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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전쟁, 그리고 전쟁 희생자에 대한 기억을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일을 현충일로 지정하여 호국영령들을 기리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모르고 있다. 호국보훈이라는 말도 모르는 젊은이들이 있다. 전쟁과는 상관없는 일상 속에서 그리 한가롭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상에서 한 편의 영화를 통하여 전쟁이 무엇이고, 나라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연평해전’이다. 한·일 월드컵 열기로 전 국민이 들떠 있던 2002년 6월 29일 북한군 경비정의 기습공격을 받은 참수리급 고속정 357호가 침몰했다. 오전 10시 56분까지 31분간 진행된 교전은 북한의 초계정 등산곶 684호가 반파된 채 북으로 퇴각함으로써 대한민국 해군의 승리로 종결됐다. 하지만 교전 끝에 정장인 윤영하 소령과 한상국 상사, 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의 전사자와 1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서해교전’으로 불리던 이 전투를 2008년 4월 ‘제2연평해전’으로 명명하고, 추모행사도 국가보훈처 주관의 정부 기념행사로 승격시켰다. ‘연평해전’은 2002년의 교전 상황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당시 희생된 장병들의 활약과 정신을 기리고 있다.

국가를 지키는 전쟁 희생자에 대한 포상은 조선시대에도 이뤄졌다. 임진왜란 이후 ‘임진전란도’와 같은 그림을 제작하여 전쟁을 상기시키는 한편 희생자들의 활약상을 부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광해군 대인 1619년엔 ‘심하(深河) 전투(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이 만주의 심하 부차(富車)에서 후금 군대와 싸우다 패배한 전투)’가 벌어졌고, 이 전투에서 희생당한 김응하 장군과 그 후손들에 대한 포상이 이뤄진 기록이 있다.

선천군수 김응하는 좌영장으로 출정해 1619년 3월 심하에서 후금 군대와 대치했다. 김응하는 치열한 전투 끝에 전사했지만, 죽기 직전까지 무수한 적을 베었고 창에 찔려 죽어가면서도 칼을 놓지 않아 후금에서조차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김응하의 전사 소식을 들은 광해군은 호조판서 벼슬을 내렸고, 그를 추모하는 사당을 짓게 했으며, 그의 무공과 투혼을 찬양한 시집인 ‘충렬록’을 제작케 했다. 김응하에 대한 포상 조처는 인조 대에도 이어졌는데, ‘인조실록’에는 “김응하는 심하의 전투에서 목숨을 버리고 의를 따름으로써 300년 동안 내려온 강상(綱常)을 혼자 부지하였으니, 옛적의 충성과 의로움이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금수의 처지에서 면한 것이 어찌 이 사람의 힘이 아니겠는가. 그의 아내와 아들에게 은 삼백 냥을 내리라”는 기록이 보여 아내와 아들을 지원한 상황도 나타난다.

영조 대에는 국가에 충절을 지킨 후예들을 위한 특별채용 시험인 충량과를 실시했다. 이는 특채를 통해 국가에 충성한 인물의 후손을 우대하려는 뜻을 담고 있었다. 영조는 전례가 없다는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충신과 의사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의도에서 충량과를 설치했음을 밝혔다. 특히 1760년 2월 8일의 충량과에서 영조는 병자호란 때 충절을 지킨 김상용과 김상헌의 후손들이 합격한 것을 매우 기뻐했다.

전쟁 희생자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포상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침략전쟁이었지만 전쟁이 끝난 후 먼 타국에서 전사한 일본군 시신들을 찾아 나서는데 많은 경비를 들였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이에 미치지 못한 것이 아쉽다. 6월의 뜨거운 태양아래 국가를 지키기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장병들의 노고에도 감사하면서, 영화 ‘연평해전’이 무관심 속에 잊혔던 전쟁 희생자들을 지속적으로 기억하고 그들의 뜻을 계승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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