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라는 설렘 대신 엄중한 파고가 교정을 덮치고 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교권 침해로 위축된 교실, 현장체험학습 인솔 교사를 향한 사법적 잣대, 현장에 불어닥칠 학교맞춤통합지원(학맞통) 그리고 인공지능(AI)과 AI디지털 교육자료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까지.
지금 학교는 거친 풍랑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이 위기 속에서 학교가 본연의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선장인 학교장 리더십의 전면적인 재정립이 필요하다.
수업권 수호 전면에 나설 때
학교장의 가장 시급하고 본질적인 책무는 교사가 오롯이 수업과 생활지도라는 교육 본령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민원 처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다. 그동안 학교는 정당한 교육활동조차 악성 민원의 대상이 되는 불합리함을 온몸으로 감내해 왔다.
학교장은 민원 대응의 주체를 지역교육청(민원대응팀)으로 전면 이관토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학부모의 과도한 요구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완충’ 역할을 수행하도록 구조화해야 한다. 학교장이 든든한 방패가 될 때, 교사는 비로소 교육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를 확보하게 된다.
아울러 시행을 앞둔 학맞통은 교육 현장의 우려를 반영해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교육의 본질적 기능이 행정 비대화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행정 업무의 늪에 빠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수업권 수호는 교권 보호를 넘어,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신성한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기술의 물결이 거셀수록 학교장은 그 너머를 바라보는 ‘인간 중심의 변화 관리자’가 돼야 한다. 교육 도구는 첨단화되겠지만, 교육 본질은 결국 교사와 학생 사이의 ‘따뜻한 교감과 신뢰’에 있다. 학교장은 기술이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혼란을 세밀하게 조율해야 한다.
공동체 회복 의지로 뒷받침
또한 MZ세대 교사 유입과 학부모의 권리 의식 신장이라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학교장은 수평적 소통을 촉진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 거듭나야 한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구성원들이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리더의 핵심 역량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신뢰’다. 교사가 교육청과 학교의 보호 아래 수업권을 온전히 보장받고, 학교장이 그 중심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수호할 때 대한민국 교육의 자존감은 다시 세워진다. 2026년 봄, 흔들리는 교정을 바로 세우는 힘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교사의 열정을 지켜주려는 학교장의 단호한 의지와 인간애에서 시작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제 학교는 다시 한번 가장 안전하고도 뜨거운 배움의 터전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