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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1] 상실의 시대, 교사는 왜 좌절하는가?

 

I. 서론

한 교직단체의 ‘교육이 가능한 학교 만들기 교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의 41.0%는 최근 2년간 학생의 폭언 또는 폭행을 경험했다. 교육 활동의 어려움으로 휴직(또는 병가)을 했거나 고민해 본 교사도 전체의 29.0%에 달했다. 일본은 훨씬 더 심각하다. 2017년, 일본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총 8,022건의 교사 폭행이 발생했으며, 학생 399명이 검거되었다(이동준, 2017). 이러한 수모 탓에 교사들의 발령 3년 내 이직률은 무려 45%에 이르고,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휴직하는 교사의 비율은 25년 전보다 5배나 증가했다(황보연, 2017).

 

유럽도 비슷하다. 핀란드 교원노조에 따르면 2019년 교사 10명 중 1명은 교육기관에서 폭행을 당했다. 많은 교사들은 폭력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방어 훈련을 시작했다고 한다(임미나, 2020). 영국 교사 중 절반 가량도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심지어 신체적 폭력까지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Furedi, 2009. Verhaeghe, 2020 재인용).

 

이러한 문제는 교사가 가진 전통적·수직적 권위는 사라지고, 새로운 권위 체제는 만들어지지 않은 권위 부재로 인해 생긴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들로부터 권위를 획득하기 위해 개인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교사가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그 성과는 크지 않을 뿐더러, 권위 획득에 필요한 역량에서 교사 간의 차이가 커 일부 교사는 교육을 포기하거나 무기력한 교사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가 교사의 권위 부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교육 부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사가 행사할 수 있는 강제력이 약화되고, 교사의 전통적 권위마저 사라진 상황에서는 대드는(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학생을 지도할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1925년, 프로이트는 미래를 예견하는 위트 있는 글을 남겼다(Paul Verhaeghe, 2015/2020: 85). 앞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직업이 세 가지 있는데, 교육하는 일, 치료하는 일, 통치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일은 권위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권위가 추락하는 시대가 되면 이 세 가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 글에서는 권위와 교육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수직적 권위 부재의 시대에 교육을 회복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대안 탐색을 위한 출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교육과 교사의 권위 관계

권력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이다. 권력과 대비되는 개념인 권위란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 “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이다(표준국어대사전). 둘의 공통점은 통솔하는 힘인데, 전자는 공인된 권리에 바탕을 둔 힘인 반면, 후자는 사회적 인정과 구성원의 승인에 바탕을 둔 힘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위도 함께 인정받으면 조직 통솔이 용이하다. 그러나 조직의 장이 권력은 가졌지만 구성원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에는 자꾸 충돌이 발생하여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대로 권위는 가지고 있지만 법적 권리가 약할 때에는, 구성원이 리더를 무시할 경우 리더가 행사할 수 있는 통솔력이 약해져 조직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권력과의 관계에서 재정의하면, 권위란 “내가 폭력이나 공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않아도 상대가 나의 말과 요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수용하게 하는 일종의 힘”이다. 더 쉽게 정의하자면, 상대가 강제적으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하는 힘이다. ‘권위’라는 용어는 권력(강제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우리가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권력을 가진 리더에 대해 구성원의 복종 수준이 다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이기도 하다. 조금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이 관점에서 보면 교사 권위 부재란 학생들이 더 이상 자발적으로 복종하지 않는다는 말이고, 교사 권위 회복이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하는 힘을 회복하는 것이다.

 

교사의 전통적 권위가 힘을 발휘하는 바탕에는 체벌이나 기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권위에 도전했을 때 발생할 사회적 압력과 비난 등 잠재적 손실에 대한 두려움, 전통적인 경외감 등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점차 약해지면서 교사가 행사하던 하향식의 일방적 권위는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되었다. 사회와 언론도 교사의 권위를 세워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이 무기력한 존재가 되도록 부추기고 있는 듯하다. 변화를 인지한 일부 학생들이 교사의 권위를 부정하고 뭉개고 있다. 오늘날 교사에 대한 권위가 부정당하는 것은 파스칼이 이야기한 “권력이 없는 정의가 부정당하는” 것과 유사한 현상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교사의 권력(징계권)을 강화하는 것은 사회의 흐름상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만 불러올 뿐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대안이 있을까? 여기에서는 간단한 얼개만 소개하고자 한다.

 

III. 새로운 권위 : 집단적·수평적 권위

권위 부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파울 페르하에허(Verhaeghe, 2015/2020)는 집단적·수평적 권위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고 있다. 교사 개인의 권위만으로는 학생을 지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교가 먼저 해야 할 것은 ‘학생도움팀’ 시스템 구축이다. 도움팀에 포함될 수 있는 사람은 교원(담당 부장교사, 담임, 상담교사, 교과담당 교사, 방과후학교 교사, 스포츠 팀 코치, 학교장(감) 등 포함),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구청의 사회복지사, 학부모, 학생(급우 및 친한 친구) 등이다. 이 팀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학생 교정 및 바람직한 성장 지원이다. 광주 학강초등학교에서는 이와 유사한 ‘수업 119’제도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박남기, 2021.07).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로부터 도움 요청이 오면 특정 학생을 위한 도움팀을 구성·가동하고, 그 학생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페르하에허는 도움팀에 해당 학생의 학부모를 참여시키고, 논의를 진행할 때 심지어 해당 학생까지 참여시켜야 한다고 제언한다. 가능하면 해당 학부모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이는 상담 시 내담자가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통해 해당 학부모와 학생이 문제 학부모나 학생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대우받고 있음을 느끼게 할 필요가 있다.

 

개인 교사에게는 대들던 학생이나 학부모라도 도움팀을 통해 문제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죄책감이 아닌, 라캉이 지배자의 감정이라고 말한 수치심이 유발된다. 수치심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기회를 만들어준다. 수치심을 느끼는 부모가 도움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할 수도 있다(Verhaeghe, 2015/2020: 224). 물론 이러한 시스템을 설계할 때 학교운영위원회,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 등과의 협의 및 동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교 상황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시행착오는 발생할 것이므로 지속적인 제도 보완은 필요하다. 교사 개인 권위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단권위 시스템 구축은 교사들이 위축되거나 교육을 포기하지 않게 하며, 교사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적 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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