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무엇인가, 시인이란 무엇인가 - 미당 서정주의 시들
이러한 시구들은 입시 대비와 무관하게 내 푸른 시절을 온통 뒤흔들며 다가왔다. 어느새 나 자신은 또 다른 ‘종’, 또 ‘죄인(罪人)’과 ‘천치(天痴)’, 또 다른 ‘수캐’였다. 그의 자화상은 바로 나의 자화상이었다. 나는 내 청춘이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로 자신을 성찰하며 시작하자마자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로 영원히 끝나기를 바랐다. 다가올 삶이 마냥 불안하였으므로 삶이 그대로 끝나도 나는 좋았다. 돌이켜 보면 그는, 아니 나는? 고등학교 때 미당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배웠던 시간. 작가가 시인부락 동인이며 시 또한 입시에 자주 출제되니 그의 시는 반드시 외우라는 지시가 모두에게 떨어졌다. 별 어려움 없이 금세 외울 수 있었다. 시작은 ‘별로’ 탐탁하지 않았지만 과정은 ‘왠지’ 쉬웠고 성과도 ‘제법’ 근사했던 셈이다. 그랬다.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나 그의 어휘는 내 가슴 깊이 파고들었고, 또한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나 그의 심상은 내 머리 가득 폭발했고, 역시 무엇인지 잘 모르겠으나 그의 운율은 내 호흡 온통 흔들리게 만들었다. ‘무엇인지’는 과연 무엇인지? 궁금했
- 허병두 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 2008-03-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