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선생님 손은 약손이야…”
작은 논과 밭들이 이어져 있고 멀지 않은 곳에 부드러운 능선이 보이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아담한 초등학교, 전교생이 70명도 채 되지 않지만 어린이들에게는 꿈의 터전이자 나에게는 하루하루 삶의 페이지가 펼쳐지는 곳이다. 겨울이 와서 보건실 창밖 나뭇잎도져버렸는데 학교버스에서 내려서 운동장가로 걸어오는 어린이들만 파릇파릇하다. 전날 다친 상처를 소독하러 몇 명의 아이들이 다녀가고 1교시 수업중이라 대체로 조용한 시간에 누군가 보건실 문을 빠끔히 열고 들어왔다. 2학년 미진이다. “미진이~ 어디 아프니?” ‘어디 아프니’는 내가 하루 중 가장 많이 쓰는 말 중에 하나다. 미진이는 속이 좋지 않다고 했다. 여기 저기 아프다 하면서 자주 오지만 잠시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노는 아이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살펴보았다. 혈색도 발그레하니 체한 것도 아니고 배를 만져 봐도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배가 아프다고 하는 것 외에 별 증상이 없는 미진이를 침대에 눕히고 핫팩을 전자레인지에 따뜻하게 데워 배에 올려주었다. 그러고 나서 한 5분쯤 지났을까. 같은 반 소연이가 귀여운 얼굴에 인상을 잔뜩 쓰면서 보건실로 들어왔다. 몇
- 황서연 충북 비상초 보건교사
- 2011-12-19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