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창가에서> 볼펜 한 자루에 대한 생각
나는 볼펜들을 볼 때 흐뭇하지가 않다. 오히려 뭔가 안타깝고 아까운 생각이 먼저 든다. 그 동안 나는 볼펜 한 자루가 어떻게 우리에게 와서, 어떻게 사용되다가 어떤 과정을 거쳐 수명을 다 하게 되는지를 직접 체험하기도 하고 주위에서 많이 보기도 했다. 그래서 더 유쾌하지가 않다. 기념품으로 받은 것 서랍마다 가득 내 어렸을 때 얘기를 지금 하면 사람들은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꺼낸다고 할 것이다. 요즘 상황과 비교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작해야 한다. 나는 초등학교 내내 연필만 사용했다. 칼로 깎으려면 나무가 갈라져 볼품없이 연필심이 드러나기도 하고 너무 흐려서 침을 발라 꾹꾹 눌러 써야 했던 연필을 썼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필기는 당연히 펜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잉크병을 좁은 책상 위에 올려놓고 매끄럽지도 않은 까칠까칠한 펜으로 꼬불꼬불한 영어와 복잡한 한자를 써내려갔던 그 불편함, 그러다가 잉크병이 넘어져 가방이며 책, 공책에 커다란 잉크 얼룩을 만들어가지고 다니던 기억이 바로 엊그제의 일만 같다. 시판되는 국산 볼펜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고등학생이 된 이후였다. 책상 위에 잉크병을 올려놓고 펜으로 잉크를 찍어
- 최일화 인천 선인고 교사·한교닷컴 리포터
- 2007-10-15 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