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띠롱 띠롱 띠띠롱.”
간이 게임 기능이 추가된 필통에 달라붙은 눈빛들이 흥미진진하다.
“얘들아, 앞으로는 게임필통을 학교에 가져오지 말아라.”
“네, 집에서만 할게요.”
정민이와 종혁이가 사뭇 바른 태도로 대답했다.
정민이는 이튿날부터 필통을 가져오지 않았지만 꾀 많은 종혁이는 필통을 몰래 가져와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선생님 눈을 피해 살짝살짝 친구들에게 게임을 시켜준 모양이다. 그래서 300원을 벌었단다.
“선생님, 종혁이가요, 재선이 돈 1000원 가져가고 안 줘요.”
종혁이는 주머니 속에서 주먹 쥔 손안에 돈을 꼭 쥐고 내 얼굴을 말끄러미 보며 “제가 번 돈이에요”하면서 돌려주지를 못하는 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전날 슬기로운 생활시간에 시장 속 가게놀이를 공부했던 참이다.
“종혁아, 학생은 공부하는데 몰두해야지 아직 진짜로 돈 버는 일을 하는 건 반칙이야. 그 돈 재선이한테 돌려주고 식사하러 와!” 잘라 말하고 급식실로 갔다.
“선생님, 재선이한테 돌려줬어요.” 보고를 한 뒤 종혁이는 식판에 밥을 타서 내키지 않는 듯이 수저질을 한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어서 또래들보다 상식이 풍부하고 발표도 잘하는 종혁이에게 “너, 빌 게이츠, 알지?” 했더니 “세계적인 갑부지요”하는 것이다.
“그래, 빌 게이츠는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팔아서 큰 돈을 벌었고 그 중 일정액을 꼭 불우이웃 돕는데 쾌척한단다”라고 말해줬다.
마침 그 사실을 알게 된 종혁이 부모님이 선생님 말씀을 실천하자고 권해 일요일 근처 고아원 방문 때 종혁이가 필통을 다른 학용품 선물과 함께 흔쾌히 주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잘못을 깨닫고 오히려 착한 일을 한 종혁이를 위해 큰 박수를 쳐줬다.
“종혁이는 빌게이츠를 능가하는 부자가 될거야”하는 덕담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