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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의 뇌 나이 58세”

깜빡깜빡. 가물가물. 사람의 이름이 뱅뱅 돌면서 생각나지 않거나, 내 휴대전화 번호조차 갑자기 하얗게 생각나지 않는 상황. 경험에 보지 않으셨나요? 실제 치매까지는 아니더라도 ‘디지털 치매’라 불리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두뇌 나이, 과연 몇 살일까요?

영화 <내일의 기억>.
“거 왜 있잖아, 영화. 배가 침몰하는, 그거 거기서 배 위에서 팔 벌리고 여자랑 같이. 아, 그 영화 주인공 남자 이름이…. 왜 생각이 나지 않는 거지?”

영화 <내일의 기억>(2006)에서 주인공 사에키의 알츠하이머 발병은 그렇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깜빡깜빡. 가물가물. 사람의 이름이 뱅뱅 돌면서 생각나지 않거나, 내 휴대전화 번호조차 갑자기 하얗게 생각나지 않는 상황. 경험에 보지 않으셨나요?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너무나 친절히 가르쳐 주는 이 영화. 의사가 사에키에게 질문하는 체크 리스트를 하나하나 빼놓지 않아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력도 무의식중에 테스트하게끔 만들어 줍니다. 같이 따라가다 질문에 대답이 언뜻 기억나지 않는 그 순간의 당황스러움이라니….

순간, ‘장동건의 뇌 나이 58세’라고 광고하는 ‘두뇌훈련’ 게임기를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치매까지는 아니더라도 ‘디지털 치매’(휴대폰·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데다 과다한 정보 습득으로 인해 각종 건망증 증세가 심해진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라 불리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저 역시 그런 건 아닌가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이 기계로 ‘두뇌 나이’를 측정한 결과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평소에도 기계와는 친하지 않은 제가 익숙하지 않은 게임기를 들고 두뇌 나이를 측정하니 그 결과라는 게 가히 짐작이 되지 않습니까?

아, 그래서 스스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두뇌 훈련이라는 걸 하면 정말 두뇌 나이가 젊어지기는 하는 걸까, 이 기계를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라는 의심을 가져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바르게 썼는데 게임기가 인식을 못 한다”는 사실(!)을 발견해내었습니다.


가령 숫자 ‘5’의 경우 두 획에 걸쳐서 쓰지 않으면 이 물건이 5로 인식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상단 가로 획을 나중에 긋고 아랫부분을 먼저 써야만 5자로 인식을 하는 것이지요. 한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터치스크린에 익숙해지고, 음성인식이 필요한 모드 역시 마이크에 잘 인식되는 음성 톤을 연습하니, 두뇌 나이는 자연스럽게 내려가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면 그렇지. 적어도 내 두뇌 나이가 그 정도일 리는 없어. 그럼, 그렇고 말고.

스스로 뿌듯해하던 가운데 스쳐 지나가는 생각 하나에 피식하고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버튼 하나로 기억력과 사고능력을 대신해주는 디지털 장비들이 ‘기억하려는 노력과 습관’을 필요 없게 만들어 준 덕분에, 또 다른 디지털 장비를 들고 이렇게 기억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결국은 손으로 쓰고, 책을 소리 내어 읽고, 직접 계산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두뇌 훈련’의 지름길이라는 것인데, 그나마도 또다시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컴퓨터와 핸드폰, 닌텐도 이 녀석도 던져버리고 ‘다이어리’와 ‘펜’을 다시 손에 들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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