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교원 문학상> 소설 가작-산천어
사라졌다. 미물이 날개가 있어서 날아 간 것도 아닐 테고, 초능력을 발휘해 기어간 것도 아닐텐데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재물대와 실험대 위며, 심지어 현미경을 들어 그 바닥까지 살펴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조금 전 분명 내가 샬레에서 핀셋으로 건져내어 유리판 위에 얹어 두지 않았던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실험대 아래를 살펴본다. 수현이의 빈 의자만 눈에 들어온다. 몸을 일으키자 참관인의 굳은 표정이 보인다. 참관인들의 눈길은 아이들 머리통과 무릎 위에 놓인 종이 사이를 부지런히 오간다. 손은 하얀 종이 위에서 좌우로 움직이기에 바쁘다. 그들은 의식적으로 내게 눈길을 주지 않지만 굳게 다문 입과 침묵이 끈끈하게 내 행동을 간섭해 온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쥐고 있던 분필을 연방 분지른다. 창 밖 화단에 늘어선 해바라기 꽃이 눈앞으로 다가선다. 내리쬐는 햇볕에 지친 꽃은 가는 목을 꺾고 있다. 아이들의 웅성거림과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동시에 날아온다. 내 시선이 참새조인 성태를 일별하자 연필로 실험대를 두드리던 그의 손짓이 멈춘다. '성태 녀석, 이 녀석은 왜 제멋대로 실험 대열에서 벗어났을까. 입으로 배설하는 모습이 아무리 보고 싶어도 그렇지.
- 임선희 대구 동인초, 96년 퇴직
- 2002-09-12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