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6월 29일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계획에서 단연 눈에 띄는 대목은 디지털교과서의 전면적 적용이다. 디지털교과서 사업은 이번에 갑자기 발표된 내용이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007년부터 일부 교과에 대해 지속적으로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고 있으며, 100개의 연구학교 운영을 통해 꾸준하게 효과성을 검증해 왔다. 디지털교과서는 한정된 내용만을 담아야 하는 서책형 교과서에 비해 효과적인 수업매체임에 틀림없다. 동영상이나 사진과 같은 멀티미디어 수업자료를 활용할 수 있고, 문제집과 참고서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검색 및 사전 기능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연결로 다양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현장 적용 위한 사전연구 · 법적 장치 보완돼야 그러나 디지털교과서가 학교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첫째는 역설적이게도 디지털교과서가 가지고 있는 기술본위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그간의 연구학교 운영 결과에서 보면 교사들이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것은 심리적 ·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디지털교과서는 기술의 발전을 수용하되, 학생과 교사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돼야 한다. 정보의 활용에서 나타나는 역기능에 대해서도 면밀한 사전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학습 모델을 개발하고, 연구학교 운영 등을 통해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교과서가 교과서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법 ·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 학교현장에서 교육정보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 저작권법의 정비가 필요하며, 서책형 교과서의 검 · 인정절차에 준하는 디지털교과서의 검 · 인정 체제가 빠른 시간 내에 마련돼야 한다. 특히 디지털교과서의 개발과 적용을 위해서는 막대한 국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정밀한 사전 분석과 정책 입안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과 효과적인 집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개발 아닌 수업활용을 위한 총체적 재구성 필요 셋째,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학교현장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에 대한 확고한 비전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최첨단 IT기술의 도움으로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해서 학교현장이 쉽게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위험할 수 있다. 지난 5월 ‘서울디지털포럼 2011’에서 강연했던 세계적 IT 미래학자이자 저명한 경영컨설턴트인 니콜라스 카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정보의 홍수가 오히려 인간들의 깊은 사고를 방해하고 있다”는 점을 뼈아프게 지적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번역된 그의 저서 는 디지털교과서나 스마트교육의 추진에 있어서도 우리가 어떤 점을 경계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결국 미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느냐 못하느냐는 디지털교과서 자체가 아니라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 운영과 학습의 방법, 즉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은 정보화를 도구적으로 활용하는 기존의 체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육적 수요를 충족시키고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도록 교육현장의 변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 차별화된다. 디지털교과서의 적용도 마찬가지이다. 보다 풍부한 수업과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단순히 서책형 교과서의 디지털 변환이 아닌, 보급 및 유통, 수업 방식, 활용 방법에 대한 총체적인 재구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