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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화장실 넷째 칸


어느 날인가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선생님, 예슬이 없어요"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에서 좀 늦나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한 시간의 수업이 다 끝나도록 예슬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다.

"선생님, 제가 찾아볼게요" 하면서 교실 밖으로 나간 아름이는 곧 돌아와서는 예슬이가 화장실 네 번째 칸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여기저기서 4학년 때 있었던 예슬이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수학이나 미술시간 등 자기가 못한다거나 하기 싫은 일은 전혀 하려 들지 않고 무슨 불만이 그리 많은지 말을 언제나 퉁명스럽게 내뱉고…. 이 일이 있은 후 예슬이가 화장실 네 번째 칸을 찾는 일은 두 번 더 반복됐다.

그러던 어느 날, 뜀틀운동을 하는 체육시간이 돌아왔다. 역시 하려 들지 않는 예슬이에게 방법을 재차 설명하고 용기를 주며 넘어보게 했다. 예슬이는 자신도 모르게 뜀틀을 훌쩍 뛰어넘었다. 성공을 축하하는 아이들의 환호 속에 쑥스러움과 기쁨으로 어쩔줄 몰라하던 예슬이에게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보내주고 교실에 들어와 포상까지 해줬다.

이 일을 계기로 예슬이의 행동은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전혀 하려 들지 않던 미술작품을 완성하기도 하고 학부모 공개수업날에는 역할극을 멋지게 해내 칭찬을 받기도 했다. 수학시간에도 문제를 풀려는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모둠토의 학습 후에는 발표하겠다고 손을 번쩍 드는 적극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 학급의 마니또 행사에서 최고의 천사로 뽑힌 5명에게는 내가 상을 주고 최악의 천사 4명에게는 학급회의를 통해 한달 간 청소라는 벌이 내려졌다. 예슬이도 최악의 천사로 뽑혀 한달 간 청소를 하게 됐다.

"선생님, 전 한달 동안 봉사한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아니, 예슬이가 그런 멋진 생각을 하다니! 그래, 어차피 할 일이라면 좋은 방향으로 바꿔 생각하는게 즐겁겠지?"

오늘도 손에는 빗자루를, 얼굴에는 미소를 담고 즐겁게 청소하는 예슬이를 보며 나는 마냥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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