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tee 백유라 | 서울 고산초 교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처음 발령을 받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인연이 닿아 미술 수업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운 백유라입니다. 미술 수업에 대한 저만의 노하우를 쌓아가고자 노력함에도, 아직 부족함을 느낍니다. 마침 선생님께서 수석교사가 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도움을 요청해 봅니다.
올해 6학년을 지도하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알찬 학급경영과 수업지도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보았습니다. 역시나 좋아하는 과목 1위가 체육이었고 싫어하는 과목 1위로는 미술이 나왔답니다. 미술에 관심을 갖고 지도하는 저로서는 어떻게 하면 미술수업을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더더욱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6학년 미술 교과서에서는 생소한 현대미술 부분이 많이 등장해 저조차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1단원 상상표현, 3단원 다양한 표현, 12단원 현대 미술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요. 좀 더 재미있는 미술수업을 위해 현대미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법과 이를 적용한 수업지도 사례가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Mentor 이애련 | 서울 영도초 수석교사
백유라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고민을 듣고 보니 몇몇 선생님과 미술수업 지도방향에 대해 토의하던 몇 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선생님은 미술수업에 관심이 많으셔서 공개수업 과목으로 미술을 선택하신 적도 있었지요? 다른 학교로 전근 가서도 미술수업에 대한 열정은 변함없으신 듯해 미술과 수석교사로서 정말 뿌듯함을 느낍니다.
먼저 선생님의 질문 속에서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미술을 싫어하고 있음을 알 수 있군요. 이번 기회에 미술수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확실히 보여 줘 볼까요?
고학년이 될수록 아이들은 미술수업을 싫어하게 됩니다. 그 이유를 아동의 미술 발달단계를 살펴보면서 알아보지요. 표현에 대한 욕구가 강해 그리기 자체가 즐거움으로 나타나던 표현의식 시기를 지나면서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인 표현이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형태의 표현에 관심이 커지는데, 그것은 사물에 대한 일정한 개념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과 판단력의 발달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이 그리는 그림이 생각했던 것만큼 따라가지 못할 경우, 그리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미술수업이 점점 재미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미술을 싫어하고 어려움을 겪는 고학년 학생들이 미술에 흥미와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 현대 추상미술을 접목시켜보면 어떨까요? 추상미술의 다양한 표현 방법을 이해시키고, 이를 미술 수업 시간에 활용한다면,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리는 재미있고 창의적인 미술수업이 될 것입니다. 회화는 단순히 재현적인 묘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표현방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임을 아이들이 알게 된다면 좋아하는 과목 1위가 미술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선생님께서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해하시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겠지요.
추상미술 표현방법을 적용한 다양한 기법으로는 저학년에서 사용하는 데칼코마니, 프로타주, 스크래치 등과 함께 콜라주, 흘리기, 포토몽타주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선생님이 맡으신 6학년을 위해 고학년에 어울리는 기법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그렇다고 데칼코마니나 프로타주, 스크래치 등을 전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학년 때 많이 사용해봤을 기법 같아서 나머지 3가지 기법을 살펴보는 것이랍니다).
콜라주는 ‘붙이기’ 또는 ‘풀칠’이란 뜻으로 현대 미술가들이 애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물감과 크레파스 등으로만 표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형 세계의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경험한 것 나타내기’ 단원에서 경험이 풍부하지 못하거나 사실적인 묘사력에 자신감이 없어 완성도가 떨어지는 아동들을 위해서 잡지에 나와 있는 그림이나 사진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지도해 보세요.
흘리기는 판지 위에 물감이나 먹물을 방울로 떨어뜨리고, 물감이 마르기 전에 그 판지를 여러 각도로 기울여 물감이나 먹물이 흘러내리게 하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엷은 색으로 흘리고, 말린 다음에 조금 진한 색으로 그 위에 겹쳐 흘려 색의 중복이나 조화의 효과를 맛볼 수도 있습니다. 우연을 통해 훌륭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기법입니다.
포토몽타주는 여러 장의 사진을 적당히 맞추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콜라주의 여러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종 사진을 오리고 찢을 때 우연히 생기는 기하학적인 모양을 잘 이용해 서로 상반된 사진을 붙이기도 하고 비현실적인 장면이 연출되도록 하는 것으로, ‘우연의 효과’를 강조한 기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백유라 선생님. 재미있는 미술 수업을 위해 현대미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법과 이를 적용한 수업 지도 사례를 문의하셨는데 도움이 되셨나요? 선생님께서 처음에 말씀하신 대로 현대미술을 초등학교 미술수업에 적용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술수업은 만들기 또는 수채화나 크레파스로 그림 그리는 고리타분한 시간’이라는 인식을 없애고, 아이들이 접하는 미술 영역을 확대시켜 주기 위해서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기법을 미술 시간에 꾸준히 도입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교사가 현대미술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수업에 대해 부단한 연구를 해야 합니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아보시면 현대미술과 관련한 많은 전시회등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주말과 방학 기간을 이용해 전시회장을 직접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미술 수업에 대한 교사의 이러한 열정과 자세를 통해 아이들은 분명 ‘미술=재미있다’라는 인식을 형성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