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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환경과 교육의 질 높이는 교육재정 확충

교육재원은 계속 늘어나도 학교는 여전히 가난하고, 교육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교육재원이 증액돼도 학교운영비에 반영되기보다는 교육청 차원의 목적사업비에 우선 반영거나, 학교예산 편성과정에서 교수학습활동 예산에 대한 우선순위가 뒤지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는 가시적 효과가 적은 교수학습활동에 예산을 많이 배정할 경우 사업성 예산이 줄어들 뿐 아니라, 많아진 교수·학습활동 예산집행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 분위기가 남아 있는 것 같다. 교육재원이 아무리 늘어도 교수학습활동을 위한 예산이 늘지 않으니 교육의 질이 높아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20년 이상 교육재정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문민정부 때 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으로서 교육재원 GNP 5% 확보과정에 참여한 일이며, 다른 하나는 국민의 정부 때 ‘교육재정 GNP 6% 확보를 위한 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하여 2000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이끌어낸 일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마음속에 회의가 생기기 시작했다. 교육재원 확충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해왔지만 앞으로도 교육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교육재원 규모의 변화를 보면, 교육재원 GNP 5% 확보정책이 시행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교육재원이 대폭 확충되었고,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1998년에 크게 삭감되었다가, 2000년 1월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으로 2001년부터 다시 큰 폭으로 교육재원이 확충되었다. 2001년만 해도 2000년보다 무려 3조원 이상의 교육재원이 순증되었다. 교원정년 단축 때 발행했던 지방채의 상환과 7·20 교육여건 개선사업 추진, 중학교 의무교육 완성 등으로 교육재원의 수요도 늘었고, 2004년 이후 내국세 수입 감소로 교부금 증가율이 둔화되었고 교육세 결손이 누적되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교육재원의 증가액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었다.

최근 모 일간신문에서 ‘학교는 가난하다’는 특집기사를 연재한 후, 이어서 스쿨업그레이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기사를 읽으면서 ‘설마 이런 학교가 아직도 있겠는가, 아마도 기자가 특수한 몇몇 학교를 편견을 가지고 취재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가 본 후 마음이 달라졌다. 그 학교는 1993년에 ‘학교시설 현대화 시범학교’로 개교했던 학교였다. 불과 14년이 지났지만 학교 곳곳이 노후화되어 있음을 보고 20년 이상 지난 학교들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게 되었다. 학교에 정수기가 없어서 아이들이 매일매일 먹을 물을 집에서 가지고 간다. 학급에 그 흔한 청소기조차 없어서 교실 곳곳에 먼지 덩어리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모노륨이 깔려 있는 교실 바닥은 얼룩으로 더럽혀진 채로 방치되어 있고, 책걸상은 긁히고 모서리가 닳아진 채로 놓여 있어서 도저히 21세기 국민소득 2만불 시대의 학교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학교환경의 낙후성에 대한 문제와는 별도로 교육재원이 확충되어도 학교교육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자주 듣는다. 학급당 인원이 60명에서 30명으로 감축되었어도 교사들의 교육방법은 별로 바뀌지 않았으며, 중등학교 교사들의 주당 수업시수가 24시간에서 18시간 내지 20시간으로 줄었어도 수업의 질이 높아진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재원 확충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필자에게는 매우 당혹스런 비판임에 틀림없다.

교육재원은 계속 늘어나도 학교는 여전히 가난한 이유는 무엇인가? 교육재원 규모와 학교교육의 질은 무관한 것인가? 실증적인 분석을 통해 이러한 질문의 답을 찾아낼 시간적 여유는 아직 없었다.
다만, 교육재원 확충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여전히 가난하고, 교육은 변하지 않는 이유를 나름대로 짐작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재원이 증액될 경우 증액분이 학교운영비에 반영되기보다는 교육청 차원의 목적사업비에 우선 반영되기 때문인 듯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목적경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이를 시·도교육청 평가지표에 반영하고 있지만 좀처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목적사업 대신 권장사업 등의 명목으로 학교운영비를 목적경비화시키는 관행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교육재원 증액으로 사업이 늘어나면 행정직원이 늘어나고 행정직원이 늘어나면 다시 사업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둘째, 학교예산 편성과정에서 교수·학습활동 예산에 대한 우선 순위가 뒤지기 때문이다. 가시적 효과가 적은 교수·학습활동에 예산을 많이 배정할 경우 사업성 예산이 줄어들어 달가워하지 않는 풍토가 아직 학교에 남아 있고, 교수·학습활동 예산이 많아져 예산 집행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 교사들도 있는 듯하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연간 초등학생 1인당 학습준비물 예산은 5천원에서 1만 원 정도다. 학습준비물 예산이 교수·학습활동을 위한 예산의 전부는 아니지만, 학습준비물 예산 규모와 교수·학습활동의 범위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재원이 아무리 늘어도 교수·학습활동을 위한 예산이 늘지 않으니 교육의 질이 높아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학교예산편성 관행이 바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청에서든 학교에서든 예산을 편성할 때 교육청이나 학교가 존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예산에 반영된 사업이나 활동이 교육청과 학교의 존재 목적에 얼마나 부합되는지 한 번 더 고민해본다면 학교교육은 보다 빨리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교육재원의 확충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보다 당당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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