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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버리겠다고?”

“마음속의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면, 참는다고 해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적당하게 자기 삶을 가꾸어가는 욕망은, ‘생활인’이라면 가져야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삶을 살기 위해서 욕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는 삶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어떤 휴가 : 먹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영화나 책도, 미안하게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 모든 욕망이 갑자기 증발해버렸다. 어차피 환골탈퇴 할 것도 아닌데 머리는 해서 뭐 해. 벗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옷은 사서 뭐 해. 밥은 굶지만 않으면 되지 뭘 맛난 걸 찾아다녀. 맛 집 목록을 보면서 혼자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보거나 공연 일정 같은 걸 살펴보는 것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다운받는 영화나 드라마면 되지, 뭘 더 바래…. 하며 집에서 매일매일 뒹굴었습니다. 그래,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실천해야지. 내 마음이 그 동안,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괴로운 건 다 욕망 때문이었어. 물욕, 육욕, 식욕, 뭐가 되었든 다 버려야지. 그러면 좀 더 편안하고 조용하게 살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한 지 일주일. 욕망하지 않고 사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해 버렸습니다. 머리는 부스스해지고, 제대로 먹지 않아 퀭한 눈에 늘어진 트레이닝을 걸친 ‘낯선’ 여자의 모습은, 욕망을 버린 무소유를 실천하고 있는 평화로운 ‘그녀’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욕망하지 않았더니 평화가 찾아온 게 아니라 삶의 혼란이 닥쳐온 것이지요. 매일매일 욕망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은 더 괴롭기만 했습니다.

두 개의 ‘나’가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욕망을 버려야 해. 시간이 지나면 편안해지지 않을까?”, “니가 무슨 스님이냐? 어울리지 않게 욕망을 버리겠다고? 너 같은 속인이 무슨. 헛소리 집어치워라”라고. 그리고 결국 ‘스님’은 ‘속인’에게 일주일 만에 두 손을 들고야 말았습니다.

마음속의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면, 참는다고 해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적당하게 자기 삶을 가꾸어가는 욕망은, ‘생활인’이라면 가져야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갖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건, 적어도 제게는 ‘게으름’의 다른 표현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삶을 살기 위해서 욕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는 삶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뭐,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어제 제가 지름신이 내려와 인터넷으로 물건을 마구 사들인 행위의 심리적 배경을 설명하고자 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지, 현대를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물욕이 없는 보살처럼 살 수는 없지 않은가를 피력하고자 한 것뿐(?)입니다.

소비와 사회는 태아와 탯줄처럼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그 끈을 놓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쇼핑의 약발이 아무리 짧다고 해도, 오늘도 홈쇼핑 마감 임박의 불이 깜빡일 때면 수화기를 들까말까 망설이게 되고 마는, ‘욕망 덩어리’인 자신을 사랑하려면, 이렇게라도 합리화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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