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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되돌아온 신발


택배가 배달됐다. 발신인은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는 제자의 이름이다. 상자를 열어보니 사이즈에 맞는 최고 상표의 구두였다.

초년 시절, 중3학생들과 대승사에서 1박을 하는 가을소풍 겸 졸업여행이 있었다. 고등학교 진학률이 70%를 밑돌았고 여학생들은 더욱 진학이 힘든 상황이었기에 어찌 보면 재학시절에 마지막으로 갖는 소풍이기도 했다.

저녁 식사 전에 벌써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녀석들이 있었다. 학교를 벗어나 풀어진 마음에 술을 마신 것이다. 생각다 못해 학생들에게 음주방법을 가르치기로 선생님들간에 합의를 했다. 숨겨준 소주를 전부 회수했더니 자그마치 2박스나 됐다.

큼지막한 절간방에서 학생들을 가지런히 앉히고 희망자에 한해 주전자의 소주를 한잔씩 따라주기 시작했다. 힘든 농사일을 하다가 새참 때면 농주 마시는 데 이력이 난 녀석들이라 두 손으로 소주를 받아들고 고개를 약간 돌려 얌전히 마신다. 비록 1박인 산사의 밤이지만 불안하기도 했다.

지도교사가 손수 소주잔을 돌렸으니 누가 아는 날이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동인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이 되어서야 깜빡 잠이 든 모양이다. 눈을 떴는데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장난끼 많은 녀석들이 체육복의 팔과 몸통을 바늘로 꿰매고 바지 가랑이를 이불에 꿰매어 놓았으니 나무등걸 그 자체였다. 소리를 질러보지만 내 모습에 박장대소할 뿐 어느 녀석 하나 도울 기미가 없다.

가까스로 밖으로 나왔더니 내 신발이 옹달샘에 잠겨 있었다. 아이들은 들뜬 기분에 장난을 쳐놓고 행여 선생님이 화를 내면 어쩔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역력했다. 신발을 건져 툭툭 털고 절벅거리는 신발을 아무말 없이 신었다.

"어어, 시원해서 좋구나."
물 속에 잠긴 그 신발이 27년만에 오늘 교무실에 배달된 것이다. 강산이 세 번 변할 즈음에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나는 오늘, 더 열심히 교육에 매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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