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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연극 왜 필요할까?

탁월 학교 수업에 연극을 접목하는 방법, 결코 어렵지 않다. 교사가 쇼맨십이 있지 않아도 연극을 잘 몰라도 학생들과 함께 수업 속에서 즐겁게 연극 한 판 벌일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교사는 학생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 있고, 학생들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지식을 체득하게 된다. 필자가 우리나라 교실에서 접목 가능한 교육연극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3월이 되었다. 교실에는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들이 무언가 즐거운 일이 없을까 하고 잔뜩 기대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과 즐겁고 유익한 수업을 하고 싶은 것은 모든 교사들의 소망이다. 연극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는 디킨스의 작품을 공연했던 경험이 있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 몸이 오그라들 것 같다. 얼마나 재밌었는지 고사리 손에 대본을 들고, 이 친구 저 친구 집을 돌아다니며 연습하던 때가 아직도 그립다. 조별 연극경연에서 당당하게 으뜸상과 연출가상을 받고 부상으로 꽈배기 도너츠를 받았던 기억. 그때부터 연출가의 꿈을 키웠다. 힘을 모아 무언가 완성했다는 자부심이야말로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준 힘이다. 그러니 그 자부심과 자존감은 초등학교 시절 받은 선물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아닐까 한다.
그 기억에 교사가 된 다음 가능하면 많은 학생들에게 연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자 했다. 학급 생일잔치 때 모둠을 나누어 연극경연을 하고, 수업시간에 단원을 재구성하여 연극을 하기도 했다. 중학교 3학년 사회를 가르치며 1년 내내 연극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하였다. 아테네 민회 만들기, 사회적 쟁점 연극-논쟁, 사회문제 UCC 만들기, 경제사 장면 구성하기, 세계여행 브리핑하기 등.
되짚어 생각해 보니 그동안 해 오던 수업, 그게 바로 교육연극이었다. 거꾸로 추론해 올라가 모형을 연구해 보니 과정드라마였고, 토론연극이었다. 사실 아무런 이론적 배경 없이 연극을 활용하여 수업한 것뿐이었는데 연극공부를 하고 보니 이미 교육연극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연극이란 무엇일까?
교육연극은 말 그대로 교육을 위해 활용되는 연극이다. 연극은 예술의 한 분야지만, 교육 상황에 끌고 들어오면 교육연극이 된다. 다만 주종이 바뀌는 것뿐이다. 교육연극은 교육이 주된 목적이 되고 연극은 교육을 위한 도구로서의 기능을 지닌다.
연극을 교육활동에 적용한 사례는 많다. 그러나 ‘교육연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전문적인 연구와 수업에 적용되기 시작한 역사는 20세기 중반이다.
흔히 DIE(Drama In Education)이라든지, TIE(Theater In Education)라는 명칭은 아직도 생소하기만 하다. 또한 그 구분도 애매하다. 교육연극은 연극이라는 예술과는 달리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의미에서 과정드라마(Process Drama)라고도 한다. 교육현장에 적용된다는 의미에서 학교연극이라고도 한다. 아래 표에 제시된 형태 이외에도 흔히 역할놀이,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수업시간에 활용하는 방식이 있다. 

교육연극, 왜 필요한가?
상상력이 우리의 답이다.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현재와 미래를 지향하는 사고의 답도 상상력이고, 민주시민에게 필요한 덕목도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단순히 어떤 상황을 그려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처한 상황의 또 다른 입장을 고려하고 되짚어보며 전체적인 윤곽 속에서 판단을 하도록 이끄는 힘이다.
학생들에게 함께 살아가야 할 사회 공동체의 이상으로 민주적인 가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민주시민으로서의 의사결정이, 다양한 입장을 고려하여 조화로운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라면 다른 입장에 대한 역지사지(易地思之)는 필수요건이다. 연극은 역지사지를 ~as if(마치 ~인 것처럼) 생각해 보도록 한다.
교실 속에서 어떤 주제를 가지고 협동하여 연극을 제작하고, 그 과정에서 토론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 연기를 해보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게 한다. 또한 잘 구성된 교육연극 프로그램은 학생들을 다양한 매체나 자료와 대면하면서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이끈다. 교육연극을 활용한 수업은 주어진 단원을 강의 방식이나 여타의 토론 방식으로 수업하는 것에 비해 오감을 깨우고 신체를 전체적으로 사용하면서 구성원끼리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즉 협동하는 가운데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함께 협동하여 얻어낸 성과를 더불어 기뻐할 수 있는 경험을 주는 것이 바로 교육연극이다. 형제도 없이 혼자만 자라고, 경쟁으로 내몰려진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경험을 주는 것이다.

인간은 존엄하잖아요? 창의성을 길러주세요!
요즘 들어 학교를 둘러싸고 가장 많이 화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학교폭력 그리고 인권이야기다. 학교생활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소소하게 들려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중매체나 언론을 통해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선생님과 제자 사이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많다. 그런 이야기로 대중의 시선을 끌기에는 부족하니 충격적인 사건만 보도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학교는 마치 폭력과 폭행이 난무하는 무법천지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또 더불어 살아가는 가운데 교육도 있고 행복한 삶도 꿈꿀 수 있는 것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경쟁 위주의 서열화 교육이 백년의 과업인 사람 교육을 가로막고 있는지 암담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사람이 저마다 존중되는 민주주의 사회는 편안한 전제정치보다 시끄러울 수 있다. 구성원의 공동 관심사가 다양하고 저마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다. 아무리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강하고 인권과 공동체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가지고 있어도 창의성이 부족하다면 주어진 다양한 상황에 대해 사고할 수 없으며 결국 상급자의 지시를 기다리는 갑갑한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
이제 어떻게 창의성을 교육할 것인가?
창의성은 인식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가능하다. 훌륭한 창조물들을 직접 보고 느끼며, 또 여기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창의적인 산물을 만들어 내놓을 수 있는 경험으로 길러지는 것이다.
창의성 함양의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창의성의 부분이 되는 여러 부소 능력들의 훈련과 창의적인 경험을 많이 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창의적인 경험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그것으로 창의성 교육은 이미 충분히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학생들의 창의성에 가장 큰 도움이 될까?
예술작품에 대한 체험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다(Parsons & Blocker, 1993). 예술은 근본적으로 앎의 방식이다. 다만 앎의 도구로 지성이 아니라 정서가 사용되었을 뿐이다(Goodman, 1968). 학문은 어떤 상황에 대한 지식을 부분 부분 따져가며 얻지만 예술은 그 상황, 그 감성 자체를 송두리째 지식으로 획득한다(Langer, 1957).
민주시민 교육을 위해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또 다양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인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그 창의성을 함양하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 예술적 경험이라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예술과목만 가르치자는 것은 아니다. 여러 예술을 여러 교과목의 교수-학습 방법으로, 혹은 교재로 폭 넓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은 여타의 예술 장르에 비해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이 낮아 쉽게 접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연극을 활용한 수업은 누구나 쉽게 시도가 가능하고 그 효과도 크다. 자 그럼 이제, 연극을 교실로 초대해보자.

교육연극 언제부터 시작했나?
16세기 태동, 청소년 문제 커지자 20세기 부활
교육적 목적으로 연극을 제작한 역사는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법학교에서는 청소년들의 도덕적 훈육과 라틴어, 또 수사학의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연극을 활용했다(Swortzell, 1990, p. 113). 그러나 이러한 전통은 거의 잊혀지다가 20세기 중반 청소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다시 부활했다.
미국 교육연극의 시초는 1900년대 게토지역의 사회복지사 허트(Alice Minnie Herts)가 창설한 어린이 교육극단이다. 이후 1920년대는 미국의 교실에서 창조적 드라마가 조직화되어 실행되었다. 이 시기에 학교에서 드라마 활동을 수행하고 그것을 이끌 사람을 훈련하기 위한 방법론이 발달되었다. 워드(Winifred Ward, 1884-1975)가 창안한 ‘창조적 드라마’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보편적인 방법론으로 활용되었다.
한편 20세기 초 영국에서도 교과활동과 교실활동으로서 연극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많은 실험과 교사들의 노력이 등장하였다.
쿡(Henry Caldwell Cook, 1886~1937)이 제 1차 세계대전 이전에 교육적 방법으로서 드라마를 가장 먼저 주장하였다.
그는 학습에 대한 핵심으로서 공연과 놀이를 강조하면서, 연기는 학습하는 데 확실한 방법이라고 했다. 교육계에서 일어난 새로운 교수학습관은 ‘아동중심학습’과 ‘행함으로써 학습’(learning by doing)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1950~60년대에는 DIE(Drama-In-Education)와 TIE(Theater-In-Education)가 영국에서 빠르게 성장하여, 마침내 1960년대 후반 드라마는 많은 학교에서, 모든 학년 수준에서 공통 활동이 되었다. 영국에서는 1966년 영국 예술위원회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연극에 관한 규정(The Provision of Theater for Young People)’을 완성함으로써 전문극단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공연하는 수준을 넘어선 본격적인 교육연극이 활발하게 생성되었다. 여기서는 이러한 활동의 목표를 점증하는 아동, 청소년의 사회·심리적인 문제를 치유로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명백히 교육적 의도를 가지고 있으면서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연극을 이들은 아동극(Children’s Theater)과 구별하기 위해 ‘교육연극(Drama in Education: DIE)’이라고 명명하였다. 영국에서는 이렇듯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연습의 과정으로 교육연극이 등장한 것이다.
영국의 교육연극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두 인물은 슬레이드(Peter Slade, 1910~)와 브라이언 웨이(Brian Way, 1923~)였다. 이들은 드라마의 목적을 ‘아동의 개별적 성장’으로 보았다. 이에 반해 헤스컷(Dorothy Heathcote, 1926~)은 인류학적 관점에 근거하여 사회적 사건을 강조하면서 전체 그룹과의 상호작용에 기초된 철학에서 드라마 수업을 시작하였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는 사회적 구성주의 관점과 유사한 교육관을 견지하고 있다.
(정성희(2006), 교육연극의 이해. 서울 연극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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