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현직 교사의 3분의 1 ‘탈진 증후군’
프라이부르크(Freiburg)대학교 정신신체의학과 요하임 바우어(Jochaim Bauer)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현직 교사들 가운데 3분의 1이 탈진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탈진증후군은 스트레스로 피로가 누적되고 일에 대한 정열과 열정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의학적으로 탈진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왜 많은 교사들이 탈진증후군을 앓게 되며,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바우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교사들은 교실에서 학생들의 폭력적 언어와 공격적인 태도에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교과 과정과 수업내용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비해서 교사들은 이런 학생들의 태도와 관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 그래서 학생들과의 갈등에 대처하는 법, 교실에 적합한 목소리, 언어생활, 신체언어 그리고 학부모와 관계 등 ‘상호관계 형성능력’에 대한 교육을 세미나 또는 워크숍을 통해 새롭게 해야 한다고 바우어 교수는 강조하고 있다.
교사들은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학생들을 더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먼저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하고 그 노력의 결과(예를 들어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즐거워하거나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등)를 보이는 교사들에게는 이에 따른 인센티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바우어 교수는 제안하고 있다.
65세 정년까지 건강한 선생님으로 교단에 설 수 있기 위해서는 교과 내용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더불어 학생들과 좋은 관계 속에서 가르쳐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많은 선생님들이 직면해 있다.
본(Bonn)대학교 교육학과에서 교직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심리분석적 이론에 기초하여 효과적인 상호관계 형성능력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는 안네폰데어 라이트(Anne von der Leith)씨(67)를 만나 보았다. 라이트씨는 독일어 교사로 일하다 조기에 은퇴하고 15년 전부터 교사로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심리분석적 이론에 기초한 개별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돕고 있다.
라이트 씨의 견해로는 많은 사람들이 기쁨, 슬픔, 분노, 심적 상처의 네 가지 영역 가운데 특히 어린 시절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받은 상처와 분노의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처와 분노의 감정 부분을 건드리는 유사한 상황에 접하기만 해도 쉽게 감정에 치우친 행동을 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억울한 대우를 받은 상처가 있는 부모가 있다고 하자. 그 부모는 자기 자녀가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되면 자녀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 당시에 표출하지 못했던 억울함과 분노를 현재 자녀의 선생님에게 표현하게 된다. 그러면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자신에게 지나치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부모로 인해 마음이 상하게 되고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에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흥미를 잃어가게 된다.
교사를 위한 심리분석 상담교육 필요해
이에 대해 라이트 씨는 교사와 학생관계, 학생들 간의 관계 그리고 동료 교사들 간의 관계 등 학교라는 공간에서 발생 가능한 갈등 요소들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심리분석적 상담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담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역추적해 나가는 과정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다른 문제가 생기면 문제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문제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추천하면 자신에게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주위의 시선과 편견 때문에 상담받기를 주저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삶에 흥미가 없어졌다거나 직장생활에서 누군가와 갈등관계에 처해 있다면 한번쯤은 심리분석 상담가를 찾아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폭력과 공격적인 태도에 분노를 느끼거나 상처를 받은 선생님들이 그냥 학생들을 용서하는 것은 최선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과 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그 외의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조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라이트 씨는 강조한다. 분노와 상처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한 채 교사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른 학생들에게 분노를 잘못 표출하게 되어 또 다른 학생의 마음을 다치게 해 선생님을 미워하거나 학교가기를 싫어하는 아이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명예직 판사이자 쟁의조정위원인 지그프리트 산투라(Siegfried Santura) 심리학 박사를 만나 어떻게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서로 간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물어 보았다. 산투라 박사는 “소송 사건의 많은 부분이 대화 부족에서 오는 갈등에서 시작된 사건이기 때문에 모든 파트너 관계에서, 특히 학교에서 서로 간의 대화는 알파와 오메가로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1년에 두 번 있는 학부모 면담 시간 외에 추가로 교사, 학부모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 간의 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여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선생님이 학교에 재미를 못 느낀다면 아이들도 그 선생님이 가르치는 내용에 흥미를 잃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교사가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아이들이 느끼게 되고 바로 학부모에게 전달된다. 이에 학부모가 다시 교사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교사는 직업생활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교사-학생-학부모 사이에 신뢰가 회복되고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되므로 많은 갈등이 줄어들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 법정 소송까지 가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산투라 박사는 말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직장인의 40%가 탈진증후군을 경험했다는 독일 심리학회 보고가 있었다. 교사라는 직업은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에 속한다. 그래서 다른 직업보다 탈진증후군에 빠질 확률이 높다. 탈진증후군의 증상은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의욕 상실감과 피로감을 호소하게 된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두통, 수면 장애, 위경련, 기능장애 등이 나타난다.
선생님이 건강상의 이유로 결근을 하면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일반적으로 수업을 어떻게 보충할 것인가에만 관심을 가지지 정작 아픈 선생님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선생님이 아픈 이유가 학교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것인지, 아닌지 학교와 학부모가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 그리고 선생님 스스로도 이를 확인해 보았으면 좋겠다.
칭찬은 최고의 교수법이라고 한다. 학교와 학부모들이 노력하는 선생님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학교, 그 곳에는 학생들의 건강한 웃음소리가 넘칠 것이다. 그리고 그 학교 선생님들은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정년을 맞이할 것이다. 그런 학교가 많아지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