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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사람', 누구

서울시 교육감이 SNS에 “학교에는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다”며 “후자에 대해서 만일 개학이 추가 연기된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교사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에 대한 표현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엄연히 재택근무다. 심지어 일부 교사들은 긴급한 업무 처리를 위해 학교에 출근하는 때도 많다. 출근하지 않는 교원들도 메신저를 통해 집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비록 집이지만 업무 강도는 학교에서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필요 공문을 기안하고, 결제 상신을 하며 업무 처리를 하고 있다. 새 학기 교육 준비를 위해 아이들이 배워야 할 성취기준 재구성 작업도 벅차다. 담임 교사는 아직 만나지 못한 아이들에게 전화 상담을 하며 학습 등 생활 코칭을 하기도 한다.

 

비판이 쏟아지자 교육감은 코로나 국면에서도 교사들이 학교에 나와서 일도 하고 있고 행정실 직원들도 고생하고 있는데, 오해를 생기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다. 교육감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개학이 연기되면서, 일부 교육공무직원들이 봉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하는데 초점이 있었을 것이다. 교육감으로서 교육 현장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관한 관심을 두자는 의도였을 것이라는 짐작도 간다. 그런데도 교사들의 분노 댓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급기야 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유가 뭘까.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인식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사람들은 교사들의 방학을 언급하며, 41조 연수에 엉뚱한 비난을 했다. 아예 방학은 무노동의 상태니 무임금이 맞는다는 주장을 한다. 일반인들이 이런 생각을 해도 마음이 상하는데, 하물며 교육감이 이렇게 잘못된 생각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참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방학 중 선생님들이 쉬는 것도 오해가 없어야 한다. 방학은 교사를 위해서 만든 제도가 아니다. 학생들의 휴식권을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다. 학업을 잠시 쉬면서, 자신의 심신을 정비하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기도 한다. 이때 교사들도 성찰을 하며, 교수 방법과 가르침의 원천인 자아확립에 매진한다. 따라서 방학은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지도를 위한 휴식이다.

 

교사들이 방학에 쉬는 것은 학기 중 연가를 대체하는 성격이 있다. 연가는 공무원의 권리이지만, 교사는 학기 중에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 우선이다. 그러다 보니 연가를 사용하지 못한다. 일반 공무원은 연가 외에도 장기 재직휴가가 있어서 길게는 20일까지 쉴 수 있다. 일반 공무원은 연가보상비도 받는다. 교사는 방학이 있다는 이유로 장기 휴가도 연가보상비도 없다. 게다가 일반직 공무원은 정년퇴직하는 해에 공로휴가를 받는다. 이때 쉬면서 1년 동안 월급을 받는다. 교사는 과거에 3개월의 공로휴가가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특별한 이유가 없이 없어졌다. 이런저런 것으로 볼 때 교사는 수업 때문에 복지 면에서가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다.

 

밖에서 볼 때 선생님들은 참 편해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는 교사들은 정신없이 바쁘다. 화장실 갈 틈도 없다. 수업 중간중간에 학생들과 상담하고 업무 처리도 한다. 과거와 달리 선생님들에 대해 사회적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다. 아이들도 협조적이지 않은 태도를 자주 보인다. 어렵게 교직에 들어섰지만, 혹독한 현실의 들판에서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교사보다 대학교수는 방학이 더 길고 월급도 많이 받는다. 그런데 대학교수를 욕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교수는 전문가 집단이고, 교사는 그렇지 않다는 논리일까. 외국에서도 정년보장 교사들은 방학 때 나오지 않아도 월급이 정상적으로 지급된다.

 

우리나라는 자원도 없는 국가다. 인재를 기르는 교육이 국가의 경쟁력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가 좌우한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학생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교사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오늘날 뛰어난 인재들이 교단으로 유입되는 이유도 정부와 국민이 노력해 온 결과다.

 

우리 사회가 개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의 생각은 대중을 향할 때 정제돼야 한다. 특히 지도층의 발언 하나하나는 영향력이 크다. 아울러 특별한 이유 없이 교사를 미워하는 것도 중단해야 한다. 언제부턴가 교사들이 방학 중 국외 여행을 하는 것조차 탓 잡는 것을 봤다. 우리 아이의 선생님이 방학 중 견문을 넓히고 와서 교실에 선다면 이거야말로 꼭 필요한 자율연수다. 연수 경비를 보조해주는 못할망정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한다. 이유 없이 교사에게 냉소적 태도를 보이는 사회적 분위기는 얻는 것이 없다. 이런 분위기는 결국 교실에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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