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모 지방병무청장에 이공계 출신이 발령 받았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전산직 사무관으로 출발한 그는 원래 서기관 승진까지로 제한돼 있었으나, 이 정부에서 추진해온 이공계 우대방안의 일환으로 승진기회가 확대됨에 이번에 승진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어째든 이공계를 공부한 사람으로써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요즈음 이공계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그에 못지 않은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대학 진학시 이공계를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설사 졸업을 했더라도 자기 전공분야 보다는 다른 길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서울의대 편입생 모집에 80%가 넘게 이공계 출신이 응시했다니 이공계 기피 현상이 단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1977년도 대학 입시 때 처음 실업고 특별전형이 실시되었는데, 동일계 진학시에는 정원에 30%까지 입학생을 모집했다. 당시 내가 입학한 학과에서도 40명 정원에 실업고 출신자가 12명이 입학을 했었는데 지금 단 1명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아직도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표, 교사, 대기업 중견간부, 공사임원, 대학교수 등 인문계 고등학교 출신자 보다 더 자기분야에서 최고를 추구하고 있다.
동일계 특별전형은 1982년도에 중단되었다가 2004년도부터 다시 부활되어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 갈 기회를 얻고 있다. 따라서 많은 노력을 더 기울인다면 우수한 실업계 출신자들이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지 않을까 한다. 우선 4년제 동일계 대학 진학 폭을 현재 3%에서 최소한 10%이상까지 늘려 줘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대학별로 학업수강가능 척도기준을 마련하여 신입생을 선발해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로 실업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장학금 혜택을 대폭 늘려줘야 한다. 현재 실업계는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입학하고 있으나 일부는 경제사정 등으로 진학이 어려워 실업계를 지원하는 학생도 있다. 이들이 수업료가 싼 실업계를 선택했다면 대학에 진학했을 때 많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셋째, 정부기관 및 지방 기관에서는 이들에 대한 채용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지금은 관공서에도 획일적인 인력보다는 정보화 시대에 맞는 다방면의 인력이 필요로 한다. 따라서 채용 선발시험도 전공에 맞게 출제한다면 보다 많은 이공계 출신자들이 진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실업계를 7년씩이나 공부했으면 거의 그 전공의 길로 간다. 다른 길로 가기엔 공부한 기간이 너무 길고 아깝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길이라도 본인이 원치 않으면 그 길은 좋은 길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에 맞는 환경이 필요하다.
'기능인 육성의 종국교육'에서 '진학의 기회를 갖는 종속교육'의 길을 열었으면 그에 합당한 교육정책 지원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