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6일 교육부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율 확대를 골자로 하는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개선시안’을 발표한 후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수능의 비중을 줄이고 내신을 강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고교 등급제에 대해서는 첨예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 어윤대 총장은 “고교간 학력 격차가 나타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이를 반영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밝힘으로써 고교간 학력차를 입시에 반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교육혁신위원회 전성은 위원장은 “학생을 보지도 않고 그 학생 선배의 진학 실적과 학교 이름만 보고 신입생을 뽑는 것은 연좌제와 다름없다”며 고교 등급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 교육위 소속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은 지역간, 학교간 학력차를 보여주는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여 고교 등급제 논란에 불씨를 당겼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01년 전국 초·중·고생 2만2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수준 교육성취도 연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교의
경우 특수목적고와 지방 비평준화고, 서울 강남에 있는 고교의 성적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사실 고교 등급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98년 당시 2002학년도 대입제도개선안이 발표되었을 때에도 서울대 등에서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었고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들이 고교 등급제를 적용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현재 지역별, 학교별로 나타나는 학력 차이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 교육 현실을 감안할 때 대학입시에서 고교 등급제의 적용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고교간 격차는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수 목적고나 비평준화 고교에는 우수학생이 몰리게 마련이다. 어느 지역에 살고 어느 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그것이 가장 공정해야 할 입시에서 차별적 요인이 될 수는 없다.
결국 교육 문화적 여건 등 학력차 원인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농어촌과 지방 중소도시, 실업계 학교 등을 더 지원하고 배려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현실에 맞는 입시문화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고교, 대학, 교육 당국이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