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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인식의 과오’를 넘어 ‘New 르네상스’로

북한의 교육 현실은 우리에게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우리보다 열악할 것이라는 추상적 인식이 전부다. 북한 교육은 대한민국 교육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또 통일 ‘대박’을 이루기 위해 우리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답해줄 적임자가 있다. 남북한 양쪽 교육을 모두 경험한 장본인, ‘탈북자 1호 박사’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을 만나봤다.

사진| 한명섭 객원기자



출신성분에 가로막힌 북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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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교육은 사실상 의무교육 기간 안에 모든 게 끝나요. 출신성분이 좋아야만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우리는 입시교육 위주잖아요. 부모와 학생의 의지만 있다면 모두가 대학에 갈 수 있는 환경, 거기서부터 남북한 교육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북에서는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출신성분이 나쁘면 대학에 갈 수 없어요. 그러니 교육열도 우리에 비해 턱없이 낮을 수밖에 없죠.” 고등교육을 받을 자격이 부모의 직업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북한 학생들에게는 교육에 대한 동기부여가 결여된 상황이라는 게 안 소장의 설명이다.
북한 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의무교육 기간이 12년이라는 점이다. 소학교 전(前) 과정 1년, 소학교 5년, 중학교 초급반 3년, 고급반 3년을 전부 포함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후 체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12년제 의무교육을 도입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등학교 과정까지가 의무교육인 셈이다. 숫자상으로는 우리보다 교육복지가 뛰어나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우리와 비교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영어, 수학,과학 할 것 없이 전 과목에서 우리 학생들 수준과 비교가 안 돼요. 탈북 청소년들을 봐도 알 수 있죠. 중학교 초급 과정까지 북에서 배우고 온 아이들이 남한 초등학생 정도의 수준입니다.”
우리와 비슷한 점도 있다. 영어와 사교육 열풍이다. 안 소장은 “제가 북에 있을 때만 해도 러시아어 위주였는데 요즘은 영어가 인기가 많아요. 평양의 국제관계대학이나 평양 외국어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영어 싸움이 대단합니다. 북한 청소년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 1순위가 한영 전자사전”이라며 “영어 과외를 받는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대학 교수들이 대학에 올 학생들 영어를 가르치면 3백 불 정도 받아요”라고 말했다. 당국도 사교육에 대해 전혀 제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는 과외 받는 학생들이 간부급 자녀들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일반 주민들은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킬 이유도, 금전적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통일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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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통일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안 소장은 “사실상 통일교육이랄 것이 없어요. 남한에 대한 객관적 지식이 교사, 학생 모두에게 부족한 상황이죠. 당국에서 말하는 대로 습득하는 게 전부”라며 “남한은 헐벗고 굶주린 나라라는 게 북한 주민들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북한 주민을 바라보는 시각과 같은 셈이다. 하지만 많은 북한 주민들이 통일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사람들은 전쟁이나 확 터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해요. 그 말에는 두 가지 함의가 있어요. 남한과 통일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북한이 무너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대체해서 표현하는거죠.” 북한 주민들은 통일을 현재에서 탈피할 유일한 탈출구로 보는 인식이 높다고 전했다. 반면 우리의 통일교육은 비교적 잘 돼 있다고 평가했다. 안 소장은 현재 대학에서 북한정치학, 북한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이미 학교에서 북한과 통일에 대한 교육을 잘 받고 와서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했다. “우리 학생들은 통일이 되면 가난한 북한 주민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해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의 열악한 상황만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인해 ‘인식의 과오’가 발생하는 겁니다.” 안 소장이 말하는 ‘인식의 과오’는 북한의 변화에 대해 객관적으로 교육하되 통일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과의 경제적 격차로 인해 통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하지만 교육이 보다 미래지향적인 그림을 학생들에게 제시해줘야 합니다. 북한은 인건비도 저렴하고 자원도 풍부해요. 잘 활용하면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노동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영토는 지금의 두 배로 확장되는 거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디지털 산업과 연결되면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가 16세기에 통일을 통해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잖아요. 한반도 통일은 ‘New 르네상스’를 이룰 수 있는 길입니다.”

‘먼저 온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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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소장은 탈북자들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칭했다. 2만 7천 명의 탈북자들을 통해서 통일 후 북한 동포들과 어떻게 이질감을 극복하고 통합해 나갈지 모델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소장은 이를 통일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으로 제안했다. “탈북 청소년과 우리 학생들이 통일에 대해 토론을 하는 방식을 수업에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어요. 탈북자들이 북한 실상에 대해 그대로 말해줄 수 있는 산증인이기 때문이에요. 그들과 무릎을 맞대고 이야기하면 서로 몰랐거나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개선할 수 있죠.” 통일을 ‘대박’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소박’하다는 안 소장. 우리는 통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의지가 부족하다며, 교육이 통일 인식 변화의 첨병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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