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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우리가 바라는 건 오직 제자들의 자립뿐”

태연학교 교사들이 설립한 사회적협동조합 ‘찬솔’
발달장애 졸업생들 정직원으로 채용해 자립 도와
펄프류·카페테리아 등 사업 확장…매출 10억 원
대출받아 사비 투입…보수·수당 한 푼 없이 헌신
“편한 환경에서 서로 도우며 일할 수 있어 만족”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졸업하면 좋은 곳 취업해서 자립해야 하는데…. 장애인이라는 차별과 편견, ‘일 못한다’는 구박과 욕설에 상처받고 포기하는 제자들을 볼 때 선생님의 가슴은 무너졌다.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 줄 순 없을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선생님들은 기꺼이 사비를 모았다. 울산 태연학교 교사들이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찬솔’은 이렇게 설립됐다. 
 

‘속이 알찬 소나무’라는 뜻의 ‘찬솔’은 특수학교인 태연학교를 졸업하는 발달장애 학생들의 취업과 자립을 돕기 위해 2018년 3월, 5명의 교사들이 직접 세운 비영리법인이다. 사회복지법인 태연학원에서 학교에 공장부지를 무상 임대 해줬고 교사들은 학생들이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제조사업 분야를 찾다가 물티슈와 점보롤, 각티슈 등 펄프류 생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회용 물티슈 기계는 전자동이다. 원단을 기계에 걸고 물과 친환경 약품을 섞고 스위치를 누르면 1분에 150개가 생산된다. 학생들은 물티슈의 숫자를 세서 한 상자에 400개씩 포장만 하면 되니 안전한 작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찬솔의 특징은 모든 수익금이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으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이사 및 모든 임원, 즉 교사들은 일체의 급여 및 보수를 받지 않는다. 2019년 2명의 발달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했으며 현재 장애인 근로자 12명이 찬솔의 가족으로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제조업 한 분야로 시작했던 찬솔은 현재는 사업 영역을 점점 확장하고 있다. 일회용 물티슈 생산 외에도 점보롤, 냅킨과 핸드타올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OEM 방식으로 뽑아쓰는 물티슈와 KF94마스크도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학교에서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들을 위한 공공형 카페테리아를 울산 시내에 2곳 개업했으며, 새싹삼 재배장을 만들어 사회성이 부족한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재배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일자리를 계속 개척해 나갔다.
 

 

그 결과 2019년 6000여 만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10억 원까지 놀라운 성장을 이뤘다. 찬솔 설립에 주축 역할을 한 김인환 교사는 “사업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동료 선·후배 선생님들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준 것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업 영역이 점점 확장되면서 저희가 투입해야 할 금액도 늘어났어요. 돈이 더 필요하다는 말에 선생님들은 ‘언제까지 준비하면 되냐’ 한 마디만 물으셨죠. 어떤 분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공제회 대출을 받아서 자금을 마련해주셨습니다.”
 

교사들은 찬솔을 키우기 위해 묵묵히 헌신했다. 학교 업무를 마치는 대로 공장에 들러 기계를 정비하고 포장 및 배달에 나섰다. 울산 시내를 돌아다니며 영업도 뛰었다. ‘잡상인 출입금지’라며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제자들에게 안정적인 일터를 꾸려줘야 한다는 집념을 꺾을 순 없었다. 출장비는 고사하고 수당 한 푼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확보한 거래처가 현재 100군데 정도다.
 

근로자들의 처우는 좋은 편이다.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은 물론 최저시급보다 좀 더 높은 급여를 받는다. 출퇴근용 통학버스, 점심값 등도 모두 조합의 지원을 받는다. 찬솔 설립 때부터 일해온 김경선(26·지적장애 2급) 씨는 “졸업하고 보호작업장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했었는데 조금만 못해도 사람들이 무시하고 욕해서 힘들고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지금은 선생님, 후배들과 함께 편안한 환경에서 조금 부족해도 서로 도와가면서 일할 수 있어 정말 만족한다”고 말했다.
 

찬솔은 올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교육사업부를 신설해 친환경 조립교구인 ‘찬솔늘품세트’를 만들고 특허 인증과 디자인 등록도 받았다. 원목 블록에 나사를 조여 다양한 형태의 창작활동이 가능한 교구로 장애 학생들의 손 조작 및 조립 능력, 지각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비장애학생과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 및 인지력 향상 효과도 있어 많은 판매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들의 ‘선한 영향력’은 점점 알려지며 특수학교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교육청 관계자 등 전국 각지에서 모델링을 위해 학교를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김 교사는 “저희가 바라는 건 조금 더 사업을 확장해 더 많은 제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제2, 제3의 찬솔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찬솔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사회적경제 상품몰 e-store 36.5(www.sepp.or.kr), 교육기관전자조달지스템 S2B(www.s2b.kr)와 전화(052-274-3737)를 통해 주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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