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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선생님의 새 책] 혼자 너스레를 떨었거든

‘그동안/써 모아온 글들을/나만의 작은 섬에/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첫 시집을 펴낸다.’

 

1995년 월간 한국시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한 후 26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이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시인의 첫 시집을 두고 “삶의 가장 깊은 수원에서 길어 올린 오랜 기억의 고백록이자, 시인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올올이 풀어낸 순연한 마음의 일지”라고 소개한다.

 

시인이 품어낸 작품들은 서정적이고 잔잔하다. ‘너스레’에서는 ‘연약한 바람에도/견디지 못하고/황망히 부서지는 꽃잎을 보고/사는 게 부질없는 것이라고’ 삶의 덧없음을 너스레 떨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시리도록 파란/나뭇잎 사이로/터질 것만 같은/붉은 가슴을 하고’있는 버찌는 발견하곤 ‘허허’ 멋쩍은 웃음으로 인생의 섭리를 전한다.

 

그리움도 자리한다. ‘구례오일장’에선 ‘주름진 이마에/앞니 빠진 아주머니/나물 팔다 말고/우그러진 양은 주전자에/커피 물 끓이다가’ 웃는 모습에 어머니를 생각한다. ‘어떤 깨달음’에서는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듣고 ‘-텅 비워놓고 살거라’ 하던 아버님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유성호 교수는 “자연 사물에 대한 놀라운 발견의 순간이 있고, 삶의 존재론적 기원을 향한 투명하고 애장하고 순정한 회상도 있고, 시간의 곁을 매만지면서 번져갔던 숱한 삶의 상처에 대한 아픈 성찰과 반추도 있다”면서도 “이 모든 것이 감상 과잉이나 어설픈 커밍아웃 차원에서 멀찍이 벗어나 삶의 보편적 이법에 가닿고 있다”고 풀어낸다. 전종주 지음, 책만드는집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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