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너네 담임한테 가!
1학년 1반 담임을 배정 받고 2주 정도가 지난 어느 날. 특활부장에 학년부장, 담임까지 맡아 정신 없던 차에 그날은 특기·적성담당 외부 강사와 면담이 있어 무척이나 바빴다. 점심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담당 강사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 여학생이 다가오더니 "선생님, 저 스타킹 사러 문방구에 가야 되는데 외출증 좀 끊어주세요" 했다. 언뜻 보니 우리 반 학생이 아닌 것 같아서 "얘야, 지금 선생님이 바쁘거든? 기다렸다가 너네 담임한테 외출증 끊어 달래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학생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기요…" 하면서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한 손을 들어 나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아직도 내 말을 못 알아들었나 보다 생각한 나는 다시 한번 "얘! 너네 담임한테 가"하고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학생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이 우리반 담임 선생님이에요…." 순간 머리가 띵하면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갔다. 아뿔싸! 애들 얼굴과 이름을 다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우리반 희숙이가 아닌가. 늘 단발머리를 나풀대던 그 애가 그날은 머리를
- 김향숙 서울 남성중 교사
- 2003-08-28 1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