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교원문학상-소설 당선작> 새끼발가락에 관한 소고(小考)
그렇다. 우리는 이 행복한 골짜기에서, 흡족한 마음으로 죽는 용기를 발견하리라. - Camus ... 때때로 나는 변신에 능한 배우를 꿈꾸었다. 변신에 능한 배우들은 언제나 눈물을 미소로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어서 카프카의 한 마리 징그러운 벌레를 연상시켰다. 나는 종종 두 벌의 옷으로 세상을 그렸다. 내가 가진 한 벌의 옷은 완전한 권위를 향한 동경으로서 그것은 마음속에 자리한 일상의 안정적인 갈망을 충족시켜 주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벌의 옷은 크고 완전한 권위에 대한 반발로서 이는 필연적으로 미미한 존재로 향하는 헤아릴 수 없는 연민으로 통하는 것이었다. 두 개의 날개는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이질적인 다른 세계이면서 동시에 공존하는 것이었다. 때때로 나는 분명한 선택을 해야하는 국면에 처해지고는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동적으로 떠오르는 선택은 이성을 앞서 번번이 나를 곤경에 빠뜨리고는 하였다... 1. 목사는 꼽추였다. 빨간 지붕이 뾰족한 언덕 위의 교회에서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오후의 햇살이 찬찬히 스러지고 난 어느 더운 여름밤이었다. 세월의 파란이 그저 무관히 스쳐 지나가지 않았을 목사의 구부러진 등은 노회한 성직자의 한 현신처럼 보였
- 임진아 서울 공항고 교사
- 2002-01-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