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선생님도 쉬는 시간] 뉴스로 접한 ‘개학 연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학교 분위기도 어수선해요. 2월에 차곡차곡 준비했던 새 학기는 개학이 연기되면서 선생님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졌어요. 
 

3월 첫 주 월요일, 개학이 연기되어서 학사 일정을 조정하고 늦어진 개학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뉴스가 나오더군요. 학교 마스크 비축분 수거! 학생 인원수의 2.5배를 비축해 놓아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충분히 비축해 놓지 못해서 추가로 주문을 했어요. 하지만, 마스크는 배달되지 않았지요. 학생 수 만큼의 마스크를 준비해놓는 것도 힘들었는데 뉴스로 소식이 전해지더군요. 
 

뉴스 덕분에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이지만 학교에는 공문 한 장이 없었어요. 궁금했어요. 마스크를 정말 수거해가는지, 거둬간다면 어떻게 할 예정인지, 나중에 다시 준다면 언제쯤 줄 것인지 말이지요. 학교 현장에 있는데 공문에 의한 지휘체계가 아니라 뉴스로 먼저 소식을 접하고, 직접적인 계획이나 복안도 공문으로 전해 받지 못했어요. 마스크를 수거할 테니 학교 앞에 놓으라는 문자와 전화 한 통. 학교 정문 앞으로 택배차가 온다고 하더군요. ‘그래, 바쁘니까 그럴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공문은 없더군요. 위에서 아래로는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이면 끝나나 봐요. 아래에서 위로 가는 건 공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인데 말이지요. 
 

마스크뿐만인가요? 추가적인 개학연기 소식도 뉴스에서 들었어요. 마스크를 수거해가는 것을 보니 왠지 개학을 연기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었어요. 학교에서는 부장 회의를 해서 1안, 2안, 3안. 가능한 경우의 수를 두고 학사 일정을 다시 짜고 정리를 했어요. 오후에 교실 정리를 하고 있는데 문자가 와요. ‘초·중·고 추가 개학연기’ 인터넷 뉴스를 보니 속보가 뜨더군요. 교육부에서 발표했나 봐요. 
 

뉴스를 보고 학교에 전화가 와요. "개학 연기되는 거 맞나요?" 이런 질문에 "저희도 아직 공문으로 받은 것은 없는데, 뉴스를 보니까 연기되는 게 맞나 봐요. 나중에 정확히 말씀드릴게요"라는 어정쩡한 대답밖에 해드릴 수가 없었어요.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것은 없으니까요. 교직원이지만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창구는 오직 뉴스뿐이었지요.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교사들도 뉴스에 의지할 뿐이에요. 하루가 지나서야 그것도 오후나 되어야 공문이 오더군요. 뉴스와 똑같은 보도자료. 그렇게 ‘보도자료를 공문으로 전달하려는 의도였으면 뉴스가 나갈 때 함께 공문으로 뿌리면 되지 않았을까?’, ‘왜 우리는 교사인데도 불구하고 뉴스를 통해서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는 걸까?’ 하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들더군요.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더라도 중요한 정보는 손님에게만 전달하지 않아요. 종업원에게 먼저 공유를 하지요. 종업원은 함께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요. 뉴스를 통해서만 전달받는 정보. 마치 손님에게만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만 같아서 씁쓸하더군요. 손님은 중요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은 그냥 도구로만 여기는 것 같아서요.
 

일반 사회와 다른 군대라는 조직도 명령을 하달할 때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지침을 내려줘요. 그래야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니까요. 교사들도 일 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보다 정확하고 세세하게 알고 있어야 해요. 그런데, 만약 처리해야 할 일들을 막연하게 뉴스로만 접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교사는 우스운 사람이 될 수밖에 없어요. 뉴스에만 의지해서 학교에 문의하는 전화 한 통조차 제대로 응대하지 못하는데 누가 교사를 존중하겠어요? 뉴스를 보고 누구나 다 아는 사실조차도 정확하게 말해주지 못하는데 말이지요. 어떤 사안에 대해서 ‘이렇고 저래서 그렇습니다’라고 구체적으로 말해주고 정확하게 전달해도 신뢰를 받기가 어려운 시기인데, 공문도 없이 뉴스 한 줄에 의지해서 ‘그럴 거예요’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교사가 신뢰받을 수 있을까요?
 

교권을 지키는 일은 외부의 인식도 중요해요. 하지만 교사들의 울타리가 되어야 할 교육부와 교육청조차 교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데 누가 교권을 존중하려고 할까요? 언론과 여론에 치중한 나머지 일선의 교사들에게 마땅히 공유되어야 할 정보조차 제대로 전달해주지 않는 일. 앞으로는 개선되면 좋겠어요. 상급기관이기 때문에 여론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학교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교사들 또한 함께 중요하게 생각해주기를 바라봅니다. 상급기관에서 존중해 주는 만큼 교권도, 교직 사회의 사기도 따라서 움직일 테니까요.

배너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