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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규범의식 확립 절실

휴대전화가 일반화되고 나서는 학생들 상당수가 휴대전화를 소지하게 되었다. 일본 역시 고교생은 거의 전원이, 중학생도 과반수이상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고교에서는 학교에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등교하는 것을 약 80%의 학교가 허가를 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70% 정도의 학교가 수업 중에 메일이나 인터넷에 접속을 하고 있어 골치를 썩고 있는 실정이다.

“길에 가는 강아지나 나만 휴대폰 없지, 세상 사람들 다 있는 것 같더라.”
“그럼, 엄마도 휴대폰 사 드릴까요?”
“그렇다는 말이지. 집에만 있는 나한테 무슨 필요가 있다고.”

언젠가 필자가 엄마와 나누었던 대화 내용이다. 엄마의 말씀이 조금은 과장된 면도 있고, 표현이 익살스럽지만 그다지 틀린 말씀도 아니다. 엄마와 달리 가입비가 아까워 휴대전화를 극구 마다하셨던 아버지조차도 1년 전 휴대전화를 원하셨던 것 보면 휴대전화가 사람을 끄는 힘은 상당한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현대인의 필수품 중의 하나가 되어버린 휴대전화. 어디를 가든 사람들 손에는 어김없이 휴대전화가 들려 있다. 하루에 한 번도 울리지 않을 때가 많지만 장소를 이동할 때면 필자 역시 휴대전화를 챙기게 된다. 어느 때는 너무 휴대전화에 구속되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휴대전화 없이도 살았고, 지금도 간혹 약속 시간 맞추기 힘들 때 요긴하게 쓰이는 것 말고는 그다지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다른 사람들 다 갖고 있는데 혼자만 없는 것도 그렇고 해서 지금껏 휴대전화를 옆에 두고 있다.

15년 전쯤 만해도 휴대전화는 값이 비싸서 주변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성인들 사이에서도 일부 사업하는 사람이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물건으로 인식되었었다. 그런데 휴대전화가 일반화되고 나서는 성인들뿐 아니라 학생들 또한 상당수가 휴대전화를 소지하게 되었다. 일본 역시 고교생은 거의 전원이, 중학생도 과반수 이상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실정이며, 필자가 담임하는 학급(초등 6학년) 또한 37명 중에 20명 이상의 학생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

학생들의 경우 학교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휴대전화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은 마음에 휴대전화 소지의 이유를 물으면 한결같이 부모와의 비상 연락을 이유로 든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밖에서 일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들과의 긴밀한 연락이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상 연락보다는 친구들끼리의 통화나 다른 기능사용을 위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녀들의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으로 과도하게 청구되는 요금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성년의 경우 부모의 명의로 전화가 가입되다 보니 자신이 어느 정도 전화를 사용했는지, 부과되는 요금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감각이 없다. 매월 지불해야 하는 요금 중에 자신이 정말 필요한 때에 쓴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혹은 고정적으로 나가는 요금의 액수가 부모님의 가계 운영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에는 더 더욱 관심이 없다. 요즘 아이들의 ‘경제 감각의 상실’은 새로운 교육문제의 하나가 됐다.

돈 아까운 줄 모르고 과도하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 역시 문제지만 지금 필자가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부적절하고 그릇된 행동이다.

이는 단지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하는 통화 매너 문제와는 차원이 또 다른 것이다. 학교에서, 그것도 수업시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문제다. 일본 고교에서는 학교에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등교하는 것을 약 80%의 학교가 허가를 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70% 정도의 학교가 수업 중에 메일이나 인터넷에 접속을 하고 있는 문제로 지도에 골치를 썩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결국 ‘학생들의 규범의식의 결여’와 결부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여기에 동영상이 되는 MP3의 등장이 교사들의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한다. 얼마 전 본교 고등부에서는 수업 중에 동영상으로 포르노를 보다가 적발되어 유기 정학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처음부터 유기 정학으로 처리할 마음은 없었으나 학생의 태도에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잘못을 한 이후에도 반성할 줄 모른다는 것은 학생으로서 학교 규범에 대한 준수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밖에 달리 해석이 되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 몰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게임을 하는 일도 물론 있다. 학교에 오면 전원을 끄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교사의 눈을 피해 규칙을 어기는 학생들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요금 문제로 혹은 공부는 안하고 휴대전화로 장난만 하는 자녀들 때문에 고민을 하면서 휴대전화 소지를 허락해 주는 부모들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것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상시 연락 등의 휴대전화의 순기능적 면보다는 역기능적 면이 더 많음을 부모들도 알고는 있지만 아이들의 등살에, 혹은 아이들 기 살리기에 부모가 넘어가고 마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갖고 싶은 것에 온 정신이 팔려 공부에 집중 안할까봐 휴대전화를 사줬건만 결국 그 휴대전화 사용에 정신이 팔려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경우를 초래하고 만 경우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델과 기종이 쏟아져 나오는 현 상황에서 휴대전화 소지를 막을 방법은 학교에는 전혀 없으며 또한 그것을 막을 권리도 학교에는 없다. 다만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된 각종 문제들을 걱정하는 것과 교육적 차원에서의 지도를 궁리할 수밖에 없다. 학교 나름대로 규칙을 세워 학교 내에서의 휴대전화 소지를 엄금하거나, 소지를 하더라도 하교 전까지는 전원을 켤 수 없도록 못 박아 두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듯하다.

그러고 보면 학교는 참으로 약한 존재이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휴대전화를 만들어 내어 돈을 버는 회사와 통화를 가능케 하는 통신회사가 따로 있고,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현란한 선전을 해서 이익을 창출하는 광고회사가 있으며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해서 휴대전화를 사주고 요금까지 내주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휴대전화의 엉뚱한 사용으로 수업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등의 문제로 골치를 썩는 곳은 결국 학교이니 말이다.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전 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생의 규범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휴대전화, 메일 주소를 누구에게라도 가르쳐 준다고 답한 학생이 전체 3398명 중의 45%나 되었으며, 만남 사이트에 접속한 경험이 있는 9% 학생 가운데는 직접 상대방을 만난 경우가 27%나 되었다. 조사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학생들의 휴대전화의 부적절한 사용 자체도 문제이지만 학교나 가정이 그러한 실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각종 문제가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유혹하는 첨단 물건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 가는 상황에서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애초부터 만들지 않았다면 모를까 만들어진 물건을 사용 못하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국 바른 사용과 건전한 사용법을 일깨워 줄 수밖에 없다.

요즘 교육현장에서 자주 단골로 등장하는 문구 중에 ‘가정과 지역 사회의 연계 강화로 교육적 성과를 높인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참으로 그럴듯한 말이다. 학교 단독의 노력보다는 여기에 가정과 지역의 이해와 협력이 보태지면 그 성과가 높을 것임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금이야말로 학교와 가정·지역사회가 긴밀히 연계하여 학생들의 규범의식의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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