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나라도 일하면서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이는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워킹 맘이던 K씨는 평소에 ‘자식은 나를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나는 자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30여년 전인 1980년대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교육관이었다. 우리나라 엄마들 대부분은 자녀 앞에서 단호하지 못한 편이다. 혹여나 자신의 무관심이나 야단 때문에 아이가 상처를 받거나 미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서다. 그래서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K씨는 이런 ‘착한 엄마 콤플렉스’가 오히려 아이와 엄마의 인생을 모두 해롭게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워킹 맘이 출근할 때마다 아이를 떼어놓느라 애를 먹는 반면 K씨는 동네 떠나갈 듯 울며 출근을 막는 두 아들에게 단호했다. “엄마도 하루 종일 너희하고 놀 수만은 없어. 일을 해야 해. 너희도 하루 종일 엄마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엄마가 옆에 있어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야 하잖아.” 너무 모진 엄마처럼 보였는지 어느 날은 도우미 아주머니가 아이들 몰래 출근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워킹 맘이 잘못도 아닌데 죄인처럼 숨어 나갈 수는 없었다.
이같은 배경에는 아이들도 점차 적응할 거라 믿었다. 살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들인데, 말 안 통하는 아기들일지라도 억지로 사실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당장은 힘들어도 이것을 계기로 또 다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얼마가 지나자 아이들은 울음 대신 잘 다녀오라는 손 인사를 건넸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온 둘째 아들은 “그렇게 ‘엄마는 일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인식됐다”고 했다. “계속 일을 하시던 어머니가 집에 잠시 계시면, 없는 시간을 쪼개어 저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는 생각에 더 큰 감동을 느꼈어요. 자라고 보니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같이 지내느냐보다 어떤 가치관을 공유하느냐가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에도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다섯 살 때부터 아이를 수영장에 보낸 K씨는 한 번도 수영장 안으로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항상 문 앞에 아이를 내려놓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다. 다섯 살짜리를 혼자 수영장 안에 들여보낼 때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 혼자서도 잘 해낼 거란 믿음이 있었다. “아들이 혼자 낑낑거리며 수영복을 입는 모습을 보고 다른 엄마들이 ‘왜 아이를 혼자 보내느냐’고 따진 적도 있다. 하지만 집에서 수영복을 입고 벗는 법을 가르쳐 계속 혼자 보냈어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엄마가 도와주기 때문에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거다. 이런 것이 하나둘씩 늘어가면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찾는 의존적인 사람으로 자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 때문에 자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에 미안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안함 때문에 돈이나 무조건적인 칭찬으로 보상하려 하지 않았다. 아이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무조건적인 애정을 주면 일관성 있는 교육이 되지 않고 아이들 역시 혼란스러워 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