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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뿐이 곱뿐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 고향 열차 설레인 가슴안고 눈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

 

이 노래는 수십 년 전 가수 나훈아가 불려왔던 고향역 가사이다. 추석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노랫말의 여운이 시골 간이역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물결을 떠올리며 추억의 애잔함을 몰고 온다. 완행열차가 다니는 간이역, 철로 이음매에 부딪히는 철커덩거림이 빨라질수록 마음은 벌써 흙먼지 날리는 신작로를 지나 어머니가 기다리시는 고향집 동구밖에 선다. 이런 설렘과 기다림은 아마 50대를 넘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정서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변했다. 세월이 흘러 고향에는 이뿐이도 곱뿐이도 사라진 지 오래며, 고속철도로 간이역은 없어지고 예전처럼 눈물겹도록 반겨줄 사람은 모두 떠나고 없다. 더구나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에게 코스모스 핀 가을길과 추석에 대한 정서를 살펴본다는 것은 장마철 잉크 빛 가을 하늘을 그리워하는 모양새다.

가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은 코스모스이다. 꽃말은 소녀의 순정이다. 코스모스 하면 어릴 적 가을 운동회를 앞두고 청군 백군으로 나누어 연습한 기억이 새롭다. 학교에 오갈 때 동무들끼리 하얀 꽃이 먼저 피냐 붉은 꽃이 먼저 피냐에 따라 이긴다며 다툰 기억이 있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나부끼는 만국기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춤사위에 달아오른 운동회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세상 수많은 꽃에는 대부분 꽃에 대한 정설이나 설화가 있다. 그런데 코스모스만 설화가 없다. 원래 코스모스는 멕시코가 원산지이며 이 세상에서 신이 가장 먼저 습작으로 만든 꽃이라고 한다. 코스모스 만발한 추석, 고향을 찾는 이들이 많겠지만 이제는 고향에 가도 부모님은 안 계시고 동구 밖에서 기다려 줄 사람도 없다. 오직 어머니의 빈자리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 빈 자리에 코스모스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고향의 가을을 지키며 하늘거리고 있다.

 

코스모스와 함께 어우러지는 추석은 더없이 예쁘다.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은 음력 8월 15일로 가을과 8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지니며, 보름달은 추석날 그 인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이다. 추석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서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으로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중국에서는 추석날 밤을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해서 월석이라고도 부른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중엽 이후 한자가 성행하게 된 뒤 중국인이 사용하던 중추와 월석을 합치고 축약해 추석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이런 추석날을 대표하는 음식은 송편이다. 송편을 보면 언제나 궁금한 게 있다. 보름달을 보며 빚었다면 동글어야 할 것인데 왜 반달 모양인가?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백제 의자왕 때 거북이가 땅에 올라왔는데, 그 등에 백제는 ‘만월’이요, 신라는 ‘반달’이라고 쓰여 있었다. 의자왕이 점술가에게 그 연유를 물으니 점술가는 “백제는 만월이라 점점 기우는 달이고, 신라는 반달이라 점점 차오르는 달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이후 삼국이 통일되어 반달로 송편을 빚으면 점점 차오르는 달이 돼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라 믿어 송편을 반달 모양으로 빚게 됐다고 한다.

 

 

추석 전날 온 가족이 모여 둥근 달을 보며 송편을 빚는 분위기는 어떠할까?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당 서정주 시인은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숲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밤, 마당, 웃음, 노루와 올빼미, 송편 빚는 식구! 정말 오붓함과 풍족함, 행복한 기쁜 마음이 알알이 맺혀 출렁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요즈음 젊은 세대가 이런 정서를 경험해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도시의 경우 송편을 직접 만드는 가정은 거의 없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1·2인 가구가 늘고 명절은 쉬는 날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생긴 변화 때문이다.

 

이제 추석이다. 가족을 기다리는 어머니 마음은 언제나 붉은 노을이 되어 붉게 마중한다. 달빛이 한없이 밝고 고향 하면 떠오르는 어머니, 붉은 고추 뒤집는 굵은 손마디엔 고된 삶이 그려지고, 달 에게 소원 비는 어머니의 훔치는 눈물엔 별이 섞인다. 고운 별빛은 어머니 얼굴 같이 고통 속에 핀 꽃이다. 다시 고향역 가사를 되새기며 간이역 열린 창문 틈새 희미한 추억의 번지 속, 서글픈 눈물 자국으로 회상의 개출구를 연다. 고향역을 향해 가는 완행열차의 철거덩거림이 코스모스 핀 들녘에 그리움으로 번진다. 이번 추석은 둥근 보름달처럼 송편 속살이 가득한 것처럼 우리의 삶이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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