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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현장리포트> 보건교사들의 난치병 학생 사랑


지난달 26일 이른 아침 몇 명의 보건교사들이 국채보상 공원에 종종 걸음으로 나타났다. 금세 아담한 천막들이 세워지고 뒤이어 각자의 봇짐을 이고 지고 속속 나타난 보건교사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오래지 않아 공원은 제법 근사한 야외무대로 변했고, 따끈한 약차가 보글보글 끓어오를 무렵 우리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오후 3시 이후부터 내린다던 빗방울이 모든 준비가 끝나자마자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우리는 짐을 꾸려 머리에 이고 지고 중앙도서관으로 급히 이동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오늘 우리는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학생과 가족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각자의 작은사랑을 나누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보건교사들의 난치병 학생에 대한 사랑은 이미 몇 해 전에 그 싹을 틔웠다. 99년 대구 보건교사들의 모임인 대구학교보건연구회에서는 난치병 학생 돕기 기금을 마련하고자 보건교육 자료 전시회를 열어 성금을 모금하고, 자신들의 주머니를 털어 1000만 원의 기금을 모아 50명의 난치병 학생들에게 전달했었다.

또 2002년에도 900만원의 성금을 18명 학생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구 시내에는 200여명의 난치병 학생들이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주변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다. 그런 와중에 대구시교육청은 4월 26일 난치병 학생 돕기 운동 발대식을 갖고 앞으로 5년간 대대적인 모금활동과 지원사업에 나서기로 해 마음 든든하다.

그리고 그 현장에 보건교사들이 발 벗고 나섰다. 발대식 후 열린 걷기 대회에서, 바자회에서, 건강 놀이마당에서, 일일 찻집에서, 검진 코너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보건교사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비가 온 탓에 이날 바자회에 진열됐던 물품이 꽤 많이 남았다. 이 때문에 보건교사들은 5월 1일 오후 청소년 문화센터에서 다시 한번 나눔의 장을 열었다. 맨 바닥에 자리를 깔고 주말을 반납한 채 속속 모여든 보건교사들은 다시 한번 분주해졌다. 차를 끓이고, 옷을 정리하고, 보건교육 자료를 전시하고, 풍선을 매어 달고,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방송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두 딸의 옷을 챙기시던 자상한 아빠는 커다란 옷 보따리를 4개나 들고 몹시 흡족해하셨고, 만삭의 몸으로 아가 옷을 고르던 엄마, 아무 곳에나 주저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진 아이들, 동전 몇 개로 인형을 만지작거리며 좋아하는 여자아이들, 책을 사서 머리에 이고 가시는 어머니, 보건선생님 위문 차 먼 길 오시어 따끈한 차 한 잔 드시고 성금함을 채워 준 동료 선생님들….

어느새 가로등 불빛이 환한 저녁, 돌아가는 보건선생님들의 손에도 시설에 가져다주려고 챙겨놓은 옷가지와 학교에서 급하게 대소변을 못 가린 학생들에게 입힐 옷가지들이 한 봉지씩 쥐여져 있었다. 피곤에 지쳐 어깨가 축 처질 만도 한 대 다들 병고에 힘든 난치병 학생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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