리나라에서 남녀공학 문제가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시기는 1950년대였다. 새교육은 창간 이후 여성교육에 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 특히 발간 10주년에 즈음하여 구성한 1958년 3월호 ‘여성교육 특집’은 교육에서의 남녀차별문제와 여성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봉건적 잔재와 긴 식민의 역사가 주는 억압은 강하였고, 남녀차별의 관행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여성에게 ‘식민지 해방’은 두 가지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다가왔다. 하나는 일제의 억압에서 풀려나는 정치적 해방이었고, 다른 하나는 오래된 남성지배에서 벗어나는 정신·문화적 해방이었다. 그러나 학교 교육을 포함한 많은 부문에서의 차별은 여전히 강했고, 여성의 기대감은 쉽게 충족되지 않았다. 1948년 5월부터 서울대학교 총장을 지냈던 장이욱 선생의 ‘남녀공학을 논함’(새교육 제7·8호)은 20세기 중반 한국 사회의 여성관을 매우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남녀공학을 반대하는 일곱 가지 이유’가 관심을 끈다. 첫째, 남녀가 함께 공부하면 여성들이 지닌 여성적 특색을 상실시킨다. 여성들에게 여성적 특성을 강요하고 있는 지금의 사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남성중심적 사고를 보여주고 있다. 둘째, 예의와 덕성을 부패케 할 우려가 있다. 사춘기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 건전하지 않은 일들이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여자고등학교나 여자대학이 많은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셋째, 로맨스를 깨뜨려 결혼생활을 기피케 하고, 결국 민족자살의 길을 걷게 할 것이다. 결혼을 오직 2세 생산과 민족 혈통 보존의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전근대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결혼을 부자연스럽게 증가시키고 또 급진시킨다. 자유연애 증가와 혼전 임신 등이 가져올 부정적 결과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섯째, 여성들의 저하된 지력은 전체적인 지적 수준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아주 오래된 여성비하와 근거 없는 남성우월의식의 잔재라고 할 수 있다. 여섯째, 남성의 학력을 보호하고 조장하기 위해 남녀별학이 바람직하다. 즉, 여성들이 간혹 남성보다 지적으로 우수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남성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21세기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실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일곱 번째, 거세된 남성과 무정기(無精氣)한 여성을 만들 수 있다. 동일한 환경과 제도하에서 생활함으로써 남성과 여성 둘 다 그 특색을 잃어버리고, ‘변변치 못한 남성과 똑똑지 못한 여성’이 될 수 있다는 염려를 나타낸다. 1955년 경기도 최초의 여교장, 여교감의 탄생 결론적으로 남녀공학은 ‘자연을 역행하는 행위’이며, ‘조물주가 다르게 만든 것을 사람이 같게 만드는 행위’였던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능력에 대한 편견이 강하던 그 당시, 경기도 최초의 초등학교 ‘여교감’, ‘여교장’이 탄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새교육은 1955년 1월호에서 ‘여교감론’이라는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경기도 최초의 초등학교 여교장 발령에 즈음하여 쓴 글이다. 필자는 당시 인천시 소재 서림국민학교 교장 김광수였다. 새로 발령을 받은 경기도 최초의 교장은 바로 김광수 교장이 2년 전 교장에 취임한 후 임명하였던 최초의 여자 교감이었다. 이 글에 따르면 1955년에 행해진 경기도 최초의 여교장 1명과 여교감 3명의 임명은 ‘일대 센세이슌(sensation, 센세이션의 옛날식 표현방법)’이었다. 교감이나 교장이라는 직책이 여성에게 개방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며, 따라서 이번 여교장과 여교감의 임명은 ‘최대의 경의와 찬사’를 받을 만한 사건이라고 표현하였다. 전체적으로 여성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강조하고 있는 이 글을 읽다 보면, 여성을 보는 당시 사회의 이중성을 엿볼 수 있다. 여성의 능력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 본질적 한계를 지적하고자 하는 남성 중심의 욕구가 자주 표현되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이다. [PART VIEW]“교장 노릇은 하여도 교감 노릇은 못한다는 것이 일반의 정평인데…. 더욱이 여자로서는 교장은 감당하여도 교감은 감당치 못한다는 것이 또한 정평인 듯도 하다.” “이런 어려운 자리를 무사히 극복하고 교장의 자리를 획득한 여교장은 과연 그 사람됨이 어떠하며, 또 그가 남자도 어렵다는 교감의 책무를 어떻게 행하여 나갔을까?” “여자로서는 드물 만큼 알고자 하는 마음과 연구하려는 의욕이 많아서….” “그는 여자임에 불구하고 계획성이 있고, 박력이 있으며, 직원을 통솔하는 재능을 가졌다.” “우리 경기도에 유일한 여교장이 난 것은 여교장 자신의 힘도 힘이려니와 배후에서 밀어주는 부군의 힘도 크다는 것을 솔직히 말하는 동시에 부군의 아량과 이해가 우리 한국에 훌륭한 여성 교육자를 나게 하였다는 것을 인정치 않을 수 없다.” “역시 그는 여자이었다.” 진보적이고, 개방적이며, 여성 우호적인 성향을 지녔던 현직 교장의 시각 속에도 여성의 본질적 능력에 대한 부정과 남성우월적 태도는 숨어있었다. 말과 글로만 선언되고 주장되는 ‘여성의 사회활동 보장’은 허구성 속에 깃들어 있는 오래된 오만이며 편견이다. 여성들을 가사 노동에 옭아매고, 사회 참여의 가치를 낮춤으로써 ‘전통 아닌 전통문화’를 지속하고자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기사에 등장한 경기도 최초의 초등 여교장·여교감은 교감이 되기 이전부터 육아의 부담 속에서도 항상 독서를 부지런히 하고, 강습회 같은 것도 기회만 있으면 빼놓지 않고 수강했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서 개최되었던 제1차 미국교육사절단 워크숍에도 젖먹이 어린 아기를 업고 부산까지 내려와 장기간의 강습을 마치고 귀환할 정도였다. 9·28 수복 후 영양 부족으로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하는 결식아동이 속출하자,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집하여 급식을 시작했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 우리나라 학교급식의 효시였다. 여자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었던 교육활동이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었던 교육활동 하지만 여성의 능력에 대한 편견과 남성우월적 태도는 해방, 정부 수립, 그리고 전쟁이라는 혼란과 변화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강하게 살아남았다. 중등학교에서 남녀공학 확산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약간의 촌락학교나 사범대학에 부설된 실험학교’ 정도에만 도입되는 것에 그쳤다(유형진, 새교육 1959년 11월호). 여성 교장이나 교감 임용 또한 부진하였다. ‘여성다운 여성’이 ‘민주적인 여성’이라고 표현되던 시대(새교육 1958년 3월호 여성교육 특집), 여성에게 실시하는 ‘남자와 똑같은 진학과 출세와 취직에 대한 교육’을 국가와 사회 위기의 근원으로 매도하던 시대(새교육 1957년 6월호)였다. 남녀공학이 비로소 확대되고 보편화된 것은 1969년에 단행된 중학교 무시험 전형과 1974년의 고등학교 평준화 조치 이후였으며, 여성의 교육행정직 진출이 ‘일대 센세이슌’이 아니라 일상적 소식이 될 수 있었던 것은 1980년대 이후 급속히 확대되기 시작한 교단의 여성화 현상을 경험하고 나서였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가수’, ‘여판사’, ‘여사장’, ‘여배우’, ‘여경’, ‘여군’ 등 ‘여(女)’가 붙는 용어가 많이 남아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950년대에 탄생한 여교감, 여교장이란 용어가 교육계에서 자주 들리지 않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이 정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