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웃음으로만 봐서는 뭐라 판가름할 수 없는 아이, 게다가 아침마다 누구보다 빨리 등교해서 교실문을 열어놓는 성실함을 보면 명관이는 감을 잡기 어려운 아이였다. 다만 며칠 가르쳐보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게 아무래도 작년 담임선생님이 한 이야기가 맞는 것 같았다.
“미안합니다. 명관이를 선생님 반에 보내다니….” 만년꼴찌인 명관이가 우리반에 들어온 것이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말하는 것이었다. 수학은 완전히 꽝이었고 나머지 과목도 아는 둥 마는 둥 공부에는 통 관심이 없고 혼자서 이상한 노래를 부르거나 엎드려 누워있기를 좋아하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아이였다.
복도에서 공 갖고 놀다가 화분 깨먹기, 짝꿍 울리기, 저학년 아이들 건드리기 등등 나머지 남자애들 다 합칠만한 사고를 명관이는 혼자서도 몇 번씩 저지르곤 했다. 옆반 아이랑 다투다가 지나가는 선생님께 잡혀오기도 수차례였다.
학기초 진단평가에서 명관이는 아슬아슬하게 부진아 판별만은 면했다. 하지만 나는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수학시간에 가볍게 해본 구구단 게임에 자신 없다면서 울어버리는 명관이를 보았다. 항상 씩씩하기만 했던 아이가 우는 걸보니 마음이 더 아팠다.
그래서 하는 짓은 괘씸하지만 이 녀석 하나 구제해보자 굳게 마음먹고 방과 후에 남겼다. 5단부터는 자신이 없다는 명관이의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구구단도 모르는 아이가 5학년까지 올라오면서 겪었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서 참고 가르치기로 했다. 다행히 가르쳐보니 머리가 아주 나쁜 아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남아서 배우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1년을 꼬박 공부했다. 명관이는 2학기 중간고사에서는 말 그대로 기적을 보여줬다. “김명관, 수학 90점!” 명관이는 자리에서 쑥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우리 모두는 큰 박수와 웃음으로 명관이를 격려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