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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를 고용할 수 있을 거예요”

일과 사랑, 그 어느 쪽도 포기할 순 없다고 여자들은 말합니다. 제발 “행복이냐, 불행이냐” 하는 이분법으로, 19세기 식으로 진부하게 ‘일과 사랑’을 나누진 말아주세요, 라고 당당하게 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이야기들은 여자들만의 희망이자, 로망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커리어 우먼의 새 취향을 대변한다는 영미권의 소설들. 소위 치크리트(chick-lit: 젊은 여성을 의미하는 속어 chick와 문학 literature를 결합한 신생 합성명사)라고 하는, 요즘 대유행인 소설들에서도, 성공한 그녀들의 고민은 한결같습니다. 여전히 일과 사랑(일과 결혼)을 양손에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호소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치크리트’의 교과서 격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문학동네)만 봐도 그렇습니다. 최고 패션잡지 편집장 미란다의 비서가 된 앤드리아. 앤드리아는 미란다의 뒤치다꺼리에 신경을 쓰느라 남자친구 네이트와 갈등을 빚습니다. 전형적인 ‘일’과 ‘사랑’의 갈등입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앤드리아가 “난 이런 삶을 원치 않았어요.”라고 말하면서 미란다를 떠나는 것으로 매듭 지워집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그녀가 원하던 기자로서의 ‘일’과 남자친구와의 ‘사랑’도 다시 찾은 것으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디트가 내려간 한참 후에도 머릿속에는 미란다의 “아니, 넌 원했어. 모두 우리처럼 살기 원해.”라는 한 마디가 못 박혀 계속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그녀의 갈등은 정말 끝이 난 것일까, 하고 말입니다.

<제인 스프링 다이어리>(노블마인)란 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서른네 살 싱글이자 뉴욕 지방검사보인 제인 스프링. 그녀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군인 아버지 밑에서 두 오빠와 함께 엄격한 군대식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일을 할 때도 데이트를 할 때도 항상 철저한 준비로 당당하고 자신만만합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남자들한테 차이고, 동료 검사들에게 환영받지 못합니다. 너무 똑똑하고 독선적인 게 탈이었던 거죠. 독립적이고 주관이 뚜렷한 제인이지만 사랑하는 남자와의 로맨스를 갖고 싶습니다. 제인은 결심합니다.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가 되어 자기만의 그 남자를 찾겠다고. 그녀가 말하는 ‘완벽한 여자’ 되기의 네 가지 조건은 ‘섹시, 우아, 능력, 지적일 것’ 등이랍니다.

글쎄, 그렇게 완벽해지면 과연 사랑과 결혼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설령, 그렇게 노력해 두 가지를 다 얻었다고 해도 도처에 암초 투성이입니다. ‘일’과 ‘사랑’, ‘일’과 ‘결혼생활’의 양립이란 쉽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그 대단한 여자, 미란다조차도 ‘사랑’과 ‘결혼’에는 실패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애초에 두 가지를 모두 잘하겠다는 것, 자체가 욕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력이 부족해서인 것이 아니라, 모두 다 가지겠다는 자체가 ‘과욕’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그레이 아나토미’(미국 TV시리즈)의 크리스티나처럼 최상의 의사이자 최고의 아내, 두 가지를 다 할 수는 없으니 “와이프를 고용하자”고 말할 발칙한 (?) 용기가 생길 때까진, ‘일’과 ‘사랑(결혼생활)’의 두 마리 토끼를 오늘도 쫓아볼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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