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체능을 사교육비 부담의 주범으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예체능평가 전환이야말로 잘못된 정책판단의 대표적인 예다"
26일 오후 종로구 삼청동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열린 '체육.음악.미술 교과 평가체제 개선연구' 정책토론회에서 예체능 교사들은 평가체제 개선 추진은 잘못된 근거와 판단에 의한 잘못된 정책이라며 교육부를 맹비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평가원의 성경희 선임연구위원은 기조발표를 통해 예체능 교사와 학부모,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예체능 교과 및 평가 설문조사 결과 현 평가체제에 만족하는 비율이 만족하지 않는 비율보다 월등히 높았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 평가방식 유지에 대해 체육교사 83.0%, 음악교사 87.5%, 미술교사 67.4%가 찬성했고 현 예체능 평가방식에 대한 학부모.학생 만족도 조사에서도 '만족한다와 보통이다'라는 답이 과목별로 85.1∼90.8%로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 4월 예.체능 교과 평가방법을 현행 서열식에서 서술식이나 성패(pass/fail)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바꿔 내신성적을 위한 예.체능 과외비를 줄이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체육 토론자로 나선 은평중 이문표 교사는 "예체능이 사교육비 주범인 양 호들갑을 떤 교육부의 현실인식이 얼마나 편협됐고 왜곡됐는지 설문결과가 잘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또 대영고 김성문 교사는 "정책 입안을 위해서는 근거와 절차가 합리적이고 타당해야 하는데 체육교과 평가방법 전환을 추진하는 근거는 무엇이냐"며 "예체능평가 전환정책이야말로 잘못된 정책판단의 대표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그는 "예체능 평가개선 추진 근거가 된 2000년 사교육비 실태조사에는 '예.체능 과외' 항목조차 없고 대신 '특기.재능학원비' 항목이 있는데 여기에는 주산, 속셈, 수영, 어학, 웅변, 미술, 음악, 서예, 컴퓨터, 태권도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이것이 예체능 교육을 사교육비 주범으로 몰고간 교육부 인식의 실상"이라고 주장했다.
음악 분야 토론자인 영동여고 홍용식 교사는 "문화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자기계발 목적의 예체능 분야 투자가 엄청난 사교육비의 주범처럼 매도되고 있다"며 "사교육비 부담이 진정 어느 방향에서 오는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이경자 사무국장은 "예체능 평가개선 추진이 극히 일부의 내신 상위권 학생이 벌이는 점수경쟁을 일반화시켜 제도에 도입하려는 어이없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교육부의 문제인식이 잘못됐다"고 교사들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