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세계 제1의 물리학 연구실로 손꼽혔던 버클리 등 캘리포니아대가 예산부족과 연구환경 악화로 교수들이 속속 떠나고 있다고 14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전했다. '추락하는' 물리학 명문 버클리대는 특히 많은 연구원들이 떠나 인력난에 봉착했다.
시머스 데이비스 연구원(저온물리학)은 걸핏하면 지하 연구시설이 물에 잠기고 전력공급 중단, 건물 진동으로 오랫동안 지장을 받던 차에 지난 해 코넬대에서 4백만 달러 상당의 새 숙소와 연구시설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그 동안 자신이 가르치고 석, 박사학위를 모두 마친 모교 UC 버클리를 떠났다.
아직 최강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버클리 물리학과는 4년 동안 전체 정교수 약 50명중 6명이 떠났으며 그들은 모두 학계에서 떠오르고 있거나 이미 자리를 굳힌 '스타'들이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이들이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은 하버드, 코넬,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등 대부분 일류 사립 명문이다.
크리스토퍼 맥키 버클리대 물리학과장은 "교수경력 초기에 영입하면 5년 뒤면 떠난다"며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원자 핵 파괴장치(Atom Smasher)'로 잘 알려진 사이클로트론 발명자 어니스트 로런스 등 교수 7명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배출했던 영광이 퇴색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LA 타임스는 미국 서부 최고 명문 주립대의 두뇌유출은 일류 사립대가 높은 연봉과 각종 혜택으로 유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캘리포니아와 다른 주(州)가 재정위기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또 버클리의 경우 대학당국이 세포생물학, 유전자공학 등 생명과학부문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물리학과 건물 가운데 가장 최근 것은 40년 전에 지어진 빌딩이며 교수 봉급도 최고가 학기(9개월)에 12만 5000달러 남짓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비이스)도 윌리엄 터스턴(수학), 데니스 헤지코크(유전공학) 등 교수 2명이 오는 가을 학기 코넬대와 남가주대(USC)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바버라 호르위츠 교무처장은 "대규모 엑서더스는 아니나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예산 문제가 악화할 경우 더 많은 사람들을 잃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타임스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도 제임스 히스(화학), 스티븐 기벨슨(이론물리학) 등 두 교수가 각각 칼텍과 스탠퍼드대로 자리를 옮겼다고 덧붙였다.