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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치료하는 옻나무

 

딱, 일주일만 허락된 귀한 나물, 옻순

4월말에서 5월초, 딱 일주일정도만 만날 수 있는 옻순은 나오는 시기가 매우 짧기 때문에 임금님도 잡수시기 힘들 정도로 귀한 나물로 여겼다. 옻나무는 독성이 강해 근처에 벌레가 자라지 않고, 옻나무 근처에만 가도 옻독에 올라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독한 옻나무의 어린싹(옻순)을 칠순채(漆筍菜, 옻나무 순을 데쳐서 만든 나물)라고 하여 즐겨 먹었다. 배가 냉하여 입맛을 잃었거나 소화력이 약한 사람이 옻순을 먹으면 밥맛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좋아져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독성이 있는 옻나무의 순을 이렇게 먹는다는 것은 외국에서 찾기 힘든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음식문화이다.

 

일반적으로 사슴·노루·사향노루·토끼 등의 초식동물은 물에 젖은 풀을 먹으면 설사를 하고 심하면 죽기까지 한다. 초식동물이 먹는 풀은 대체로 서늘한 성질이 많은데 물에 젖은 풀은 소화기능을 더욱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때 초식동물들은 본능적으로 따뜻한 성질이 있으면서 해독작용이 있는 옻나무 잎을 먹어 속을 중화시켜 스스로 치료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옻나무가 자라는 지역에 사는 사향노루가 옻나무 잎을 먹지 못한 사향노루에 비해 사향 효과가 더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전 중 하나인 <별주부전>에서 병에 걸린 용왕이 토끼 간을 찾은 이유도 옻나무 잎을 먹은 토끼였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항암치료제 ‘넥시아’도 옻 추출물

옻은 심통(心痛, 가슴과 명치가 아픈 증상)으로 인한 적취(積聚, 기가 뭉쳐 생긴 덩어리)에 사용된다. 현대 한의학에서는 굳게 굳은 적체와 오랫동안 뭉쳐진 어혈을 풀어주는 옻을 넥시아(Nexia)라는 항암제로 추출하여 암 치료 및 예방에 널리 활용하고 있다. 암은 몸이 냉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뜨거운 성질의 옻이 몸을 따뜻하게 하여 암을 치료하는 것이다. 넥시아는 항암치료 부작용은 매우 적지만, 생존율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따뜻한 성질의 옻은 몸에 오랫동안 쌓인 어혈(瘀血)과 적체(積滯)를 풀어준다. 이는 단단한 얼음을 따뜻한 기운으로 녹이는 것과 같다. 주진형(朱震亨, 1281~1358)은 적체를 없애는 기전에 대하여 옻은 신속하게 몸을 보하는 성질이 있음으로 적체를 제거하는 약으로 사용한다고 하였다. 옻의 따뜻한 기운이 오래된 어혈을 제거하는 것이다.

 

몸이 냉하여 생긴 무월경 및 생리불순도 치료한다. 생리가 잘 나가지 않으면 그만큼 하초(下焦)에 나가야 할 생리혈이 뭉치게 된다. 이런 경우 옻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무희옹(繆希雍, 1546~1627)은 어혈에 옻을 사용하면 어혈이 변해 물이 되지만, 혈(血) 부족으로 생긴 무월경에는 절대로 경솔하게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장기간 음주로 아랫배가 차갑다면 ‘옻닭’ 한 그릇

손발이 냉하기 쉬운 소음인이 술을 많이 먹으면 배가 더욱 냉해지기 쉽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음주로 아랫배가 차가워졌을 때나 몸이 냉해서 생긴 위장병에도 매우 좋다. 예전에는 생칠(生漆)을 달걀에 섞어 복용하기도 하였으나, 요즘은 옻닭으로 먹는 경향이 강하다. 옻칠한 목기(木器)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부식되지 않는 것과 같이 위장의 염증과 궤양이 치료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옻을 먹으면 오히려 손해다. 옻을 복용할 때, 면역이 형성되지 않으면 옻독이 올라 가려움으로 고생하게 된다. 따라서 열이 많으면서 고혈압이 있을 때는 옻을 특히 삼가야 한다.

 

예전에는 옻닭을 끓일 때 참옻나무껍질을 사용했으나, 요즘은 옻나무 속의 노란 부분이 암 치료 효과가 있으며, 사람을 늙지 않게 하는 항산화물질이 많다고 알려지면서 옻나무 전체를 삶는다. 옻독을 부드럽게 하여 섭취하는 옻닭은 우리나라 고유 식품으로 옻나무를 잘 이용한 지혜의 산물이다. <증류본초(證類本草)>에 의하면 옻을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는다고 하였다. 옻을 땅에 묻으면 썩지 않고, 그 재질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화타(華佗)의 제자 번아(樊阿)도 칠엽(漆葉)을 먹고 오래 살았는데, 귀와 눈은 오히려 밝아 침으로 병을 치료하였다고 전해진다.

 

‘옻독’도 하나의 치료과정

옻은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특이반응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칠창(漆瘡, 옻독이 올라 생긴 급성피부병)이다. 예전에는 감초(甘草)와 검은콩을 달인 감두탕(甘豆湯)을 먹거나, 게를 먹어서 해독했다. 뜨거운 성질의 옻과 차가운 성질의 게는 서로 상극이기 때문이다. <물류상감지(物類相感志)>에는 ‘옻에 게를 넣으면 옻이 물로 변하는데 이는 물성(物性)이 서로 제어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옻독이 올라 생긴 급성피부병에 해황(蟹黃, 게장의 노란 부분)을 예전부터 사용했다.

 

옻을 접촉하여 옻독이 오르는 경우는 면역이 생기지 않지만, 옻을 먹어서 생긴 옻독은 약 3번 정도 고생하면 면역기능이 스스로 생긴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옻독이 오르지 않는다. 옻을 먹은 후, 옻독이 올라도 너무 걱정할 것은 아니다. 옻이 오르는 동안 고질적 속병이 치료되거나, 피부가 고와지고, 정력이 강해지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질에 따른 개인편차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체질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또한 옻을 만질 때는 손과 얼굴에 기름을 바르고 만져야 하며, 작업이 끝난 다음에는 따뜻한 비눗물로 씻거나 염화철 5g, 글리세린 50mL, 물 50mL를 섞어 바르면 좋다.

 

칠판(漆板), ‘옻칠한 널빤지’라는 의미

옻나무는 한문으로 칠(桼)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물감을 칠한다고 할 때의 칠이다. 예전에 칠한다는 것은 곧 옻 진액을 바르는 것을 의미했다. 교육기관에서 사용하는 ‘칠판(漆板)’ 역시 칠(漆)을 한 널판(板), 즉 ‘옻칠한 널빤지’를 의미한다.

 

옻나무 즙은 어느 물건이나 검게 물들일 수 있다. 칠액(漆液)의 주성분인 우루시올(urushiol)은 처음에는 무색투명하지만 공기에 접촉하면 산화효소작용으로 검게 변한다. 700여 년이 지나도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고려시대 팔만대장경도 옻칠을 하였기 때문이다. 옻칠은 목재·금속·도자기·천·종이 등에 널리 이용된다. 또한 옻칠을 한 그릇이나 가구가 있는 곳에서는 음식이 잘 부패하지 않고 음식의 나쁜 기운을 제거해 준다고 한다.

 

조선시대 관원을 징계할 때도 옻칠이 사용되었다. 관료가 간악하고 탐오(貪汚)한 짓을 한 경우 칠문(漆門)이라는 벌을 내렸다. 감찰(監察)이 밤중에 그 죄를 적어 집 대문 위에 붙이고, 문짝에는 검은 칠을 하고 문을 봉한 다음 수결(手決)을 하였다. 옻칠을 한 것은 올바른 것을 보존하려는 행위로 인식된다. 또한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대쪽에 새기고 옻칠한 글자를 ‘칠서(漆書)’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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