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수, 온반, 감자농마국수…직접 만들어요”
휴전선 인접 지역인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 6·25 한국전쟁 전에는 북한의 점령지였으며 전쟁 후 남한에 편입된 대표적 군사지역이다. 현재는 3개 연대 1만여 명의 군인이 상주하고 있다. 금강산 여행, 개성 공단 가동,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간의 화해 분위기 조성으로 북한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사라졌지만 곳곳에 보이는 군부대 탓인지 천도리엔 아직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화해와 안보, 균형 맞추는 교육
그러나 천도리 서하초등학교(교장 장일범) 학생들은 경직된 모습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밝고 활기찼다. 장 교장은 “2005년부터 2년간 통일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돼 우리 고장에 대한 특성과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을 이해하고, 군인들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접적지역이라는 특성상 통일·안보교육을 매년 실시했지만, 시범학교 운영으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통일교육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서하초는 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육과정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인근 군부대와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행사를 마련해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통일교육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화해와 안보의 균형을 맞추는 것. 남북 간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고는 하지만 지난 해 발생한 북한의 핵 실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언제든지 긴장 관계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서하초는 인근 군부대의 협조를 받아 군부대를 방문하고, 금강산 체험을 하는 등 현장체험학습에 신경을 썼다. 특히 철의 삼각지, 제4땅굴 및 을지 전망대, 군부대 병영체험, 향로봉 전적지 탐방, GOP 견학 등 테마 중심의 체험으로 전쟁의 비참함을 간접 체험하고 분단의 현실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금강산 체험학습에 참가했던 이 학교 졸업생 양소연(14)양은 “북한을 방문하면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남측과 북측의 출입사무소가 나눠져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며 “하루빨리 통일이 돼 남북한이 반갑게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방문소감을 밝혔다.
또 통일 골든벨 퀴즈 대회, 향로봉 등반 문예대회, 통일 독서 대회, 북한 음식 만들기, 새터민 강사 초청 강연회 등을 통해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평화 통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이해를 높였다.

북한에 대한 이해 높인 음식 경연대회이 중에서도 가장 높은 효과를 본 것은 북한 음식 만들기 경연대회다. 대회 전에 그 음식이 발달하게 된 지역 환경 조건, 역사적 배경, 문화 환경 등을 교육과정과 연계해 자연스럽게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학부모, 지역 주민이 시식을 하고 평가를 함으로써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함께 통일교육을 받은 대회였다. 또한 새터민 강사 초청 강연회에도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함께 북한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서화초를 방문한 통일교육원 김희봉 사무관은 “서화초 학생들의 통일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식 그리고 통일교육 결과물들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며 “어린 세대의 통일의식이 점점 엷어지고 있는 어려운 시기에 서화초의 교육사례는 학교 통일교육의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서화초는 시범학교 운영을 마치면서 〈분단을 넘어 통일로 - 인제군 남북관련 자료를 중심으로〉를 발간했다. 시간이 지나 인제 지역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줄고 지리적으로도 지형이 변해 과거의 흔적이 사라져 자료집을 만들었고 통일교육원의 검수도 받았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자료집은 6·25 한국전쟁을 전후한 인제군의 생활상과 현재 인제군의 안보시설 및 전적지를 소개하고 있다. 자료집은 서화초 교사들이 직접 지역주민의 증언을 녹취·기록하고 한국전쟁 당시 전쟁 사료를 모아 완성했고 강원지역 초등학교 및 인제군 각급 기관에 배포돼 중요한 지역사료로 활용되고 있다.
자료집 발간을 주도한 신문수 교무부장은 “수업과 병행해 자료집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교직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노력한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며 “우리 고장의 사라져가는 역사를 기록으로 남긴 뜻 깊은 자료로 많은 곳에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밝고 여유 있는 학교로 변신해
서화초가 시범학교를 운영하면서 거둔 성과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얼굴이 밝아졌다는 것이다. 전교생의 60% 이상의 군인자녀로 전·출입이 잦고 원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 늘 불안한 표정이었던 것. 그러나 통일교육을 통해 지역 환경에 대해 이해를 높이고 북한도 한민족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 또 인근 부대의 사병과 함께한 ‘통일기원 서화축제 한마당 운동회’와 교대, 유학생 출신의 사병들이 강사로 나선 영어 교실 등으로 군인들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졌다. 전국에서 모인 군인 자녀들이 거쳐 가는 학교가 아닌 계속 다니고 싶은 학교로 변모한 것이다.
207명 전교생의 이름은 물론 가정환경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는 장 교장은 “지난 해에 전학 간 아이들이 홈페이지에 우리 학교를 그리워하는 글을 올리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며 “서화초를 다녔던 학생들이 결코 잊을 수 없는 고향 같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화초는 올해도 통일관련 문예행사와 체험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특히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각종 통일교육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통일교육 홈페이지 활용에 힘쓰고 있다. 장 교장은 “공간 문제로 그동안 마련한 자료를 전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공간을 마련해 지역주민과 학교 방문객들이 통일과 관련한 자료들을 볼 수 있도록 해 통일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엄성용 esy@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