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5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가정결손을 이겨내는 유익한 결단을 하자

연산군과 이황은 결손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아주 색다른 인생을 살아갔다. 한쪽은 자신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갔고 한쪽은 역사에 길이 존경받는 빛나는 별이 되었다. 이렇게 된 원인이 결손가정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은 아주 분명하다. 생의 중요한 시점에서 두 사람이 내린 결단, 그리하여 두 사람이 만들어 간 삶의 발자취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면 지나치게 심리적인 해석일까?

이황의 결단을 따를까? 연산군의 결단을 따를까? ②

<11월호에서 이어집니다>
같은 결손가정을 배경으로 가졌지만 연산군과 이황을 비교하면 몇 가지 두드러진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결손가정도 상황과 배경에 따라 다르다
첫째, 가족 간의 상호작용에 차이가 있었다. 가족은 핏줄로 연결된 특수한 집단이다. 이 특수한 집단 속에서 경험한 내용은 이후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어린 시절 가족구성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질과 양은 매우 중요하다. 상호작용의 질이란 가족구성원들 간에 얼마나 깊은 애정과 사랑이 담긴 교류가 이루어지는가를 뜻하고 상호작용의 양이란 교류가 이루어지는 횟수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상호작용의 질이 좋고 그 횟수가 많을 때를 이상적이라고 한다.

연산군의 경우는 상호작용의 질과 양 모두에 문제가 있다. 일단 아무 조건 없이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생모가 없었다는 점, 계모인 정현왕후가 정을 담지 않고 겉치레로 대했다는 점, 할머니인 인수대비 역시 손자를 까다롭고 차갑게 대했다는 점, 아버지 성종마저 의례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점 등에서 상호작용의 질이 매우 떨어졌으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연산군이 할머니나 아버지 품에 안겨 재롱을 떨고 어리광 부리는 모습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거기다 궁중 생활 법도상 서로 만나서 허물없는 시간을 가질 만한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아서 상호작용의 양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이황은 상호작용의 질과 양에서 연산군보다 훨씬 더 좋은 처지에 있었다. 아버지는 없었지만 생모인 어머니와 함께 살았고 생모가 특별히 이황을 귀여워하였다는 점, 막내로 태어나는 바람에 다른 형제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이라는 점, 형제들 사이에 우애가 좋았다는 점 등이 이렇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다. 특히 생모와 더불어 많은 형제들이 좁은 집 안에서 부대끼며 살았으므로 다양한 형태의 접촉이 많았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둘째, 부모의 사랑에 대한 절대적 확신에 차이가 있었다. 연산군은 부모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했다. 계모인 정현왕후에게 정을 주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연산군은 정현왕후에게 무언지 모를 거리감을 느꼈던 것 같다. 모두가 쉬쉬하고 있었으므로 정현왕후가 생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는 없었겠지만 본능적으로 다른 엄마들과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에게는 무려 30여 명의 자녀가 있었고 장남이라고 해서 연산군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상황이 이쯤 되면 부모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부모의 사랑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세상살이가 아주 혼란스러워진다.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 의심되기 때문에 그 위에 쌓이는 다른 모든 관계도 믿기 어려워진다. <연산군일기>에 부정적이고 음험하다고 표현된 연산군의 성품은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 바로 이런 측면을 지적하고 있는 듯하다.

반면 이황은 어머니로부터 절대적이고 확실한 사랑을 받는다. 양친으로부터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어머니로부터 의심할 여지없는 풍성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이황 스스로 ‘나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분은 어머니’라고 할 만큼 이황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헌신적이었다. 그리하여 이황은 평생 어머니를 소중하게 모시고 정성을 다하여 섬겼다. 이황이 어머니로부터 배운 사랑, 그리고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는 이황의 세상살이에 그대로 적용된다. 그는 가족과 친척, 배움을 구해 찾아온 문인, 서신을 교환한 지인과 학자, 벼슬길에서 만난 관리와 백성 등 접하는 모든 사람을 신뢰하고 성실하게 대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여기에는 그가 탐구한 성리학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어릴 때 형성된 튼튼한 기본 신뢰감도 한몫하고 있다.

믿음 속에 자란 이황 vs 불신 속에 자란 연산군
셋째, 주변의 지원 환경에 차이가 있었다. 연산군은 궁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았지만 관계의 친밀도나 깊이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일단 폐비 사건으로 인해 연산군의 외가 사람들은 연산군을 만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 설사 연산군을 만났더라도 만에 하나 의심되는 행동을 하면 목숨이 위험했을 터이므로 말과 행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친가 쪽 사람들도 인수대비와 성종의 눈치를 보며 연산군을 서먹하게 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궁궐 안에 심정적으로 연산군을 동정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왕세자인 그와 터놓고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러니 연산군 입장에서 무슨 말을 해도 괜찮을 정도로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으리라. 겉은 화려한 왕세자였지만 속은 사무치는 외로움이 가득했을 법하다.

반면 이황은 주변에 튼실한 지원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진성 이씨라는 친족 세력이 이황을 둘러싸고 있었다. 비록 이들이 이황 가족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했을지라도 심정적·학문적으로는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황은 어울려 함께 공부할 정도로 사촌들과 친하게 지냈고 숙부는 직접 그에게 <논어>를 비롯한 유교 경전을 가르치기도 했다. 여섯 살 때 이웃 노인에게서 천자문을 배웠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이웃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또 천등산 봉정사에 친구와 함께 공부하러 들어간 것으로부터 판단하건대 속내를 털어놓고 앞날을 꿈꿀 수 있는 막역한 친구들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넷째, 결단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 앞의 세 가지 차이점은 두 사람의 배경적인 특성에서 찾을 수 있는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연산군과 이황의 인생을 결정한 가장 큰 요인은 이들이 스스로 내린 ‘결단의 내용’에 있다. 연산군은 아마도 두 번의 결단을 내린 듯하다. 한 번은 왕위에 오르고 4년이 지난 후에 ‘사람들로 하여금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내 앞에 무릎을 꿇게 하겠다’는 것이요, 또 한 번은 생모의 폐비·사사 사건에 대한 전모를 알고 난 직후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이황의 결단은 ‘평생 성리학을 탐구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연산군의 결단은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를 일으키며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간 원인이 되었고 이황의 결단은 성리학의 최고봉에 서서 21세기가 된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대학자로 우뚝 서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연산군이 제 명을 다 살지 못한 채 비명횡사한 것도, 이황이 세상 사람들의 우러름을 받으며 70세의 장수를 누린 것도 모두 이 결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연산군과 이황을 들어 결손가정의 자녀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인생길을 살펴보았다. 이제 결손가정의 자녀 입장에서 어떤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는 게 좋을지 정리해 보자.

첫째, 더불어 사는 가족과 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부모 형제가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은 경우를 빼면 결손가정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 가족이 있다. 이 가족과 보다 밀도 있고 친밀감 넘치는 관계를 맺어 나가도록 한다. 불행한 현재의 조건을 원망하며 서로 탓을 하거나 다투는 대신 서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배려하는 생활을 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남아 있는 가족들끼리 사랑과 애정을 다져 가는 것이다. 이는 다른 가족을 위하는 일일 뿐 아니라 자신 스스로를 위하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다.

둘째, 마음에 의심이 남지 않도록 부모의 사랑을 확인한다.
흔히 부모가 이혼을 하면 자녀들은 ‘부모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또는 ‘나 때문에’ 이혼하게 되었다는 오해를 하고 고민한다. 이것이야말로 오해일 따름이다. 대개의 경우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것과 이혼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이혼은 둘 사이에 풀리지 않는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서 한 선택일 뿐이며 부모의 자녀 사랑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만일 부모의 사랑이 의심되면 마음에 묻어 두지 말고 부모에게 직접 물어보고 확인하라. 부모의 사랑에 대해 찝찝한 구석을 남겨 두면 평생 개운하게 살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를 반드시 풀고 넘어간다.

셋째, 주변에 살가운 지원 세력을 만든다.
사람은 자기에게 흠이 있다고 판단하면 몸을 사리고 사람들 눈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또 쓸데없는 자격지심 때문에 과잉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방어적인 자세로 사람들을 대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해서는 문제가 더 나빠질 뿐이다. 사실 힘이 많이 들고 마음이 많이 아플수록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 그러므로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물러나지 말고 오히려 그 관계를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편이 낫다. 따라서 늘 가깝게 지내며 아픈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를 사귀도록 한다. 이들에게 부모와 가족에 대한 자신의 생각, 감정, 혼란스러움을 마음껏 털어놓고 하소연하며 심정적인 지원을 받는다. 자신의 말을 깊이 있게 들어 주는 믿고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넷째, 긍정적이며 생산적인 방향으로 결단을 내린다.
상투적인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세상살이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똑같은 일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에는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어쩔 수 없는 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처리하는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은 내 마음을 고쳐먹는 일이다. 부모의 이혼이 내가 끼어들 수 있는 범위 밖의 일이라면, 나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면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살 길을 찾는 편이 훨씬 더 현명하다. 괜히 부모를 원망하고 세상을 한탄해 봤자 마음만 아프다. 실은 결손가정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을 문제로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 때문이다. 나의 마음에서 그것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수긍하면 뜻밖에 그 사건이 주는 충격은 작아진다.

결손가정의 자녀들이 신경을 많이 쓰는 또 하나의 요소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다. 사람들이 결손가정 출신인 자신을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보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신경 쓸 정도로 ‘나’에게 늘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살기에 바쁘다. 이따금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돌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대개 자신과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 때만이다. ‘나’는 ‘나’의 의식 속에서나 스타이지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스타가 아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주목하고 비웃을 거라는 착각에서 하루 빨리 깨어나라.

그러므로 결단하자. ‘그래, 우리 집이 결손가정이 되는 바람에 마음이 좀 아프고 또 남들처럼 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지. 그렇다고 해서 이게 세상을 살아가는 데 치명적인 결점은 아니야.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가는 거야. 그래.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이지? 그것을 찾아내 에너지와 시간을 쏟자. 세월이 가면 나도 빛나는 별이 되어 반짝일 수 있을 거야.’

연산군과 이황은 결손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아주 색다른 인생을 살아갔다. 한 쪽은 자신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갔고 한 쪽은 역사에 길이 존경받는 빛나는 별이 되었다. 이렇게 된 원인이 결손가정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은 아주 분명하다. 생의 중요한 시점에서 두 사람이 내린 결단, 그리하여 두 사람이 만들어 간 삶의 발자취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면 지나치게 심리적인 해석일까? 우리 앞에 있는 삶은 우리의 창작품이다. 자, 여러분은 어떤 창작품을 만들어 갈 것인가? 연산군식? 아니면 이황식?

---------------------------------------------------------------------------
교사에게 드리는 TIP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 뒤에는 대부분 문제가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모든 학생이 문제행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 결손이 있다고 해서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가정에 문제가 있으면 학생들의 마음에 틀림없이 응어리가 있을 것입니다. 이 응어리를 잘 풀어 주고 가정에 문제가 있음에도 학생들이 잘 버텨 나갈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여기서는 두 가지 방법을 추천합니다. 하나는 가족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일입니다. 가족의 기능과 역할, 가족의 구성과 해체, 가족 발달, 가족 갈등, 가족 역동성, 이혼 가족 등등 가족에 관한 일반적인 지식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지식은 가정 문제로 고생 하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일반 학생들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가족상담 또는 가족치료 서적들을 참고 자료로 추천합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결손가정에서 크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이들과 직접 상담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일입니다. 부모가 이혼한 경우라면 부모의 이혼을 이해하는 상담과 교육을 하고, 부모가 갑자기 사고를 당해 사별하게 된 경우라면 일종의 위기상담을 실시하며, 일찍부터 부모 없이 자란 경우라면 자아탄력성을 키워 결핍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있겠지요. 최근에는 이와 관련된 상담 서적들도 출판되고 있으니 참고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부모 가정과 이혼 이해 교육(서영숙 외, 2004)>, <가족상실과 위기상담(윤상철, 2003)> 들이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