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전체를 설계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만큼 인간은 긴 미래를 예상하는 것이 어렵고 세상의 변화가 빠르기에 아예 이를 포기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계획이 없다는 것은 풍랑이 일어나는 바다에 목적지 없이 떠다니는 배와 같은 운명에 놓이게 된다. 은퇴설계 매트릭스를 토대로 인생 후반을 좌우하는 리스크는 다음과 같은 6가지다.
첫째, 재정리스크이다. 평균 수명의 증가로 은퇴기간이 많이 늘어나면서 은퇴 이후에 필요로 하는 생활비도 크게 증가했다. 그만큼 은퇴자금 마련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인간의 삶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이를 재정리스크라 한다.
둘째, 편중된 자산구조 리스크이다. 가계의 자산 구성이 특정 자산에 치우치면 그 자산의 가격변동 위험이 크게 노출될 수 있다. 특히 그 자산이 환금성이 떨어지는 자산인 경우 자칫 유동성 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중심의 자산이 많은 반면 현금 보유가 적어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만 봐도 이에 대한 대책을 필요로 한다.
셋째, 자녀리스크이다. 은퇴 이전의 자녀에 대한 교육비 및 양육비의 과다지출, 결혼자금 지원 등은 자신의 노후준비도를 떨어뜨릴 수 있고, 은퇴 이후에 성인자녀 및 손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노후생활의 안정을 크게 해칠 수 있다. 이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자녀교육에 관한 가치관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자신의 삶이 자녀의 삶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도 자녀가 곧 노후의 자산인 줄 안다.
넷째, 인플레리스크이다. 근로소득과 같은 현금흐름의 창출(flow)이 어려운 노년에는 그동안 쌓아온 자산(stock)으로 생활비를 조달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점차 물가가 오르게 되면 그만큼 자산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이를 고려한 자산의 증대는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다섯째, 건강리스크이다. 기대수명의 증가로 후기 노년에 해당하는 85세 이후의 생존기간이 늘어나면서 더불어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여든 이후'가 없는 줄 안다. 한편으로 죽음이 어느 날 갑자기 조용하게 닥치는 줄 안다. 그러나 이러한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이에 따른 의료비 지출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섯째, 관계리스크이다. 은퇴 이후에 사회적 활동 범위가 줄어들면 사회적 관계망 역시 크게 변화한다. 이에 따라 은퇴자들은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가족의 불화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모든 리스크에 광범위하게 노출되어 있다. 이는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구조,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은퇴준비에 대한 낮은 인식도와 미흡한 은퇴교육 수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상의 6대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은퇴준비의 두 축인 재무적·비재무적 준비관점에 적용해 ‘인생 후반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