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이렇다. “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 나름대로 불행하다.” 건강하게 사는 일, 공부를 잘 하는 일도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잘 되는 것들은 서로 닮은 이유로 잘 된다. 공부에도 기본적으로 바탕이 되는 것이 성실성이다. 이 성실성이야말로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하는 ‘공부력’의 핵심 요소다. 성실성을 키우려면 자녀의 작은 실천이나 성취에도 부모가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현실은 다음과 같다. “우리 애는 ‘지금부터 공부할 테니 조용히 해 달라’고 방에 들어가서는 침대에 누워 빈둥대고 있어요. ‘공부한다더니 뭐하느냐’고 하면 넉살 좋게 ‘배운 걸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중’이라며 공부는 앉아서만 하는 게 아니래요. 말은 잘해요. 주변에서는 성격 좋고 친구도 많으니 부럽다는데 말만 번지르르 하게 하고 할 일은 제대로 안 하는 게 답답해요.” 이것이 바로 공부 안하는 머리 아픈 엄마들의 속 마음이다.
올해 고2가 된 한 어머니는 딸을 가리켜 ‘말로만 전교 1등’이라고 했다. 장래 희망이나 공부 계획은 장황하게 말하지만 정작 실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간단한 학습 검사 결과 A양은 다른 요소에 비해 성실성이 유난히 낮고 스트레스 대처 능력은 상당히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부족한 성실성 때문에 다른 긍정적 성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의지박약형이 많다.
이런 유형의 학생은 본인 나름대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스스로도 계획만큼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이 때문에 부모가 “공부하라”고 계속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실천 가능한 작은 계획부터 성취하는 경험을 쌓도록 해주는 것이다. ‘넌 말만 잘 한다’는 식으로 핀잔을 주는 것은 금물이다. 작은 실천에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런가 하면 중학교 2학년인 B군은 부모가 공부 이야기만 꺼내면 짜증을 낸다. B군 어머니는 학교시험 결과를 물었다가 “잔소리 그만하라, “아, 그만 좀 물어 봐, 시험 못 봤어.”라면서 화를 내는 아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성적이 나쁘다고 다그치는 것도 아닌데 화부터 내는 탓에 어떻게 아들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난감한 적이 많았다.
B군의 공부력은 각 요소가 전반적으로 최하 수준이다. 상담에서 B 군은 “부모님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트레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성실성까지 낮아진 것이다. 이같은 반항아형은 청소년기에 보편적으로 나타나지만 B군처럼 성실성과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동시에 낮으면 계속해서 학습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할 수 있다.
해결책은 우선 부모 자녀 간 관계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경우 부모는 자녀의 현재 상태를 인정해주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에 대한 기대와 그로 인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출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 다음은 아이에게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물어보며 대화의 주도권을 줘야 한다. 만약 속내를 잘 말하지 않는 성격이라면 부모가 먼저 대안을 제시하고 아이가 선택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C양은 줄곧 성적 상위권을 유지한 모범생이다. C 양 어머니는 최근 딸이 지나가듯 던진 말에 신경이 쓰였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딸은 “별것 아니다”라며 “다만 고등학생이 되니 공부 부담이 커졌고 아직도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엄마, 가끔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어요.”고 말했다.
최근 들어 성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C양은 성실성이 매우 높고 학습자신감도 충분해 공부력이 높은 편이었다. 문제는 C양이 지금까지 부모가 시키는 대로만 착실히 공부를 해왔다는 점이다. 상담 결과 C 양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자기주도학습을 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학습부담이 커지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학생의 학부모는 “우리 애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런 학생에게 이처럼 부정적인 언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이야기에서 해방이 필요하다. 지금 있는 그대로를 보면서 기다려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시키는 대로 공부하면서 주변 어른들의 칭찬과 기대에 억눌리면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쌓이기 쉽다. 따라서 적절한 대화를 통하여 해소할 방법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성실성이 높은 아이에게는 학습선택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교육을 받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이런 학생들은 학습동기만 부여된다면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동기를 제공해줄 수 있는 롤 모델이나 멘토가 있으면 더욱 좋다. 아이와 상담을 통하여 누구의 도움을 받기 원하는가를 물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