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있는 교육계는 물론 사회가 갈등에 휩싸여 있다. 이 땅에 사립학교가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사립학교들이 이렇게 거세게 반발한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사립학교들의 격렬한 반발 속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이 추진되었을 경우 얻어지는 결과는 과연 무엇일까? 사립학교와 직접 관련되지 않는 많은 국민들조차도 우려하고 있다. 그간 논란이 되어온 사립학교법 개정의 초점은 학교장의 교직원 임명권과, 재단 이사회를 확대·개방해 일부를 개방형 이사로 채우도록 의무화하는 등 사학의 자율권을 제한하고 특수성을 무시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여당은 학교장의 교직원 임명권을 철회하고, 이른바 ‘개방형 이사’를 의무화하는 것 등을 계속하여 추진하고 있다. 즉 사학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단 이사회를 교사·학부모·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이 추진하는 개방형 이사로 최대 3분의 1을 채우도록 하고 재단 이사장과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은 재단 이사회 이사로 5분의 1이상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학교운영위원회도 심의 기구로 격상해 인사와 예산 등을 다루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 개정의 명분이 공공성을 강조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학교조직이 이해집단간 알력과 갈등의 분위기로 빠지는 등 역기능도 크게 우려된다.
사립학교 경영에서 이사(회)·교장·교감·교사 등 교직원들은 각기 직위에 따라 역할과 책임 및 권한이 주어지고, 역할 수행과정에서 자문과 협의 등 민주적 집단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만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비리 사학은 법에 따라 엄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국가를 대신해 교육 기능을 담당해온 많은 사립학교들을 일률적으로 규제해 의욕을 좌절시키는 것은 사학 전체를 불신하는데서 나온 것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정부와 여당은 사학 등 각계 대표들과 흉금을 털어놓고 진정 사학을 발전시키는 일이 무엇인지를 심도 있게 논의할 때라고 본다.
특히 금번 사립학교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진 전교조도 차제에 많은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앞으로 균형 있는 활동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교육은 과격한 주장이나 운동으로 발전이 이룩될 수 없고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게 되며 교육공동체를 약화시키게 된다고 본다. 이는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되고, 나아가 교육력은 물론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게 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과 국민의 교육권 보호라는 차원에서 볼 때 사학은 교육정책에서 더 이상 불신과 통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학의 발전 없이 우리 교육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사학에 대한 통제·감독 위주의 정책을 과감하게 지원·육성정책으로 전환하여 사학이 자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견지하면서 다양하게 창의적인 교육을 실시하여 사학의 특수성을 신장시킴과 동시에 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사학이 공립학교의 보조기능에서 탈피하여 그 위상을 정립·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사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사학 스스로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등 새로운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사학간의 자율적 협의기구가 사학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제도적 비리를 방지하는 등 사학의 공신력을 높이는 노력을 경주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특수성에 비추어 바람직하고 또 우리 교육의 지속적이고 튼튼한 발전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서로 믿고, 협력하는 가운데 사학의 진정한 발전은 물론 우리나라 공·사립 모든 초·중등학교 발전의 길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하여 추진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