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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1] 우영우의 멀고 먼 등굣길, “실수가 아니라 차별입니다”

“선생님, 우리 연우 것은 없나요?”

“어머, 어머니 너무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네요. 깜빡했어요. 죄송합니다.”

 

코로나19로 등교를 못하던 시절, 학생들이 가정에서 학습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준비물을 마련했다. 당연히 내 아이 것도 있을 줄 알았다.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스러웠고, 무안했다. 이내 서운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미안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는 담임선생님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실수로 잊으셨군요. 다음부터는 우리 연우도 꼭 챙겨주세요. 제가 열심히 시키겠습니다.”

“어머니, 사실 준비물이 뭐 별게 있는 건 아니에요. 점토랑 색종이랑 만들기 재료 몇 개….”

선생님은 나의 맘을 달래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나는 더욱 속이 상했다. ‘아니 별것도 아니라면서 왜 우리 아이만 안 챙겨주신 거야?’

 

서운한 마음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이것이 비단 우리 아이만의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특수교육대상자가 한 번쯤은 학교에서 겪어봤을 일이다. 사실 나는 장애가 있는 자녀가 둘이다 보니 여러 번 겪었다. 이를테면 내 아이만 쏙 뺀 학급 단체사진, 내 아이의 작품만 없는 전시회, 현장체험학습이나 발표회 등의 행사에 참여시킬 건지 거듭 물어보는 전화 등이 그것이다.

 

그들은 통합교육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물론 내 아이가 미워서 선생님이 일부러 배제시킨 것은 아니다. 평소 선생님의 모습을 봤을 때, 인품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 아이가 장애가 있다고 해서 콕 집어 미워하거나 차별할 선생님이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 아이를 예뻐하고 격려하는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났다고 나는 흡족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왜 우리 아이의 학습준비물만 잊었을까? 정말 실수였을까?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라 생각하지 않아서다.

 

나는 이것이 우리 통합교육의 현실이라고 본다. 특수교육대상자는 으레 특수반에서 학습할 것이라고 여긴다. 특수교육대상자는 특수반 소속이고 특수교사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다. 담임선생님도 아마 우리 아이의 학습은 특수교사의 몫이라 여겼을 것이다. 학습준비물은 특수교사가 챙기거나 특수반에서 받아 갈 것이라 여겼는데, 내가 나타나서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그간 학교에서 보내는 통신문이나 주요 알림사항은 담임선생님께 직접 듣기보다는 특수교사를 통해서 전달받곤 했으니 말이다.

 

일반학교에 다니는 발달장애학생들은 국어와 수학시간에는 특수반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과목은 통합반에서 수업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의 학습준비물을 챙기지 않은 담임선생님을 보니 과연 내 아이가 통합반에서 수업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가 궁금해졌다. 물론 다른 아이들처럼 수업을 원만하게 따라가지는 못하겠지만, 우리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무엇인가 준비해 줄 것이라 믿었다면 내가 지나친 욕심을 부린 걸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겪고 있는 자폐스펙트럼

며칠 전 어느 매체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관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기자가 개인적으로 자폐스펙트럼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며 내게 질문을 했다.

 

“학창시절 저희 반에도 자폐성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는 수업시간에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누군가를 때리는 폭력성 때문에 수업에 방해가 됐어요. 그 친구는 폭력적인 성격 때문에 우영우처럼 친구를 사귀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의 이런 폭력성 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나는 기자에게 되물었다. “기자님, 지금부터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이 자리에 40분 동안 앉아만 있어 보실래요? 견딜 수 있으시겠어요? 그것도 하루에 한 번이 아니고 여러 번, 매일 반복해서요.”

“아…, 힘들 것 같네요.”

“힘든 정도가 아니지요. 게다가 언어 이해도 안 되고, 감각 문제까지 있으면 더 견디기 힘들죠.”

“감각 문제요? 그게 뭔가요?”

“자폐성 장애인은 감각처리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지요. 예를 들면 특정한 청각자극에 예민한 경우요. 어떤 아이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웃는 소리에 경기하기도 하고, 비장애인들이 지각 못 하는 특정한 소리에 자극을 느껴 괴로워하기도 하지요. 교실에서 그런 자극에 노출될 경우 참고 참다가 힘들어서 폭발하기도 하는 거예요. 드라마에서도 자폐인이 감각 방어를 위해 헤드폰을 끼고 다니는 모습이 나오잖아요. 그게 멋 부리는 게 아니고 자기보호라니까요.”

 

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얘기를 경청했다. 그리고 같은 반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친구가 그런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40분 이상 매일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성인도 힘든 일이다. 하물며 장애가 있는 어린 학생은 얼마나 힘들까? 힘들어서 소리를 내거나 수업에 방해되는 행동을 하면 소위 ‘문제행동’을 하는 것으로 취급된다. 이 행동이 계속되면 특수반으로 쫓겨나거나, 심한 경우 집으로 돌려보내지기도 한다.

 

우영우가 쏘아 올린 통합교육을 위한 고민

내 아이도 같은 일을 겪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 학교에 적응하는 것은 비장애 아이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아이는 자폐성 장애에 ADHD를 동반하여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힘들었다. 그런 아이에게 학교에 왔으니 착석이 가장 중요하다며 가장 큰 문제행동으로 ‘수업시간(40분) 착석이 안 됨’을 지속적으로 지적받았다. 아이의 적응을 위해 중간에 산책이나 간단한 움직임으로 전환시켜 줄 것을 학교에 요구했지만, 지원인력부족과 학교규칙 준수의 필요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묵살당했다.

 

나는 내 아이가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예상했고, 아이에게 맞는 도움을 받고 싶어서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했다. 비장애 아이들과 똑같이 40분 내내 자리에 앉아서 교육받을 수 있는 아이라면 애초에 장애 등록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는 아이의 장애적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학교에 왔으면 ‘착석’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똑같이 적용했다. 결국 얼마 가지 않아 아이는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울음, 소리 지르기, 뛰쳐나가기, 자해 행동, 옷에 소변보기 등 집에서는 하지 않는 각종 문제행동이 수업시간에 나타났다. 보조교사가 옆에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문제행동이 나타나면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치료를 권한다. 내 아이도 약물치료를 권유받았다. 발달장애학생들이 학교로부터 심리치료나 약물치료를 권유받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러나 이것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행동은 ‘해결’하는 것이 아닌 ‘예방’되어야 하는 것이다.

 

각종 문제행동이 나타나기 전에 아이가 천천히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착석시간을 조금씩 늘려갔으면 어땠을까? 아이의 수준을 파악하고 교수 수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왔으면 어땠을까? 아직 1학년인 점을 고려하고, 장애의 특성과 아이의 흥미를 파악해 수업 중 움직이며 할 수 있는 것들을 다양하게 제공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나는 문제행동의 대부분이 예방 가능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특수교육대상자의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좀 더 촘촘한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히 특수반과 통합반을 왔다 갔다 하며 수업받기 위해 특수교육대상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로 인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지원을 받아 학교생활을 잘하고자 특수교육대상이 되는 것이다. 입학 전, 또는 학년이 바뀌기 전에 개별화교육지원팀은 협의를 통해 학생의 특성과 지원방안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학생이 보내는 비언어적 신호에 귀 기울이고, 참고 견디다 문제행동이 폭발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해야 한다. 사실 수업시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기회만 주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그것이 장애가 있는 학생뿐 아니라 비장애학생과 교사를 돕는 길이다. 단순히 착석만 시키는 물리적 통합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

 

우리 아이의 학습준비물을 잊은 선생님은 아마도 통합반에서 아이의 학습에 대해 고민을 해 보지 않았던 것 같다. 교실에서 수업이든, 원격수업이든 한 번이라도 아이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면 실수로 잊어버리는 대신 아이에게 딱 맞는 준비물을 주었을 것이다. 나는 단순히 내 아이를 빠뜨려서 서운한 것이 아니라, 물리적 통합 외에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학교가 아쉬웠던 것이다. 특수교육대상자를 더 이상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아로 보지 말고, 적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제대로 지원하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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