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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전통시장에서 배우는 교육적 자세

삶에 지치고 모든 것이 정체된 듯한 느낌일 때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전통시장을 돌아보라고 권장하고 싶다. 필자 또한 삶이 무기력해지고 답보 상태에서 한 발짝 나아가기를 간절히 원할 때는 지체 없이 혼자서 전통시장을 찾곤 한다. 그곳엔 사람 사는 냄새가 있고 삶의 흔적과 시끌벅적한 소리, 그리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몸짓이 있다.

 

치열하지만 타인을 배려하고 나눌 줄 아는 삶의 현장을 배울 수 있기에 경쟁으로만 살아가는 학생들에겐 이보다 좋은 ‘살아있는 배움터’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곳, 그곳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은 잘사는 특권층의 사람들보다는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웃 사람들, 특히 영세 상인들의 거친 숨결이 있다. 학교생활에 지치고 힘든 청소년들에게 전통시장을 권하는 이유는 그곳엔 자연스럽고 활기찬 동기부여의 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장터에는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기술이 다 있다. 지혜로운 상인은 언뜻 보기에는 손해 볼 것 같지만 결국은 구매자들에게 따뜻한 인정을 베풀어 다른 물건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다음에 다시 찾아오는 단골손님을 삼을 수 있다. 속칭 서비스도 좋다. 구매한 물품을 정성껏 포장해주고 비닐봉지를 한 겹 더 씌워서 들고 가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해준다. 이곳은 작은 것을 욕심내다가 정작 큰 것을 잃는 ‘소탐대실’의 원리를 배울 수 있는 인생교실이기도 하다.

 

전통시장을 찾는 학생들은 배움의 관점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자본주의의 냉정한 경제 원리다. 부자는 서민을 울리고 합법적으로 서민의 돈을 가져가는 고수다. 서민은 하수고 대형 백화점이나 대형 매장은 고수다. 하수는 고수를 결코 이기지 못한다. 서민의 주머니를 울리는 고수는 절대로 그 계략을 터놓지 않고 그들만의 전략과 전술을 채택한다.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99개를 가진 부자는 1개를 가진 서민을 울리고 결국은 그것마저 빼앗는 게 자본주의다.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논리를 철저히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광고와 상술에 현혹당하지 않고 냉철한 이성으로 현실을 파악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회에서는 빚이 빚을 낳고 개인 부채는 날로 늘어가며 가계 부채는 거의 파산의 가능성을 높여 간다.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가난이 세습되는 시대가 됐다. 깨어있는 소비자의 의식이 필요한 이유다. 학교에서는 이런 현실의 냉혹함을 진실로 가르치지 않는다.

 

서민의 삶을 대표하는 이곳 전통시장에서는 지나치게 물건 값을 깎지 않기를 권장한다. 우리는 대형 백화점과 전통시장에서 물건 값을 흥정하는 태도가 다르다. 대기업을 상대하는 자세와 영세 상인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경향이 있다. 상대가 약자라 여길 때는 무의식적으로 오히려 잔인함이 드러난다.

 

시장의 모퉁이에 좌판을 연 노인이나 서민 상인에게 악착같이 물건 값을 깎으려는 깍쟁이 소비자 심보가 그것이다. 이때는 덤으로 더 줄 수 있는 것을 얻는 식으로 타협하고 우회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난이 가난 즉, 서민이 서민과 싸우는 악순환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민 소비자가 영세 상인을 홀대하는 구매! 이것은 매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그저 측은한 삶을 조장하는 것이라 믿는다.

 

현명한 구매 행위를 추구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다. 하지만 판매 행위를 통해 조금이라도 이득을 남기려는 영세 상인들의 애절한 권리에도 역지사지의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하고자 한다. 무엇이 보다 현명한 소비자의 태도인지 숙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현명함을 발휘할 대상은 재래시장 영세 상인이 아니라 온갖 값비싼 물건을 펼쳐 놓고 소비자를 유혹하는 상술을 동원해 충동적으로 지갑을 열게 하거나 자제력을 잃게 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라고 믿는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는 반대의 길에 선다. 마치 서민들이 부자에게 적선을 하듯이 말이다. 어찌 이런 일에 우리는 둔감할 수 있을까. 가진 자 앞에서 지갑을 열어 보이며 우쭐함을 과시하려는 허영심일까? 서민은 절대 구매 행위로 인해서 부자가 될 수 없다. 반면에 부자는 서민을 울리고 합법적으로 서민의 돈을 가져가는 전문가일 뿐이다.

 

서민은 서민들의 연대로 가난을 극복해야 한다. 이는 이열치열의 원리와 같다. 서로를 배려하고 나누는 힘이 결국은 서로에게 돌아오게 된다. 동네 서민의 빵집을 보자. 그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한 번 발길을 더 들려서 하나라도 구입해 주는 배려가 서민이 가난을 극복하는 길이다.

 

전통시장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영세 상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정신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생한 인성교육의 좋은 실천이자 교재이기도 하다. 가난이 가난과 싸우는 것은 우리 모두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고 극복해야 할 천민자본주의다. 전통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경제 행위와 삶으로부터 우리 청소년들에겐 소비자로서의 자세와 지혜, 용기,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익힐 수 있는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New Normal)과 같은 혁신 교과서가 될 수 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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