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7,228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2023년은 나의 짧은 교직생활에서 특별한 해이다. 왜냐하면 4년간 정들었던 6학년 담임 생활을 접고, 3학년을 맡게 된 첫해이기 때문이다. 저학년은 처음이라서 걱정이 많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사랑이 넘치는 3학년 아이들과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수업준비를 하면서 6학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거의 가지 않았던 학교도서관 동화책 코너를 자주 서성거린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그림책에 푹 빠져 ‘6학년 아이들과도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진작 이 매력을 알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매주 일주일에 한 권씩은 그림책을 읽어주려고 노력 중인데 아이들이 이 시간을 기다리는 것 같아 나도 함께 즐겁다. 그림책 속 문제상황으로 수업 열기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로 ‘생태전환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교육행사가 열렸다. 그래서 AI와 생태를 융합시켜 수업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환경과 관련된 그림책을 열심히 찾다가 할머니의 용궁 여행을 읽게 되었다. 표지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할머니의 용궁 여행은 해녀인 할머니께서 우연히 용궁으로 가게 되고, 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바다 생물들을 치료해 주는 내용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 바닷속 생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 바닷속 생물들은 앞으로 어떻게 아픈 곳을 치료할 수 있을까? - 사람 없이도 바닷속 플라스틱을 없애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책을 읽고 난 뒤, 어린이의 시각에서 떠올릴 수 있는 질문들을 몇 가지 추린 다음, 수업을 여는 문제상황으로 제시하였다. AI로 문제해결하기 인공지능 교육 길라잡이(2020)에 따르면 인공지능 교육유형을 아래와 같이 3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AI 개념을 이해하고 그 원리를 SW로 구현하여 문제해결역량을 기르는 교육 둘째, 완성된 AI를 실생활의 문제해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활용능력을 기르는 교육 셋째, AI 기술이 교육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과 AI가 결합된 교육 위에서 주목해야 하는 단어는 ‘AI’, ‘문제해결’이다. AI를 통해 수업 중 가르쳐야 할 미래핵심역량은 문제를 발견하고 AI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역량 함양에 있다. AI가 더욱 발전하고 우리 삶에 스며들수록 AI로 문제를 해결해 보는 경험은 중요하다. 따라서 본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간단한 문제라도 AI로 해결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PART VIEW] AI로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스.깨.용.) 만들기 수업 이번 수업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그림책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AI로 해결해 보는 것’이다. 할머니의 용궁 여행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는 ‘할머니가 없이도 생물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까?’,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이다. 정리한 수업단계 및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활동① _ 할머니의 용궁 여행 읽기 첫 수업활동은 할머니의 용궁 여행을 읽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옹기종기 모여 아이들과 함께 할머니의 용궁 여행을 읽어 보았다. 책을 읽고 난 뒤, 내용을 확인해 보는 발문과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발문을 통하여 책의 문제상황을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할머니가 떠난 용궁은 어떻게 되었을까요?”라고 묻자 대부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을 것 같아요”라며 다소 안타까운 결과를 예측했다. 배움공책에 ‘할머니가 떠난 용궁’의 뒷이야기를 상상하여 써보게 한 뒤,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그러고 나서 오늘 해결할 문제상황을 ‘할머니 없이도 바닷속 생물들이 건강한 용궁을 만들자!’와 ‘스스로도 깨끗할 수 있는 용궁 프로젝트’로 제시하였다. 활동② _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을 만드는 방법 본 수업의 핵심주제인 인공지능에 자연스럽게 도달할 수 있도록 ‘스스로’라는 단어에 집중할 수 있게 하였다. 사람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그것이 용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알려주었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으나, 전 차시 학습내용을 떠올리며 ‘그때 배운 대로 인공지능이 잘하는 것이 무엇이었지?’라고 질문하니 ‘AI는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 해줄 수 있어요!’라는 답변과 함께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을 만들기 위해서 AI를 활용할 것이라고 문제해결방법을 정했다. 이때 포스트잇을 활용하여 충분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활동③ _ AI(티처블 머신)로 스.깨.용. 만들기 세 번째 활동은 직접 문제를 해결해 보는 활동이다. 수업에서 쓸 수 있는 다양한 AI 프로그램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AI 프로그램은 Teachable machine(티처블 머신)이다. 티처블 머신은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고, AI를 학습시키는 방법이 직관적으로 제시되어 누구나 쉽게 AI를 만들 수 있다. 학생들에게 티처블 머신 사용방법을 설명하기 전에 인공지능이 어떻게 스스로 작동하는지 다음과 같이 발문하고 설명하였다. - 인공지능이 스스로 움직이고, 일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여러 공부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 선생님이 정답을 알려주며 학습시키는 방법이 있다. - 예를 들어 다양한 종류의 많은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게 강아지라고 이름을 알려주고 강아지라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방법이다. - 인공지능이 선생님 없이도 강아지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AI가 스스로 작동하는 방법을 알아본 뒤, 간단한 티처블 머신 활용방법을 익혀보았다. 본 수업에서는 티처블 머신을 이용하여 바닷속 플라스틱의 종류를 스스로 구분하는 AI를 만들어 보게 하였다. 아래와 같이 인공지능에게 ‘비닐봉지’, ‘플라스틱 컵’과 같은 정답을 알려주고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컵 카드를 학습시키면 학습시킨 이미지 샘플이 데이터가 되어 플라스틱 컵과 비닐봉지를 인식하는 간단한 AI가 완성된다. 또한 학생들에게 할머니의 용궁 여행에서 나오는 바닷속 생물들을 아프게 했던 플라스틱 몇 가지를 뽑아 카드를 만들어 나누어주었다. 참고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데이터인 플라스틱 카드의 배경을 다르게 해야 적은 데이터양으로 인식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본 활동을 통해 내가 직접 학습시키고 만든 AI가 작동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AI를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다음 활동은 내가 만든 AI를 바탕으로 스스로 깨끗해지는 용궁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글과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해 보고, 발표해 보는 활동을 하였다. 티처블 머신으로 플라스틱을 분류하는 AI를 선행적으로 만들어봤기 때문에 학생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AI의 역할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인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활동④ _ 스스로 깨끗해지는 지구(스.깨.지.) 만들기 본 수업은 AI와 융합한 생태전환교육이기 때문에 생태전환교육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2020)은 생태전환교육이란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 가능한 생태문명을 위해 생각과 행동의 총체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넘어 실천까지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수업을 AI를 통한 문제해결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활동③’에서 끝날 수 있지만, 생태전환교육을 융합했기 때문에 더 나아가 그림책 속 문제를 지구의 문제로 확장시켜 환경보호를 위해 실천해 보는 활동으로 수업을 계획하였다. 실제로 그림책 속에 나오는 용왕님의 코에 플라스틱이 박힌 장면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영상: https://youtu.be/jZOeQzJ96J0). ‘용궁이 아니라 지구라면?’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하여 플라스틱 사용이 지구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줄이는 방법을 직접 생각해 보게 하였다(포스트잇만 있으면 아이들의 생각을 한눈에 확인하고 모을 수 있다!).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다시 쓰기’, ‘재활용하기’ 등이었다. 학생들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미술시간을 활용하여 텀블러 가방을 직접 꾸미고, 여러 번 다시 쓰고 재활용해 보는 실천활동을 하며 본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수업성찰하기 이번 수업을 준비하면서 AI가 여러 과목과 주제에 잘 융합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책 속의 문제를 AI로 해결하기, AI와 환경문제 등 가르치는 교사로서도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었다. 본 수업은 지구를 생각하며 텀블러 백을 만들어 보는 활동으로 마무리하였지만, 다시 이 수업을 하게 된다면 지구를 위한 인간들의 여러 노력을 통해 ‘스스로 깨끗해진 용궁’의 뒷이야기 만들기 활동, 우리가 지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한 뒤 실천일기 쓰기 활동 등으로 확장시켜 수업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책을 읽고,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융합시켜 좋은 수업을 만들고 싶다.
“선생님~ 이번 주에 SD, 그거 하나요?” 올해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 보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 다룰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다. 그러던 중 글로벌 목표로 알려져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일부를 교육과정에 적용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선생님~ 이번 주에 SD, 그거 하나요?” 올해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 보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 다룰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다. 그러던 중 글로벌 목표로 알려져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일부를 교육과정에 적용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름 교육활동을 준비하고 실천하면서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학생들은 SDGs라는 용어가 아직도 낯선 것 같다. 다행인 건 학생들이 SDGs라는 국제적인 행동 계획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조사·토론·탐방하는 교육활동에 참여하여 SDGs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가면서 실천해 보려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한 번의 수업을 실천하기 위해 교사로서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기반하고 검증된 교과서를 활용하여 매년 반복되는 교과내용을 가르치고, 피드백하는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수업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새로운 영역을 교과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교과내용에서 직접 다루지 않는 영역을 교육활동에 적용할 때는 한 번의 수업이라도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이 오랜 준비기간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에 우선순위에서 밀릴 때도 있지만,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해볼 만한 과정이며, 학교행정 측면에서도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PART VIEW] 수업을 준비하기 전에 교사라는 직업은 전문직으로서 자율성이 존중되며, 특히 가르치는 활동에서의 자율성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필자는 가끔 아니 자주 착각한다. ‘나는 교사로서 보통 이상은 되겠지?’라고. 교사마다 가지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활동을 전개하므로 가르치는 능력에 감히 서열이 있는지 의문이긴 하나 교사들은 교원양성기관을 거쳐 임용되므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영역을 적용할 때 아무 준비를 하지 않아도 ‘나는 보통 이상’일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을 교육과정 개발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의했다. 이와 함께 ‘교사 교육과정’이라는 개념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학생중심의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교사는 이전보다 더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활동을 제공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세계시민의식 알아보기 학생들의 세계시민의식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우선 학생들의 현재 상태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여 어떤 교육활동을 준비할지 파악해야 한다. 객관식 설문은 전반적인 상황을 조망하고자 할 때 효율적이다. 교사 본인이 설문 문항을 제작할 수도 있고 논문이나 학술지 등에서 적절한 설문 문항을 탐색한 후 활용할 수도 있다. 표 1은 윤성혜(2017)1의 연구에서 타당화한 세계시민의식 척도를 12개 문항으로 재구성하여 학생들의 세계시민의식을 5점 척도로 알아본 통계 결과의 예시이다. 교사가 교육활동을 준비할 때 학생들의 현재 상태에 대한 분석은 교수·학습을 위한 중요한 정보로 활용된다.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할 때 교사마다 그리고 주어진 여건에 따라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A 교사는 학생들 실천영역의 평균이 낮으므로 이를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활동을 준비할 수 있다. B 교사는 담당하는 교과 성취기준을 고려하여 수업시간에 실제로 가르칠 수 있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 응답의 평균점수를 참고하여 수업을 준비할 수도 있다. C 교사는 학생들이 응답한 지식영역 평균점수가 높았는데 이에 대해 의문을 갖고 학생들에게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본 후 수업을 준비할 수도 있다. 세계시민교육을 적용한 과학과 교수·학습지도안 작성 과정 새로운 수업을 준비하거나 기존의 수업에 몇 가지 변화를 적용하려고 할 때 막연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교수·학습지도안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교수·학습지도안을 작성하다 보면 머릿속의 생각들이 정돈되기도 하고, 놓치고 있던 부분도 드러나게 된다. 1) 우선 과학과 교육과정 중 SDGs와 관련지을 수 있는 단원을 선정한다. 필자는 현재 중학교 3학년 과학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과학수업에서 SDGs의 17가지 목표 중 관련 있는 단원을 표 2와 같이 도출하였다. 2) 필자는 에너지 전환과 보존 단원을 가르칠 때 SDGs 중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다루고자 하였고, 세계시민의식의 스킬영역인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원만하게 토론할 수 있다’와 실천영역인 ‘지구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한다’ 역량을 키우고자 하였다. 1)과 2)의 과정을 바탕으로 작성한 교수·학습지도안 앞부분을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성취기준과 SDGs의 목표를 동시에 다루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성취기준과 관련된 교과내용을 학습한 후,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학습하는 순차적 구조로 수업 차시별 흐름을 설계하였다. 3) 1차시와 2차시는 기존의 교육과정이므로 여기서는 3차시와 4차시 교수·학습과정 약안을 제시하였다. ● 교수·학습과정 약안(3차시) 교사는 과학교과수업에 SDGs를 적용할 때 과학교과내용과 SDGs의 관련성을 학생들에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개념을 이해하고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연결해 나갈 때 학생들은 깨달음을 경험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은 과학교과내용도 처음 접하고 SDGs도 생소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가 둘 사이의 관련성을 설명한다면 학생들에게는 단순나열식 지식을 습득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이번에 예시로 든 단원에서는 역학적 에너지의 전기에너지 전환에 이어서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다룬다. 전기의 편리함으로 인해 가정에서 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고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 중 역학적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청정에너지를 조사해 보자고 안내하면 학생들이 두 개념 사이에서의 개연성을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조사할 때 자유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학생 중 인터넷에서 제시하는 자료를 충분히 검토해 보는 학생도 있지만 과업을 그저 빨리 마무리하고자 인터넷에서 처음 나오는 자료만 옮겨 적는 경우도 있다. 이에 교사는 학생들의 인터넷 활용 습관을 참고하여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의 종류 몇 가지를 미리 선정한 후 모둠별 또는 학생별로 해당 청정에너지에 대해 조사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 교수·학습과정 약안(4차시) 교사는 발표수업과정에서 학생들을 배려할 수 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학생도 있고, 말보다는 글로 의사를 전달하는데 익숙한 학생도 있다. 발표 자료를 읽어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나 의견들을 텍스트로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발표 및 토론수업에 활용할 수도 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개별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3차시 및 4차시 수업 후 학생들의 조사과정, 발표준비, 토론 태도 등에 대해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면 학생들은 SDGs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고, 교사가 제공하는 비계를 통해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교과수업에서 SDGs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면 교과수업에서 SDGs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면 지역사회와 연계한 동아리활동을 추천한다. 동아리활동의 자율성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면 교과수업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고, 학생들의 기억에도 더 오래 남을 것이다. 아래에는 SDGs와 관련하여 동아리활동 때 탐방했던 몇몇 장소를 제시하였다. 공존의 씨앗을 심기 위해 교사도 공존하였다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을 때 교육활동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 서두에 작성하였듯이 필자는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이 있는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교육활동을 구상하고 실천하고 있다. 만약 혼자서 했다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다른 급한 일들로 인해 세계시민교육에 점점 관심이 줄어들고 나중에는 흐지부지되었을 것이다. 함께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고 급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가도 누군가는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서 다시 힘을 내본다. 학생들의 세계시민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은 학생들이 과학교과에 적용한 SDGs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었다. 영어과 선생님은 국제공동수업을 진행하고, 체육과 선생님은 다양한 문화의 전통활동을 체육수업에 적용하고, 미술과 선생님은 청바지 기부를 통한 세계시민되기와 같은 캠페인을 운영하였다. 또한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세계 각국의 전통놀이, 세계 각국 요리 만들기, 세계 디저트 행사도 기획하고 운영하였다. 동료교사들과 함께 세계시민교육과 관련된 다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었고, 서로의 수업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간의 동아리활동은 익숙하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간의 연계활동은 낯설다. 하지만 4차 혁명과 함께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진로교육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면서 ‘유·초·중 진로연계 교육과정’ 운영이 주목받고 있다. ‘진로연계 교육과정’이란 학교급간 전환기인 초6·중3·고3의 일부 기간을 활용하여 학교급별 연계 및 진로교육을 강화하는 교육으로 교과 및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하여 운영이 가능한 교육과정이다. 부안초등학교와 부안중학교의 초·중 연계 진로동아리 ‘우리 사이다(4E多)’는 학생맞춤, 지역사회와 연계, 교내봉사 등 다양한 경험과 독서활동 중심으로 미래핵심역량을 함양하고 진로개발역량의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프로젝트 중심으로 구성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먼저 본격적인 동아리활동에 앞서 초등학교에서는 진로성취기준에 맞춰 5~6학년 전 학급을 대상으로 사서교사와 함께하는 진로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도서관 활용수업으로 진행하였다. 교육자료는 그림책과 교과별 진로교육 요소를 추출하여 진로교육 성취기준(4개 영역)과 핵심역량(6가지)을 목표로 전체 8차시로 재구성하였다. ‘사회참여의 시작, 부안초·부안중 우리 사이다(4E多)’ 기자단 구성 초·중 진로연계 동아리 운영을 위해 초등학교는 5~6학년 중 희망자 15명을 모집하여 자율동아리로 구성하였고, 중학교에서는 창체 도서부 동아리 25명이 같이 활동하게 되었다. 동아리의 첫 번째 운영방침은 동아리활동을 통해 다양한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동아리원들과 많은 의견을 피드백한 결과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고, 다양한 직업군을 탐색할 수 있는 ‘학생기자단활동’이 채택되었다. 진로연계 동아리활동의 첫 시작은 기자단 구성이었다. 각 학교의 도서관을 책임지는 성실한 도서부원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이후 부안중학교 도서관에서 부안초·부안중 학생들로 꾸려진 연합기자단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며 소심한 모습을 보였지만, 유쾌한 율동과 인사말을 나누며 분위기가 전환되었다.[PART VIEW] 연합기자단 활동을 꾸려갈 편집국장을 선출하고, 첫 활동은 부안군수 인터뷰로 시작되었다. 인터뷰 준비는 지역신문인 부안 독립신문에서 2차시 수업으로 진행해 주었다. 이후 초·중 연합기자단 학생들은 의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본인이 생각하는 의회의 기능과 자세에 대해 열띤 이야기가 오고갔다. 서로 이야기를 나눈 내용들을 중심으로 각 급별로 10개 내외로 인터뷰할 질문을 먼저 작성해보고, 최종 질문을 부안 독립신문 편집장과 협의하여 선정하였다. 첫 인터뷰 활동 이후 연합기자단은 군의회·해양경찰서·교육장 등 다양한 직업군을 만나면서 건강한 직업의식과 책임감의 필요성, 긍정적인 직업생활 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자단활동은 우리지역을 연계한 의미있는 활동으로 초등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지역과 많은 직업군의 특징과 역할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중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설계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진로개발역량을 함양하는 가치있는 활동이 되어주었다. ‘진로 성취기준과 연계한 사회참여활동’ 아이들에게 보다 더 나은 교육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초·중 진로연계활동과 연계성이 높은 성취기준을 선정해 이에 맞는 활동을 적용하여 운영했다. 사전조사과정에서는 ‘직업의 역할을 알고 다양한 종류의 직업을 탐색하기’의 성취기준을 선정해 인터뷰 대상의 직업에 맞는 정보를 찾기 위해 정보원(도서자료·비도서자료)을 활용하고 탐색하는 방법을 지도했다. 또한 자신만의 흥미와 관심분야를 바탕으로 적절한 질문들을 선정·토의하는 시간도 운영했다. 인터뷰 활동에서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한 직업정보탐색’, ‘직업인으로서 가져야 할 직업윤리 및 가치’ 이해하기의 성취기준을 선정해 건강한 직업의식은 물론 진정한 사회참여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첫 번째 만남 이후 부안중 기자단은 도서관에 모여 인터뷰 대상에 대한 사전조사를 진행했다. 정보원 탐색방법을 적용해 다른 시·군의회와 부안군의회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시작으로, 부안군의회의 기능, 앞으로 부안군의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부안군의회 상임위원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등 다양한 방향에서의 질문들을 도출했다. 아울러 해당 인터뷰 활동이 청소년의 사회참여와도 연결되어 있어 부안군의회에서 청소년이 중심이 되는 사업과 청소년의 의견과 건의사항을 수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까지도 생각해보았다. 더불어 인터뷰 활동에 필요한 자세가 담긴 연계도서들을 읽어보고, 올바른 인터뷰 방법과 자세를 탐구하기도 하였다. 인터뷰 활동이 끝난 후, 아이들과 함께 느낀 점을 나누고 싶어 교류의 장을 운영했다. 아이들 대부분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라 굉장히 설레고 뜻깊은 경험이 될 것 같다며 좋아했다. 한 친구는 다음 인터뷰 질문을 작성할 때에도 자신이 주도해서 진행해 보고 싶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선후배간 돈독해진 우정과 따뜻함으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해주는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인터뷰 내용에는 일반적인 질문보다 부안군과 관련된 사업과 관련된 질문을 반영했으면 하는 것부터 시작해, 해당 직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지 등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질문들로 구성하자며 열띤 의견을 나누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사회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책 읽어주세요!, 독서습관 형성의 시작을 함께하다’ 동아리의 두 번째 운영방침은 동아리를 통해 진로활동뿐만 아니라 봉사의 가치를 배우도록 하는 것이었다. 봉사활동이 학생들을 성장시키고 진로목표를 갖는 동기가 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기 중 초·중학생의 시간제약이 많아 봉사활동을 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동아리원들은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활동, 책 놀이활동 등 부안초 도서관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아침독서봉사와 점심독서봉사를 각각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부안초 도서부는 아침 8시가 되면 아침독서로 하루를 시작한다. 10~20분 사서교사가 정해준 온책읽기를 하고 그날 읽은 부분에 대한 감상평을 쓴 뒤 발표를 한다. 이후 8시 30분부터는 도서관에 방문하는 1~2학년 후배들에게 도서관이용 봉사와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를 한다. 바쁜 아침이지만 누구보다 뿌듯한 아침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월 둘째와 넷째 화요일 점심시간에는 부안중 도서부 친구들이 부안초도서관을 방문하여 그림책 읽어주기 책놀이 봉사활동을 한다. 중학생이 점심시간을 희생하고, 10~15명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쉽지 않지만, 중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활동이다. 늘 제가 가면 안될까요?, 제가 가서 읽어주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아 경쟁률이 높다. 책 읽어주세요 활동을 하러 가기 전 아이들은 사전활동으로 어떤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인성’과 관련된 동화를 읽어줄지, 아니면 재미있는 ‘전래동화’를 읽어주는 게 좋은지, ‘직업과 관련된 동화를 읽어주는 게 좋을지’ 나름 회의를 거쳐 읽어줄 도서를 선정한다. 아이들이 읽어 준 도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나는 어떤 씨앗일까?였다. 그림책 표지에 있는 그림들은 무엇인지 물어보는 등 동기유발을 시작으로 활동을 진행한다. 한 장 한 장 아이들과 호흡하며 읽어가면서 눈을 마주하고 아이들끼리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해보였다. 한 줄 한 줄 책 속에 담긴 문장들을 따라 읽은 후, 자신은 어떤 씨앗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말하는 것 뿐 만 아니라 몸으로 표현도 해보면서 함께하는 독서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형·누나들에게 인사를 먼저 건네며 ‘우리 학교에 또 언제 놀러와요?’, ‘누나가 읽어주는 책 더 듣고 싶어요’라는 이야기를 옆에서 들으면 매우 뿌듯했다. 결론적으로 동아리 중심의 진로활동은 관심과 재능이 비슷한 학생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특히 선후배가 같이하는 초·중 연계진로동아리는 함께 있는 시간동안에도 멘토-멘티 활동이 잠재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이다. 이토록 독서가 빛나는 순간 100명의 아이들을 한 방향으로 뛰게 하면 1등은 한 명밖에 나오지 않지만, 100명의 아이들을 자신이 뛰고 싶은 방향으로 뛰게 하면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다(고주원 외, 꿈꾸는 미래 진로독서). 남과 다른 자신의 개성과 적성을 발견하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여 힘껏 뛰어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는 것이 독서이다. 초·중 진로연계 동아리에서도 학생중심·경험중심 진로교육과 함께 독서활동을 강조하며 독서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선후배가 함께하는 인문학 여행’이다. 부안에 있는 독서문화공간 및 복합문화공간을 탐방하며 책과 마을을 잇는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 첫 여행지로 부안의 동네서점을 선정했고, 참가자는 동아리원 중 10명을 선발하였다. 선후배가 좁은 공간에서 책수다를 떨고, 친구가 책을 추천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후속활동으로는 학생들이 구입한 책의 표지를 보고 내용 예측하기와 책을 고른 이유 등을 발표하는 활동을 했다. 두 번째는 ‘도서관 문화탐방’ 프로젝트다. 테마별 도서관을 방문하여 독서흥미를 높이고,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목적이다. 7월에는 전주 꽃심도서관과 동학 농민혁명 기념관을 방문하여 값진 추억을 만들었다 특히 부안초는 꽃심도서관 방문 후 공간혁신사업과 연계하여 ‘내가 꿈꾸는 도서관 설계하기’ 활동도 진행하였다. 그 외에도 아침독서, 시필사, 여름독서캠프 등 학생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독서활동을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다. 독서는 진로 설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올바른 정보와 지식으로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탐색하고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언제나 책이기 때문이다. 독서가 기본이 된 진로교육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높여준다. 진로를 계획하고 개척하기에 앞서, 독서를 통해 나의 개성과 가치를 스스로 알아가고, 진로를 충분히 탐색한다면 지금 당장 원하는 진로를 찾지 못한다 해도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다. 책 속에서 자신의 꿈을 발견하는 학생들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최근에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10대 10명 가운데 1명은 마약을 사용한 적이 있으며, 초등학생도 포함되었다는 충격적인 뉴스입니다. 무려 48%의 청소년이 성인용 영상물을 이용한다고 합니다(MBN, 2023.6.22.).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게임중독·스마트폰중독·야동중독 등 다양한 중독현상을 거치면서 둔감해진 모양입니다. 중독은 개인적 일탈이며, 시간이 지나면 대다수 아이는 별다른 문제 없이 학교를 졸업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이건 착각입니다. 대상만 바뀔 뿐 절대 치유되지 않는 중독 중독은 시간이 저절로 치유해 주지 않습니다. 중독자는 그저 다른 중독 대상물로 갈아탈 뿐입니다. 게임에서 술·도박·섹스·마약으로 좀 더 확실하고 강하게 쾌감을 주는 방식으로 옮겨갑니다. 중독은 개인의 취약성 또는 도덕성 문제가 아닙니다. 관계 단절감에서 오는 외로움과 고독감, 박탈된 꿈에서 오는 공허감과 상실감, 공부와 경쟁 스트레스를 포함한 각종 트라우마에 괴로워하는 아이들은 인스턴트 해결책을 찾습니다. 스트레스를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외적 요소에 일시적으로나마 의존하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의도치 않게 한몫거든 면도 있습니다. 아기가 보채면 입에 고무젖꼭지를 물립니다. 재갈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가짜에 위안을 얻게 합니다. 아동이 지루해하면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 주어 쾌감 소비자로 만듭니다. 성적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해 아이를 족집게 학원에 맡깁니다. 아이가 아파하면 진통제로 고통을 즉각 덜어줍니다. 과잉행동하는 학생에게 곧바로 ADHD약이 처방됩니다. 이처럼 우리가 아이를 인스턴트 해결책에 길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싶습니다. 중독문제는 아이가 양육되고 교육되는 환경과 과정을 바꾸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 시스템적 문제입니다. 한국보다 한두 세대 먼저 중독이 사회적 문제가 된 미국이 중독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면 반면교사로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1980년 초부터 백악관이 나서서 강력한 마약 근절 캠페인을 시작하였습니다. 처벌을 강화하고 모든 학교에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홍보 프로그램을 시행했습니다. 1980년 중반에는 마약 중독(addiction) 대신 마약 사용(use)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독자’라는 낙인을 찍지 않아야 마약 사용자가 좀 더 자발적으로 치료에 참여할 것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1990년대에는 마약 주사기를 마약 사용자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공공 서비스를 시작하였습니다. 재사용된 마약 주사기로 인한 감염 관련 질병을 줄일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선의의 보건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도에 실시된 연방정부 연구는 이 모든 노력이 대실패였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금 미국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중독사회가 돼버렸습니다. 현재 미국인 5명 중 1명이 마약을, 거의 절반이 대마초를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는 인구 1명당 1.7번씩이나 처방되어 대거 남용되고 있으며, 2세부터 17세 아동 중 11%가 마약성분의 각성제이거나 진정제인 ADHD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NCDAS, 국가약물남용통계센터, 2023). 중독 치료비용은 한 명당 평균 3,600만 원이나 되지만, 그마저도 치유 성공률에 대한 확실한 통계는 없습니다. 대다수는 치료받지 못한 채 매일 300명이 마약 과복용으로 사망합니다(CDC, 질병통제예방센터). 약물 남용으로 인한 의료·사법·생산성 손실 및 사회적 비용은 2020년도에만 7,400억 달러(거의 1,000조 원)나 됩니다(NIDA, 미국마약남용센터, 2020).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중독, 수능 중독 중독자를 범죄자로 여기는 무관용 정책과 강력한 법적 처벌은 실패했습니다. 중독자를 환자로 여기며 치유에 방점을 둔 정책도 실패했습니다. 미국 사례에서 배울 것은 처벌과 치료만으로 중독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함께 빨리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합니다. 상류에 독극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내버려 두고 하류에 처리시설을 갖춘들 결국 지는 게임입니다. 우리는 인스턴트 해결책이 아니라 원천에 개입해야 합니다. 학교는 이제 학생들에게 정신건강을 위한 회복탄력성 방법을 가르치고 지도해야 합니다. 회복탄력성이란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인내심으로 견디어 내거나 깡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내적 힘을 길러서 성장동력으로 승화시키는 기술입니다. 치아건강을 위해 어릴 때 가르쳐 준 양치질이 평생 가듯이 학생시절 배운 회복탄력성이 평생 정신건강을 지키게 해줍니다. 양치질 가르치는 시간이면 회복탄력성도 가르칠 수 있습니다. 학교는 이미 빽빽한 교과과정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하겠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심각한 중독에 빠져있다는 증거입니다. 교과과정이 터지도록 꽉 채운 ‘수능시험’이라는 중독입니다. 중독의 특성은 ‘특정 물질이나 행동에 대한 강렬한 욕구, 많은 시간과 돈 소비, 이로 인해 건강문제, 중단하려고 할 때 금단증상 등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수능시험은 이러한 특성을 다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능시험을 잘 보려는 강렬한 욕구가 있고, 시험준비에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하며, 그 과정에 아이들을 세계 최고 수준의 불행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수능시험 대비가 아닌 것을 하려고 하면 불안해집니다. 교육문제의 핵심은 입시라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다 알지만, 아무도 꼼짝달싹하지 못하니 집단중독 상태인가 봅니다. 그러니 수능시험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가장 심각한 중독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인스턴트 해결책과 가짜 쾌감이 아닌 ‘진짜’를 위한 교육 약과 마약은 한 끗 차이입니다. 적당하면 약이고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현재 수능시험은 정도가 지나쳤고 유효기간도 지났습니다. 산업화의 원동력이며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들어 낸 성공적인 방법이었지만, 창의력 시대에는 오히려 걸림돌입니다. 창의력은 모험심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행위입니다. 실수와 실패가 거듭되고 실망감과 좌절감이 도사리는 험난한 과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스스로 소화해 낼 능력을 갖추어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학자인 유발 하라리 박사도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정서지능과 정신적 견고함입니다. 변화무쌍한 미래 세상에 확실하게 필요한 것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계속해서 자신을 재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한 번의 실수로 인생이 판가름 나게 하고 세상과 단절되어 온종일 고독히 홀로 공부해야 하는 수능시험은 창의력 말살 교육인 셈입니다. 아이를 단절감과 고립감에 찌들게 하여 중독 취약성을 높이는 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수능시험 중독에서 벗어나야 다른 중독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국·영·수·사·과 내용을 조금 줄이는 대신 운동시간은 늘리고, 정신건강을 위한 회복탄력성을 가르치고, 그래도 약간 남은 시간은 그냥 ‘여유’로 남겨두면 됩니다. 이럴 때 학생들의 창의력도 커지고, 학습의 즐거움을 맛보면 중독의 유혹에 맞싸우며 가짜 쾌감에 의존할 필요성을 막을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마약을 할 때 느껴지는 평온함은 누군가에게 포근하게 감싸 안기는 아기가 된 기분이라고 합니다. 안전감과 연결감은 어릴 적 가정에서 충분히 얻지 못하면 마약을 통해서라도 얻어야만 살 수 있는 인간의 가장 기본 욕구입니다. 아이가 단절감과 불안감의 탈출구를 엉뚱한 곳에서 찾지 않도록 예방해야 합니다. 그래서 애착육아와 가족 간 유대감을 강화해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은 대단한 학습사회입니다. 한번 목표가 정해지면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붓는 교육열을 지녔습니다. 그 엄청난 교육열을 식히려고 하지 말고 방향만 약간 틀어주면 되겠습니다. 학교에서 정서지능과 회복탄력성 강화 기술을 가르쳐주고 가정에서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19세 대입 성공이 아니라 91세 대기만성이 목표가 되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교과서가 2025년부터 시범적으로 도입될 것이라는 교육부의 발표가 있었다. 디지털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기에 교육도 예외는 아니어서 예상 가능한 변화 시도로 볼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시·도교육청 단위로 시행되고 있는 학생 1인당 1디바이스를 보급하는 정책과 맞물리면서 학교 및 교실현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서책형 교과서 대신 디지털 교과서가 활용되고, 모든 학생이 수업 중에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지고, 학생들이 수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긍정적 모습을 예상할 수 있다. 반면에 이러한 변화가 혹시 교육의 비인간화나 인성교육 약화와 같은 부정적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도구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같은 반 친구들과 인간적 소통은 줄어들고, 결국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 부족이 나타날 것이라는 걱정이 대두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더욱 필요한 인성교육 디지털 도구로 인하여 비인간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거나, 소소한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은 교육을 포함하여 사회 전반에 걸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스마트폰만 계속 바라보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간단하게 눈인사 등을 하기보다는 스마트폰만을 바라보면서 다른 사람을 외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하는 장면을 보면,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를 하면서 식사하기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디지털 도구가 대면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으며, 이는 결국 비인간적인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비인간적인 상황은 학교 내로 다양한 디지털 도구와 환경이 침투하면서 유사하게 재연될 것으로 보여 진다.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교실과 학교 내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그대로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등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 디지털 대전환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회적 노력 중 하나는 앞에서 언급한 문제상황에 대하여 교육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AI와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개발하는 교육 못지않게 AI의 확산 등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수 있는 비인간적인 문제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요구된다. 인성교육, 즉 인간성에 대한 교육은 여러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과 상대방을 동등한 인격체로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심에 있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것과 같이 상대방을 대하는 보편적 원칙을 이해하고 실천하는데 인성교육의 핵심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성교육을 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나 1인 1디바이스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성교육은 일종의 태도교육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태도를 돌이켜 보면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교육적으로 안내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태도교육으로서 인성교육은 쉽지 않지만, 대체로 사실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아는 것과 함께 자신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실제적 체험을 하는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다. 그런데 실제적 체험을 하는 것은 구현 과정도 어렵고, 심지어 위험하기도 한 문제가 있다. 사이버폭력 혹은 디지털 왕따와 같은 문제를 체험적으로 다루기 위한 실제적 상황의 역할 연기를 교실에서 연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인성교육을 위한 실제적 체험상황을 구현하는 대안적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이미 익숙한 가상현실과 메타버스를 고려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교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줌(Zoom)과 같은 실시간 화상강의 시스템과 게더타운(Gathertown) 혹은 마인크래프트(Minecraft)와 같은 메타버스 도구를 경험하였다. 코로나19 이후 교실이 대면수업방식으로 빠르게 되돌아가고는 있지만, 필요한 교육장면에서 온라인의 가상현실을 포함하는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안전교육·진로교육, 그리고 학습접근성 제공 차원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방안이 탐색되고 있다. 이는 메타버스 환경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실제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아바타 형태의 다른 학생 혹은 가상의 인물(agent)과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실제적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하여 특정 행동과 반응을 보이는 가상의 인물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예컨대 가상현실의 교실 내에서 특정 학생들이 보이는 돌출행동을 직접 체험하면서 교사들이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실습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폭력예방교육도 메타버스로 가능 이러한 가능성은 인성교육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인성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상황들이 메타버스 환경 내에 구현될 수 있다. 특히 챗GPT와 연동되어 자연스러운 대화 및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면서 인성교육에서 필요하지만 실제적으로 체험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적 상황 연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예컨대 학교폭력과 관련된 상황에서 가해자 혹은 피해자 역할을 메타버스 환경을 통하여 체험하고, 체험 전 사전 안내, 체험 후 전체 성찰시간을 가질 수 있다. 체험 전·중·후에 대한 정교한 설계를 통해 인성교육이 구현되면서, 어떠한 인성교육보다도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인간존중의 가치가 디지털사회에서 어떻게 실천되어야 하는가를 담아내는 인성교육이 새로운 방식으로 학교교육 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반교실 내에서 인쇄물 혹은 직접 역할 연기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효과적인 교육을 실행하는 것은 어렵다. 일반 교과 혹은 도덕교과를 담당하고 있는 개별교사들에게만 인성교육을 맡기는 것 또한 한계가 있다. 여기서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현실에서 인성교육을 구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메타버스 환경을 인성교육의 장으로 만드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인성교육이 요구되는 다양한 상황을 메타버스 환경에서 체험하고, 그 체험에 기반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사고와 태도를 정립하는 것이다. 메타버스 환경에서 인성교육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인성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시나리오 형태로 만들고, 이를 메타버스 환경 내에서 구현하고, 실질적인 체험이 가능한 특별한 시설과 지원 인력이 확보되어야 하며, 교육적으로 이끌어갈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별학교와 연계되어 교육을 운영하는 메타버스 학교를 별도로 만드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메타버스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을 포함하여 앞에서 언급한 안전교육·진로교육, 그리고 학습접근성 제공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인성교육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기대되며, 이를 위해 학교교육과 연계된 별도의 메타버스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을 제안하여 본다.
반복되는 급식·돌봄 대란, 불안한 학교현장 지난해 11월 파업으로 전국에서 급식을 실시하는 유·초·중·고교 중 25.3%(3천 181곳)의 급식이 정상 운영되지 못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지난 7월 전국 17개 지부 조합원 1만여 명이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총궐기 대회를 개최했다. 교육공무직은 현재 학교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공무직의 직종만 해도 50여 종이 넘고, 인원도 17만여 명에 달하는 등 과거보다 학교가 담당하는 기능이 늘어나면서 교육공무직은 학교에서 필수적인 구성원이 되었다. 필수공익사업장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71조는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해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도입하고 쟁의행위기간 중 대체 근로를 일정 수준 허용하고 필수공익사업장의 쟁의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필수공익사업장이란 노동자의 파업권과 관련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업장은 반드시 일정 규모로 업무를 유지하도록 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에서 지정한 사업장을 말한다. 필수유지업무제도는 무엇일까? 통상 항공운수·철도·지하철·수도·전기·가스·석유·병원·통신·우정사업·한국은행·혈액공급사업 등이 해당되며, 노동자의 파업권 중 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킨다는 비판이 있으나 국민 전체를 볼모로 불편과 안전을 저해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에 따라 현재 유지되고 있는 제도다. 이게 시행되면 파업에 돌입할지라도 일부 인원은 정상근무에 임해야 한다. 학교필수공익사업장 지정 필요 학교는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연례화된 교육공무직의 파업으로 급식·돌봄 대란이 반복되면서 학교는 몸살을 앓는다. 파업기간 동안 학교는 단축수업·재량휴업·수업파행 등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으며, 돌봄노조 파업, 급식 파업으로 학습권 침해는 물론 교원의 업무 가중 등 노노갈등도 심각하다. 최소한의 대체인력을 통한 학교의 정상화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자는 주장은 교육공무직의 파업권은 노동기본권으로 보장하면서, 파업 참여 인력의 절반이라도 한시적으로 대체하면서 학교의 파행을 막자는 취지이다. 교원은 학생교육에만 힘쓰고, 학생·학부모는 걱정 없이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학교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적이다. 교육공무직 근로자들이 더 나은 직장환경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그렇다고 해서 애먼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볼모로 하는 파업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동안 교육공무직 파업의 여파를 오롯이 학교에서 감내해야 했지만,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면 필수인력 및 대체근로자 투입으로 일선 학교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원단체·학부모단체·시민단체의 목소리 최근 교원단체를 비롯한 학부모단체·시민단체들이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는 서명운동과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총이 전국 유·초·중·고 교원 2천 3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파업 때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86.2%가 찬성했다. 찬성 이유로 73.7%가 ‘학생의 학습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상적 학교 운영이 불가능해 사회적 손실이 크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24.4%로 나타났다. 학교정상화를 위한 관련 법령 정비 필요 더 이상 급식·돌봄 대란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며,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볼모로 하는 파업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학생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배움의 터가 되어야 하는 학교가 파업으로 방치되어서는 안 되며, 최소한의 피해 방지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교육공무직의 파업 등 단체행동권은 별도의 제한요건 없이 보장하되, 파업 시 대체 근로자의 투입을 최소한도로 허용하는 장치가 바로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교원과 학생에게만 전가되는 일방적 피해를 외면하지 말고, 정치적 이해관계의 득실을 떠나 교육회복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학교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을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절차를 완전히 없애버렸다는 점은 안타깝다. 학습의 과정을 아주 쉽고 용이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 데다 융합적 사고력을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은 수능의 가장 큰 약점이다.” 수능 창시자로 알려진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81)는 최근 킬러문항 논란으로 불거진 수능 개편론에 대해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단 한 번 치르는 시험점수로만 학생들을 선발할 거면 차라리 학력고사로 돌아가는 게 낫다”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킬러문항 배제에 대해서는 “수능이 도입될 때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적절한 문제를 통합교과적으로 출제해야 한다’고 지침에 명시했다. 도저히 제시간 안에 풀 수 없는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융·복합적인 내용을 출제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교수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능점수를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다”며 “측정오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소수점까지 계산해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대학들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수능을 통해 가장 혜택을 누리는 집단은 대학이다. 돈 한 푼 안들이고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할 수 있는 데다 학부모들의 시비도 없어 대학들로서는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불거진 수능 킬러문항 배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수능 카르텔 운운하는데, 난 사실 그런 게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있다면 법적 조치를 해야겠지. 킬러문항도 마찬가지다. 출제문항을 가지고 이야기하려면 먼저 출제자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출제의도를 배제하고 난이도만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수능문항은 현직 교사들이 검토위원으로 참여해 교육과정 내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검토위원들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여겼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고 나서 지적하는 게 맞다. 얼핏 어려워 보이는 교과서 밖 자료라도, 교육과정이 의도한 학력 성취수준을 제대로 측정한다면 좋은 문제이며, 그걸 무작정 ‘‘킬러문항’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다만 문항을 배배 꼬아서 출제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게 출제했다면 그건 잘못이다.”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 변별력 논란이 일고 있다. “난이도와 변별력은 구분해야 한다. 이게 혼동을 주는 것은 점수를 가지고 능력을 구별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쉬워도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다면 변별력이 있는 것이고, 문제가 어려워도 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변별력이 없는 것이다. 알다시피 난이도라는 것은 시험 보는 대상을 적절하게 나눴느냐를 보는 것이다. 수능처럼 몇 십만 명이 보는 시험은 대개 적절하게 정상분포가 이뤄진다. 만약 정상분포에 문제가 생기면 등급제를 통해 적정하게 만들면 된다. 문제는 전체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치르는 수능을 놓고 우리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난이도만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언론이고 뭐고 몇 점을 받아야 어느 대학을 가느냐만 조명한다. 솔직히 수능점수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몇 개나 되나. 대다수 대학은 수능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시험점수로만 학생을 뽑을 거라면 수능체제를 바꾸든지 아니면 차라리 학력고사로 돌아가는 게 낫다.” 그래도 수능이 공정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데. “수능 성적이 좋으면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잘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 대학들의 연구를 보면 내신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훨씬 더 성취도가 높다는 결과가 있다. 내신은 3년간의 성적을 기초로 한 것이고, 수능은 한차례 시험의 결과다. 예측 정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점수에 대한 미신이다. 예컨대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를 하면 플러스마이너스 몇 %라는 오차범위가 나온다. 수능도 마찬가지여서 오차범위가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는 400점 만점에 390점이면 합격, 389점은 불합격으로 당락을 가른다. 이게 말이 되나. 측정오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 이것을 외면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이런 결과를 당연시한다. 절대로 고개를 끄덕여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 맹신하고 있어 안타깝다.” 대입제도는 난제 중 난제다. “수능을 처음 만들 때 전 세계 98개국의 입시제도를 조사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장단점도 면밀히 분석했다. 그동안 국가고사부터 대학별 고사, 고교등급제 등 다양한 제도가 시도됐지만 모두에게 환영받은 모델은 없었다. 제도 취지가 좋아도 입시 비리나 사교육에 발목이 잡혔다. 경험상 제아무리 좋은 입시제도를 만들어도 50% 지지를 받기 어렵다.” 학부모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흔히들 입시의 공정이나 정의를 강조하지만 학부모들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자녀와 입시제도 간 이해관계다.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느냐를 최우선 가치로 둔다. 비근한 예로 과학고를 만들 때 정원을 600명으로 했다. 이유는 과학기술대 정원이 600명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치면 과기대에 들어갈 수 있는 특전을 줬다. 그런데 학생들은 과기대에 진학하지 않고 한 학기를 대기하다 서울대로 몰렸다. 교육당국이 이를 제지하려 했지만, 학부모들은 ‘대학 진학의 자유마저 막느냐’고 항의하는 바람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정부는 사교육을 잡기 위해 수능제도를 수정하려 한다.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26조 원 규모다. 수능에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1조 원쯤 되는 것으로 안다. 한마디로 26분의 1 수준이다. 수능제도를 고친다고 해서 사교육비를 잡을 수는 없다. 대학 서열이나 학벌 위주 등 우리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수능이 올해로 30년을 맞는다. 이토록 장수할 것으로 예상했나. “처음 설계됐을 당시의 수능과 지금의 수능은 완전히 다른 시험이다. 현재 수능은 대학수학(修學)능력, 즉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대입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학력검사와 비슷한 시험이 됐다. 대학들이 입시전형에서 중요한 자료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당초 목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대학들이 수능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국단위 시험이라는 장점과 함께 우수한 학생을 선점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또 학생을 선발하는 데 돈도 안 든다. 수능을 만들고 나서 대학에 논술고사를 치르도록 권유했다. 그런데 실시하는 대학들이 거의 없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시험출제도 어려운 데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무엇보다 수능점수로 당락을 가르는 데 대해서는 학부모들의 시비가 없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수능처럼 고마운 제도가 없다.” 30년 장수에도 불구하고 수능이 비판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학교교육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절차를 완전히 없애버렸다는 점은 안타깝다. 학습과정을 아주 쉽고 용이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융합적 사고력을 수능에서 다룰 수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대학들이 수능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여러 전형자료 중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능은 어떻게 탄생했나. “지난 1985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 지시로 시작됐다. 중앙교육평가원(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새로운 대입제도 연구에 착수하면서 나에게 대학교육 적성검사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왔다. 처음엔 국어·영어·수학만 시험을 치러 학생이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들어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적성검사’로 개발됐다. 언어·수리·탐구영역으로 나눠서 언어영역은 대학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독해능력을, 수리영역은 지능검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논리적 사고력을 재는 식이었다. 그랬더니 과학계에서 들고 일어났다. 당시 정부가 과학입국을 강조하던 때였는데 과학을 뺀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거였다. 결국 과학탐구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언어·수리·영어·과학탐구로 시험영역을 발표하자 이번엔 사회과학자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탐구는 사회가 핵심인데 이걸 뺀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발끈했다. 결국 사회탐구도 추가됐다. 영어가 수능에 들어간 것은 이공계의 요구가 컸다. 당시만 해도 영어 원서를 읽어야 수업이 가능했기에 이공계에서 독해력이 중요하니 학생들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영어를 넣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교사] 템플 그랜딘의 비주얼씽킹 (템플 그랜딘 지음, 박미경 번역, 상상스퀘어 펴냄, 408쪽, 2만2,000원) 저자는 언어로 생각하고 사물을 순서대로 이해하는 사람을 ‘언어적 사고자’, 이미지로 생각하고 인식하는 사람을 ‘시각적 사고자’라고 말한다. 이 둘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물론 관심 분야와 재능도 다르다. 그럼에도 사회는 언어적 사고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사고방식의 특성과 차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벌레가 지키는 세계 (비키 허드 글, 진고로호 그림, 신유희 번역, 미래의창 펴냄, 272쪽, 1만7,800원) 꽃 주위를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벌이 하는 일을 돈으로 환산하면 수조 원이 넘고, 자기 몸 2,000배 크기의 집을 짓는 흰개미는 인간의 건축기술자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대단한 존재들이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 불러온 재앙과 정치·경제적 원인, 우리 생활 등 복잡한 요인들을 쉽게 설명한다. 과학을 생각하다 (허준영 지음, 여문책 펴냄, 288쪽, 2만 원)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과학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과학교육 사업을 진행해 온 저자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세상에 내놓는 첫 번째 결실인 만큼 과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에게도 쉽게 읽힌다. 소주에 담긴 에탄올부터 최첨단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 10 (박경화 지음, 260쪽, 1만6,800원)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한 엉뚱 기발한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한 번만 사세요’ 쇼핑몰,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 먹을 수 있는 컵, 수리받을 권리, 미술관이 된 화력발전소 등 세계 여러 나라의 크고 작은 노력을 한데 모았다.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생각 키우기’ 코너가 있어 독서 토론수업 등에 유용하다. [청소년] 해볼 만한 수학 (이창후 지음, 궁리 펴냄, 320쪽, 1만5,000원) 수학교과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지만,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망각한 채 문제풀이만 반복하는 학생들 마음 한편의 꺼림칙한 의문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책은 고등학교 수학을 기준으로 수학기호 표현법, 곱하기 기호를 생략하는 이유 등 기본적인 개념부터 풀어간다. 코딩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이래은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64쪽, 1만6,700원) 요즘 교육과 관련해 가장 빈번히 듣는 말 중 하나가 ‘코딩은 필수’다. 코딩이 활용되지 않는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한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저자는 코딩 능력은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를 습득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코딩에 대한 단편적 이해를 넘어 ‘문제 해결법’으로서의 코딩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어린이] 나의 세상 우리 아빠 (빅터 D.O. 산토스 글, 안나 포를라티 그림, 김세실 번역, 한빛에듀 펴냄, 40쪽, 1만6,000원) 아이가 할아버지에게 아빠를 소개하는 편지를 엮은 그림동화다. 아이는 할아버지를 만난 적이 없고, 할아버지는 아이의 아빠를 본 적이 없다.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전하고 싶은 아이의 글에 묻어나는 아빠의 큰 사랑과 이를 고스란히 느끼는 아이의 마음이 울림을 준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이성표 지음, 베시 앤더슨 스탠리 원작, 보림 펴냄, 40쪽, 1만6,000원) 1904년 성공이란 무엇인가에 답하는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한 ‘성공’이란 짧은 글을 긴 작업 끝에 그림책으로 재탄생시켰다. 얼핏 거창한 자기계발서 같은 제목과 달리 이 책이 그리는 성공은 잔잔하다. 타인에게 조용히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거나, 누군가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어 행복하게 해 주는 일처럼 말이다.
J는 68학번 내 대학 동기생이다. 그의 오래된 ‘짐보따리 이야기’는 한참 우스워서 듣다 보면, 무언가 아리고 슬픈 것이 눈물을 불러온다. 나는 J의 ‘짐 보따리 이야기’를 세 번 들었는데, 들을 때마다 재미와 감동이 조금씩 다르게 묻어났다. '무엇보다도 1968년 그즈음의 시대적 애환과 풍물, 인심과 정서가 얼마나 여실한지, 그 시절 짐과 삶의 상관이 잘 들여다보인다. J의 ‘짐 이야기’에는 궁색하고 고단한 그 무렵 시골 출신 대학생들의 생활 풍경들이 정직하게 비쳐 들어서, 쉽게 느낄 수 없는 ‘시절의 정서’가 애틋하게 스며 있다. J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박 교수, 자네 알지. 내 고향 집이 저 먼 남쪽 해남(海南)에 있다는 거. 해남에서도 끝자락 완도로 넘어가는 동네, 북평면이야. 지금도 벽지이지만 1968년 우리가 대학 1학년 때 얼마나 궁벽한 곳이었는지. 그해 겨울방학 끝나고, 시골집에서 서울로 와야 하는데, 어머니가 무언가를 이것저것 챙겨서 짐 보따리에 싸 주시는 거야. 서울 변두리에서 자취하는 아들을 챙겨 주시는 가난한 어머니의 마음은, 줄 게 없어 허전하면서도, 없으면 없는 대로 온갖 걸 다 찾아서 챙겨 주시는 거 있지? 박 교수, 옛날 우리 어릴 적 촌에서 짐 꾸리던 거 생각나지? 가방 같은 거야 먹고 죽으려도 없고, 비닐 쪼가리도 없던 때였잖아. 농가에서 쓰던 비료 포대나 시멘트 포대 겉 종이로 물건들을 싸고, 그 뭉치들을 가느단 새끼줄로 묶고, 마대나 삼베 보자기로 씌워 짬 매고, 다시 바깥은 무명 보자기로 싸서 큰 짐 보따리 하나를 단단히 만들어 내었지. 새벽같이 나섰지. 그때는 내 고향에서 서울 오려면 열너덧 시간은 족히 걸렸네. 어머니가 꾸려 놓은 짐이 두 보따리야. 한 짐으로 묶기에는 너무 많고, 또 김치를 주어 보내려고 하니 보따리 하나를 더 만드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신 거야. 꽤 묵직해. 그놈을 들고서 버스가 지나가는 마을 앞 도로까지 가서 기다렸지. 그 버스를 타고 나주 영산포역까지 한참을 가는 거야. 거기서 목포에서 올라오는 호남선 완행열차를 타고 서울로 가야 했거든. 그게 가다 보면 야간열차가 된다 말이여. 시골 버스가 시간 지켜 오는 법은 없었지. 그저 일찌감치 나가서 기다려야 해. 그렇게 해서 영산포 가는 ‘광주여객’ 시외버스를 올라탔어. 김치 보따리 들고 따라 나온 어머니를 향해 손 흔들고. 어머니는 짐 간수 잘하라고 몇 번이고 당부하고…. 시골 버스는 포장 안 된 지방도로 자갈길을 흔들흔들 가는데, 나는 흔들리는 중에도 짐 보따리 두 개, 굴러가지 않도록 꼭 붙잡고 가는데, 가다가 버스가 고장으로 시동이 꺼져서 모두 내려서 고치도록 기다리고…. 아따 참, 그래도 불평 한번 않고 갔었지. 영산포역에서 서울행 완행열차를 탄 것이 오후 두 시쯤인데, 여기서 일고여덟 시간은 걸려야 서울에 도착해. 차 안은 만원이라, 서서 가는 건 당연하지. 나는 짐 보따리 둘을 객차 좌석 머리 위에 있는 짐 시렁에 올려놓았어. 이제부터는 짐 보따리도 나하고 한 몸이 되어서, 기다릴 때 같이 기다리고 실려 갈 때 같이 실려 가는 거야. 나도 짐도 같은 처지인 듯하고, ‘내 짐이 내 분신이다’ 하는 생각도 들더라니까. 대전쯤 왔을 때 마침 자리가 나서 나도 간신히 앉았어, 손님들은 계속 번갈아 타고 내리고, 나는 워낙 고단했던 참이라 졸음이 쏟아지는 거야. 깜박 졸았는가 했는데, 갑자기 주변이 수선스러워지고, 누군가 떠드는 소리에 잠을 깼었지. 정신을 차려 보니, 객차 시렁에 얹어놓은 짐은 여러 개 수북한데, 그중 한 짐에서 조금씩 김칫국물이 새어 나와 아래로 떨어질 참이야. 보니, 그게 나의 짐이야. 어머니가 싸주신 김치가 들어 있는, 그 짐이야. 오가리(작은 김칫독)에 넣어 단단히 묶은 건데, 길 위에서 오죽 흔들렸으면 저리되었을까. 아! 이런 낭패가 있나. 창피했어. 하지만 이 사태를 빨리 수습해야 했어. 내가 벌떡 일어서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 이렇게 말했다니까. “어구! 나는 이게 내 짐인 줄 알았더니 내 것은 아니네. 바로 옆에 있는 내 짐은 멀쩡한데, 어떤 양반이 짐을 이렇게 허술하게 묶어서 김칫국물 번져 떨어지게 했나? 아, 이 짐 임자 누구요? 양심도 없나? 이 짐 내려서 내 발밑에 둘 테니 짐 주인은 내게로 오시오.” 나는 급한 대로 번져 나온 김칫국물을 닦아 내고,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그 짐 보따리를 내가 관장하는 형국으로 이끌었지. 수습은 했지만, 찜찜했어. 내 짐을 내 짐 아니라고 거짓말한 거니까.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어. 내 앞자리에 앉은 중년 아저씨가 나를 계속 지켜보는 거야. 애초 김칫국물이 자기 머리 위에 떨어지게 생겼다고, 짐 주인 누구냐고, 난리를 피웠던 사람이야. 완행열차라 승객들은 금방금방 타고 내리는데, 그는 좀체 내리지도 않았어. 장거리 승객인가. 수원을 지나면서부터 나는 초조해졌어. 나는 용산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그때까지 이 아저씨가 내리지 않으면 나는 이 짐 보따리를 포기하고 내려야 한다. 거짓말했으니 자업자득이지.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어머니가 어떻게 해서 마련해 준 짐인데. 영등포역을 지나고서는 나는 미칠 것 같았지. 하나님 저 아저씨를 빨리 내리게 해 주세요. 열차가 노량진역에 도착했을 때였어. 내가 내릴 용산역에서 하나 전에 있는 역이야. 내가 숨을 죽이고 있는데, 아! 이 아저씨가 내리는 거야. 나는 정말 하나님께 진심 감사했어. 나는 김치가 들어 있는 그 짐 보따리를 끌어 올려 꼭 껴안았어. 마치 내가 내다 버린 자식을 다시 찾아오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엄마의 마음이라고나 할까. 그날 밤 나는 종암동 자취방에 도착하여 그 짐 보따리를 세워 놓고 큰절을 했다네. 사람과 오래 같이 움직이는 짐이란, 그게 그냥 짐이 아니라니까. 짐 보따리를 오브제로 한 미술작품 하나를 본다. 이 작품은 미국의 대표적인 미술관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에 있다. 한국계 작가인 마이아 루스 리(Maia Ruth Lee)가 2019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전시한 작품, ‘Bondage Baggage’가 바로 그 작품이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묶은 짐’, 또는 ‘꽁꽁 싼 짐 보따리’라는 뜻이 되겠다. 주제나 이미지 면에서 상당한 세계성을 담고 있다고 해서 이미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마이아 루스 리는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선교사인 부모와 함께 파푸아뉴기니·싱가포르·네팔 등에서 거주하였다. 이 작품은 작가가 네팔의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Tribhuvan International Airport)에서 보았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짐을 작품화한 것이다. 네팔 노동자들은 해외에서 돌아올 때 이삿짐 꾸러미를 포장하면서 분실이나 훼손을 우려해 이런 단단한 묶음 포장을 한다고 한다. 작가는 이 ‘짐 보따리’를 형상화함으로써 이주노동자와 이민자들의 삶을 보려 한다. 그들이 사용했을 포장용 방수포·직물·판지·밧줄·테이프 등을 주목하고, 그것과 더불어 그들의 ‘짐’을 재현한다. 이때부터 ‘Bondage Baggage’는 단순한 짐 보따리가 아니라, 지구촌 내 다양한 디아스포라(Diaspora)에 대한 문제를 부각한다. 작가 또한 ‘코리안 디아스포라’이다. 디아스포라 체험을 예술적 주제로 승화해 내는 데에 남다른 작가 의식을 보여 준다. 마이아 루스 리의 작품을 보면서, 짐 보따리에 대한 나의 역사적 상상력을 던져 본다. 1903년 하와이 이민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넜던 사람들의 짐 보따리를 생각해 본다. 1905년 멕시코 유카탄의 애니깽 농장으로 떠났던 우리 선조들의 이민 짐 보따리는 어떤 허기가 들어 있었을까. 19세기 말 이후 북간도 일대로 살길을 찾아 떠났던 식민지 백성들의 짐 보따리는 어떤 궁핍이 들어 있었을까. 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했던 17만 동포들이 시베리아 철도 화물열차에 오르면서 지녔던 짐 보따리에는 어떤 불안이 들어 있었을까. 6·25 피난 행렬에서 남부여대(男負女戴, 남자는 지고 여자는 머리에 인)했던 짐에는 무슨 간절함이 들어 있었을까. 1960년대 독일에서 광부로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떠났던 선배들의 짐 보따리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나중 귀환하는 그분들의 짐 보따리는 또 무엇으로 채워져 있었을까. 1980년대 이후 중동의 뜨거운 건설현장에 기술자 근로자로 가서 돈을 벌었던 내 동시대인들의 짐 보따리는 얼마나 아픈 사정들을 담고 있었을까. 짐은 지니까 짐이다. ‘지다’라는 동사와 ‘짐’이라는 명사가 서로 오가는 사이, 짐은 인간의 행보를 고단하게 한다. 짐은 무거워서 짐이다. 그러나 그 짐이 있어서, 그 짐에 기대어, 인간은 길 위의 생을 보전한다. 내 짐은 내 실존의 삶이 이동하는 동안 그림자처럼 나에게 붙는다. 그래서 짐은, 좋든 싫든 나의 분신이다. 정신의 짐도 마찬가지이다.
제67회 현장연구대회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은 김경민 부산 학진초등학교 교사가 차지했다. 올해 교직 18년 차인 김 교사의 연구 주제는 ‘체인지메이커 MODE-On 프로그램을 통한 국어과 교과역량 기르기(국어분과)’이다. 코로나19로 단절된 아이들의 소통과 공감능력 회복을 도와주는 프로젝트 수업을 구상한 것이 계기였다. 김 교사 연구의 키워드는 ‘체인지메이커’. 체인지메이커는 주변의 문제에 공감하고 직접 행동해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따라서 체인지메이커 MODE-on은 학습자가 주도성을 가지고 수업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공감, 협력적 리더십, 팀워크, 문제해결능력’(체인지메이커의 기본 자질)을 의미한다. 수업시간과 삶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학습요소로 M은 미디어리터러시 학습, O는 구조화학습, D는 토의·토론학습, E는 교육연극학습이며, on은 블렌디드러닝을 각각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22년 1월부터 올 1월까지 꼬박 1년간 부산 명일초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생생한 현장의 기록이다. 부산에서 새교육과 만난 김 교사는 연구 주제와 관련, 가장 먼저 공감을 강조했다.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체인지메이커 수업은 공감과 소통에 방점을 두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미디어리터러시 학습은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제작하고, 미디어 종류에 따라 필요한 기능을 익히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구조화학습은 시각적 사고를 통해 생각을 구조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상황에 맞는 그래픽 조직자를 활용하거나 비주얼씽킹으로 나타내기, 씽킹맵으로 나타내기 등의 수업이 이뤄졌다. 이어 토의·토론학습은 가장 합리적인 최선의 의사결정을 위한 것으로 ‘혼자 생각하기→ 의견 나누기→ 의견 모으기→ 의사결정하기’ 과정 순으로 진행했다. 명확한 쟁점 분석 및 가치판단을 위한 토의·토론에 주안점을 뒀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이다. 교육연극은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마련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거나 물건으로 감정 표현하기, 몸짓으로 놀이하기 등 놀이적 요소를 동원했다. 이러한 수업방식은 궁극적으로 국어과 역량 신장에 도움을 줬다. 변화의 폭은 컸다. 김 교사가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체인지메이커 교육 전후를 비교할 때 두드러지는 신장세를 보였다. 의사소통 역량의 경우 5점 만점 척도에서 체인지메이커 교육 전에는 3.97을 기록했지만, 종료 시점에서는 4.45로 올랐다. 자료·정보활용 역량은 3.71에서 4.29로, 공동체 대인관계 역량은 3.78에서 4.2로 올랐다. 이외 자기계발 성찰 역량, 비판적·창의적사고 역량도 모두 신장세를 보였다. 김 교사는 “우리 아이들이 단순히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를 이끌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며 “자신뿐 아니라 학교·마을·사회도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상은 상상도 못 했는데 너무 좋은 결과가 나와 지금도 얼떨떨하다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현장연구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주변의 모든 선후배 동료교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특히 연구과정에서 많은 조언을 해준 송기찬 부산교총 컨설턴트와 전임 명일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지난 6월 29일 열린 현장연구대회 수상자 전수식에서 정성국 교총회장은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는 교육현실 속에서도 오직 제자 사랑의 마음으로 연구에 나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며 축하했다. 정 회장은 “더 나은 수업을 향한 선생님들의 열정이 교실을 바꾸고 학교를 바로 세우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수업 연구에 참여하는 선생님 모두가 최고상의 주인공”이라고 격려했다.
풍경화구성법을 연재하면서 처음 소개했던 그림으로 돌아가 보자. 첩첩산중의 깊은 산과 잡초가 무성한 밭, 돌덩이에 가로막힌 길, 강물에 떠내려오는 사람 등이 현재 이 아이가 얼마나 무기력한 상태에 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왜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그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 바로 ‘집·나무·사람’ 그림이다. 나무는 무의식적인 나 자신을, 사람은 의식적인 나를, 집은 나를 둘러싼 환경(가족·타인·세상)과의 소통방식(대인관계)을 상징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심리상태, 즉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서, 어떤 삶을 살았고, 타인(세상)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으며, 그 결과 현재 어떤 심리상태에 놓여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호에서는 풍경화구성법의 구성요소이자 그림검사의 기본인 HTP 검사1 요소인 ‘집·나무·사람’을 살펴본다. 더불어 사례분석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요소’를 찾아내는 방법도 소개한다. 상담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현재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과 어떻게 소통하면서 미래를 바꿔나갈지에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각각의 구성요소가 주는 의미 ● 집 집은 ‘쉼’을 제공해주는 곳, ‘안전’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풍경화구성법에서 집은 다섯 번째로 그려지기 때문에 공간에 여유가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마을의 중심부, 혹은 밭 옆쪽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가정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은 산꼭대기에 아주 작게 집을 그러거나(그림 4), 종이 귀퉁이에 집의 일부만 보이게 그린다(그림 6). 가족구성원 역시 ‘자기 혼자’ 사는 경우가 많고, ‘모르는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할 때도 있다. 집과 관련된 다음의 질문들은 아이들이 가족을 포함한 타인과의 대인관계를 어떻게 맺고 있는지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이 집은 누가 살고 있니? - (혼자 사는 집이라고 한다면) 언제부터 혼자 살았니? 혼자라서 외롭지는 않니? - 이 집은 10년 후쯤 어떻게 변해있을까? ● 나무 나무는 기본적인 자아상,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가능성·적응성을 어떻게 보는지를 반영한다. 자신이 어떤 마음 상태에 있는지 무의식적으로 드러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무의 소원을 꼭 질문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나뭇가지는 양분을 흡수하여 나무를 성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생략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나무에 대한 다음의 질문은 학생이 현재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자존감 등)를 알아보는데 도움이 된다. - 이 나무의 종류는 뭐니? - 이 나무 주변에는 무엇이 있니? - 나무에게 소원이 있다면 무엇일까? ● 사람 사람 그림은 ‘집’이나 ‘나무’보다 더 직접적으로 자기상을 나타낸다. 그러나 자신의 상태를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왜곡시켜서 표현하기도 하고, 이상적인 자아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중요한 타인 혹은 일반적으로 사람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2. 풍경화구성법에서는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네를 타거나, 나무에 기대어 있거나, 누워있는 그림을 그린다면 현재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일 수 있다. 사람에 대한 다음의 질문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보는데 도움이 된다. - 이 사람은 누구니? 무엇을 하고 있니? - 이 사람은 언제 여기로 왔니? 여기가 마음에 드니?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드니?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니? - 이 사람은 산 정상에 올라가 본 적이 있니? 동물과는 친하니? 사례로 살펴보기 ● 문이 없는 집 일반적으로 집은 그림 2처럼 그려진다. 출입문이 있고, 창문과 굴뚝이 있는 정형화된 집(신기하게도 아파트·빌라에 사는 아이들도 이렇게 그린다)이다. 문은 세상과 만나는 통로이다. 자기 스스로 나갈 수도, 타인이 들어올 수도 있다. 창문 역시 자신이 바깥을 내다볼 수도, 타인이 안을 들여 볼 수 있다. 그래서 문·창문은 타인(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능력(대인관계)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나타낸다. 간혹 문고리가 없는 문을 그리는 경우도 있다. 자신은 나갈 수 있지만, 타인은 허락 없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 즉 타인과 친해지고 싶지만 또 막상 만나면 불편해하는 양가감정이 있을 수 있으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인관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학생과 상담을 할 때는 너무 친밀하게 다가가거나, 꼬치꼬치 캐묻듯이 정보를 수집하려고 하면 거부감을 나타낼 수도 있다. 반대로 손잡이 외에 초인종·우편함 등 장식물이 달려있다면, 타인과의 관계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그림 3처럼 문을 그리지 않았다면 타인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두렵고, 다양한 시각·평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어려워할 수 있으며, 사회적인 관계가 위축되어 혼자 고립되어 있을 수 있다. 그림을 작게 그렸다고 문을 생략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아이들은 그림 4처럼 아주 작게 집을 그리더라도 문·창문, 심지어 문고리까지 그린다. 따라서 집의 크기와 상관없이 문·창문이 없는 그림은 꼭 상담을 진행해봐야 한다. 게다가 그림 3의 집은 가시 많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어 나갈 수가 없다. 가끔 나무를 자르러 온 사람이 꺼내줘야 외출이 가능하다. 나무의 소원은 나무를 자르러 오는 사람이 가위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가지 잘리는 것이 싫지만, 너무 큰 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서워서 말을 할 수가 없단다. 밭에는 딱 3개의 새싹이 있는데, 햇빛이 없어 모두 죽어있고(밑으로 꺾여 있다), 세상으로 통하는 길은 스트레스로 탈모가 온 사자가 막고 있다. 얼마나 자존감이 낮고, 불안도와 의존도가 높으며, 문제해결능력이 미흡한지 알 수 있다. 이 그림에서 희망요소는 종이 왼쪽 상단에 작게 그려진 ‘이 세상을 열 수 있는 열쇠’를 들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람에게 빨리 와서 도와달라고 전달할 방법이 없다. 사자와 나무 자르러 온 사람이 너무 무섭기 때문이다. 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관심군이었던 이 학생은 상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어 병원으로 연계했고, 현재 입원 치료중이다. ● 작은 집과 큰 나무 그림 4에서 집은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는다. 반면 나무는 다른 구성요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 꽃을 든 사람은 강아지와 함께 다리를 건너고 있고, 넓은 도로 위에는 BMW 자동차가 서있다. 나무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큰 도로에서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나무의 소원이 안쓰럽다. 강바람이 너무 춥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소원을 비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단다. 그냥 할머니네 집으로 가서 자신을 키우느라 고생하는 불쌍한 할머니·할아버지만 지켜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바람을 타고 길 끝에서 굴러들어온 돌 때문에 옮겨가는 것도 힘들어 졌다며, 자기도 돌처럼 걸리적거리는 존재라고 낙심했다. 꽃을 든 아이는 어디 가는 중이냐고 묻자, “사실 이 아이는 마포대교에 죽으려고 왔는데, 그냥 마음을 고쳐먹고 꽃만 던지고 집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꽃을 던지는 이유는 자기를 낳아 준 엄마에 대한 고마움이라고 했다. 그림 4에서 희망요소는 무엇일까? ‘나무’와 ‘자동차’이다. 외부환경으로 비록 현재의 자아상(사람 그림)이 나약해 보이지만 원래 이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자아상(나무 그림)은 튼튼하고 이타적이다. 게다가 그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넓은 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동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포부와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 아이는 “이 길은 이 세상 모든 곳을 연결해주는 길이다. 끝없이 직진을 할 수 있지만, 어디론가 가고 싶다면 우회전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우회전을 하면 집이 나온다. ● 메마른 나무 그림 5의 나무는 한눈에 보기에도 메말라 보인다. 나무는 나뭇잎이 다 떨어진 채 거의 죽어가고 있다. 나무의 소원은 ‘살고 싶은 것’이지만, 날씨는 춥고, 햇빛은 거의 들어오지 않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 죽을 것 같다고 했다. 집은 산 위쪽에 있어서 오고가는 것이 힘들지만, 산 아래에 있으면 바닷바람이 거세고, 물이 자주 넘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했다. 사람은 중학교 때의 자신이다. 강아지와 둘이서 이 마을에 오게 되었는데, 강아지는 바다에 빠질까봐 무서워서 집에 두고 혼자만 바다에 왔다. 가족은 어디서 사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돌이 너무 강조되어 있어서(색칠하는 시간 내내 돌멩이만 색칠했다) 돌의 역할을 물었더니, 방파제란다. 바람이 많이 불고, 물이 거세서 쌓아두었다. 하지만 방파제가 낮아서 물은 자주 넘친다고 했다. 방파제를 좀 더 높게 쌓지 그러냐는 질문에 싫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모른다고 답했다. 길 끝은 바다와 이어진다. 바다를 건널 수 있는 방법을 묻자, 보트가 있으면 갈 수 있지만, 보트를 사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재밌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아이의 가정은 재혼가정이었다. 최근 다시 이혼했고 아버지는 해외로, 어머니는 부산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아이는 올해 처음 만난 친할머니와 살고 있다. 애정에 대한 갈망이 있지만, 상처받기 싫어서 마음에도 없는 온갖 싫은 소리로 거리를 둔다. 이 그림에서 희망요소는 그려지지 않은 보트와 방파제이다. 그림 6처럼 보트가 그려져 있고, 필요하면 보트를 타고 밖으로 나가면 좋으련만, 이 아이는 아직까지 보트를 살 생각이 없다. 물이 자주 넘치더라도 방파제를 높게 쌓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여전히 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가 드러난다. 상처받을까봐 두렵지만, 단절하고 싶지 않은 간절한 소망. 실제로 이 아이는 상담을 시작한 지 1년째, 매번 약속시간 한번 어기지 않고 찾아오지만, 아직도 자신의 감정을 살피는 것에 두려움이 있고,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 두 개의 마을 언뜻 보기에 평화로워 보이는 그림 7의 특징은 강을 사이에 두고 집·나무·사람이 각각 등장하는 것이다. 이 그림을 그린 학생은 심각한 등교거부 학생이었다(어김없이 토끼가 등장한다). 1학년·2학년 때 결석일수가 매년 60일이 넘었고, 자퇴하겠다는 녀석을 겨우겨우 3학년까지 끌고 왔다. 그림 속에서 꽃을 달고 밭일을 하는 사람이 학생이다. 최근 이곳으로 이사를 왔고, 농사를 짓고 싶다는 의욕이 생겨서 씨앗을 뿌렸다. 강 건너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원래 이곳에 살던 사람이다.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돈 많다고 뽐내고 싶고, 괜히 꽃을 단 아이와 친해지고 싶어서 트랙터를 구입한 후, 꽃을 단 아이에게만 빌려준다. 자신은 빌려달라는 말도 안했는데 온갖 참견과 잔소리를 하면서 빌려준단다. 그래도 편하니까 사용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할머니·엄마와 함께 사는 이 학생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함께 밥 먹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때마다 심한 잔소리가 오고 갔다. 특히 할머니는 “제 애비 닮아서 엄마를 괴롭힌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엄마와 이야기라도 할라치면 “엄마 피곤하게 뭔 쓸데없이 이야기를 길게 하느냐”며 불을 꺼버렸다. 할머니는 엄마만 챙겼고, 엄마는 그 안에서 편안해할 뿐 아이를 챙기지 않았다. 그런 엄마에게 아이는 서운함을 넘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 그림의 희망요소는 트랙터이다. 엄마에 대한 양가감정이 트랙터로 그려졌다. 상담과정에서 아이의 감정을 공감한 후, 자기 딸이 고생하는 것이 속상한 할머니의 입장과 자기 엄마와 딸 사이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엄마의 입장을 설명했다. 물론 그 행동방식이 미성숙했음도 설명했다. 나는 상담과정에서 이 아이가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쌤, 적어도 저는 이런 미성숙한 행동으로 타인을 괴롭히지 않겠네요. 그것이 엄마와 할머니가 제가 주신 교훈인가 봅니다.”
사람들이 꿈꾸는 행복한 학교란 어떤 모습일까. 누구의 관점이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학교’, ‘공동체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는 학교’, ‘교육적으로 중요한 일을 선별하고 집중하여 교사와 학부모의 피로도가 적고 질 높은 교육을 하는 학교’도 그 안에 있을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서울장평초등학교가 바로 그런 학교이다. 학부모의 참여로 생기 넘치는 학교 활성화된 학부모회는 서울장평초등학교의 자부심이다. 어느 학교나 학부모회는 있지만 이렇게 교육활동에 자발적으로, 다양하게 참여하는 학부모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 장평초의 학부모회는 학부모회 학교참여 공모사업에도 참여하고, 생태전환 역량강화를 위한 학부모 생태동아리 ‘생동감’, 학부모의 독서지도 역량강화를 위한 독서동아리 ‘장독맘’을 운영하여 월 1회 이상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학교운영위원회·학년별 학부모회·녹색학부모회 등의 대표들이 모여 한 학기에 두 번 진행하는 학부모 간담회는 학부모회의 건의사항이나 제안을 교장·교사와 논의하는 장이 되어 학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스무 명이 넘는 학부모 대표는 학년별·조직별로 학부모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간담회에 참여한다. 의제와 의견은 사전에 받아 준비하고 학부모 대표와 교사 대표, 교감·교장까지 총 30여 명의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 민주적인 바텀업(bottom-up) 의사결정의 좋은 본보기이다. 논의 시 반드시 고려하는 기준도 있다. 학생을 중심으로 볼 것,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어야 할 것, 교사와 학부모도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일 것. 이 세 가지는 당연한 것 같지만 지키기 쉽지 않은 원칙들이다. 1,100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장평초는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에서 이 기준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학부모회 내부의 소통도 활발하고 학교와의 소통도 활발하니, 최근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을 난감하게 하는 ‘불통’ 민원이 장평초에는 거의 없다. 이병재 교장은 “학부모회에서 강한 의지와 책임감으로 학교교육에 참여해 주신 덕분에 학교교육활동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구촌 살리기 앞장서는 학교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특히 높은 교육활동은 ‘학교스포츠클럽, 365+ 체육온활동 등 신체활동’과 2022년부터 생태전환연구학교로서 진행하고 있는 ‘생태전환교육활동’이다. 생태전환연구학교는 교사들의 높은 지지와 동의를 받아 신청했다. 방과후 생태동아리를 운영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생태전환교육이 될 수 있도록 ‘알파세대와 함께 GREEN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지구촌 불 끄기 캠페인, 멸종위기 동물퀴즈 대회 등에 참여하며 학생들은 지구촌 살리기에 동참하고 자연스럽게 인성도 가꾼다. 학교 중앙현관에는 학생들의 생태전환 작품과 활동사진이 전시되어 있어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하는 활동의 의의와 진행과정을 알 수 있다. 생태전환연구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전후 인식 변화를 알아보기 위하여 진행한 사전 설문조사 결과도 중앙현관에 게시되어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참여한 설문결과를 보고 교육의 전후 효과를 체감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한 전시이다. 자신이 참여하는 교육활동의 모든 과정을 몸으로 겪고, 눈으로 보고, 이해하며 진짜 주인이 된다. 연구학교로서 진행하는 과정을 일부 교사가 처리하는 일거리로 여기지 않고, 학생부터 학부모까지 모두가 변화에 참여하고 실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학교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학생들의 건강한 신체발달과 체력 회복은 공교육의 의무이자 과제이다. 장평초는 이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학교스포츠클럽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참여 학생들은 8시부터 아침 운동을 하고 일과를 시작한다. 정규 체육 수업시간에는 365+ 체육온활동과 줄넘기 챌린지 같은 신체활동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며 운동에 빠져든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방과후까지 줄넘기·농구·킨볼·플로어볼 등 다양한 스포츠클럽에 참여하며 체력을 기르고, 스포츠 대회에도 출전하면서 얻는 도전정신과 성취감은 학생들이 얻는 소중한 열매다. 이렇게 장평초에서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체험 중심의 산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스포츠클럽이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는 배경에는 더 이른 시각, 늦은 시각까지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지도하는 교사들의 노력, 학부모의 응원과 지지,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교의 의지가 있다. 학교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민주적 리더십 학교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며, ‘교장선생님 훈화’라는 말은 소통 불가능한 지루한 이야기의 대명사로 쓰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용’은 교장이라는 직책과 가장 멀게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평초 교사와 학부모들은 자기 의견을 학교에 내면 진지하게 고려되며 수용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 교장이 2022년 9월에 부임하여 몇 달 동안 가장 먼저 한 일이 있다. 학년별 간담회를 열어 교사들의 고충과 고민을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을 가진 것이었다. “어떤 일에 대하여 의논하면서 교장이 수용할 마음이 없다면 애초에 협조를 구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자신이 정해놓은 정답을 합리화하거나 변명하지 않는 것이 교장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교사는 “교장선생님이 간담회에서 교사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열린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서 교사들의 의견이 학교에 의미 있게 반영된다는 신뢰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보여주기식의 불필요한 교육사업들보다는, 학생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공감대가 형성된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 교사들도 만족도가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견이 나오면 진지하게 고려하고 반드시 피드백한다는 점도 이 교장의 소통 원칙이다. 교사들의 제안 중 공감대가 형성된 제안들은 행정실의 협조를 받아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학부모 간담회에서 논의된 결과 또한 가정통신문으로 피드백하여 학부모의 관심과 열의에 응답한다. 장평초에서는 학교구성원이 모두 리더다. 모두가 주인이 되어 삶에 녹아든 교육의 힘, 가장 귀한 가치이다.
2023년 1학기에 사범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좌를 진행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대전환, 인공지능 시대와 맞물려 학생들에게 필수로 가르쳐야 할 분야다. 얼마 전 개정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대학생들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이다. 교육과정이 시대의 변화상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교사가 될 학생들에게 초·중·고 시절에 배우지 못한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 형국이다. 예비교사들은 교육대학교나 사범대학에서 새로운 교육내용과 방법을 배우지만, 실제 자신의 교수역량으로 발현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강좌를 통해 교수자인 나는 물론 학생들도 디지털 리터러시를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챗GPT를 여러 측면에서 활용하는 교육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필자는 교사 시절 교육대학교에서 배웠던 교수·학습모형을 교실 환경에서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매년 다른 학년을 가르쳐야 하고, 같은 학년을 연임하더라도 학생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기 어렵다. 학생들의 성향·수준·반응 등이 달라서 기존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혹자의 말처럼 ‘수업은 종합예술’이기에 한 편의 연극과 같다. 수업이 시작되면 막이 오른 무대처럼 끝까지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수업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이론과 현실의 간극이 발생한다. 모형은 이론이고 수업은 실제인데, 연극도 그렇듯 일단 막이 오르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갑자기 무대장치가 이상해지고 조명이 안 들어오거나 대사를 잊어버리거나 관객들이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우들이 어떤 돌발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나의 극이 완성되는 것처럼 수업도 마찬가지다. 돌발변수가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고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찾아서 기존 계획에 없는 즉흥적인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 ‘학습목표’이다. 학습목표는 학생들이 그 시간에 공부하면서 도달해야 하는 지향점이 된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매시간 학습목표들이 모여서 교과의 성취기준을 이루고, 이것이 모이면 역량으로 발현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수업 중간에 갑자기 길을 잃었다면 학습목표가 무엇인지 다시 상기하고 학습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설명이나 활동으로 대체하면 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강좌에서 학생들은 수업을 계획하고 모의수업을 시연했는데, 일부 팀의 경우 학습활동의 방향이 학습목표와 거리가 먼 경우가 있었다. 이럴 때 그 활동을 왜 하는지, 그것이 학습목표와 연결되는지 따져보라고 지도한다. 수업에서의 챗GPT 사용기준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학습목표 도달에 도움이 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토의·토론수업을 진행할 때 다음과 같이 챗GPT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런 활동이 학습목표 도달에 유의미하다면 좋은 활동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챗GPT를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올바른 활용법을 교육하는 것이 좋다. 챗GPT는 제대로 질문해야 좋은 답을 얻을 수 있다. 챗GPT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라고 한다. 챗GPT가 이해하기 쉬운 질문 형식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 먼저 역할을 부여하고 어떤 일을 수행하기 원하는지 설명한다. 예를 들어 중학교 수학 선생님이라던가 진로상담 선생님이라던가 역할을 가정하라고 하면 된다. 간혹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지만 관련 질문에 답해주겠다고 하면 준비가 된 것이다. 2. 이때 예시를 보여주거나 상황을 설명해 주면 더 좋은 답변을 준다. 예를 들어 45분 기준으로 수업계획을 도입·전개·정리의 흐름으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3. 답을 얻고자 하는 질문을 한다.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좋다. 수업계획에 수업목표·도구·준비물·시간 같은 것도 포함해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4. 결과물의 형식을 요청한다. 예를 들면 친한 친구 사이의 대화라던가 공식적인 문서라던가 결과물의 형식을 지정하면 좋다. 수업계획서의 경우 학습목표·준비물·시간이 들어간 형태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 그림 1은 챗GPT에게 환경오염과 관련된 중학생 대상 과학수업계획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결과이다. 일반적인 수준이지만 전체 흐름은 나쁘지 않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면 재미있는 학습활동을 제시하기도 한다. 수업계획 외에도 여러 교육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데, 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학생들의 중간고사 답안을 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았다. 먼저 학생들의 답안을 스캔하거나 타이핑해서 문서로 만든다. 다음으로 챗GPT에게 평가기준(루브릭)을 설명하고 해당 답안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사람의 글을 평가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처음에는 거절하더니 두어 번 질문하자 주어진 조건에 의해 평가해 보면 ‘중상’ 정도의 글이라는 답변과 함께 어떤 근거로 평가했는지 설명까지 달아준다. 학생들 답안의 초벌 평가를 수업 조교가 해주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챗GPT를 학생들의 수행평가 채점에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다만 맹목적이거나 종속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평가계획과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나 최종 점수를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교사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챗GPT는 교사들이 활용하기에 좋지만, 학생들도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앞서 토론수업에서 살펴본 것처럼 수업 진행과정에서 학생들이 직접 사용하게 할 수 있다. 이때는 반드시 이런 활동이 학습목표 도달에 도움이 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한 가지 기준을 더 제시하자면 학생들의 사고력 발달에 도움이 되는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창의적 문제해결과정을 수행하면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탐색해 볼 수 있다. 창의적 문제해결과정은 발산과 수렴을 반복하는데 발산할 때는 챗GPT에게 새로운 대안이나 해결책을 물어볼 수 있고, 수렴할 때는 아이디어나 해결책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그림 2 참조). 이때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부분은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 연구자들과 토론해 보면 학생들이 질문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기본지식(핵심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사고에 도움이 되는가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1학기 동안 챗GPT를 수업에 활용한 대학생 2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72.2%가 사고 발산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였고, 72.2%가 사고 수렴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였다. 챗GPT는 학생들의 사고력 증진과 문제해결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위험요소도 있다. Office of Ed Tech 그룹에서는 교실에서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1. 첫째, 종속될 가능성, 둘째, 개인 데이터의 유출 위험, 셋째, 의도하지 않거나 거짓인 결과에 대한 위험, 넷째, 투명하지 않은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사용하면 인공지능을 학습의 동반자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학교에서 사용할 경우 학생들의 사용 연령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오픈 AI의 사용규약을 보면 18세 이상 사용을 권장하고 있고, 13세 이상 18세 미만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고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정책을 고려하여 인천시교육청의 챗GPT 가이드에서는 부모 동의 안내장 양식을 제공하고 있다2. 얼마 전 학부모 대상 챗GPT 강의에서 나온 질문이다. 학교에서 안내장을 가져왔는데 자녀의 성적 데이터를 활용해도 되느냐는 항목이 있어서 성적 데이터가 챗GPT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학부모님의 모니터링 태도가 훌륭하다고 칭찬하며, 짐작건대 학교 선생님이 진로지도에 활용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을 드렸다. 필자도 고등학생 딸아이의 성향과 학업성취도, 좋아하는 것 등의 데이터를 넣고 대학 학과와 직업을 추천해 달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앞으로 챗GPT는 교육현장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챗GPT는 양날의 검처럼 좋은 도구가 되거나 나쁜 도구가 될 수 있다. 초·중·고 교육현장에서 활용 기준은 학생들의 학습동기, 사고력 증진, 문제해결력 증진에 도움이 되느냐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챗GPT가 바꿀 수업의 모습은 제대로 된 활용법을 알고 있는 교사와 학생에게 달려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장이 학교폭력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전담기구 또는 소속 교원이 가해 및 피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학교폭력예방법」 제14조 제4항). 실무적으로는 신속한 처리, 보안의 유지, 학생 및 보호자와 소통창구 일원화 등의 문제로 학교폭력문제를 다루는 학교의 ‘책임교사’(흔히 학생생활지도를 담당하는 부서 교사)가 학교폭력 사안 처리과정을 전체적으로 주도하게 된다. 그러나 오랜 기간 학생 생활을 지도한 베테랑 책임교사를 찾아보기는 어렵고, 초등학교는 그 특성상 담임교사가 면담을 진행하는 일이 잦아 면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 이번 호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의 처리과정에서 학생과 보호자를 면담할 때, 어떤 일들을 주의해야 하는지, 학생확인서(진술서)를 작성하도록 지도할 때 어떤 내용을 담도록 지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요령을 준비해 봤다. 학생 면담의 시간·장소·방법을 정할 때 주의점 학교폭력 사안을 자주 접하지 못한 교사의 특징 중 하나는 마음이 급하다는 점이다. 실제 앞서 살펴본 「학교폭력예방법」에서도 ‘지체 없이’ 하라고 명시되어 있기에 신속한 처리를 하겠다는 마음가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급한 마음은 실수를 부르기 마련이다. 학교폭력에 관해 학생들을 면담하기로 하였다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면담을 위한 시간과 장소다. 급한 마음에 수업 중 문제 된 학생에게 “너 수업 끝나고 학교폭력 때문에 물어볼 일이 있으니 남아라”라는 말을 다른 학생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하거나, 혹은 수업에 빠지게 하고 면담을 하는 일이 많다. 이때 학교폭력에 대한 비밀이 지켜지지 않았다거나, 사안 조사로 인해 수업권이 침해되었다는 학생 측의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되도록 다른 학생들이 방문하지 않는 상담실 등 별도의 공간을 이용하고, 수업시간을 피해 면담시간을 잡는 것이 좋다. 또한 학교폭력에 관한 면담은 일대일 면담이 기본 원칙이다. 이는 면담에 있어서 학생을 집중하게 하고, 그 면담내용이 다른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며, 비밀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간혹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한곳에서 면담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부적절한 방법이다. 근래에는 가해학생이 다수인 학교폭력이 많다. 때문에 피해학생은 따로 면담을 진행하더라도 가해학생들은 한곳에 모아 두고 집단적으로 면담하거나 학생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같은 가해학생이더라도 학생별로 입장이 다른 경우가 대다수이고(일반적으로 자신은 가만히 있었는데 다른 가해학생이 나쁜 짓을 한 거라는 등), 각자가 서로의 행동에 대한 목격자 위치에 있기에 이 역시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학생 면담과 학생확인서 작성 지도방법 학교폭력 사안 처리과정에서 학생의 면담내용과 진술을 담은 학생확인서는 사실상 필수적인 서류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은 이러한 학생확인서를 작성해 본 일이 없다. 이런 일을 해본 적 없기는 교사 역시 마찬가지라서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지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순서상으로 피해학생에게 학생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학교폭력 사안을 파악하기가 쉽다. 이때 발생한 학교폭력의 일시와 장소, 가해학생이 누구인지, 가해행위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가해학생이 다수라면 개별적인 가해행위), 그로 인해 자신이 입은 피해가 어떤지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담기도록 지도한다. 이때 가장 간과되는 부분은 학교폭력의 일시와 장소이다. 보통 피해학생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가해학생의 학교폭력을 특정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므로 최소한의 기재는 필요하다. 시점에 대하여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알기 어렵더라도 예컨대 ‘2023년 3월 초’, ‘2023학년도 1학기’, ‘점심시간 무렵’, ‘2교시 끝난 후 쉬는 시간’과 같이 작성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장소도 이와 유사한데, ‘○○아파트 인근 골목’, ‘학교 정문 근처’, 사이버 학교폭력이라면 ‘○○의 페이스북 페이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으로 기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피해학생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가해학생에게 학생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학교폭력의 일시와 장소, 학교폭력 내용의 요점을 설명하며, 그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때 가해학생의 주장은 다양하고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결국은 ① 피해학생이 주장하는 학교폭력 사실을 모두 인정하거나, ② 피해학생이 주장하는 학교폭력 사실이 전혀 없는 일이라고 하거나, ③ 피해학생의 주장이 대체로 맞지만,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세 가지 중 하나다. 위 세 가지 입장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한다면 그러한 행동의 이유가 있는지, 학교폭력 사실을 부인한다면 피해학생의 신고내용과 다른 부분이 어디인지, 본인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있는지 등이 확인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간혹 초등학교 저학년, 장애학생,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다문화학생이 관계된 학교폭력 사안은 학생이 확인서를 작성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교사가 발언의 취지를 듣고 그 요지를 작성해 주거나, 특수교육 전문가 혹은 보호자 등을 통하여 작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학생확인서 작성 지도 시 유의사항 이렇게 교사는 학생확인서 작성 요령을 지도할 수는 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 관여하지는 않고 자유로운 의사로 작성할 수 있도록 한다. 간혹 관련된 증거가 충분함에도 학교폭력 사실을 부정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하는 학생의 태도에 화가 날 수도 있고, 관련된 학생들의 진술이 엇갈려 사실을 파악하기에 답답한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작성한 내용을 폐기하고 다시 작성하도록 하거나, 강압적인 태도로 작성을 요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만약 학생이 확인서의 작성을 일절 거부한다면 작성을 거부하였다는 내용을 남기면 족하다. 간혹 학생의 보호자가 학생이 학교에서 작성한 확인서의 기재 내용을 바꿔 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있다. 그런데 사건 초기 학생이 작성한 확인서가 진실에 가장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보호자 등이 학생의 진술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그 내용이 변질되고, 그만큼 신뢰성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학생이 이미 작성한 확인서를 보호자가 수정하겠다고 하는 요청은 받아주지 않는 편이 좋다. 이 경우 초기 확인서는 그대로 보관하되, 추가적인 내용의 확인서나 의견서를 작성하도록 권하고, 부득이 기존 확인서에 대한 수정을 가하겠다고 한다면 기존 확인서 하단에 추가 기재되었다는 사실과 기재 일시를 표시하여 변경된 내용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면담을 녹취할 수 있냐는 질문도 많다. 녹취가 가능하나 되도록 그 정당한 사유를 상대방에게 밝히고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편이 좋다. 동의 없는 녹취가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학교폭력에 관한 증거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간혹 이러한 면담과정의 녹음이 민원이나 갈등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호자·변호사 등의 학생 면담 참여 요청에 대한 대응 근래에는 학생 면담과 학생확인서 작성과정에 보호자가 참여를 원한다고 하거나, 학생 측에서 선임한 변호사를 동석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기도 하다. 먼저 학교폭력 사안 조사과정에서 학생 면담과 확인서의 작성에 관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 등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보호자나 변호사의 상담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대구지방법원 2018.7.4. 선고 2017구합23959 판결 참조). 실제 관련 학생들이 보호자·변호사가 동석한 자리에서 꾸중을 두려워하여 사실대로 말하기 어려운 일도 있을 수 있고, 동석자가 지나치게 관여하여 학생에 대한 상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 그 때문에 교사와의 다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참여가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고 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반대로 이들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면담과정에서 개입을 자제하도록 발언에 제한을 둘 수도 있다. 진행과정에서 계속된 관여가 이루어져 원만한 면담이 불가능해 보인다면, 학생확인서나 의견서 등을 학교 외부에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보호자와의 면담 학생 대부분은 미성년자이므로 보호자가 사안 조사 절차에 개입될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예방법」은 일관되게 ‘보호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일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학생에 대한 친권이나 양육권과 같은 법적인 권리는 부모가 가지고 있으나 실제로는 조부모가 양육하고 있는 경우, 부모가 이혼하여 일방이 학생을 양육하는 경우, 부모의 맞벌이로 함께 사는 삼촌이나 이모가 학생과 더욱 밀접한 경우 등에는 이들을 보호자로 인정하여 면담을 진행하면 될 것인지, 아니면 반드시 학생의 법률상 보호 감독 의무자로 한정하여야 하는지 고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보호자의 개념에 대하여 「교육기본법」은 ‘부모 등 보호자는’이라고 표현하는데, 결국 보호자가 반드시 부모일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교육기본법」 제13조 제1항), 「학교폭력예방법」의 목적이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를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학생의 곁에서 양육과 교육을 책임지는 자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학교폭력예방법」은 보호자가 요청한다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반드시 개최해야 하고, 학교장 자체해결 과정에서도 보호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등 사안 처리 절차에서 보호자의 의견을 매우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 때문에 한 명의 학생에게 보호자가 다수라면 담당 교원으로서는 같은 설명을 수차 반복하여야 하는 불편을 겪을 수 있고, 특히 보호자 사이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다르게 학교로 전달된다면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절차의 진행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경우라면 보호자들에게 의사전달의 통로를 단일화해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있다.
광화문 거리에서 3주째 교원들의 절규가 계속되고 있다. 거리에 나선 교원들은 ‘교원 생존권 보장하라!’, ‘안전한 교육환경 만들어 달라!’고 외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전념해야 할 교원들이 거리로 나와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외침에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권’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앞다퉈 나오고 있지만, 교원들의 마음을 달래기엔 아직 부족하다. 교원들의 교권 침해에 대한 증언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3일 한국교총이 개최한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교권침해 유형 및 통계를 보면 9일 만에 무려 1만1628건의 사례가 접수됐다. 구체적인 교권 침해 사례를 보면 믿기 힘든 지경이다. 자해로 멍이 든 학생을 교사가 학대했다고 신고한 사례, 체험학습 중 밥을 사달라는 학생에게 밥을 사주자 거지 취급했다고 피해보상을 요구한 사례, 아이가 유치원에서 모기에 물렸다고 항의한 사례, 수업 중 교실에 들어와 본인이 조폭이라며, ‘내 딸을 무시하면 다 죽이겠다’고 위협한 사례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폭언, 욕설, 폭행은 물론 교사를 상대로 한 성추행까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사건이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다. 살려달라는 교원 절규 끝없이 이어져 현장 의견 반영한 요구에 귀 기울여야 비단 교총 발표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는 교권침해 사례를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가 교권을얼마나 외면했는지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피폐해진 학교현장을 바로 잡기 위해서 ‘교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선언적인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실질적인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는 시점에교총이 ‘교권 5대 정책 30대 과제’를 제시했다.교총이 발표한 자료는 현장 교원 수만 명의 의견이 고스란히반영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교권의 문제를 더 이상 학교와 교원에게 미루지 말고,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고,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만들며, 사법기관이나 수사관이 아닌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결국문제행동 학생을 교사가 즉각 지도‧제재‧조치할 수 있는 방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 학습권과 교권을 보호하는 방안, 학부모의 악성 민원 및 교권침해에 대해 책임을 묻는 대책,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등 세부 사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상처받은 교원들의 마음을 살필 수 있도록 과도하고 비본질적인 행정업무 폐지, 모욕평가, 인기평가, 성희롱 평가로 전락한 교원평가제 및 교원 처우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교원들이 거리로 나와 생존권을 외치는 일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교원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교원 모두의 현실이라는 반증이다.이 같은 호소에 전국민적인 관심과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교총이 제시한 5대 정책, 30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답을 내놔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교원의 교육력을 강화함으로써 대한민국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이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도 마약 국가라는 오명이 남게 됐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해외에서 마약을 들여오다가 검거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청소년이 마약을 투약하고 SNS로 자연스럽게 마약을 사고판다는 뉴스도 많아졌다. 검찰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청소년 마약 범죄 건수는 119건에서 무려 454건으로 거의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청소년 마약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점점 저연령화되고 쉽게 접할 수 있어 마약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약을 처음 경험하는 경우가 저연령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마약류는 청소년기인 10대 후반에 대부분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단순한 호기심과 일탈의 유혹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가의 마약인 필로폰과 헤로인을 청소년들이 바로 접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대부분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부탄가스, 강력접착제 등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흡입하다가 마약류로 쉽게 빠진다. 요즘 청소년들은 특히 SNS, 메신저를 사용해 개인 사이에 중고물건을 사고파는 등 인터넷 접근성이 뛰어나다. 그러다 보니 쉽게 접근이 가능한 SNS, 메신저를 통해 불법으로 마약을 거래하는 청소년도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몰래 마약을 거래하면 아주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헛된 생각을 하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 범국가적인 차원으로 접근해야 또 주위를 둘러보면 중독이라는 단어 대신에 마약 떡볶이, 마약 핫도그, 마약 김밥 등 ‘마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마약’을 쉽고, 심지어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이를 반영해 최근 국회는 음식 이름 앞에 ‘마약’을 붙이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의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을 3건이나 발의했다.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에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없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응으로 보인다. 청소년 대상 마약 예방 교육은 단순하게 학교에서만 지도할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자녀에게 마약에 대한 경각심과 위험성을 알려줄 수 있도록 부모교육이 꼭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자녀들이 학업 등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마약 없는 건전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정과 학교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범국가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마약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안내 캠페인 및 홍보 활동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학부모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첨단 교육자료의 인프라는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교사는 인재 5% 안에 드는 우수집단이다. 반면 교사에 대한 존경심, 즉 교권은 임계질량(critical mass)을 넘어 강둑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교육의 근간인 교권 흔들려 교권이라는 중심가치가 흔들리니 부속가치도 혼돈의 연속이다. 줄기가 흔들리니 가지가 요동치는 격이다. 국가 근간을 이루는 교육이라는 공공재가 이 지경이 된 배경에는 우선 ‘학생인권조례’가 있다. 조례는 노조와 좌파 교육감 주도로 제정되었는데 법적 구속력이 있다. 이는 교사의 지극히 정상적인 교육활동조차 손발을 묶어 놓은 꼴이 되었다. 교육은 실종되고 법적 판단이 지배한다. 청소년들의 비판성, 저항성, 정의감은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원천이자 원동력이 된다.하지만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숙되는 건전한 성장통이 아니라, 퇴행적 질병통을 유발하는 ‘학생인권조례’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둘째, 사회문화의 변화로 인한 학교 교육에 대한 인식의 왜곡과 오류다. 교육의 가치는 본질적 가치와 도구적 가치로 나뉜다. 공교육은 본질적(내재적) 가치를 추구하는 반면, 사교육은 도구적 가치를 추구한다. 이를테면 올바른 인성을 요구하는 바람은 교육의 이상(理想)이고, 좋은 대학 입학은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학원 강사 체벌은 용인돼도 교사가 회초리를 들면 가차 없이 민원을 제기한다. 셋째, 전 국민 학력의 평준화다. 초등학교만 졸업한 가사도우미가 1년간 TV를 시청하면, 초급대학 나온 상식을 얻는다고 한다(인하대 김선양 교수). 이는 매스컴의 순기능인 반면, 교육관 왜곡 및 인식 오류라는 역기능을 낳아 학부모의 과열⸱오도된 교육열과 상승작용해 악성민원으로 작용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3명 중 1명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북극성 같은 존재로 인식돼야 통계학적으로 어느 직역이든 3%는 퇴출 요인이 있다고 한다. 교사의 사소한 실수도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 만신창이가 된다. 이는 교권 추락의 원인(遠因)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학부모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교사에 대한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윤리의식을 요구한다. 따라서 교사는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전달자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정신이 깃든 그릇에 담아 가르친다. 그 그릇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가르침이 다르며 그릇의 질에 따라 그 속에 담긴 지식의 내용과 질량, 질료도 달라진다. 따라서 그릇은 교사의 철학과 교육관에 의해 다듬어지고 정련(精鍊)된다. 학생 교육에 꽃길만 걷게 하는 매직은 없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항상 북극성 같은 존재이고, 언제나 큰 바위 얼굴이다.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의 안타까운 선택 이후 교사들의 교직 현장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며 사회적 파장이 날이 갈수록 번지고 있다. 유독 이번 사건이 촉매제가 된 이유는 교육 현실이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 현장의 정상화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겨서도, 정치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서도 해결할 수 없다. 사회적 제도와 인식 전반을 새롭게 계획해 결국에는 대한민국 교육문화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교사는 사실은 가장 중요한 수업 준비부터 시작해 S초 교사가 일기장에 쓴 소위 ‘업무 폭탄’뿐 아니라 학생 및 학부모와의 상담까지, 다방면에 이르는 압박에 늘 직면하고 있다. 교사는 비교적 높은 소명의식을 갖고 있으나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고통에 면역된 존재가 아니다. 더군다나 교사들 대부분은 스스로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갖고 있어 누군가로부터의 비난이나 범죄자로 취급받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 코로나 이후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교류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여기에 사회적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교사에게 가해지는 무리한 요구, 폭언, 협박의 강도와 횟수도 증가했다. 그런데도 교직에 대한 미덕인 인내와 사명감 때문에 힘든 일이 생겨도 교권보호위원회를 여는 대신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결국 희생자가 나오고 말았다. 문제학생 대상 지도권 법제화 필요 악성민원 학부모 신고 의무화해야 또 다른 시급한 문제는 일부 학생들이 보여주는 문제행동에 대해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조치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모든 학생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실을 안전하고 생산적인 학습 환경으로 유지하는 것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간 우리는 학생의 권리 보호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학교의 존재 의미를 퇴색시켜버렸다. 아동학대, 학습권, 교육청 민원, 인터넷 신문고, 경찰 조사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압박은 교사를 교실에서 오로지 지식만을 전달하는 스피커로 만들었다. 보다 못해 문제 학생을 지도한 교사는 몇 날 며칠을 불안에 떨며 지내야 한다. 이러다 보니 교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눈과 귀를 가리고 허공에 지식을 흩뿌려야 한다. 교육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하나는 문제 학생에 대한 강제력 있는 지도를 법제화하는 것이다.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교사는 문제 학생에게 정당한 지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로 해결이 되지 않으면 교실에서 분리해 다른 학생들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에 의한 부당한 요구나 피해는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제도화하고 그 즉시 학부모 또한 교사와 분리돼야 한다. 당연하게도 교사의 교육에 대한 가치판단을 교육 전문가가 아닌 학부모, 경찰, 심리 상담가 등이 해서는 안 된다. 교사 10명 중 8명은 교직을 그만둘지 고민하고, 교대와 사범대에선 학생들이 떠나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점점 자녀가 교사라는 직업을 희망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양질의 재원은 교육 현장에 유입되지 않고 열정 있는 교사들은 타인에 의해서든 자신의 결정으로든 교직을 떠나게 된다면 미래의 내 자녀는, 또 그 자녀의 자녀는 어떤 사람이 가르치게 될까.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암울해지기 전에 이제라도 교사가 교실의 문을 두려움 없이 열게 해주어야 한다.
20대 남성이 대전의 한 고교에 침입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4일 대전대덕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10시 3분쯤 시내 한 고교에 침입해 교사 B(49)씨의 얼굴과 가슴, 팔 부위 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도주했다. 경찰은 형사팀 전원과 강력범죄수사대 3개 팀, 경찰특공대 등 200여명을 동원해 추적 작전을 벌인 끝에 2시간 17분 만에 사건 현장에서 서남쪽으로 7~8㎞ 떨어진 곳에서 용의자를 검거했다. A씨는 이날 오전 학교 정문에서 본인을 ‘졸업생’으로 소개하고 교내로 들어선 뒤 교무실을 방문해 B씨를 찾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수업 중’이란 말을 듣고 교실 밖에서 기다리다 화장실을 가려고 나온 B씨를 공격했다. 곧바로 학교 1층 행정실로 몸을 피한 B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A씨는 그대로 도주했다. B씨는 이후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 긴급 수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는 전날 개학한 상태로 이날 출석했던 학생들은 안전을 위해 교실 내부에서 대기하며 경찰 수사 상황을 기다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B씨가 A씨에게 ‘내가 잘못했다’는 말을 했다는 목격자 진술로 미뤄 A씨가 면식범인 것으로 보고 현재 자세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교총(회장 최하철)은 4일 성명서를 내고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 공간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흉기 피습사건이 발생했다"며"수업 중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학교 출입 절차를 매뉴얼과 조례가 아닌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교총은 철저한 수사를 통한 명확한 진상 규명도 촉구했다. 수업 중인 학교에 흉기를 소지하고 들어와 범행이 가능한 현실 자체가 문제이며, 또 이를 방치할 경우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 안전학 학교를 만들고 학교출입 절차 확인을 위해 대전시교육청과 대전시의회에 인력과 예산 확대을 요구했다. 최하철 회장은 "무엇보다 피해 선생님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며, 해당 학교도 충격에서 벗어나 조속히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며 "선생님이 다시 건강하게 교단에 설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인인 서울 서초구 교사는 학기 초부터 일부 학생들 문제로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 교원 절반 정도가 교권침해 경험이 있다는 진술도 나왔다. 또한 고인의 학급에서 발생한 ‘연필사건’ 이후 고인의 휴대폰 번호가 학부모에게 유출된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 서초구 교사 사망 사안’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교육부·서울시교육청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조사단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학교 측에서 발표한 입장문 내용과 언론 등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교육활동 정상화를 위한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고인의 학급에서 담임교체, 1학년 강제 담임배정 등 항간에서 제기된 의혹 대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고인의 담임학급에서 숨지기 전 발생했다는 ‘연필 사건’은 실제였다. 그 과정에서 고인의 휴대폰 번호가 학부모에게 유출된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단은 휴대폰 번호가 유출된 경위, 학부모의 악성 민원 제기 여부는 경찰 수사로 확인할 수 있는 문제로 판단했다. 고인이 ‘학급 내 부적응학생 생활지도 및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학기 초부터 일부 학생들의 문제 행동으로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었고 학기 말 업무량이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조사단은 이 학교 교원 65명을 대상으로 7월 27~28일 진행한 설문 조사도 공개했다. 63%인 41명이 응답했으며, 설문 내용은 업무 과중 문제와 학부모 민원 등이다. 그 결과 응답자의 70%가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항의를 경험했으며, 월 7회 이상 경험했다고 답변한 응답자도 6명이었다. 응답자의 약 49%는 교권 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또한 교원들은 이 같은 불행한 일이 예방되려면 교원보호 대책이 절실하다고도 요구했다. 구체적인 사항은 민원처리반 도입, 악성 민원을 교육활동 침해로 신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방지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등이다. 또한 ‘부적응학생 지도’를 위해 학부모의 책임 강화, 상담·치료 적극 권장, 보조교사 및 특수교육 보조 지원 확대 등도 요구했다. ‘학교 업무경감’을 위해서는 출결 처리 민원 전자시스템 도입, 업무지원 인력 확대, 학급당 학생 수 제한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장상윤 교육부차관은 “이번 조사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은 경찰에서 철저히 수사해 줄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워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