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오후 7시부터 252회 순천사랑아카데미 강좌가 있었다. 순천시평생교육관은 소설가인 김진명 작가를 초청하여 “지구인으로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강의가 열었다. 강사는 자기소개에서 여수나 구례를 다니면서도 순천에는 자주 오는 편이며 점잖은 도시로 사람 냄새가 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지난 번에도 순천대에서 광개토왕비 탁본 전시회와 관련하여 역사관련 이야기를 하러 온 적이 있다고 소개하였다. 지방에서 200회가 넘는 순천사랑아카데미는 문화적 전통이 없는 곳에서는 불가능하기에 큰 의미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조선시대에 전라도와, 평안도를 경계하는 모습이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나타나 있다.
조선시대는 중국을 존중하여 모든 것을 중국에 묻고, 의뢰하며 제일로 여겼다. 그래서 우리 나라 자신은 없고 스스로를 열등하다고 여기고 나 자신은 존재가치가 없는 비참한 생활을 하였다. 또 중국을 거역하면 조정에서는 반역으로 생각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전라도와 평안도의 저항이 없다면 죽은 나라나 마찬가지이다. 어느 시대에 옳지 않은 견해에 순응하는 것은 역사를 퇴행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한국은 지금 방황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어떠한가 조망하고 뭔가 도약을 위한 꿈트림이 있어야 하는 시기이다. 역사가 오천년인데 2천년 밖에 못 가르친다. 고대사가 중구난방이다. 단군 신화로 정리되어 있다. 3천년의 시간이 없다. 우리민족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 뿌리가 없으면 현재에 집착한다. 과거를 모르니까 그렇다. 이는 뿌리가 없기 때문이며 그러다 보니 현재에만 집착하면서 살아간다. 돈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유교의 정신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과 효, 예로 집약할 수 있는데 충은 임금에 대하여 너를 바쳐라, 효는 부모와 가정에 대하여, 그리고 예는 너에 대하여 고민하지 말고 남을 편하게 하는 것으로 이러한 관념 속에서는 자신의 발견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5백년 동안 관통했다. 이것이 옳지 않다고 저항한 정신의 맥이 있었기에 소중한 것이다. 호남인들은 이것을 아주 중요시 한다.
한국은 사실 모든 것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역사적으로 통계적으로 보면 밑에서 가난하고 비참한 7번째 나라가 이제 위에서 10번째의 나라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리더들은 고지가 저기라면서 노력하면서 부를 쌓았지만 그 과실을 일부만이 가졌다. 그러니 이제는 뭉치자 하여도 그게 안된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볼 것은 가치관을 제대로 가진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그 결과로 세월호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가치관을 제대로 가진 선장, 선원이 있었다면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배에 탄 사람은 내가 책임지겠다는 것이 가치관이다. 가치관은 내가 책임자라는 책임의식을 가진 것으로 교사는 교사의 가치관을, 검사는 검사의 가치관을, 그리고 때밀이도 때밀이의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제도나 사회, 국가가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개인의 문제도 개인이 해결할 역량을 갖춰야 하고 집단을 이루어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삶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산다는 게 무엇인가? 건강, 장수, 풍족하게 사는 것만이 전부인가. 그게 잘 사는 것인가.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할 것인가? 돈으로 본다면 잘 사는 재벌들은 A학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돈 없고 가난하지만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 돈 써 가면서 생명의 마지막 순간을 돌보는 사람들도 있다. 위로하고 마지막까지 함께 해 주는 사람에게 A학점을 주고 싶을 것이다. 판단이 안될 때 인류의 스승들이 소중히 여긴 것은 무엇이며, 인류는 무엇을 소중한 가치로 생각했는가? 인류의 스승들은 공통적으로 다 가난하게 살았다. 우리가 지금 가난하다고 주눅 들어서는 안 된다. 먹고 살만한 정도가 되면 생각에 좀 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정말 똑독한 사람들은 돈 버는 일에 투기하지 않고 사색하고 베풀었다.
인류의 숙제는 가치 있는 것을 후대에 전수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사는 한국 사회는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적인 삶으로 경쟁의식을 부추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경쟁에 승리하는 무기로 공부를 부추긴다. 그러나 세상이 공부만 가지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인간이 살아가려면 외면의 힘이 아닌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 내공은 어려운 일을 통하여 배우는 것이다. 이 힘은 한번 가지면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을 전진시킨다. 교육이 이런 내공을 기르는 일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