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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선생님도 쉬는 시간] 흔드는 대신 품어주기

지난겨울, 수업 시간에 6학년 남학생 두 명이 핫팩을 흔들고 있었어요. 수업 시간에 마라카스처럼 소리를 내는 핫팩. 그런데, 아이들이 아무리 흔들어도 핫팩이 따뜻해지지 않아요. 마라카스 소리가 점점 커지더군요. 보다 못해서 아이들에게 핫팩을 달라고 했어요.

 

“그게 흔든다고 되니? 가지고 와 봐.”

“어떻게 하시게요?”

“다 방법이 있지. 줘 봐.”

“선생님이 해도 안 될 것 같은데요?”

 

의심의 눈초리로 핫팩을 건네는 아이들. 핫팩을 받아서 잠깐 주머니에 놔두었어요. 그러면 2~3분이면 따뜻해지거든요. 따뜻해진 핫팩을 다시 아이들에게 건네주니 눈의 휘둥그레져요. 아무리 흔들어도 안 됐는데, 어떻게 따뜻해졌는지 궁금했나 봐요. 핫팩은 흔든다고 따뜻해지지 않아요. 화학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설명서를 보면 살짝 흔든 다음 주머니에 넣으면 따뜻해진다고 쓰여 있거든요. 핫팩은 흔드는 대신 따뜻한 곳에 있어야 따뜻해진다는 사실.

 

교실에 있는 아이들도 핫팩 같아요. 흔든다고 따뜻해지지 않거든요. 아이들 마음은 선생님 마음 같지 않아요. 아이들이기 때문이에요.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고, 짜증 나면 짜증 나는 대로 표현도 하고요. 그럴 때, 핫팩처럼 마구 흔든다면 아이는 따뜻해질까요? 경험적으로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아이들의 반응에 똑같이 반응하게 되면, 아이는 더 크게 반응하게 되고 그다음부터는 악순환이 계속돼요. 그래서 우리는 마구 흔드는 대신 조금 더 따뜻한 방법을 찾아봐야 해요. 핫팩을 데우는 것처럼 아이의 마음을 데워줄 수 있는 그런 방법을 말이지요.

 

이렇게 글을 쓰면 아마 이런 말씀을 하실 수도 있어요. ‘뭐죠? 말이 쉽지. 그게 과연 교실에서 가능할까요? 따뜻하게 해 준다고 애들이 쉽게 따라주지 않는데?’ 맞아요. 말만 쉬운 일이에요. 우리가 한두 번 따뜻하게 대해준다고 아이들이 변하지 않으니까요. 마음 편하게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렇다고 아예 처음부터 선을 그어버린다면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와 평행선을 달릴 수도 있다는 것이 함정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고 헤아려주려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아요.

 

수업 시간에 뭔가 지적을 할 때 실실 웃는 아이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말을 하면 딴짓하고, 제대로 경청하는 태도가 없는 아이. 그래서 처음에는 한두 마디로 시작을 하다가 선생님의 얼굴을 빨갛게 만드는 아이. 그럴 때, 우리가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소리를 지르게 되기도 해요.

 

교육자 루비 페인은 저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통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빈곤층 아이가 체면을 지키는 방식이라고요. 다시 말하면 방어기제인 거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멋쩍어서 웃거나 딴짓을 하는 아이. 그런데, 만약 우리가 이런 행동을 방어기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선생님을 무시해서’라고 받아들인다면 학기 초부터 평행선을 달리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거예요. 3월 시작부터 ‘1년만 잘 넘기자’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반면, 정신적으로 조금 무장된 상태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면 좋아질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을 거예요. 물론, 강적도 있기는 하겠지만 어느 정도 보통의 아이들과는 잘 지내는 힘은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학기 시작 전, 아이들과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 책장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심리학책도, 교육학 관련 책도 한 번씩 들춰보면서 마음을 잘 가다듬으면 좋겠어요. 올 한해 따뜻하게 아이들을 품어서 교사로서 뭉클해지는 마음을 느껴볼 수도 있을 테니까요. 얼마 남지 않은 새 학기, 선생님들의 상쾌한 출발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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