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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마선생님, 공부상처 어루만지는 선생님 되시길

마선생님, 얼마전에 올해 6월 실시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나왔는데 선생님이 가르친 학생 가운데 부진한 학생들이 어느 정도인가 저는 궁금합니다. 최근 발표된 핀란드 유바스큘라 대학의 박사 학위 논문(2012. 7.3. 한국교육개발원 해외교육 동향)에서는 학습 부진아의 주요 원인으로 교사와의 관계, 혹은 의사 소통 과정에서 부정적 경험을 꼽고 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이 논문에서는 학생이 교사와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할 경우 학생의 공부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키며 수치심, 두려움 등의 부정적 감정을 일으킨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런 학생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서 방치될 경우 학습 부진아가 될 위험이 크다고 결론을 짓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선생님이 가르치는 방법과 의사소통을 포함한 관계 형성이 문제입니다 이같은 기술이 부족하여 학생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공부 상처를 남겼거나, 그 상처를 치유할 도움조차 주지 않아서 학습 부진아를 양산한다는 두려운 질책이 담긴 보고서 입니다. 그 보고서를 접한 순간 나 때문에, 내 잘못 때문에 학습부진아가 된 제자가 없었는지 깊은 숨 몰아쉬며 되돌아 봅니다. 사람도 완벽한 사람이 없듯, 완벽한 선생님도 없을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면 간단히 빠져 나올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만 그것은 선생님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흔히, 성공한 사람들 입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자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아름다운 사례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모든 선생님의 희망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자에 따라서는 '학습부진'이라는 용어 자체를 쓰지 말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 용어 자체가 낙인을 찍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 대신 '노력형 학습자'(진보교육자들)라고 하거나 '천천히 배우는 아이' 와 같이 언어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공부를 포기하고 싫어하는 아이'라는 말 대신, '열심히 하는데 성취가 나오지 않는 아이' '능력은 있는데 성취를 못하는 아이'로 보는 시각만 바꾸어도 좀 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 온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학교 폭력'이나 '왕따' '집단따돌림'과 같은 용어도 좀더 언어 폭력적이지 않은 단어로 바꾸어 쓰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1%만 바꾸어도 결과는 100% 달라질 수 있는 것이 교육의 가소성임을 생각한다면!

어찌 보면 학교의 선생님들은 공부를 잘 해서 선생님이 되었기에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공부상처를 지닌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거나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을 때, 그 사람과 똑같은 상황을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진정으로 상대방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해한다'라는 표현은 결코 함부로 쓸 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체험이 아닌, 보거나 들은 경험만으로는 머리로는 이해하나 가슴으로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처를 주기 쉽기 때문입니다.

평상시에도 선생님은 열심히 하시는 편이라 이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고 생각되지만 우리가 조금만 방심하면 우리 인간은 내 자신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교사의 길은 힘든지도 모릅니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중간, 기말고사에 학생들이 어떤 성적 분포를 하고 있는가를 잘 살펴보시고 하위 그룹 학생이 상당수라면  그 가운데는 분명 선생님이 만들어 낸 공부상처를 입은 학생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상처를 준 것을 개인적으로 만나서 말하거나 글을 쓰게 하거나 소통을 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수시로. 선생님은 학생을 위한다고 열심히 가르쳤지만 역으로 상처를 받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지 않고서는, 의사소통으로 관계를 개선시키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이 잘 하는 아이 중심, 서열을 매기는 학력사회에서는 대다수가 공부상처를 받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입니다. 공부도 하나의 재능 가운데 하나입니다. 선생님은 좋아하는 과목이 있어 그 교과목 선생님이 되었지만 그 아이는 아직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여 헤매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부디 성적이 낮은 아이들의 공부상처를 어루만지는 선생님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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