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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포도 따는 로봇

7년전 시골학교에 근무할 때, 아이들의 미술도구를 점검해보고 깜짝 놀랐다. 저학년 아이들은 크레파스뿐이었고 고학년 아이들이 쓰는 물감은 포스터칼라밖에 없었다. 붓은 털이 빠지고 뻣뻣해서 좀처럼 그려지지 않았다.

방과 후 특기지도를 해보겠노라고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하셨고 마침 학습준비물을 학교예산으로 구입하게 돼 물감과 붓, 이젤까지 샀다. 크레파스만으로 그림을 그렸던 아이들에게 물감으로의 표현은 너무 신나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어느새 모두 화가가 돼있었다.

유난히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던 설희는 늦게까지 교실에 남아 그림을 그렸다. 그런 설희가 과학상상 그리기 강원도 대회에 작품을 보냈더니 설희가 최우수상을 받아 전국대회에 나가게 됐다. 모든 분들이 시골학교에서 전국대회에 나가게 된 것만도 영광이라며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고 마음 편하게 다녀오라고 하셨다.

설희와 나는 어떤 주제로 그리나 고민을 하다가 우리 마을에 많은 포도과수원을 떠올렸다. 늘 포도를 따느라 힘든 부모님과 이웃 어른들을 생각하다 `포도 따는 로봇’을 주제로 잡고 연습해보기 시작했다.

각 시·도 대표들이라 모두 실력이 뛰어났다. 대회에 참가해 작품을 그린 설희가 “선생님, 포도나무가 이상하게 됐어요”하며 만족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수고했다고 등을 두드려주고 춘천행 버스에 올랐다.

“정선생, 지금 어디야?” 함께 인솔교사로 참가했던 선배 선생님이 전화를 건 것이다.
“춘천 가는 버스 안이에요.”
“설희가 대상을 받았어. 지금 발표하고 시상식 하는 거야. 축하해!”

설희도 나도 좋아 어쩔줄 몰랐다. 대도시 아이들은 학원에서 전문가에게 좋은 재료로 더 많이 연습하고 왔을 텐데, 심사위원들이 순수한 아이의 생각을 크게 인정해 주셨나보다.

나는 앞으로도 아이들과 그림 그리기를 계속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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