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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제15회 해미읍성 역사체험축제 관람기 제15회 해미읍성 역사체험축제가 시작되는 첫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려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8일 토요일엔 비가 그치고 청명한 가을 날씨가 활짝 얼굴을 내밀었다. 아침 일찍 자고 있는 아내와 딸을 깨워 석림 성당 앞에서 행사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해미 면사무소 앞에서 내렸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해미는 이미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해병 봉사단원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지만 워낙 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체증을 빚었다. 버스를 타고 온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읍성으로 향하는 길옆에는 수많은 상인들이 판매부스를 설치해놓고 서산의 특산품인 9품 9미를 팔고 있다. 부스마다 시식해 볼 수 있는 코너가 있어 우리는 마늘빵을 시식해보았다. 먹자마자 진한 마늘향이 입안에 가득하다. 마늘의 향기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성안으로 들어서자 이번 역사체험축제의 주제인 ‘성벽은 살아있다’라는 깃발이 바람에 힘차게 나부끼고 있다. 특히 올해로 15회를 맞는 이번 축제는 정부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많은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입구엔 현금을 조선시대 엽전으로 교환해주는 곳이 있는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500년 전의 조선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엽전을 교환한 뒤 주변을 둘러보니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있어 가봤더니 빈대떡을 부치고 있다. 접수처에서 호패를 발급받아 제시하자 빈대떡 재료를 무료로 준다. 받은 재료를 불에 달궈진 가마솥 뚜껑에 붓고 직접 요리를 해서 먹기 때문에 맛이 일품이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체험이라 기막힌 추억이 될 듯싶었다. 빈대떡을 부쳐 먹고 나니 곧 마당극이 시작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 사건을 극화한 관아 마당극으로 어찌나 사실적인지 마치 현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생생했다. 관객들의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해가 갈수록 관광객이 늘어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어린아이들은 소달구지를 타며 즐거워하고 어른들은 투호와 윷놀이로 읍성 안은 그야말로 잔치마당이다. 어떤 이들은 보부상 체험에도 참가하고 또 어떤 이들은 북과 장구 등을 직접 연주해 보며 전통 악기의 매력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민속놀이 체험으로 연 만들기와 연날리기도 있다. 온갖 형상을 한 형형색색의 연들이 가을 하늘을 수놓고 있어 해미읍성의 하늘은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정신없이 축제를 구경하다 보니 출출하다. 어느새 오후 다섯 시가 넘어 있다. 우리는 전통주막에서 갓 구워낸 화전을 사서 함께 먹었다. 방금 만든 것이라 맛이 일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해미를 방문했을 때 직접 드셨다는 키슬링이란 빵도 사 먹었는데 한 개에 4000원으로 좀 비싼 것이 흠이다. 야간 공연인 '조선시대 판이 열린다'를 끝으로 역사체험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해미읍성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융성하던 조선시대 어느 한 시기를 그대로 옮겨온 듯 흥성거려 보였다.
경기도 수원시 양명고등학교 환경동아리(“꿈의 학교 에코스쿨”)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교내 잔반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양명고 잔반 처리 작전(이하 ‘잔반처리작전’)”으로 잔반을 남기지 않은 학생들이 식사 후 ‘그린존’이라는 퇴식구에 식기를 반납하고 이를 민간환경단체(한국환경교육협회)가 인증해 주는 프로젝트 활동으로, 학생들 스스로가 학교에서 낭비되는 음식물을 줄여보고자 실시하고 있는 환경 친화적 프로젝트이다. 잔반처리작전의 활동 기간은 2016년 9월 7일부터 10월 5일까지 약 4주 가량이었으며, 활동 종료 후에는 프로젝트 활동으로 인해 줄어든 잔반의 양을 측정하고 활동 전 4주간의 잔반처리량과의 비교를 통해 잔반줄이기 프로젝트 활동의 경제적 효과 등을 측정해 보게 된다. 경기도 교육청이 제공하는 “2015 급식학교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개선방안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 6월 말까지 경기도내 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 연간 발생하는 잔반량 27.7kg에 달하는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하고 있어 이번 양명고등학교 학생들의 잔반처리작전의 결과가 기대된다.
하윤수 신임 교총회장이 지난 7월 7일 취임식에서 교육개혁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데 이어 교육계, 정치권 안팎에서 범국가적 위원회 설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교육개혁에 대한 주문이 높아지는 가운데 내년 대선에서 위원회 신설 등 교육현안이 핵심쟁점으로 떠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윤수 제36대 교총회장은 지난 7월 7일 취임식에서 “정파‧이념에 흔들리지 않는 교육개혁위원회를 구성해 교육현안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현 정부에 촉구했다. 하 회장은 “역대 정부가 이름은 다르지만 각계 전문가로 기구를 구성해 여론을 수렴하고 교육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 추진한 만큼 현 정부도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전두환 정부의 ‘교육개혁심의회’를 시작으로 노태우 정부는 ‘교육정책자문회의’, 김영삼 정부는 ‘교육개혁위원회’, 김대중 정부는 ‘새교육공동체위원회’와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노무현 정부는 ‘교육혁신위원회’, 이명박 정부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를 뒀다. 보수진영에 속하는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4일 바른사회운동연합 교육개혁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제4차 산업혁명과 한국교육의 미래’ 심포지엄에서 차기 대선 주자들에게 교육개혁위원회 도입을 제안하며 대선 공약화를 주문했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특히 교육개혁이 시급하다”며 “창조성과 협동성을 가진 인재를 키우려면 무엇보다 교사양성과 대학입시 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개혁을 위해 차기 대선 주자들에게 10년 임기의 ‘대통령 교육개혁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정권 임기와 관계없이 최소 8년은 일관성 있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임기를 10년으로 하고 위원의 3분의 1은 여야 추천으로 하자”고 밝혔다. 총리실에 범부처 차원의 교육개혁추진단, 청와대 비서실에 교육개혁수석을 두자는 제안도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대표가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을 거듭 주장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 교문위가 실시한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교육부를 해체하고 교사와 학부모, 정치권이 참여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향후 10년 간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다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유성엽 교문위원장도 지난달 1일 한국교육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육부의 기능 중 많은 부분을 대학, 시도교육청 등에 이관하고 위원장의 정치적 중립과 임기를 보장하는 독립적 합의제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로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대선에서는 교육 현안이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개혁 기구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교총은 교육개혁위원회 설치를 교섭, 법제화 등을 통해 강력히 추진할 계획이다. 이헌구 정책개발연구실장은 “현재 교육개혁위원회 설치를 교육부 교섭과제로 요구한데 이어 관련법 발의를 위해 국회 대상 활동을 펴고 있다”며 “내년 대선 교육공약과제로 요구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8일에서 이틀로, 현장에서 국회로.’ 집권여당의 보이콧으로 반쪽국감을 연출했던 국회 교문위가 이번에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을 단 이틀 동안 ‘몰아치기’ 국감으로 끝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국회 교문위는 6일 8개 시교육청, 7일 8개 도교육청을 한꺼번에 감사하는 유례없는 기염(?)을 토했다. 주목할 대목은 전국 시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단 이틀 만에 실시한 경우는 2000년 16대 국회 이래 초유의 일이라는 점이다. 특히 16대 국회 상반기(2000~2001년) 교육위원회가 시도교육청 국감을 8일 동안 진행한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후 교육청 국감은 17대 때 6일, 18대 5일, 19대 3일로 점차 축소돼왔다. 이렇게 된 데는 교육만 관장하던 교육인적자원부가 18대 이후 타 부처와 합쳐지며 교육과학기술부, 교육문화체육관광부로 재편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18대 국회가 교육과학기술부 체제 하에서도 시도교육청 국감을 매년 5~6일씩 실시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한 교육위원실 관계자는 “효율성 때문에 그렇게 했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그러나 파행만 거듭한 교육위는 효율성과 거리가 멀다. 6일 시교육청에 대한 국감에서 교문위는 교육과 관련 없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증인채택 문제로 정회를 반복하며 오후 5시까지 허송세월했다. 효율은커녕 국감시간만 단축시킨 셈이다. 5시까지 실질적인 국감시간은 단 40분, 4명의 의원이 3명의 교육감에게 질의를 했을 뿐이다. 교육감직선제 이후 더 중요해진 시도교육, 갈수록 중앙-지방교육의 충돌이 빈발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부실국감’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29명이나 되는 의원 수에 ‘수박 겉핥기 국감’도 재연됐다. 16대 때 16명이던 의원 수는 17대 19명, 18대 21명, 19대 24명(2013~2015년 30명)으로 늘었고 현재는 29명에 달한다. 의원 당 질의시간이 짧다보니 의원들은 “시간이 부족하다”며 제 할 말만 하기에도 바빴고 나머지는 서면질의로 대체하는 ‘효율성’을 발휘했다. 국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교육을 분리하자는 논의도 상시국감 논의도 당리당략에 물거품이 됐다”며 “일하는 국회는 요원하다”고 일침을 놨다.
살면서 누군들 사연 있는 이야기 하나 없을까마는 40년이 가까워지는 교직인생에서 쓰고 싶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 같다. 어렸을 때 할머니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 소설책 2~3권은 거뜬할 거라고 얘기하셨다. 나도 그랬나보다. 교단수기공모라는 글을 읽는 순간 바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2시간 만에 완성한 원고를 수정하자마자 바로 보냈으니까. 손에 가시처럼 그 아이는 불쑥 불쑥 내 삶의 어느 순간에 나타나 마음을 불편하게하고, 궁금하게 하고, 슬프게 하기도 했다. 내 잘못이 아니지만 괜히 미안하고 눈치가 보이고, 상대가 마음을 다칠까봐 노심초사했던 기억의 편린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내 자신이 무능하고 괴로웠던 시간들. 그런데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를 쓰고 나니 마치 신부님 앞에서 고해성사를 한 것처럼 마음이 조금 덜 무겁다. 살면서 후회 없는 인생도 있을까? 남에게 한 번도 상처주지 않은 삶도 있을까? 언제나 봄날처럼 따뜻하고 화사하게 지낸 삶도 있을까? 아침 출근길, 화단 옆 시멘트 틈 사이에 돋아난 잡초를 보고 무릎을 구부려 앉아 들여다본다. ‘그래, 열심히 살아. 바람도 마시고, 물도 마시고, 구름도 보면서. 햇살에 빛나는 조명 받는 삶이 아니어도 너도 이 우주만큼 소중한 생명이야.’
지금부터 30여년전, 나는 5년차 교사였다. 새 학교로 발령받아 처음 출근하는 날. 버스에서 내려 교문에 서니, 운동장을 지나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교무실이 보였다. 다행히 교무실 문은 열리는데 사람은 안보이고, 날씨는 차가운데 난로도 피워져 있지 않았다. ‘교장선생님도 오늘 부임하신다던데 나 혼자 참 빨리 도착했구나.’ 혼자 중얼거리며 추워서 앉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교무실 밖을 무연히 바라봤다. 눈송이가 하나둘 내리는 차가운 날씨에도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놀고 있었다. 6학급의 작은 시골학교라 학생 수가 적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넓은 운동장을 적은 숫자의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는 게 아침햇살에 반사돼 약간은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운동장에서 뛰는 아이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들과 공을 쫓아 뛰어가는 데 이상하게 옷자락이 유난히 펄럭거리는 것이다. 아무리 형의 옷을 물려 입었더라도 너무 덜렁거려서 ‘혹시 팔이 없는 아이인가?’라고 생각했으나 그러기에는 너무나 잘 뛰고 움직임이 빨랐다. 그러나 교문을 들어서는 선생님들의 모습에 이내 그 아이는 잊혀졌다. 나는 5학년을 맡게 됐다. 교장선생님께서 "잘 부탁합니다. 그 반을 맡겨서 죄송한데 1년만 수고해 주세요"라고 하신 게 무슨 뜻인가 했는데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눈살을 찌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마치 화장실 안에 있는 것과 같은 악취가 문을 여는 순간 교실에서 풍겼던 것이다. 그것도 시골의 재래식 화장실 냄새. 시골아이들이어서 안 씻어서 그럴까, 날씨가 추우니까 문을 열지 않아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난 땀 냄새, 몸에서 풍기는 냄새가 섞여서 이런가 싶기도 했다. 교실 안의 아이들을 둘러보는 순간 아까 운동장에서 유난히 긴 팔을 덜렁거리며 뛰었던 아이가 보였다. 바짝 마른 얼굴에 커다란 눈망울, 가느다란 목, 그리고 무엇보다 어른의 것으로 보이는 윗옷. 점퍼 같은데 마른 몸집에 비해 너무 컸다. 제일 놀란 것은 아이답지 않은 반항적인 아니 사람을 질리게 하는 표독한(?) 표정.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가서 다른 선생님에게 그 아이에 대해 물어봤다. 그 아이는 딸만 내리 다섯을 낳은 집의 장손이었다. 아들을 낳기 위해 엄마는 별별 약을 다 지어먹었고, 드디어 낳은 아이는 그토록 기다리던 아들. 부엌에서 동네에 돌릴 떡을 안치던 시어머니의 귀에 손자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시어머니는 어서 젖을 물리라고, 우리 귀한 손자 배고픈가보다고 성화를 부렸다. 그러나 젖을 물려도 핏덩이는 고개를 저으며 자지러지게 울고 버둥거렸다. 속이 타는 시어머니와 엄마는 아이가 벌레에게 물렸나 몸을 살폈는데, 이건 무슨 조화란 말인가? 항문이 없었다. 그저 배처럼 매끈한 엉덩이가 있을 뿐. 계속 먹기만 하고 배설을 못하니 아이의 배는 풍선처럼 부풀어 있었다. 청천벽력과 같은 현실에 인근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도시의 큰 병원으로 빨리 가라는 얘기만 들었다. 대학병원으로 향했으나 현재의 의료기술로는 항문을 만들 수 없고 인공항문을 배 쪽에 달아야 한다고 했다. 결국 배에 인공항문(대롱)을 달아 위에서 소화된 음식물이 장으로 가지 않고 바로 밖으로 배출되도록 했다. 그래서 배에 달린 대롱을 통해 위에서 소화된 음식물이 바로 가죽 주머니로 나오는 통에 음식물 냄새가 온 교실에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쉬는 시간이면 누나가 학교 옆 강가로 데리고 가서 가죽주머니에 든 음식물을 비워주고 데리고 온다고 했다. 귀한 동생이 항문이 없게 태어났음을 안 누나들은 공장을 다니며 모은 돈을 내놓았고, 엄마 아빠도 시골의 논밭을 모두 내놓고 서울 큰 병원으로 다니며 부지런히 치료할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2년 뒤 정상적인 둘째 아들이 태어나자 이 아이는 그만 가망이 없는 쪽으로 가족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된 모양이었다. 얘기를 나누는 중에 우리 반 아이가 교무실로 달려왔다. 그 아이가 아이들을 죽인다고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남자교사와 함께 달려가 보니 아이는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칼을 들고 아이들을 다 죽이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한 여학생이 너 때문에 새 선생님이 가르치기 힘들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겨우 달래 아이에게서 칼을 뺏고 그날은 공부 대신 아이들에게 이 아이와 잘 지내도록 지도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한번이라도 이 아이를 가슴 아프게 하는 아이는 우리 반 자격이 없다고. 다른 사람의 힘들고 아픈 가슴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보고 행동하라고 말이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지만 마을에서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서 서로를 잘 알고 있었기에 말조심, 행동도 조심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끔씩 미친 듯이 화를 내고 아무에게나 시비를 걸고 관사에 가서 칼을 집어 들고 와 다 죽이고 자기도 죽겠다고 소리를 치며 난동(?)을 부린 탓에 나의 1년은 참 힘들었다. 그러나 1년 뒤 교장선생님은 또 내게 담임을 맡아달라고 부탁하셨고, 나는 6학년을 마칠 때까지 그 아이를 맡게 됐다. 6학년을 마칠 무렵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걱정이 됐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주변 5개 면의 아이들이 모이는 중학교인데, 초등학교처럼 어려서부터 같이 자라 처지를 알고 이해해준다면 좋겠지만 만일 아이들이 괴롭히거나 아픈 곳을 지적한다면 어쩌지? 이 아이는 중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나는 중학교 교장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이 아이의 출생, 몸 상태, 그 뒤의 변화, 성격, 냄새, 처리방법, 2년간의 상세한 행동, 담임 배정에 신경 써주시라는 부탁 말씀 등을 담았다. A4 용지 4장 분량을 정성껏 채우고 편지를 붙였다. 며칠 뒤 중학교 교장선생님께서 내게 전화를 주셨다. 편지 잘 읽었노라고, 좋은 담임을 찾아 맡기겠노라고 약속하셨다. 나는 집에서 좀 더 가까운 학교로 전근을 가게 돼 그 학교를 떠나게 됐다. 그렇지만 그 근방을 지나거나 그곳과 비슷한 지명만 들어도 늘 그 아이 생각이 났다. ‘잘 지내는 거지? 언젠가는 과학이 발달돼 네 장애도 고칠 수 있을 거야, 힘내, 힘내야 해.’ 그리고 2년 뒤 버스 안에서 우연히 이전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던 선생님을 만나 그 아이 소식을 들었다. "중학교 가서 1학년 1학기도 못 마쳤다고 하던데요. 그냥 집에 있답니다. 아이들이 냄새나고 더럽다고, 병신이라고 하도 놀리고 때리는 통에 도저히 학교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교장선생님도 담임교사도 집에 가서 설득했는데, 아이들이 선생님 눈을 피해 하도 괴롭히는 바람에 몇 번 다시 다니다가 결국 포기했다더군요." 그리고 그 선생님은 덧붙였다. "하긴 군대를 갈 수 있겠나? 취직을 할 수 있겠나? 장가를 갈 수 있겠나? 생각하면 참 답답한 인생이지요." 그 아이와 만난 지 30년이 지나간다. 나는 집에서나 밖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도, 교문을 들어서면 모든 것을 다 잊고 학교생활에 집중하며 늘 즐겁고 후회 없이 지냈다. 그리고 언제나 아이들을 천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가끔은 지난 일을 떠올리면서 왜 아이들이 그렇게 그 아이를 괴롭혔는지, 왜 친구로 받아주지 않았는지, 그냥 가엽게 여겨주지 않았는지, 그 아이의 삶의 무게를 한번만이라도 생각해주지 않았는지 등의 질문을 혼자 하곤 한다. 지금 그 아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다 죽여 버릴거야"라고 소리치며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됐던 그 아이의 얼굴, 핏발선 눈동자, 칼을 든 가느다란 손목을 생각한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해.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해답은 모르지만 그래도 태어났으니 열심히 살아야해.’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가 지역주민의 학교 시설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수정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화장실 사용료 미징수 예외조항을 그대로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화장실 사용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사실상 학교 건물 출입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수정안의 취지가 퇴색됐다며 강력 반발했다. 학교시설 개방은 지역주민의 소통과 지역 문화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이다. 학교는 학생을 교육하는 장소이므로 교육활동에 방해나 불편을 겪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방과후 학생교육 활동이 종료된 시점부터 가능하다. 그러나 학부모들과 달리 지역주민들의 요구는 학교가 지역사회에 속한 기관이므로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개방하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빈 교실이나 부대시설은 상시 개방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군청이나 시청 등을 통해 민원을 넣고 있어 학교시설 개방에 대한 시·도 교육청의 지침에도 크게 벗어난 요구다. 사실 일선학교는 시·도 교육청의 지침에 준수하는 밖에 없지만 시설 사용 후의 관리가 어려운 것이다. 특히 방과후 사용으로 인한 관리가 어려울뿐 아니라 체육관, 운동장, 화장실 등은 사후 쓰레기로 몸살을 앓을 정도로 뒤처리가 안 되고 있고, 여기에 과다한 물 사용과 전기료는 시설 개방에 대한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이번 서울시교육의 '학교 시설의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 개정에 문제가 되는 화장실 사용료의 미징수는 근본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조항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입법예고 중인 수정이 수정전안 그대로란 점일 뿐 아니라 자칫 화장실은 무조건 개방하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물론 학교시설을 사용하면 화장실도 개방하는 것이 원칙이나 시설 사용료에 화장실 청소비 정도는 함께 넣어야 학교시설 개방에 대한 합리적인 의미가 있고 사용료에 대한 부담감도 책임감을 느껴 보다 깨끗이 사용하는 것이다. 학교 화장실 사용의 무료의 의미는 아무나 마무 때나 학교 화장실 출입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크다. 이는 외부인의 학교출입에 대한 단속마저 무너질 가능성이 있어 학생보호에 더 큰 어렵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학교시설은 학생교육과 학생안전이 우선되어야 한다. 아무리 지역주민들의 요구라 하더라도 학생교육에 방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때문에 학교설설 개방은 학교관계자나 학생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보다 신중한 수정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토요일 저녁에 외국인이 쓴 '내가 인생에서 불행한 이유'를 읽었다. "난 정말 못 생겼다. 난 너무 뚱뚱하다. 난 너무 키가 작다. 난 별로 머리가 좋지 않다. 난 너무 몸이 약하다. 난 대학을 다니지 못했다. 난 배경이 시시하다. 난 대머리다. 난 여자로 태어났다..." 이 글을 읽고 성공의 비결이란 글을 읽은 것이 떠올랐다. 성공의 비결은 성공의 실패 원인을 알고 이를 고쳐나가는 것이다. 성공의 실패 원인 중 하나가 자기비하였다. 위의 글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람에게는 자신을 향한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내 속에 작은 거인이 잠자고 있다. 무한한 잠재력인 잠자는 거인을 깨우면 무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나는 못생긴 것이 아니라 누구못지 않는 나만의 매력이 있다. 난 뚱뚱한 게 아니라 남들보다 더 좋은 체력을 가졌다. 나에게 운동하도록 좋은 기회를 주고 있구나... 열등의식을 버리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차면 열등의식에 사로잡히게 되고 자신은 한없이 나약해지고 만다. 무엇이든지 자신감이 떨어진다.열등에서 탈출해야 성공의 길로 달려갈 수 있는다. 자신의 내면을 강하게 키워나가야 하겠다. 외유내강이라 겉으로 유약해 보여도 속사람이 강하면 무엇이든지 도전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불행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어리석은 자가 되면 안 된다. 환경이나 조건이 행복을 가져주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자기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마음이 참 중요하다. 마음을 지켜야 한다. 굳센 마음, 강한 마음이 필요하다. 자신이 제일 귀중한 존재다. 자신이 남에게 유익을 주는 존재다.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 10대 청소년은 젊음이 강력한 무기다. 내 앞에는 불가능이 없다. 나는 위대한 존재다.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자다. 이런 생각들이 샘솟듯 솟아나야 한다. 한 50대 지도자는 언제나 긍정적인 말, 축복의 말을 한다고 한다. 어디가 아파도 아프다 소리 안하고 늘 희망적인 말만 한다고 하였다. 사람의 긍정적인 언어가 전파를 타고 남에게 긍정적인 사람 되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말만 하고 원망하고 불평하는 사람은 부정적 언어가 전파타고 흘러가서 남을 불행하게 만들고 병들게 만드는 것이다. 자기를 비하하지 않도록 학생들을 잘 지도하면 행복한 사람, 성공의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는 '아시아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과 같은 나라다. 이책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스웨덴의 군나르 미르달이 쓴 책 이름이다. 이 책의 서두에서 "한 나라가 가난해지는 것은 반드시 그럴만한 원인이 있기에 가난해진다. 저절로 가난해지는 나라는 없다."고 하였다. 이처럼 ‘왜 어떤 나라는 가난하고, 어떤 나라는 부유할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그러나 인간 사회에 대한 궁금증은 연구소에서 하는 ‘통제된 실험’을 통해서는 답을 구할 수 없다. 세상의 어느 나라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통제된 실험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는 인간에게 동등한 ‘자연실험’을 행해왔다. 역사의 과정은 비슷한 사람들도 정부와 생활조건·식생활 등이 다르면 삶의 격차가 커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한과 북한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는 본래 한 나라가 아닌가. 한 나라를 둘로 나눴지만 삶의 차이가 실로 엄청나다. 이처럼 의도적인 조작은 불가능하지만 자연이 우리에게 준 조건을 살펴보는 자연실험과 유사한 방법을 통해 인간사회에 대한 설명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부유할까. 한국은 50년 만에 빈곤국가에서 부유한 국가로 성장했다. 1950년대 한국과 가나·필리핀 등 세 나라는 똑같이 가난했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어느 나라가 가까운 미래에 부유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가나와 필리핀은 부유해지고 한국은 영원히 가난하게 남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가나와 필리핀은 쾌적한 열대기후와 풍부한 자연자원을 가졌지만 한국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다. 가나와 필리핀은 여전히 가난의 늪에 빠져 있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가 됐다. 경제학자들이 한 나라의 부는 자연자원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적자원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결정적 원인은 자원의 빈곤이나 부족이 아니라 불합리한 생활태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국민적 통합성, 읽고 쓰는 능력, 교육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또 긴 역사 속에서 ‘한국인’이라는 민족의 정체성을 공유해왔고 오랜 시간에 걸쳐 인적 자본과 제도들을 발전시켜 왔다. 1950년대 정치적 안정과 독립을 회복한 후에는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인적자본과 제도들이 토대가 돼 경제적으로 이륙할 준비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가나와 필리핀 등은 불행히도 인적자본과 제도의 전통이 부족했다. 한국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었다. 경제학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뛰어난 성공 스토리를 쓴 한국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학자들도 있다. 한국이 부유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한글’이라는 문자체계다. 한국인들은 한글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한글이 세계 기준으로 볼 때 얼마나 훌륭한지 충분히 알지 못한다. ‘한글은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것도 2등과 차이가 큰 1등이다. 한글의 모음과 자음은 서로 다른 모양이다. 그래서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도 몇 분의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한글 기호가 어떤 종류의 소리를 표현하는지 분간하고 정확한 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는 쉽지만은 않다. 이 땅에 태어나 자란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외국인들이 이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영어나 로마자를 읽는 사람들은 모음이나 자음, 서로 다른 종류의 자음들이 모양에 통칙이 없고 ‘p, q’나 ‘d, b’와 같은 몇몇 알파벳은 모양이 비슷해 자주 헷갈린다. 그런 알파벳들을 묶어 하나의 음절을 만들고 한 번에 한 개의 알파벳이 아니라 한 번에 한 개의 음절을 읽는 법을 배운다. 유럽 언어의 모태가 된 로마자와 같은 알파벳 문자체계도 나름 장점이 있고 일본의 가타카나·히라가나처럼 음절 문자체계도 나름의 장점을 갖췄다. 그러나 알파벳 단독 또는 음절 문자체계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오직 한글만이 알파벳을 음절 그룹으로 묶음으로써 두 체계의 장점을 하나로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이면서 가장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문자체계다. 한글의 장점은 뛰어난 한국의 교육과 함께 한국이 부유해지고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매우 빠르게 세계적인 리더가 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현재 인류는 국가 간 불평등, 기후변화, 환경자원 남용 등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한국이 온갖 어려움을 뚫고 성공 스토리를 써왔듯 인류가 직면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도 한국인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문제는 국민 개개인의 건전한 인격 없이 부강한 나라를 세울 수 없고 번영한 나라를 만들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국민의 정신적, 도덕적 수준을 넘어설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이다.
2017학년도 3월부터 사용될 국정 역사 교과서 검토본 공개를 앞두고 소위 ‘역사 교과서 논쟁 2라운드’가 펼쳐질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 로드맵에 따라 진행돼 온 중·고등학교 용 새 국정 역사 교과서의 현장 검토본이 11월 말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관하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원고본 집필을 마치고 개고본 심의를 마무리하고 있으며, 교육부과 국사편찬위원회는 개고본 수정·보완 및 현장 검토본 심의를 거쳐 오는 11월 말 검토본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2014년 우리 교육계와 역사 교육계의 논쟁이 지난하게 전개돼 온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제2라운드가 목두에 닥친 것이다. 지난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정해질 당시부터 뜨거운 찬반의 대상이 됐던 만큼 실제 교과서가 집필 내용과 쟁점에 대란 진술과 기록 등 시각과 관점을 달리하는 논쟁적 내용이 공개되면 격렬한 역사 논쟁 '제2라운드'가 불가피할 조짐이다. 2017학년도부터 초중고교에 연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인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국정으로 전환되는 역사 교과서는 사회과의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의 '한국사' 과목이다. 우선, 국정 역사 교과서 논란의 가장 큰 핵심은 바로 대한민국 '건국 시기'와 관련한 내용이 어떻게 쓰였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서도 중심에 있던 문제다. 대한민국이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탄생했느냐는 한국 현대사의 핵심이자 국가 정통성 논란의 출발점이다. 특히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건국절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교과서 공개와 함께 정치권의 핫 이슈로 재부상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는 1948년 5월10일 남한 단독으로 첫 총선거가 실시되고 7월17일 헌법 제정에 이어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는 시각이 진영에 따라 상반되는 데서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보수진영은 1948년 8월15일이 단순한 정부 수립일이 아니라, 영토·국민·주권이라는 3요소를 온전히 갖춘 진정한 의미의 국가 탄생일이며, 이를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으로 교과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보수진영은 반공과 자유 민주주의에 입각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합법 정부를 수립한 과정이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외세 개입으로 민족통일을 이루지 못한 불완전한 출발이라고 보고,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건국 시점으로 보는 것은 임시정부와 항일운동의 역사를 깎아 내리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또 진보진영은 보수 단체인 뉴라이트 등이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삼자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일본 강점기 친일파의 행적을 지우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써는 새 국정 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수립', 즉 보수진영의 시각을 반영한 기술이 등장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이는 실제 역사 교과서가 국정화로 방향을 튼 큰 줄기이기 때문이다.이런 사실은 이미 지난해 말 황교안 국무총리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을 때 기정사실화됐다. 당시 국무총리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의 탄생을 전 세계에 알리고 유엔도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승인한 점을 상기시킨 바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제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냉전이 시작되는 속에서 대한민국이 수립되는 과정을 밝혔다. 다음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과 유신의 박정희 대통령, 그리고 6.25 전쟁에 관한 기술 문제이다. 대한민국 건국 관련 기술과 더불어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이승만,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다. 특히 이념과 공과를 떠나 박정희 대통령은 현임 박근혜 대통령의 친부(親父)다. 일부 보수 쪽 인사들은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로, 박정희 대통령을 근대화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시각이어서 그 기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과 부정 선거, 박정희 대통령의 조국 근대화와 유신독재 등에 대해서 국정 교과서가 어떤 기본 자세(스텐스)를 갖고 개고본이 공개되느냐에 대한 후폭풍이 우려되는 것이다. 솔직히 그동안 야권과 진보진영에서 국정화를 가장 크게 비판한 것도 바로 '국정 역사 교과서가 이승만 대통령의 친일,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 집권, 유신독재‘ 등이 미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핵심이었다. 교육부는 이런 시각에 정색을 하고 객관적 집필을 약속했다. 물론 교육부도 교과서가 발간되기 전 인터넷에 전시해 실제 '독재 미화' 교과서 여부를 객관적으로 공개 검증을 받겠다고 공언했다. 또 교육부도 지난해 국정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 대통령의 공과를 떠나 한국이 광복 후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고 산업화, 민주화를 이루고 과학·문화·예술 등 각 분야의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발전상에 대해 균형 있게 서술할 것을 댁구민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그동안 중구난방이었던 북한 관련 서술이 일관성 있게 기술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화 등으로 문제가 됐던 사실 왜곡 부분을 바로잡을 것으로 전만된다. 현행 역사 교과서가 북한에 관대한 서술을 하고 있다는 게 국정화 논리의 큰 줄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전쟁인 ‘6·25 전쟁’ 발발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기술할 것으로 보인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6.25 전쟁은 분명히 남침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지난 해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북한 정권의 전면적 남침으로 발발한 6·25의 전개 과정,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피해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또 대북 관련 기술에서 천안함 피격, 연평 해전 등 최근에 발생한 북한 도발과 미사일과 핵개발 및 발사, 북한의 체제 불안정성에 따른 향후 한반도 통일 대비 등 서술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다음 달 말에 공개되는 역사 교과서 개고본에 즈음하여 우리가 유념헤야 할 점은 극심한 국민적 편 가르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또 이념적 편향성에 집착하여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또 역사 교과서 집필에 정치권의 개입도 금물이다. 무릇 국가의 정통성을 담보하는 역사 교과서는 있는 사실 그대로를 학자와 교육자의 양심에 따라 기술하면 된다. 역사와 역사 교과서는 역사적 사실(진실), 집필자의 양심, 독자의 이해와 판단, 후세의 평가 등이 척도여야 한다. 역사와 역사 교과서를 이념과 정치적 색깔로 재단해선 안 된다. 국정 역사 교과서 개고본, 검토본 공개를 앞두고 국민적 우려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자국의 건국과 발전에 대해서 정체성을 갖고 교과서를 기술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가 지난 해 엄청난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얻은 것은 국민적 갈등과 대립, 혼란뿐이었다. 단지 결과적으로는 소모적 논쟁이었을 뿐이다. 미구에 공개된 국정 역사 교과서 개고본, 검토본이 오류, 사시적 시각으로 경도됐을 경우,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바로 잡아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이 국민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아무쪼록 2017학년도 새 학기부터 적용되는 국정 역사 교과서가 올바른 역사 교육, 한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바로미터가 되길 기대한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카(E.H.Carr)의 갈파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역사는 미래와 현재의 대화이고 미래의 거울’인 것이다.
지자체가 손잡고 221년만에 능행차 재현 수원시와 서울시는 10월 8일, 정조대왕의 꿈과 이상이 담긴 1795년 을묘원행을 공동으로 재현했다. 을묘원행이란 정조대왕이 을묘년에 정궁인 창덕궁을 떠나 아버지의 무덤이 있는 화성으로 떠나는 행차를 말한다. 을묘년 1795년은 정조에게는 매우 뜻 깊은 한해였다. 왕위에 오른 지 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화성건설도 마무리를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회갑을 맞이하는 해였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어머니와 동갑이어서 회갑 맞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 ‘2016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은 8일 오전 서울 창덕궁 출발인원 931명, 말 120필 규모로 강북구간은 10.2km, 배다리 330m의 거리를 시민들과 관광객에게 선보였다. 시민기자는 8일 오전 8시 50분부터 창덕궁을 출발하여 능행차 행렬과 함께 이동하여 12시 배다리를 건너 노들섬에 도착하였다. 무려 3시간 동안 있었던 능행차 동행기를 시간 순서대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창덕궁 돈화문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능행차를 보려는 수 많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었다. 사람들은 능행차에 참가한 인물 중에서 누구를 가장 보고 싶어할까? 정조임금과 그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다. 그러나 이 두 명을 찾으려면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 시민기자 역시 정신 차리고 진행자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행렬이 출발한 지 중간 정도 되자 돈화문 정문이 열리고 정조와 어머니가 등장한다. 문밖에는 문무 대신들이 도열해 있다. 화성행차의 첫 의식 행사인 창덕궁 출궁의식이다. 이것은 능행차 출정에 대한 안전 및 무사복귀 기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정조대왕은 어머니를 가마에 오르시게 한 후 본인은 말에 올라탄다. 무예에도 뛰어난 기능을 소유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어머니 가마는 말이 끌고 그 뒤에서 어머니의 안전을 지켜보면서 행차를 하는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효심을 엿볼 수 있다. 이번 능행차 첫코스를 살펴본다. 노들섬까지 거리는 10.2km이지만 서울시 중심가를 누비는 코스다. 창덕궁에서 종로 3가까지는 도로 전체를 차지하면서 행진하였다. 종로3가에서 우회전하면서부터는 도로의 반을 차지하였다. 시민들에게 불편을 덜어주려는 의도였다. 이어서 경유한 곳을 살펴본다. 종각역 → 을지로 입구역 → 한국은행 앞 → 숭례문 → 서울역 → 숙대 입구역 → 삼각지역 → 신용산역 → 한강대교 북단 → 강변북로 → 배다리 입구 → 노들섬이다. 배다리 입구에서는 눈에 익은 반가운 분을 만났다. 한성판윤 관복을 입은 염태영 시장이다. 정조대왕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이번 행사는 지자체들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원시, 서울시, 용산구, 동작구 등이다. 행사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 역할을 분담하여 맡은 것이다. 정조의 화성행차의 목적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흔히들 효행을 생각한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다. 또 있다. 백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면 민심을 살피는 것이다. 재위기간 동안 쌓아놓은 위업을 과시하고 신민들의 충성을 결집하여 정치개혁을 꾀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오늘의 ‘2016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 행사. 수원화성 축성 220년을 맞아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에 열린 뜻 깊은 행사다. 자자체장들의 합심이 221년만에 능행차 재현이라는 이런 소중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내일 시흥행궁에서 수원에 이르는 행차는 sodd도 더욱 풍성하다. 오늘 관람객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근래 보기 힘든 소중한 문화행사다.
가을비가 내립니다. 비는 그칠 생각이 없는 듯 계속계속 내립니다. 비에 젖는 나무들이 보입니다. 절반쯤 잎을 떨어뜨리고 있는 배롱나무 끝가지에는 아직 몇 개의 붉은 꽃송이가 남았습니다. 금목서 나무 아래엔 금빛의 자잘한 향기로운 꽃들이 날벌레처럼 쌓였습니다. 저의 가을은 백두산에서 본 자작나무로 깊어집니다. 올 가을 저는 원 없이 자작나무를 보았습니다. 길고 날씬한 자작나무, 노란 단풍이 든 자작나무, 어린 자작나무, 잎이 다 떨어진 자작나무... 백두산 장백폭포 가는 길에는 정말 자작나무가 많았습니다. 수목한계선 아래 곧게 자라지 못하고 가지가 휘어진 하얀 숲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 숲에서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찍고, 손가락으로 만져보고, 코로 냄새로 맡고, 몸으로 비벼보았습니다. 곰들이 자신의 체취를 묻혀 영역을 표시하듯 저 역시 영역표시를 하고 싶은 것이었을까요? 서리가 하얀 자작나무 숲에서 [설국]이라는 소설을 생각하였습니다. 한적한 눈 고장에서 게이사로 살아가는 ‘고마코’는 삶의 순간마다 그 뜨거움으로 녹일 듯합니다. 청순한 모습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요코’, 특별한 일없는 여행자 ‘시마무라’는 이 두 여인을 허무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빠져듭니다. 특히 이 소설의 첫 부분은 아주 유명합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삶이란 긴 터널의 끝에 눈부신 설국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묘사와 차가운 눈 풍경 사이로 온천의 뜨거운 열기가 함께 공존하듯, 설국 속에는 뜨거운 체온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건너편 자리에서 처녀가 다가와 시마무라 앞의 유리창을 열어젖혔다. 차가운 눈의 기운이 흘러 들어섰다. 7P 가을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그의 방 다다미 위에는 거의 날마다 죽어가는 벌레가 있었다. 날개가 단단한 벌레는 한번 뒤집히면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벌은 조금 걷다가 넘어지고 다시 걷다가 쓰러졌다. 계절이 바뀌듯 자연도 스러지고 마는 조용한 죽음이었으나, 다가가 보면 다리나 촉각을 떨며 몸부림 치고 있었다. 이드의 조출한 죽음의 장소서 다다미 여덟 장 크기의 방은 지나치게 넓었다. 시마무라는 죽은 곤충을 버리러 손가락으로 주우며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을 문득 떠올리기도 했다. 113P 눈처럼 하얀 슬픔이 쌓여 있는 그 곳에 설국의 그녀들이 있습니다. 눈 속에 눈보다 더 하얀 나무들이 겨울을 겨울답게 만들 듯이 눈보다 더 하얀 슬픔은 눈처럼 쌓인 설국으로 그녀들이 우리를 이끄는 것이겠지요. 비는 그쳤습니다. 비 그친 길가에는 물 묻은 나뭇잎이 바닥에 붙어서 바람에도 날리지 않습니다. 가을이 점점 깊어갑니다. 싸아하게 찬 기운이 몰려듭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십시오.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민음사, 2002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9월 28일부터 시행되었다. 공직자와 언론, 교육계에 몸담은 사람들은 3,5,10이라는 숫자에 민감해질 거라고 한다. 이제라도 이러한 법이 시행되어 늦었지만 다행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청렴도가 국가 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점을 생각하면 이 법의 시행은 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공직자의 청렴은 당연한 윤리이고 언론인의 감시 기능은 시퍼렇게 살아 있어야 하며 교육계가 깨끗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도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의 의지와 생활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악용될 소지가 있다. 오히려 음지에서 뇌물을 주고받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 1980년 과외 금지령이 내렸을 때 풍경이 그려진다. 가진 자는 오히려 음지에서 비밀 고액 과외를 하여 예체능계 대학을 다른 학생보다 쉽게 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평생 시골 초등학교에만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김영란법이 시행되건 말건 상관이 없다. 오히려 내 반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며 사는 게 일상이었기 때문에 고민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체벌 대신 행동 강화를 위해 철저한 보상제를 실시해 왔다. 혹자는 그것도 문제가 있다고 없애야 한다고 말하지만 좋은 점이 더 많기 때문에 여전히 선호한다. 선생님이 말로만 칭찬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동수정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것은 마음이면 된다는 뜻이다. 제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선물을 주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생각한다. 김영란법에 얽매어 인간적인선물이나 작은 정성까지 싸잡아서 매도하는 일만은 없었으면 한다. 너무 인정머리 없는 세상이 되는것도 그리 좋아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눈에 띄지 않는 방법으로 주고받는 현금성 뇌물이나비밀스런 거래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온 국민이 감시자가 되어서 투명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노력해야 할 일이다.우리 사회가 불신의 늪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최소한 김영란법만 잘 지켜져도불합리한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이는 선순환을 일으켜서 사회 정화의 길로 들어설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 정당한 방법으로 선의 경쟁을 하고 서로 믿고 사는 풍토는 사회 전반에 걸쳐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양심법이다 영국의 기업윤리연구소(IBE)는 받는 사람이 선물과 뇌물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 세 가지를 발표한 것을 양심의 거울에 붙여 놓으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해 올린다. 선물과 뇌물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김영란법을 머리 싸매고 공부하지 않고도 다음 세 가지만 명심하면 될 것 같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양심에게 물어보면 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배우지 않아도 알고 있는 양지(良知)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받고 나서 잠을 잘 수 있으면 선물이고 그렇지 않으면 뇌물이다. 둘째, 외부에 공개되었을 때 문제가 안 되는 것은 선물, 문제가 될 것 같으면 뇌물이다. 셋째, 자리를 바꾸어도 받을 수 있는 것은 선물이고, 바꾸면 못 받는 게 뇌물이다.
교육에 관심 있는 교육가족에게 널리 알려진 ‘희망교육사랑’이라는 교육전문카페. 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반광득(68) 카페지기가 지난 달 인성교육 도서 '삐딱하게 바르게'를 펴내 세간의 미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카페 회원 3만 3천명. 전국 교육가족의 힐링과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교육전문카페인 ‘희망교육사랑’ 을 개설하여 운영해온 반 카페지기. 그는 교감과 교장 시절 4년, 퇴직한 후 6년 도합 10년간을 유용한 교육정보를 한결같이, 변함없이 탑재 운영하여 교육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이 카페를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운영할 것이라늠 포부를 밝힌다.이번에 출간한 인성교육도서‘ 삐딱하게 바르게’ 는 10대 청소년을 둔 부모와자녀들에게 꼭 권하고 싶으며, 학교도서관이나 도서실에 비치하여 많은 학생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한다는 바람도 전한다. 신간도서 '삐딱하게 바르게' 출간한 반광득 저자를 만나보았다. ▲ 책을 출간하게 된 동기는? 30여년간 일선학교에서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지도한 경험을 토대로 딱딱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한권 집필해 보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으나 책 한권 출간하기가 쉽지 않던 차에 지인이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 같이 한번 같이 해보자는 제의가 와서 출간을 하게 되었습니다. ▲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어려웠던 점, 책 제목을 설명한다면? 국내외 명언 100편을 선정하는데 많은 고민과 시간을 할애한 것 같습니다. 초점을 초등학생으로 하면 동화책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어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선정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책 제목도 청소년들에게 공감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출판사 직원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어 제목을 결정하였습니다. ▲ 책의 내용을 소개한다면? 이 책은 대한민국 10대를 위한 마음보약 100첩을 정성껏 달이고 달인 것입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명언(名言)아니 명언(明言)을 담고 있습니다. 꿈을 꾸고 키워가는 10대 여러분들의 마음을 충전하는데 일조하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인성도서입니다. 책의 편집 구성도 왼쪽에는 국내외 명언을 그리고 오른쪽에는 명언을 시사성있게 재구성하여 알기 쉽게 집필하였습니다. ▲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내 꿈은 무엇인가, 진로는 어떻게 찾고 공부는 왜 해야 하는가, 이 지긋지긋한 경쟁!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 책 ‘삐딱하게 바르게’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자신있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특히 책 말미에는 교양충전 프로젝트로 10대들이 만나야할 국내소설, 해외소설, 영화, 클래식음악 등 현직 중고교 선생님 200명이 추천하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 요즘 청소년들 어떠하다고보는가? 최근 청소년의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의 하나가 입시문제입니다. 입시위주의 학업방식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지나친 경쟁의식과 사회분위기로 인하여 진정한 인간교육의 기회가 없는 실정입니다. 우리가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하다고는 외치고는 있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는게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너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흐르는데 부화뇌동하는 것은 고쳐야할 점으로 생각합니다. ▲ 책의 저자가 공저인데 저자를 소개한다면? 이 ‘삐딱하게 바르게’ 책은 100개의 명언을 선정하여 청소년들에게 알기 쉽게 해설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50편씩 명언을 나눠서 집필을 하였으며, 같이 참여하신 방철 저자는 국내 중견 IT기업 CEO이자 유수한 출판 및 콘텐츠 그룹의 대표이며 인성교육도서를 출판하는 토마토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 교육을 위해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 바라는 점은? 좋은 부모 밑에서 좋은 자녀가 나옵니다. 그리고 자녀에게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해준 부모는 후일 수백만 달러의 가치보다 더 귀한 선물을 자녀에게 받습니다. 부모님들은 자녀를 위해서 스스로 언행에서 모범을 보이는게 중요합니다. 요즘 선생님들은 모두가 학생들 지도가 힘들다고 합니다. 수학공식 하나 더 외우는데 집착하지 말고 바른 인성교육지도에 관심을 보인다면 훗날 제자들로부터 존경받는 스승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 이 책을 읽고 난 청소년의 행동 변화에 대한 기대는? 자녀에게 책을 권한 독자의 서평을 보면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기도 하고 희망을 주기도 하고 기쁨을 주기도 할 마음보약 인용구절과 함께 짧은 이야기를 통해 인용구절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라고 적었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자신감이나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청소년의 세계는 아름답고 무한하다는 것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선진국 수준을 능가한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잘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싼 도구를 샀지만 사용하는 분야는 전화, 간단한 문자 메시지 보내기 그리고 사진찍기가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같은 도구를 활용하여 주민들의 지적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최근 엿보이고 있다. 이같은 마을이 순천시 조곡동에 위치한 일명 철도마을이다. 철도마을은 일제시대 철도공무원들이 생활하던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다. 이곳 마을 주민들은 최근 몇 년 전부터 마을 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여 마을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마을의 정체성 찾기에 착수하여 올해는 마을 축제를 개최하기도 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제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하여 지역주민 역량 강화에 나선 것이다. 이에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교육을 10월 7일(금)오후 2시에 기적소리 카페 2층 교육실에서 개강하여 12월 23일까지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처음 시간에는 임숙영 강사의 지도로 강사 소개와 참가자들이 그룹을 편성하여 '마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토의 과정을 거쳐서 간단히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을은 따뜻한 공동체요, 마을은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공유하는 집단이다. 그리고, 마을은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저수지와 같은 것이다. 우리사회도 이제 성장기를 거쳐 점차 노후화 되는 과정에 있다. 이미 이런 모습은 구도심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농촌과 도시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남의 경우는 어느 자치단체보다 그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앞으로 지역공동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학습을 통하여 문제 해결력을 기르고, 이를 지원하는 행정조직의 역할이 막중하다 할 것이다. 장차 이 마을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가지면서 지역 주민의 살의 질 향상에 관련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고, 아름다운 마을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호간에 도우면서 배려하는 주민들의 생활 방식이 요청되고 있다. 이제 마을이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세대간, 이웃간 소통이 필요한데 이러한 소통을 위하여 미디어교육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가연아, 이제 중간고사도 끝나고 조금은 휴식을 가질 수 있게 되었구나.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 핏덩이로 태어난다.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큰 변화가 일어난다. 그 과정이 바로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것인데 어떤 교육을 받아 어떤 실천을 하였는가에 따라 네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높은 건물을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지만 인생의 엘리베이터는 없다. 내가 태어나 어릴 때는 유치원이 없어서 그냥 자유롭게 자연 속에서 살았었지! 지금 돌이켜보면 어릴 때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이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나의 생각에 큰 변화를 준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도 매우 중요하였단다. 그래서 '초등학교의 추억'을 ‘빛을 따라서’라는 나의 자서전에 썼단다. 너도 시험도 끝났으니 시간을 만들어 너의 초등학교 시절과 중학교 3년 과정을 잘 정리하여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이렇게 보낸다. 이 글을 읽어보면 너의 초등학교 시절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관은 무엇인가? 등 자신의 삶에 질문을 던져보고 이에 대하여 기록을 하는 것이다. 이 작업을 정성들여 완수한다면 너의 대학진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가끔 그 기록을 다시 보면서 수준을 높여가는 노력이 바로 너를 잘 성장시킬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이 글을 본보기로 보내니 너도 너의 초등과정을 생각하면서 정리하여 나에게 보내준다면 너와 소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세 살 위인 형이 초등학교에 다닌 덕분에 형이 2학년에 올라가자 바로 입학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형이 책을 보니 등 너머로 한글을 깨우친 것을 본 부모님이 빨리 학교에 보내도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우리 마을은 부산면에서도 가장 위쪽에 위치하고 있어 부산동초등학교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하루 왕복 10킬로미터는 걸어야 했다. 그리고 비가 올 때는 길이 막혀 산길을 따라 가야하기에 더욱 힘들었다. 때로는 다니는 길목에는 산에서 갑자기 내려오는 물이 위험하여 집단 등교를 한 경우도 있었다. 나는 친구들보다 빨리 학교를 다니다 보니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다. 겨울철이 되면 해뜨기가 바쁘게 일어나 밥이 뜨거우니 찬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경우도 많았다. 내 동갑 친구들은 나보다 한 학년 낮거나 두 학년 아래였다. 사실 나는 친구 누나들과 동학년이 된 것이다. 그러니 공부를 따라가는 것도 꽤나 힘들었던 것 같다. 학교에 입학하여 보니 6.25가 끝난 뒤라 책걸상도 없는 마루바닥에 앉아서 공부를 시작하였다. 이때는 형편이 어려웠던 터이라 미국에서 보내온 굳어버린 우유와 옥수수 가루를 가끔 배급을 주었다. 가끔 집에 오는 길에 허기진 배를 채운 때도 있었고 밀이나 보리를 불에 구워 먹기도 하였다. 하루 공부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목에는 논이 있어 아버지가 일하시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있었다. 아버지는 가끔 논에서 일을 하시다가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보자기를 풀고 오늘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곤 하셨다. 비록 아버지 자신이 배우지 못하여 농사일을 하셨지만 아들의 공부에는 관심이 많으셨던 모양이다. 점차 학년이 올라가면서 농사일을 돕는 일도 일상이 되어 갔다. 특히 마을에서 친구들과 놀 경우가 있어도 동생들이 많기 때문에 동생들을 항상 돌봐야 하는 일은 우리 형제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이렇게 자라서인지 형제간의 우애는 깊어졌으며, 형제가 많아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보통으로 준비하여서는 만족스럽게 배를 채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상급학년이 되면서 잊혀 지지 않은 추억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배가 고프기 일상이었다. 그럴 때에는 간식으로 남의 밭에 들어가 가지나 오이 등을 따서 먹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비가 많이 오는데도 우산이 없어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더욱이 큰 비가 내리면 학교 수업을 일찍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스스로 어려서부터 자연 속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불평 없이 자신의 삶을 키워온 것이다. 또, 우리는 항상 용반리를 거쳐 학교를 가야하기 때문에 때로는 강둑에서 달리기 대회를 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먼 길을 열심히 다닌 덕분에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6학년이 되면 그 당시 중학교를 가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되는데 시골 초등학교에서 장흥중학교에 합격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때로는 야간공부를 하기도 하였다. 한 번은 늦은 시간이 되어 남의 밭에 심어 놓은 감자를 캐다가 주인에게 들켜 쫒기는 신세가 되었다. 모두가 책가방을 등 뒤에 단단히 묶고 도망쳤다. 그런데 용반보를 건널 때 친구 황순이가 발을 잘못 디뎌 미끄러졌다. 다리에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 헌 옷을 찢어 싸맨 후 도망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때로는 등굣길에서 조그만 다툼으로 싸우기도 한 일, 또 한 번은 선배 형이 학교에 가기 싫으니 산기슭에서 놀고 학교에 가지 말자고 꼬드기는 바람에 학교를 가지 않았다. 하루 종일 산에서 놀면서 맹감 등 열매 같은 것을 따먹다가 하교할 시간이 되면 집에 가는 일이 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입시를 앞두고 준비 없이 진학을 할 수는 없었다. 6학년이 된 남학생은 나 혼자뿐이었다. 그래서 6학년 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집에서 1년간 쉬는 시간을 가졌다. 1년이 지난 후 이제 원래 동갑이던 친구들과 같은 학년이 되고 보니 학습한 내용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웠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 성숙도 충분히 되지 않았는데 나보다 한 살 위인 형들과 다닌 5년 동안이 상당히 힘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 시험을 3개월 가량 앞두고는 학교 옆 아저씨 집에서 하숙을 하면서 최임규 담임 선생님의 좋은 지도를 받았다. 그 결과 중학교는 무사히 합격하게 되었으나 같이 공부한 다른 친구들은 모두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우리학교에서 7명 정도 밖에 합격하지 못하였으니 시골학교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돌아보게 한다. 이에 떨어진 친구들은 결국 다른 지역의 중학교에 입학을 한 후 2학기에 장흥중학교로 전학을 왔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워낙 국가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시절이라 나보다 더 공부를 잘한 친구들도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서울로 가 공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지금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달라졌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이제 너도 너만의 이야기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 나름의 꿈을 꾸면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일에 좀 더 집주하기 바라면서 이만 줄인다.
낱말, 문장부터 등장하는 초등 1학년 교과서가 한글 선행학습을 부추기고 한글 미습득 학생들의 학습 부진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 초등 1학년 국어 교육과정에서 한글을 익히기 위해 배정된 시수는 1∼3단원 총 27시간이다. 현장 교사들은 이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데다 해당 단원의 교육내용이 사실상 선행교육을 해야 이해할 수 있어 일부 학생들에게 학업 좌절감만 준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초등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를 보면 1단원에 ‘낱말을 소리내어 읽기’나 ‘선생님과 친구의 이름 쓰기’ 등 단어를 읽고 쓸 줄 알아야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2∼3단원에서는 한글의 자음, 모음, 글자의 짜임을 배우도록 구성돼 있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최정임 경기 가납초 수석교사는 "낱자만 조금 가르치다 긴 동화가 갑자기 나오기도 하고 국어 교과서가 수준별로 체계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유치원 누리과정에서 글을 가르치지 말라고 해놓고 정작 교과서는 배운 것을 전제로 구성돼 있어 한글을 모르는 학생은 학업에 흥미를 잃고 학습 부진을 겪게 될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최 교사는 "학급 내 학생 수준이 제각각이라 독해 수준이 높은 학생들에게 ㄱ, ㄴ부터 다시 가르치기도, 글을 모르는 학생들에게 동화를 읽게 하기도 힘들다"며 "교사들도 수준을 맞추기 어려워 교과서를 재구성하거나 별도의 자료를 만들어 학생 개별적으로 따로 수업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중훈 인천 운서초 교사는 "요즘 한글은 학교 들어가기 전에 떼고 온다는 인식이 높지만 여전히 학급의 10% 이상이 한글을 모른 채 들어온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2000년부터 총체적 접근법이라는 취지에 따라 낱말을 통글자로 익히도록 했다가 현장의 비판 때문에 3년여 전부터는 자음, 모음, 제자 원리를 가르치는 단원이 일부 포함됐다"며 "그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위계가 맞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정작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받침 글자에 대한 설명은 한 쪽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A초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윤 모씨는 "유아기에 문자 교육이 뇌 발달상 좋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을 믿고 한글을 안 가르친 채 입학을 시켰더니 아이가 학교생활 자체를 힘들어했다"며 "모든 교과의 첫 페이지부터 긴 문장으로 시작하면 사교육을 하라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한글 교육과 관련한 교과 간 연계도 부족하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정민수 전주문학초 수석교사는 "국어 시간에 배우는 한글 교육 수준에 비해 수학 교과서에서 쓰고 있는 문장 수준이 너무 높아 연계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며 "결국 한글을 제대로 습득 못하면 모든 교과에서 뒤처지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달 28일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초1∼2학년 수학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보면 같은 시기에 국어시간에는 낱말을 배우는데 수학에서는 어려운 수준의 문장과 일상생활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용어로 문제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일본의 초1 수학교과서는 글 없이 그림만으로도 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교원들도 교과서, 교육과정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교사는 "국어 교과서를 소리글자인 한글의 생성 원리를 반영해 모음, 자음부터 체계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며 "전 교과가 한글 수준을 맞출 수 있도록 연계성 있게 개발되는 것도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박은종 충남 광석초 교장은 "대다수 학생이 이미 유치원에서 배워오는 것이 현실이고 한글 습득이 모든 교과교육의 기본인 만큼 누리과정에서 한글교육을 탄력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누리과정과 초등 교육의 연계성을 높여나가는 데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총이 지난 1일부터 성과급 전면 개선, 교권 침해 처벌 강화 등을 위해 시작한 50만 교원 청원 운동에 교원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부산교총 초등 분회장 워크숍 현장에서는 140여 명의 교원들이 즉석에서 서명 운동에 동참하며 열의를 나타냈다. 교원 서명은 기본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청원 과제가 반드시 관철될 수 있도록 결의를 다지자는 취지로 현장 서명에 뜻을 모았다. 박종필 부산교총 회장은 "교단의 분열을 초래하는 교원 성과급을 개선하고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가 높다"며 "부산교총 차원에서도 청원 운동을 지지하고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분회장들부터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10대 청원 과제로 △성과급 차등지급 철폐 등 전면개선 △교장(감)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 철회 △교권침해 처벌 강화 법제화 △교직·담임·보직교사 등 수당 현실화 △비교과교사 수당 신설·현실화 등 처우 개선 △농사용 수준으로 교육용 전기료 인하 △농산어촌 학생 교육권 보호를 위한 소규모 교육지원청 통폐합 중단 △특수학교(급) CCTV 설치법 철회 △유치원 명칭 유아학교 변경 및 단설유치원 확대 △교감 명칭 부교장으로 변경 및 지위·역할 강화를 제시했다. 온라인 서명도 쇄도하고 있다. 청원 운동이 시작된 지 3일 만에 1만 여명이 참여했고 6일 현재 3만 명에 육박했다. 청원은 오는 25일까지 교총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전송된 이메일, 모바일 문자의 안내에 따라 온라인으로 참여하면 된다. 교총은 26일 청원 결과를 집계해 정부와 국회, 청와대에 입법 청원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김영란법 시행이 교직사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사들은 이제 제자들로부터 꽃 한 송이, 사탕 하나 무심코 받아들 수 없을 정도다. 그렇지만 학교현장은 일부 혼란 속에서도 깨끗한 문화를 조성하자는 차분한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교육감 측근비리가 잇따라 불거지며 찬물을 끼얹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최측근인 전 비서실장이 이권에 개입해 수 천 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구설수에 올랐다. 앞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비서실장이 수 천 만원의 뒷돈을 챙겨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과 꼭 닮은 꼴이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도 학교 신축·이전 시공권을 넘기는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최근 검찰조사를 받았다. 서울·인천교육감은 약속이라도 한 듯 수사 과정에서 사과를 했지만 도덕성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특히 조 교육감은 수사 중인 비서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가 뒤늦게 번복함으로써 몸통 자르기라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진위를 알 수 없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4일 사과문을 발표한 교육감의 행동 역시 진정성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조교육감은 6일 국회 교문위가 실시한 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측근비리 문제로 의원들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높은 도덕성과 개혁을 내세웠던 교육감들이 취임 2년 만에 본인과 측근 인사의 뇌물수수 의혹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그들의 교육비리 척결 의지도 빛이 바래지게 됐다. 이번 사건은 교육감들의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엄중한 수사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사건을 은폐한 교육감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학교현장의 비리를 관리·감독하고 솔선수범해야 할 교육감들이 떳떳하지 않고서는 청렴 구호도, 김영란법도 무색할 뿐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아우라!! 가나다라마 프로젝트로 만드는 온(溫)누리 어울림 세상 김혜숙 경기 두일초 교사는 학생들에게 어울려 살 수 있는 지혜를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실천 연구를 수행했다. 이를 위해 김 교사는 필요한 인성요소를 자아존중감, 감성, 인성덕목실천, 긍정의 힘, 공동체 의식 5가지로 설정했다. 이어 성격유형검사를 통해 반 학생들의 성향이 매우 외향적이고 감각이 덜 발달했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인성요소 중심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교육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김 교사는 ‘가온누리(온누리의 주인공 되기)’, ‘나온누리(즐거움과 기쁨을 만들어 가는 세상)’, ‘다온누리(좋은 일이 다들어 오는 세상)’, ‘라온누리(따뜻한 마음씨로 다스리는 세상)’, ‘마수리수리(온누리 따뜻한 어울림 세상)’ 등 5가지를 실천과제로 삼아 연구가 진행된 4개월 간 약 100개 정도의 세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 교사는 먼저 학생들의 자아존중감과 효능감을 키워주기 위해 매일 아침 9시 음악을 연주하며 서로를 칭찬·격려하는 ‘감성플러스 신나는 아침’을 운영했다. 또한 ‘자성예언쓰기’, ‘나만의 명언집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 습관을 기르도록 했다. 특히 인성 덕목카드 쓰기는 학생 인성교육에 효과가 좋아 연구가 끝난 후에도 계속 실천하고 있다. 김 교사는 "반 학생 수와 똑같은 수의 덕목카드를 만들어 교실에 전시하고 매일 실천의지를 다지다 보니 학생들의 정서가 많이 순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루에 3가지씩 감사한 일을 적는 감사수첩 프로그램은 일상의 소소한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길러줄 뿐 아니라, 자신에 대한 존중감도 키워주는 효과를 나타냈다. ‘비폭력대화’는 학생 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많은 변화를 일으켜 학생들과의 원만한 관계유지에 도움을 줬다. 이밖에 1인 1악기 교육, 학급 긍정 자치회 활동, 효 콘서트, 학교 텃밭을 활용한 생태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결과 프로젝트가 끝난 후 실시한 설문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인성요소가 이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자신감이 결여돼 있던 한 학생은, 5가지 요소가 모두 향상돼 친구들과 젠가 게임을 즐기고 수업시간에는 발표를 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교사는 "연구기간 동안 매일 인성덕목을 실천하고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해 감성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빈번했던 다툼이 거의 사라지고 학생들의 언어습관도 매우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효과가 특히 좋았던 감사수첩 쓰기 등은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문학과 함께하는 포(four)유(有)놀이터 김윤화 대전태평초 교사는 책을 많이 읽어 똑똑하지만, 친구들을 괴롭히고 시끄럽게 구는 한 학생에 대한 고민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김 교사는 학생의 그런 행동은 ‘아는 것’은 많지만 ‘생각’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한 방안으로 인문학을 선택했다. 김 교사는 인문학 체험 활동을 통한 창의·인성 프로젝트의 방향을 구체화하기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차원 인성검사에 기초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배려심, 공동체 의식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격적인 프로젝트는 5학년의 한 학급 학생 2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 간 실시됐다. 김 교사는 우선 인문학의 다양한 영역 중 초등학교 5학년 과정과 연계해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철학, 역사, 예술, 문학을 실천 영역으로 선정하고, 각 영역을 준비, 체험, 내면화의 3단계 과정을 통해 함양케 하는 모형을 구안했다. 철학 영역에서는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올바른 언어로 표현케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나쁜 말을 줄이고 대신할 수 있는 바른 언어표현을 찾아 사용하는 ‘까만 입, 까만 마음 반성문’과 ‘ABCD 행복언어 찾기’ 프로그램으로 언어 습관을 개선하도록 했다. 또한 ‘학급의사당’ 활동을 통해 학급의 주체로서 불합리하거나 잘 지켜지지 않는 학급규칙을 스스로 개선해나가도록 했다. 역사 영역에서는 학생들이 과거의 기록이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자신의 일기도 중요한 역사적 기록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도록 ‘난중일기’와 영화 ‘명량’을 비교해보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예술 영역은 학생들이 창조 활동을 통해 인생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를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한 마음 한 뜻 협동화 그리기’ 등 공동 활동을 통해 다른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문학 영역은 문학 작품을 통해 주변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감수성을 일깨워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김 교사는 우선 학생들이 책과 친해지도록 권장도서 스티커판, 독서록 전시대 등을 설치했다. 또한 ‘고전 보드게임’, ‘고전 속 주인공 되어보기’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인문고전 읽기에도 도전해볼 수 있도록 했다. 1년 간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학생들의 긍정적 자아개념, 타인에 대한 배려심, 공동체 의식, 인문학에 대한 이해도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사는 보고서에서 "일 년의 인성교육으로 아이들 내면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인지적으로 이해하고 정의적으로 그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